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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 이혜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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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혜미
  • 출판사 : 창비
  • 발행 : 2022년 03월 11일
  • 쪽수 : 220
  • ISBN : 9788936479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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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혀끝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처럼
은밀하고, 사랑스럽고, 새콤달콤한 에세이

2022년 봄, 진한 맛과 향으로 모두의 오감을 자극할 매혹적인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2006년 등단 이후 써내는 글마다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새롭고 싱그러운 문장을 선보여온 이혜미 시인의 첫 에세이집 『식탁 위의 고백들』은 그의 취미이자 주특기인 요리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아보카도, 달래, 당근, 토마토 등 식재료에 관한 글부터 파스타, 스테이크, 치즈, 스프와 스튜 등의 본격적인 요리,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과 그에 따르는 폭넓은 단상을 책 한권에 응축해 담아냈다. 특히 글과 함께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은 이 책을 읽는 이의 입맛을 한껏 돋운다. 저자는 “요리는 접시에 쓴 시, 시는 종이에 담아낸 요리”(「저자의 말」)라며 요리가 시를 쓰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요리를 문장으로 옮긴 이 책에 여타 요리 관련 도서에서 체험할 수 없는 풍부한 감수성이 스며 있는 것도 저자가 시를 쓰듯 한 문장 한 문장에 최선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 책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요리 입문서이자,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주는 에세이집이자, 강렬하고도 매력적인 문장으로 꾸며진 일상 기록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출판사 서평

사계절의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한끼

총 28개장으로 구성된 『식탁 위의 고백들』은 전채, 메인 디시, 디저트가 어우러져 한권을 읽고 나면 풍성한 만찬을 즐긴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정취를 녹여낸 다양한 요리들로 일년 사계절을 꼼꼼하게 담아내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제철인 달래를 넉넉히 사서 돌아오는 길을 함께하며 확 끼쳐오는 봄 내음을 함께 맡을 수 있고(「향을 볼모 삼아 지금을 가둘 수 있겠니」), 여름에 폭발하듯이 자라버린 바질 모종으로 페스토를 만들며 “혼자 넘쳐나버린 감정”을 반추하고(「지금 여기, 페스토」), 밤으로 만든 디저트인 마롱글라세를 정성스럽게 만들며 무언가 끝내고 싶지 않은 가을밤을 떠올리고(「반려밤과의 일주일」), 겨울 오일장에서 산 유자를 썰며 “날 선 말들을 소중히 받아 간직한” 나의 옛날을 추억해보는 식(「유자와의 겨울 약속」)이다.
‘웰링턴’ ‘무사카’ ‘멜란자네’ ‘그라브락스’ ‘파피요트’ ‘안키모’ 등 다소 생소한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생소한 요리를 직접 따라 만들 수 있도록 각각의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은 특히 친절한 대목이다. 요리에 진심인 저자는 요리 과정을 유튜브 동영상 클립으로 제작해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은 독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bit.ly/3sDycGm). 길지 않은 글 속에도 요리의 유래나 어원, 또 연관된 일화 등을 소개하며 교양서로서의 면모도 풍긴다.
이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저자 이혜미의 뛰어난 문장력, 그리고 감수성이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음식을 다룰 때 특히 이런 매력은 빛을 발한다. 막 건져낸 불안하고 따뜻한 수란을 “이제 막 태어나는 중인 고백”(54면) 같다고 표현하는 대목이나, 카레를 만드는 일이 “외따로 떨어진 세계의 조각들을 모아 어떻게든 이음새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152면)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흔한 존재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이 이 에세이집 곳곳에 배어 있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증거다.
이러한 감수성은 요리 이외의 이야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저자가 글을 쓰고 요리를 하는 공간은 옥탑이다. 이 에세이집 곳곳에는 ‘옥탑편지’라는 형식의 별도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옥탑에서 생활하는 저자가 독자에게 직접 건네는 말은, 친근한 인사가 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저자는 식물을 기르고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겨울에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이들을 초대해 본인의 요리를 대접하기도 한다. 옥탑방이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자리한 생각의 둥지”(32면)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맛있는 음식 이야기 틈에서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마음과 요리하는 마음
같은 궤적으로 다가가는 그 문장들

에세이& 시리즈로 출간된 『식탁 위의 고백들』은 연재 당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독자들은 “반짝이는 낱말들로 꾸며진 한끼를 대접받은 기분”이라거나 “쉽게 보고 지나치는 대상을 다르게 보는 관찰력에 감탄했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특히 소개된 요리를 직접 해보겠다는 다짐이 많았는데, 이는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저자의 저력 덕분일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해요, 말하고 싶은 순간마다 요리를 했습니다. 당신을 이렇게 많이 생각합니다, 선언하는 마음으로 접시를 놓았습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매 순간 행복하게 요리할 수 있었어요.”(220면)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고백들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고 새콤달콤하다.

