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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 시인의 3번째 시집

젊은 시절 학업을 포기했던 그녀는 배움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40대의 나이에 다시 '글'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과 육아, 반려자의 사업 실패, 10년이 넘는 시부모의 간병도 가로막지 못한 그의 열정은 드디어 신춘문예 등단이라는 꽃을 피웠습니다.
시인 박미산이 된 당시 나이 54세. 젊은 작가의 등용문이라 여겨지던 당시의 신춘문예에서는 드문 사례였다고 합니다.
그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꾸준히 시작(詩作)을 하여 2008년에 첫 시집 『루낭의 지도』를, 2014년에는 두 번째 시집 『태양의 혀』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6년 만에 세 번째 시집『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를 엮어냈습니다.

3번째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박미산 시인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 살던 어린 시절, 서울에 시집 온 이후의 일, 늦게 공부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 주변에 머무르던 이,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 지금도 이어지는 관계 등. 그의 인생을 구성하는 존재들, 경험들을 '시'라는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인천의 가족에 대해, 시집와서 만난 소설가 최정희와 채원&지원 자매에 대해, 지금은 성인이 된 그의 자녀에 대해, 늦은 나이에 배움을 얻은 그의 늦깎이 학생에 대해….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에는 그의 삶 속에서 집어든 기억 한 조각을 정제하여 '사람들의 역사 기록'으로 만든 호박(琥珀)같은 시가 총 36편 담겨있습니다.

* 이 시집은 2020년 채문사에서 간행된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개정판입니다.

유성호(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간이란 사람마다 다른 기억과 경험 속에서 재구성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박미산의 시는 이러한 흐름으로서의 ‘시간’ 경험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하면서, 물리적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론적 기원 혹은 삶의 궁극적 본원을 상상하는 목소리를 아름답고 눈물겹고 쓸쓸하고 따뜻하게 발하고 있다. 그 안에서 박미산의 ‘시적 시간’은 지금도 고요하고 힘차게 흐르고 있다.

시인의 말 5

제1부 | 누하동 시대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13
사람향기를 맡고 싶소 15
소폭의 제왕 16
꼬르동 블루 18
별마당 도서관 20
누하동 260 22
제3의 앵글 23
붉은 말 조련사 25

제2부 | 소금 꽃, 없는 사람

흑산도 바다다방에는 양양이 있다 29
소금 꽃, 없는 사람 31
그녀의 치부책엔 33
오늘도 이명옥 씨가 글 위를 걷는 이유 35
복녀 씨 달 36
골든벨 38
담벼락 높은 집 40
성례의 부엌 42
파란 바지 44
새터민 장 씨 46

제3부 | 정릉구락부

중중무진 49
쪽배의 노래 50
모란, 동백 화실 52
집, 그 여자는 거기 없다 53
만취재 55
해인초 57
칼로 59

제4부 | 모래마을

시인 63
두꺼비집 64
알파별 스피카 66
연두야! 67
모기가 쏜 메일 69
간섭의 궤도 71
인터스텔라 73
복미식당 주방장 74
2050년 핫뉴스 75
스카이 캐슬 76
꽃들의 발소리 78

해설 | 존재의 기원과 사람의 심연을 찾아가는 균정의 시학 - 유성호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