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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 수필가 42인의 작품을 골라 영문으로 번역하여 한글판과 영문판을 함께 실었다. 우리의 뛰어난 수필을 영어권 국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한국문학세계화위원회(회장 권대근)에서 기획하였다.

021 / 송명화 Song Myeong-hwa 순장소녀 Songhyeon, a Buried-Alive Girl
031 / 심선경 Sim Seon-gyeong 칼과 도마 A Knife and a Chopping Board
내 안의 빈집 A Vacant Room within Me
046 / 유영란 Yu Young-ran 비 맞을까봐 Afraid You’ll Get Wet in the Rain
052 / 임미옥 Im Mi-ok 남자의 강 The River of Men
061 / 모임득 Mo Im-deuk 막사발 A Rough Bowl
067 / 공광규 Kong Gwang-gyu 맑은 슬픔 Clear Sadness
075 / 최복희 Choe Bok-hui 귀뚜라미 Crickets
082 / 박인애 Park In-ae 사랑의 손길 A Caring Hand
091 / 이광복 Yi Gwang-bok 불행과 행복 Unhappiness and Happiness
098 / 김보애 Kim Bo-ae 카이로스! 카이로스! Kairos! Kairos!
106 / 김하임 Kim Ha-im 달 그림자 여행 Shadow of Moon Trips
113 / 최순덕 Choe Soon-deok 고등어의 눈물 Mackerel’s Tears
122 / 황인강 Hwang In-gang 무리수 Overstraining
129 / 조양상 Jo Yang-sang 매미성 Cicada Castle
138 / 박소현 Park So-hyeon 어떤 귀향 A Returning Home
147 / 이운순 Yi Un-soon 달팽이를 애도하다 Mourning for the Demise of a Snail
155 / 이혜영 YI Hyeo-young 마음에 담다 Putting It in my Heart
163 / 이연배 Yi Yeon-bae 잠이 오지 않는다 A Sleepless Night
170 / 배재록 Bae Jae-rok 그림자 Shadow
180 / 박옥위 Park Ok-wi 모차르트와 고등어찌개 Mozart and Mackerel Stew
189 / 국중하 Kuk Jung-ha 우체통에 둥지를 튼 새집 A Bird's Nest in the Mailbox
200 / 유병숙 Yu Byeong-suk 선을 넘다 Crossing over the Line
208 / 윤영자 Yun Young-ja 바람이 전하는 색 The Color Borne on the Wind
215 / 김예순 Kim Ye-soon 달이 The Moon
223 / 정차현 Jeong Cha-hyeon 조각보 A Patchwork Wrapping Cloth
홍어소동 A Row of Fermented Skate
241 / 이길순 Yi Gil-soon 군화와 곰신 Army Boots and Girlfriend’s Rubber Shoes
249 / 이순애 Yi Soon-ae 아버지와 부르는 나의 노래 My Song Along with my Father
259 / 김자인 Kim Ja-in 손편지 The Letters Written with a Hand
266 / 유 헌 Yu Heon 노을치마 A Sunset-like Skirt
273 / 임길순 Im Gil-soon 꽃샘추위 A Spring Chill
277 / 정진희 Jeong Jin-hui 떠나온 것에 남겨진 것들 Things Left behind Where People Left
283 / 이양호 Yi Yang-ho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 Colorful Feathers of a Peacock
291 / 홍지수 Hong Ji-su 비 오는 날의 수채화 Watercolor on a Rainy Day
298 / 유예숙 Yu Ye-suk 풋콩 Unripe Beans
306 / 조의순 Jo Ui-soon 아버지의 눈물 나의 눈물 Father’s Tears, my Tears
315 / 이서연 Lee Seo-yeon 노을빛 메리골드차를 마시며 Sipping Evening Glowed Marigold Tea
323 / 고수부 Ko Su-bu ‘헤디’의 추억 Recollection of ‘Hedi’
329 / 민천식 Min Cheon-sik 옹달샘 The Small Lake in the Mountain
337 / 허승희 Heo Seung-hui 벌초 Having the Tombs Grass Cut, and Offering Food
343 / 장채윤 Jang Chae-yun 휘어진 손가락 A Crooked Finger
350 / 손진홍 Son Jin-hong 놀라운 눈 Amazing Eyes
357 / 권대근 Kweon Dae-geun 폐인 A Buff

