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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귀환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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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혼의 사건,
감정이 다시 인다”

일상의 사려분별을 완성하는 동력
감정에 드리워진 이성의 휘장을 걷어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복권시킨 감정의 본질에 관하여

이성 우위의 사고로 점철된 서양철학의 역사는 감정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거세하는 역사였다. 그러나 감정은 이성의 노예도 이성의 시종도 아니다. 이성의 역할 따로 있고 감정의 역할 따로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ㆍ공존의 관계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초점을 맞춘다. 감정에 적극적 역할을 부여했던 고대 그리스 비극시인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그들에 극도의 반감을 보였던 플라톤의 ‘감정 배제론’의 경고도 새겨들으면서 주도면밀하게 감정을 복권시켜 제자리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감정에 대한 창조적 복권 작업과 그 구체적 내용을 살피는 것이 이 책의 과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감정은 ‘인지성(Cognitivity)’과 ‘신체성(Corporeality)’으로 규정된다. 현대의 감정판단이론이 주장하듯 인지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 반대 진영이 주장하듯 생리적인 요소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감정의 물음을 다룬 수사학, 윤리학, 비극론을 중심으로 각 영역에서 감정이 하는 역할과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을 탐색함으로써 그의 감정론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일목요연하게 펼쳐 보여준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스물네 번째 책.

출판사 서평

감정이란 무엇이었나

감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겉보기에 감정의 정의를 묻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자신과 세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질문이다. 대체로 철학에서는 이성에 관한 연구를 최우선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감정은 종종 원시적이거나 위험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감정에 굴복당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였고,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감정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삶, 즉 격정이 없는 삶을 영위하라고 촉구하였다.
물론 철학자들이 항상 감정을 격하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성적 동물이라고 보았지만, 올바른 감정을 갖는 것의 중요성 또한 경시하지 않았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데이비드 흄은 이성이 열정의 노예이며 노예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고, 헤겔은 철학사를 이성의 발전으로 서술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위대한 어떤 일도 열정 없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갈파하였다. 니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든 열정은 그 자신의 이성의 몫을 지니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감정과 이성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이고 혼합되어 있음을 암시하였다.


감정에 관한 철학적 논의

20세기 초, 감정의 본성은 윌리엄 제임스와 존 듀이의 주요 철학적 관심사였다. 제임스는 감정의 생리학적 본성을 강조했고, 감정이 신체 내부의 동요에 의해 야기된 감각이라고 주장했으며, 신체 내부의 동요는 다시 동요하는 어떤 지각 작용에 의해 자극된다고 하였다. 감정에 대한 철학적 관심은 ‘이모티비즘(정서주의, Emotivism)’이라는 윤리이론이 영미 철학계를 휩쓸던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그 결과 1960년대에 이르러 감정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철학의 변두리에서 중앙무대로 진출하게 되었다. 감정의 본성과 개념 구조, 감정의 합리성과 훌륭한 삶에서의 감정의 지위에 관한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한편 국내 철학계가 감정에 보다 주목하게 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다. 사회철학, 몸과 심신문제에 대한 철학적 관심 등을 통해 감정문제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고통, 치료, 배려, 상담 등의 맥락으로 감정 논의의 외연이 확장되었다.
현재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감정론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하나는 감정 일반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라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주의적 감정이론의 철학적 선구로서의 측면이다. 그러나 감정 논의에 서양고전철학이 기여한 공로를 고려할 때, 그에 대한 국내의 심층적 연구는 전무한 형편이다. 이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감정론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론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상과
이 책의 범위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윤리학 저술들, 『수사학』, 시작(詩作)론, 『영혼론』을 비롯한 자연학 저술들에서 되풀이하여 오늘날 우리가 ‘감정’ 또는 ‘정서’로 표현하는 현상을 폭넓게 다뤘다. 아쉽게도 그의 저작에서 감정에 대해 윤곽이 분명하거나 제대로 된 정의를 찾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대체로 실례들을 통해 여러 감정 현상들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엄밀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론이 이후 감정 개념의 역사적 전개에 본질적인 영향을 끼친 이유다. 아시다시피 그의 감정론은 20세기의 여러 논자들에게 ‘명제적’ 감정 개념과 ‘인지적’ 감정 개념의 전형으로 통용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윤리학에서 감정이 하는 역할 가운데 이유를 들거나 구별하는 일이 문제가 될 때 아리스토텔레스를 그 전범으로 간주하곤 한다. 또 수사학과 시작이론의 역사에서도 그의 이론은 각별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예컨대 청중 앞에서 행해지는 공적연설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중 가운데서 감정을 목표 지향적으로 환기하는 것을 기술적 설득수단으로 수용하며, 시작이론에서 그의 이름은 비극이 그 행동의 경과와 묘사된 성격을 통해 관객의 감정적 반응, 즉 공포와 연민을 야기해야 한다는 견해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여러 저작에 산재한 감정 관련 텍스트들을 분석함으로써 오늘날의 연구현장에서까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그의 감정론의 내적-유기적 연계성을 타진하고, 포괄적으로 재조명해나간다. 아울러 그 한계와 내적 불일치까지 점검해본다.


