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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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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2020년 7월 13일, 국민들에게 최초로 발표된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

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박원순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 씨(가명)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그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 김잔디는 책 속에서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책에 기술된 내용에 따르면 저자는 2015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서울시장 비서직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본인이 지원하지도 않았기에 좀 의아한 가운데 면접을 보았고 다음다음 날 시장 비서실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아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15년의 일이다. 이후 전보 발령을 받는 2019년 중반까지 저자는 4년 넘게 박원순 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박 시장의 일정 관리를 맡게 되는데, 간식 준비, 낮잠 깨워드리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시장 가족의 장보기, 박 시장이 장복하는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그에게 부여된 업무였다.

저자는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이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고 정확히 기억하면서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롯해 4년간 지속된 성적인 가해의 실태를 밝힌다.

출판사 서평

1.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싸워온 담대한 생존 기록
- 개요 및 출간 의의

‘힘들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힘들다는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픔이었다.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내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살고 싶어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아픔을 과거형으로 끝맺고 싶어졌다._본문 11쪽, 프롤로그 중에서

2020년 7월 9일 오후부터 깜짝 놀랄 만한 속보가 방송 매체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실종됐으며 미투 관련된 이슈 때문일 거라는 추정이 섞인 꽤 신빙성 있는 뉴스였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전 국민의 이목은 당연히 후속 보도에 쏠렸다.

당일 자정이 막 지난 10일 새벽 0시 1분경, 박원순 시장은 북악산 숙정문 산책로 인근에서 타살 혐의가 없는 싸늘한 주검으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박 시장이 전 비서에 의해 성폭력 가해자로 피소되었다는 사실이 실종 및 사체 발견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 동시에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 사건은 헌정 이래 최초로 대한민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본인의 성추행 가해 사실이 알려질 상황에 처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박원순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 씨(가명)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그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2. 피해자 김잔디,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다
- 주요 내용 ①

책에 의하면 피해자 김잔디 씨는 2020년 4월 서울시청 직원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 의해 불의의 성폭행을 당한다. A씨(당시 40세)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파렴치한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다.(A씨는 준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6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당일날 피해사실을 인지한 김잔디 씨는 증거 등을 확보한 후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시청 젠더특보 등 자체 조직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혹여 대선 유력후보인 박원순 시장에게 피해가 갈까 봐 피해자인 자신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처리를 하려는 태도를 확인하고는 상처를 받는다. 이후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지난 4년여 동안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고여 있음을 새삼 깨닫고는 이 사건을 세상에 꺼내놓을 결심을 하게 된다. 이때의 소회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시청 젠더특보는 나에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소개시켜주었고, 그곳에서 내 정신상태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오랜 시간 지속된 박원순 시장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성폭행 사건으로 곪아 터진 것이었다. 골다공증 환자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당연히 온몸은 으스러졌고, 여느 교통사고보다 크게 다쳤다. 나는 죽고 싶었지만, 죽기를 결심했기에 그 죽을 각오로, 죽을 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가 입었던 피해에 대해 바로 잡아야 죽는 순간에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와 나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 아래 나의 안전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법 절차뿐이라고 생각했고 고소를 결심했다._본문 8-9쪽

성폭력 사건 피해자 겸 저자인 김잔디는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7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9일 새벽까지 13시간 동안 피해자 조사를 받고 귀가해 잠시 눈을 붙이고는 다시 외출해 (박 시장이 실종된 사실을 모르는 채) 변호사 및 지원단체 등과 미팅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던 8일 밤 같은 시간,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관계 비서관들과 대책 회의를 가졌고, 다음 날 오전 자살을 결심하고는 공관을 나서 북악산으로 향했다. 박 시장은 종적을 감추기 직전 핵심 비서관에게 “2월의 문자는 문제 될 소지가 있다.” “나는 이번 파고를 넘지는 못할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으로 사실상 자신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저자 김잔디 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피해를 공표하는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면서 박원순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되어 끔찍한 마녀사냥을 당했다. 이 공격이 참혹했던 데는 다름 아닌 성폭력 가해자 박 시장이 평생을 여성인권 운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시민운동가 출신이었다는 현실

과 유리된 팩트, 그리고 박 시장을 비호하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했던 자들이 소위 진보 진영 및 여성운동 그룹에 속한 인사들이라는 인지 부조화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저자 김잔디가 겪은 고통에 대한 호소는 책 속에서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 그를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향한 공격의 화력이 되는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 모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나 힘겨웠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말할 수 없이 깊어졌다. 나의 삶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끔찍한 날들을 버텼다._본문 9쪽