〈서문〉
We hope this book will be widely read
around the world
권대근 Kweon Dae-geun
(translator and publisher)
한국수필의 수준은 세계적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않다. 번역이 수필작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학의 거두 앙드레 르페브르는 “Translation is a form of rewriting.”으로 정의한 바 있다. 영어번역은 우리말 구조를 영어로 번역해서 되는 게 아니고, 우리말구조를 영어구조로 재구성해서 다시 영문으로 번역해야 제대로 된 문장이 된다. 영어로 쓰인 글처럼 읽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번역서부터는 한국어의 구조와 표현이 그대로 영어로 번역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영어권 독자들에게 친숙한 문장으로 번역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예상보다 작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실패는 없다.”는 말을 생각하며 열심히 번역에 몰두한 결과, 이제서야 한 권으로 책으로 내어놓게 되어 기쁘다.
이번 영문수필번역집을 내는 데 있어서는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원어민이나 영어 전공자들이 읽어보고, 번역이 참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오래 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TESOL과 TEFL을 공부하고 사법통역사 자격을 취득한 덕분으로 번역에 손을 댔지만 제대로 된 작품이 몇 편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흐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갈수록 번역의 수준은 좀더 나아졌으리란 판단이다. 번역의 중요성은 모든 학문에 공통적이지만 특히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서는 필수적이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는 쉽지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문학작품의 번역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할 만큼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번역 인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원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번역에 있어서 전혀 예기치 못한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관용법의 함정들은 외국인의 언어감각으로 포착하기 어려워, 적법인지 오류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독해력이 남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소극적 활용의 힘이라면, 번역능력은 우리 것을 밖으로 알리는 적극적 활용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라고 하겠다.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양 언어에 대한 뛰어난 감수성이 필요하다. 이 책은 한국문학세계화위원회에서 시리즈로 내는 한영번역선이다.
다행스럽게도 양 언어에 대한 소양을 조금씩 얻어 번역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아시다시피 문학번역은 최고의 기량을 요한다. 나는 번역이 제대로 잘되었다고 확신은 못한다. 다만 성실하게 한국어 문장에 맞는 최고의 영문 표현을 만들어 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거나 이 책이 영어권 나라에 많이 보급되어서 우리 수필이 알려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책 속으로〉

순장소녀

송명화

핏빛 옷을 입은 가야의 소녀가 내게 오른손을 내밀고 있다. 큰 눈동자가 자신의 삶이 궁금하지 않으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그 손을 잡은들 무슨 온기가 느껴지며 그 입술을 주시한들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랴마는 그 눈빛의 간절함에 묶여버렸다.
올여름 복천박물관에서 열린 ‘순장소녀 송현, 비사벌을 말하다’라는 전시회에서 나는 송현이를 만났다. 그녀는 창녕 송현동 15호 고분 속에 함께 순장된 세 명의 사람들과 함께 백골이 되어 누워있었다. 현세의 시간을 버렸건만 세월 속에 완전히 육탈되지 못한 뼛조각으로 인해 다시 현세로 돌아온 그녀는 지금 자신을 보는 우리의 눈길이 기꺼울까.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길까. 백오십 남짓 자그마한 키를 가진 가녀린 모습의 열여섯 살 소녀가 영원의 숨결로 돌아와 먼 역사 저편의 이야기를 내게 건넨다.

송현: 언니, 주군을 따라가는 게 저의 운명이랍니다. 그분이 혼자 저세상으로 가신다면 그 곳에서 어찌 사신답니까? 제가 함께 가서 돌봐드려야 하겠지요.(하략)

Songhyeon, a Buried-Alive Girl

Song Myeong-hwa

A girl from ancient Gaya, dressed in blood-color, is reaching out to me with her right hand. Her big eyes seem to be asking if you’re curious about her life. How warm can I feel on her when I hold her hand, and what can I hear when I stare at her lips? But I am overwhelmed by the earnestness in those eyes of hers.
This summer, I met Songhyeon at the exhibition titled, "Songhyeon, a buried-alive girl, speaks about Bisabeol," at the Bokcheon Museum. She was lying as a skeleton with the three people who were buried together alive in the 15th tomb in Songhyeon-dong, Changnyeong. Thrown away the world’s time, but her own body, which has not been completely thrown away over the years, remaining as pieces of bone and has returned to the present, I was wondering if she is happy with our eyes looking into her or if she considers it lucky to be found. In person, I met up with the thin 16 year old girl of a short height of 150 or so centimeters through an eternal breath and is told the story behind the distant history.

Songhyeon : Sister, my destiny is to die following my lord. If he were to another world alone, how could he live? I will have to go with him to serve and take care of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