아리스토텔레스 감정론 연구

-제1부 감정론 일반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영혼론』에 개진된 감정 개념에 따르면, 감정은 (1) ‘영혼의 사건 또는 일’이다. 감정은 (2) 쾌감 및 고통과 결합되어 있다. 감정은 (3) 결단의 결과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의도적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감정의 발생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이 없다. 감정은 ‘파토스(pathos)’라는 말의 원래 의미가 그렇듯이 수동적으로 겪고 느끼는 어떤 것이다. 감정은 (4) 그 감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의 변화와 결합되어 있다. 감정이 문제의 감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의 변화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항상 신체적 변화를 동시에 내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정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분출되는지 그 방식을 알려면 자연(과)학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말하는 감정이란 본질적으로 신체적 변화지만, 그것은 특정의 동인이나 겪은 일과도 관련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감정에는 그 감정이 지향하고 있는 어떤 한 대상이 있다. 이른바 고통(또는 쾌락)의 원인이 그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감정의 대상, 즉 감정의 원인에 대해 표상을 갖고 있거나 문제의 대상이 주어져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감정이 성립하는 데서 관건이 되는 것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문제의 대상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느냐의 여부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판단에 기초한 감정이론’이나 ‘감정의 판단이론’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제2부 윤리학적 감정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테두리 내에서 감정은 도덕적으로 성공적인 행동과 좋은 삶에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감정은 덕 있는 행동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덕 있는 행동을 지지할 수 있다. 감정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판단과 결단에 계량된 영향을 미침으로써 바른 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덕 있는 사람은 바른 감정을 갖는다. 어떤 한 감정적 반응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는 서로 다른 (매개) 변수, 즉 시점, 계기, 해당 인물 등에 따라 계량된다. 이것이 중용으로서의 덕 이론의 근본사상이다. 감정과 관련하여 중용론이 의미하는 것은 덕 있는 사람은 바른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 뒤에 감정 절제의 일반적 권유가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에의 바른 정도의 규정을 위한 방법이 숨겨져 있지도 않다.

-제3부 수사학적 감정
공적연설에서 수사학이 노리는 목표는 청중이 내리는 판단이다. 법정이나 민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중의 감정(상태)은 그런 판단 형성 요소들 중 하나이거니와, 목표 지향적이고 기술적인 감정자극을 위한 전제조건은 여러 가지 감정의 본질에 대한 앎이다. 그런 정의를 알고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하여 우리가 특정의 감정을 느낄 때 “어떤 것과 관련하여(이유)” 그런 감정을 느끼고 “어떤 부류의 인물을 상대로(상대인물)”, “어떤 상태에서(심적 상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제4부 비극적 감정
감정 중에서 특히 비극적 감정으로 불리는 공포와 연민은 비극의 효과를 논하는 데서 빠트릴 수 없는 요소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한 행동의 모방인 바, 행동의 모방은 관객에게 공포와 연민을 야기하며 그러한 감정의 정화를 유발한다. 비극에 그려진 사건은 결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비극적 감정인 연민과 공포 또한 그 자체로 놓고 보면 고통스런 감정이다. 그러나 관객이 공연장에서 체험하는 것은 오히려 감정적으로, 비유컨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스런 감정인 연민과 공포 외에 특수한 부류의 희열 또는 쾌감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서 느낄 수 있는 문제의 특별한 희열을, 비극을 정의하는 고통스런 감정들과 결합시키는 하나의 개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능에 딱 들어맞는 것 같이 보이는 최상의 개념이 ‘카타르시스’ 개념이다.