3. 4년간 지속된 박 시장의 성적 가해를 밝히다
- 주요 내용 ②

이 책의 저자 이름 ‘김잔디’는 “성폭력특례법상 성범죄 피해자는 절차에 따라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임의로 선택한 이름이다. 피해자 신분이 가해자와 같은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사실과 그에 따른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가해 방지를 고려해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저자 김잔디는 책 속에서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책에 기술된 내용에 따르면 저자는 2015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서울시장 비서직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본인이 지원하지도 않았기에 좀 의아한 가운데 면접을 보았고 다음다음 날 시장 비서실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아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15년의 일이다. 이후 전보 발령을 받는 2019년 중반까지 저자는 4년 넘게 박원순 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박 시장의 일정 관리를 맡게 되는데, 간식 준비, 낮잠 깨워드리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시장 가족의 장보기, 박 시장이 장복하는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그에게 부여된 업무였다.

저자는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이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고 정확히 기억하면서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롯해 4년간 지속된 성적인 가해의 실태를 밝힌다.

박 시장의 성적인 가해는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내실에서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여자가 결혼을 하려면 섹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고, 런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손톱 사진이나 잠옷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밤늦은 시간에 뭐하고 있냐고, 혼자 있냐고 물으면서 “내가 지금 갈까.”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잡아줘.” 같은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_본문 52쪽

어느 노량진 공시생들처럼 힘들게 노력해 마침내 서울시 공무원이 되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는데, 평소 존경해온, 강력한 위력을 가진 시장으로부터 이런 추행과 희롱을 당했을 때, 저자가 느낀 공포와 당혹감, 수치스러움은 어땠을까. 실제로 저자는 박 시장 비서로 재직하면서 직제상의 상사를 통해 여러 차례 전보요청을 했으나 그때마다 다양한 이유 등을 들어 묵살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2020년 7월 10일 가해자인 박 시장이 자신에게는 한마디 사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신적으로 극히 위태로운 심신미약 및 공황 상태가 되어 두 차례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포털 검색창에 가장 많이 쳐본 단어는 ‘자살’이라는 어휘였다. 이후에는 개명 절차까지 밟았고 심지어 성형수술까지도 했다고 한다. 여전히 죽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 일부러 성형수술 중 의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병원을 예약했다는 처절한 고백에 이르면 그 고통의 정도가 가히 짐작될 것이다. 결코 피해자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4. 꽃뱀, 살인녀… 지속적으로 이어진 끔찍한 2차 가해
- 주요 내용 ③

저자가 박 시장을 고소하기로 결심하고 부모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부모는 모두 말렸다고 한다. 심지어 어머니는 “우리나라 직장 여성 8~90%는 그런 경험 다 해봤을 거야. 그냥 문제 삼지 말고 네가 참아.”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나중에 딸이 입은 피해의 심각성과 고통의 정도를 깨달은 어머니는 자신을 탓하면서 “이 엄마는 최초의 2차 가해자였다.”라고 통절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소가 이뤄지고 피해자 조사를 받는 와중에서 박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김잔디 씨에게 쏟아진 박 시장 비호 세력의 공격과 비난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서울특별시기관장(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시민분향소를 시청 앞에 설치한 것부터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폭력적인 처사였다.

특히 블로그와 SNS에서 피해자의 본명과 사진 등이 노출되는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졌
고 ‘살인녀’, ‘꽃뱀’, ‘기획 미투’ 운운하는 박 시장을 지지하는 세력들에 의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이뤄지며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여성운동의 대모 격인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피해호소인” 발언과 보궐 선거 즈음에 당헌·당규를 어기면서 후보를 낸 이낙연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 정부의 미온적인 유감 성명, 그리고 박 시장 유족을 위로하면서 피해자에게 상처를 안긴 우상호 의원의 망언 등이 이어졌고 진혜원 검사, 김민웅 교수와 민경국 전 인시기획비서관 등이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조롱하고 피해자성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였다.