목차

부드럽게 무르익은 눈빛을 만나러: 아보카도
향을 볼모 삼아 지금을 가둘 수 있겠니: 달래
주홍 단검을 들고 어둠을 헤치며: 당근
옥탑편지① 빛과 그늘의 영토에서
온통 빛으로 흘러넘치는 그릇들이라서: 선드라이 토마토
망가트리기 위한 무지개를 만들게요: 콥샐러드
수란을 만드는 마음
여름의 무른 눈가들: 복숭아, 무화과, 자두
라자냐의 갈피
동그라미 수집가: 라따뚜이
옥탑편지② 꽃에게 색을 빌리는 기쁨
은둔자의 파스타: 콘킬리에
어두워질수록 달콤해지는: 프렌치 어니언 스프
스튜에는 모서리가 없으니까: 스모크 크림 스튜
놓쳐버린 눈빛과 구름들에 대하여: 리코타치즈
사랑은 안키모 같네요
굳이 애써 웰링턴
옥탑편지③ 퍼져오는 빛을 통해 시간을 바라보기
지금 여기, 페스토
카레에 관한 열두개의 메모
두 가지의 밤과 낮: 무사카, 멜란자네
미래를 향해 묻어둔 약속: 그라브락스
작은 배를 모아 짓고: 파피요트
까눌레라는 결심
옥탑편지④ 눈사람과 함께 저녁을
반려밤과의 일주일: 마롱글라세
유자와의 겨울 약속
우리의 작은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드립커피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이제 막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건이 있다.
손안에서 함부로 뭉개지는 작정들이 있다.
이 단단한 열매의 예감과 근심, 시름과 실망을 돌보는 일에는 꽤 많은 마음 품이 필요하다. 웅크린 갑각류의 동물처럼 견고한 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무르익는 결심에 대해 생각한다. 공간의 방향을 가늠하듯이. 어제의 향방을 짐작하듯이. 손끝을 세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색을 헤아린다. 이 비밀스러운 세계 속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려 깊은 매만짐이 요구된다.
아보카도의 입구를 열어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눈빛을 만나는 일은 빠르게 달아나는 어제 속에서 빛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다.
-「부드럽게 무르익은 눈빛을 만나러」 부분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 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휘황과 광채는 도리어 주위의 캄캄함을 일깨우기에.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로부터 지구로 파견 나온 스파이가 된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계의 비애 속에서 주홍 단검을 손에 쥐고 드리워진 우울을 가르며 가야지. 당근이 깊이를 알 수 없이 두려운 땅 속에서도 은밀하게 자신의 빛을 지키는 것처럼.
-「주홍 단검을 들고 어둠을 헤치며」 부분

짓물렀다는 건 너무 길게 머물렀다는 뜻일까, 눈가가 짓무를 만큼 울었다는 건 그만큼 슬픔을 지속했다는 뜻이므로. 가야 할 때가 지나서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눈치 없는 손님처럼. 혹은 애써 붙들어둔 사랑이 고이고 머물다 점차 눈빛을 잃어가듯이. 지나치게 오래 곁을 내어준 시간이 욕창처럼 시들어 썩어간다. 무너지는 중인 것. 오래 껴안아 짓무르고 만 것. 피워내지 못하고 안으로 영글어 맴도는 상념들. 말하자면 여름이 데려와 풀어놓은 무책임을 사랑하여 속모를 검정 봉지 같은 마음이 매번 흥건해져 흘러간다. 어쩔 도리 없이 물러버린 여름의 눈가들에게로.
-「여름의 무른 눈가들」 부분

라자냐는 지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과학시간에 만났던 빨강과 검정, 노랑과 파랑, 초록과 보라가 차곡차곡 포개져 있던 고무찰흙과도 같은. 그것들을 겹쳐 손아귀에 힘을 주며 뒤틀어지는 지구의 내부를 만들었다. 정합과 부정합. 땅 밑에 어떻게 그처럼 거대한 손이 있어 지층을 누르고 밀고 뒤흔드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어떻게 그처럼 화려한 색깔들이 검고 칙칙한 이 흙 밑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어긋난 단층을 만들기 위해 색색의 반죽을 칼로 자르면 나타나던 아름답고 기이한 무늬. 그것을 지구의 단면이라 배웠다. 겹겹으로 쌓인 지층은 지구의 일부답게 짙은 석유 냄새를 풍겼다. 그때 나는 세상을 생일 케이크처럼 조각내고 웃던 작은 신이었다.
-「라자냐의 갈피」 부분

저자소개

이혜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8

1988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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