목차

프롤로그

개관__세계 설명에 독보적이던 시문학에 철학이 도전하다

〈〈제1부 감정 일반〉〉

제1장 감정의 기초
신화, 지어낸 이야기이자 동시에 인간의 세계 해석|시문학 혹은 신화의 시적 형상화|시문학의 전성시대, 시인은 곧 교사였다|철학, ‘잘사는’ 길을 묻다|철학의 처방, 감정의 배제|아리스토텔레스, 감정의 자리를 찾아주다

제2장 감정, 근본적으로 인지적인
변증법적’ 정의와 개별화의 지표|지향대상의 표상적 구성|분노의 예시|감정의 ‘거소’는 어디인가

제3장 판단 외적 요인
감정의 인지성|‘함수관계’의 여집합|성격의 물음은 욕구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제4장 감정의 층위
이성과 감정의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다|감정과 욕망은 가를 수 있기나 한 것인가|지각능력만 있는 동물도 느끼는 감정

〈〈제2부 윤리학적 감정〉〉

제5장 무엇이 왜 좋은가
하나뿐인 ‘그’ 좋음|‘인간의 좋음’의 목표적중성과 자족성|인간의 에르곤|아레테의 의미에서 ‘좋다’|인간의 좋음은 덕성에 달렸다|이성의 아레테, 순도|‘그’ 좋음의 부대적 구성원소

제6장 덕성과 감정
덕의 세 후보: 감정, 능력, 성향|덕은 ‘행동의 덕’과 ‘감정의 덕’의 합|덕은 중용을 선택하는 성격|사이비덕의 일례: 사이비용기|용기란 무엇인가|‘이성 혼자서는 티끌 하나도 못 움직인다’

〈〈제3부 수사학적 감정〉〉

제7장 설득의 논증적 요소와 논증 외적 요소
설득은 증명이다|기술적 설득수단|멀쩡하던 로고스도 맥을 못 출 때가 있다|사람이 듬직해 보이면 말에도 힘이 실린다|판단 형성의 안정화에 일조하는 감정

제8장 설득과 감정
예비적 고찰|기술적 감정 자극|원본감정 vs. 반대감정|감정 자극의 토포스|판단과 감정의 엇박자

〈〈제4부 비극적 감정〉〉

제9장 공적연설과 비극의 공통분모
감정을 유발하는 극적 요소|수사학적 감정 자극을 위한 토포스적 절차|비극적 감정 유발방법의 강구가 「시학」의 과제이다

제10장 비극과 감정
비극의 정의와 카타르시스에 얽힌 여러 물음|어째서 하필이면 연민과 공포인가|비극적 감정의 토포스|청중과 관객 상대의 감정 환기, 그 유사성과 비유사성|비극적 쾌락|카타르시스, 비극적 감정의 정화인가|카타르시스, 의료처치 같은 것인가|카타르시스, 비극적 감정의 고통

개념 정리
영혼|질료형상합성설|프락시스|아레테|성격(?thos)과 습관(ethos)|고상함|공적연설|토포스|비극의 구성요소

에필로그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본문중에서

ㆍ감정, 그것은 결코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그것은 합리적 판단의 장애물이 아니라 촉진자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감정은 결단코 이성에 어깃장이나 놓는 무뢰한 혹은 제멋대로 날뛰는 야생마가 아니다. 감정은 사려분별(숙고)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의미의) ‘질료’이다.
-본문 13~14쪽, ‘프롤로그’ 중에서

ㆍ감정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는 인간이 차별당하고 배제되는 사회이다. 거꾸로 인간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에서는 감정이 억압받거나 하는 일이 없다. 감정이 볕을 보지 못해 누렇게 뜬 사회는 인간이 고사할 조건이 충분히 무르익은 사회이다. 감정이 거세된 사회는 불임사회이다. 한 사회의 ‘감정지수’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간적 성숙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감정,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통문이다.
-본문 16쪽, ‘프롤로그’ 중에서

ㆍ분노, 우정, 수치심, 사의 같은 감정에서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자존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가운데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고 사회적 관계가 가로막히는 것을 회피하려는 욕구가 사회적 피드백을 받아 형성된 결과물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형성된 성격인 것이다. 그러기에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존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모욕감을 느끼지 못하고 따라서 분노할 줄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아테네의 일반 ‘시민들’이 법정에서 송사로 다툼을 벌이고 민회에 출석하여 폴리스의 운영에 관한 ‘정사’를 놓고 공방을 벌인 것은 그들 각자가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존감을 갖추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자존감이 갖춰지지 않은, 그러니까 ‘노예’ 근성에 젖어 있는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예근성에 젖어 있으면 분노하는 게 마땅한 경우라도 분노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자신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것을 빼앗기거나 문제의 사물에 접근하는 것이 방해를 받더라도 문제의 인물은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한다. 슬픔도 기쁨도, 쾌락도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본문 137~138쪽, ‘판단 외적 요인’ 중에서

ㆍ안정적이지 못한 이성적 숙고가 자신을 관철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성격적 덕(?thik? aret?)이다. 이성적으로 숙고하였을 뿐이어서 판단이 불확실하고 선택이 불안정한 경우에도 성격으로 확고하게 틀이 잡힌 감정적 반응은 흔들림이 없기에 해당 인물의 태도와 자세에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이성(적인 부분)과 감정(관할부분)은 딱히 대칭적이지는 않을지라도 흡사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본문 151~152쪽, ‘감정의 층위’ 중에서

ㆍ탐욕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아파트는 주택이지 재테크수단이 아니다. 부동산투기 광풍이 몰아쳐도 탐욕적이지 않은 사람은 욕망 혹은 몰이성적 욕구가 발동하지 않는다. 부동산의 표상이 욕구능력을 움직이는 이유, 그러니까 부동산의 표상이 쾌감을 주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탐욕스런 자의 욕구능력(의 상태)에 있다. 그의 욕구능력이 문제의 표상을 쾌감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탐욕(pleonexia)이란 다른 게 아니다. 끊임없이 ‘더 많이’ 움켜쥐려는 (비뚤어진)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본문 174쪽, ‘보론 쾌락과 고통: 생명보전과 그 너머의 좋음’ 중에서

ㆍ위에서 말했듯이 쾌감을 주는 것이란 좋아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쾌감을 주는 것이 얼마든지 명실상부한 좋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단지 좋음의 가상일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인간의 경우는 어떤가. 인간의 감정은 하나의 사태-이것은 좋은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와 관련한 모종의 표상에 반응을 보이는 것인 바, 문제의 표상은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참일 경우, 그러니까 표상이 객관적 사태와 합치하는 것일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러니까 거짓일 경우, 인간은 감정에 수반되는 쾌락과 고통을 매개로 좋음 혹은 나쁨의 가상에 휘말리게 된다. 그럴 경우 인간 역시 그의 좋음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어떻게 하면 감정에 수반되는 쾌락과 고통이 인간을 움직여 오류에 빠지는 일이 없이 그의 목표-좋음-를 적중하게 할 수 있는가의 물음이 제기된다. 윤리적 덕(아레테)에 대한 논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본문 185~186쪽, ‘보론 쾌락과 고통: 생명보전과 그 너머의 좋음’ 중에서

ㆍ이처럼 넓은 의미로 이해된 인간의 ‘활동’에 ‘행동’(프락시스)만이 아니라 ‘감동받음’(파토스)까지 포함된다면 그리고 ‘감동받음’이 우리가 보통 ‘감정’이라고 말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이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의 이론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감정을 느껴야 하는가의 이론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을 딱 들어맞게 행하도록 하는 성향임과 동시에 감정을 딱 들어맞게 표출하도록 하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잘 산다, 에우다이몬하게 산다는 것에는 결국 행동을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을 잘 표출하는 일도 포함된다. -본문 222쪽, ‘덕성과 감정’ 중에서

ㆍ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수사학이 목표로 삼는 것은 청중-예의 재판관-의 판단(형성)이지 행동이 아니다. 수사학에서 감정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감정이 수정하고 가감하고 조절하고 수식하는 등의 형식을 통해 판단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본문 305쪽, ‘설득과 감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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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한석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숭실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서양고대철학, 존재론, 수사학이 주된 연구 분야다. 『존재와 언어』(2007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연구』(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의 저서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J. L. 아크릴), 『철학자 플라톤』(M. 보르트), 『하일라스와 필로누스가 나눈 세 편의 대화』(조지 버클리) 등의 역서를 냈다. 소박한 호기심에 전공하기 시작한 철학이었다. 정년을 맞아 더 이상 강단에 서진 않지만, 철학에 입문한 이래 줄곧 해온 ‘산 정상을 향한 바위 밀어올리기’는 그래도 매일 반복한다. ‘파테이 마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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