약자의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본인들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를 향한 다양한 공격들도 그간 여성과 인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했던 故 박원순 시장과 그 보좌진을 둘러싼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내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_본문 179쪽
저자는 직권조사를 요청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종결정을 하기 전 마지막 희망으로 그곳에 간절한 마음으로 쓴 의견서를 전달한다. 그 의견서에는 슬픔과 고통, 그러나 그래도 차마 놓고 싶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
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폭력이 아닌 ‘성희롱’을 인정한 것에 저자는 다시금 절망했음을 밝히면서도 피해 사실 대부분을 인정받았다는 데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5. 서울시장 비서의 노동… 대리처방부터 시장 가족 명절 음식 챙기기까지 - 주요 내용 ④

박 시장으로부터 입은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 이외에도 이 책에서 각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당시 소신처럼 누누이 주장했던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간과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이다. 사실 이것은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라 할 만하다.

본문 3부에 배치된 〈서울특별시장실 이야기〉에는 공무원이자 노동자로서 저자 김잔디 씨가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경험한 부당한 노동환경과 처우에 대한 객관적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김잔디 씨는 “생각할수록 납득이 가지 않는 업무와 환경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면 나만 괴로웠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비서라는 이유로 수행해야만 했던 불법적인 업무 내용을 고발한다. 그 중에는 두 세달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에 가서 당사자 진료 및 처방 없이 박 시장의 통풍약을 대리처방을 받아 타오는 것도 있고, 서울시장 후보로서 선거 운동을 할 당시 정치인 박 시장 캠프에서 감당해야 할 각종 회의와 의전을 서울시 공무원 신분으로 지원해야 했던 부당함에 대한 토로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심기 보좌’라는 명목으로 박 시장이 밥을 먹을 때 말동무로서 동석을 해야 했던 것과 박 시장 가족의 명절 음식까지 챙겨야 하는 것까지, 공적 업무로써 포함되지 않은 일을 수행해야 했던 경험에 대한 진술도 있다. 공무원의 고유한 업무와는 무관한 정치인 박원순을 지원하는 일에 동원된 일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던 4년간, 왜 거의 모든 일정은 월화수목금토일 시장실에서 이루어질까 한탄한 적이 많다. 소박한 삶의 증표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임이 분명했다. 4년간 큰 선거가 두 번 있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나는 가족이나 캠프 직원이 아니다. 그런데 왜 선거 캠프 회의를, 주요 차담을, 각 지역위원회나 지지그룹 방문일정을 근무시간 외(꼭두새벽, 늦은 밤, 주말) 시장실에서 진행하고 나는 그 일을 지원해야 했을까. 일정과 인원의 경중에 맞는 장소를 섭외할 필요도 없고, 장소를 세팅하고 서빙해 줄 믿을 만한 붙박이 인력이 언제나 대기 중이며, 사설 업체와 세세하게 미리 소통할 필요도 없고, 만에 하나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_본문 128쪽

이를테면 저자는 소박함 뒤편에 숨겨진 노동착취적 선거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노동자와 약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장을 표방했던 박원순 시장의 한계와 민낯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6. 일상으로의 복귀, 다시 희망을 말하다
- 주요 내용 ⑤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무엇보다도 본인의 강고한 회복에 대한 의지로 죽음의 심연으로까지 가라앉았던 심신을 회복해 서울시청에 복귀해 공무원으로서의 소임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책 속에서 복귀에 따른 심경을 “돌아보면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길을 지나며 걸어왔다. 4월의 신고도, 7월의 고소도, 3월의 기자회견도 숱한 반대에 부딪혔고, 그럴 때마다 반대하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그들을 설득하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고

밝히면서 본인이 느낀 사랑과 극복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살아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들은 내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손을 내밀어주었고, 따뜻한 말과 뜨거운 눈물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더욱 사랑하고 응원하는 일이었다.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잔인하게 상처 주는 사람도 나이고, 나를 가장 충만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사실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그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 마음이라면 이제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_본문 274-275쪽

저자 김잔디와 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책이 원하는 것은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키고 마땅히 가꿔나가야 할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가능성을 묻는 불편하지만 피해서는 안 될 유효한 질의서가 되는 것이다.

권력 혹은 위력에 의해 강자가 약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파괴하고 약탈하는 행위는 그 어떤 대의명분이나 공적 이익 앞에서도 징치되고 마침내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는 것을, 이 책에 담긴 담대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새삼 각성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위선을 고스란히 수렴하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모독을 당해야 했던 피해자가, 부정되어서는 안 될 자신의 피해자성을 떳떳하고 용기 있게 밝히는 이 책에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 있기를 바란다. 그는 죽음의 자욱한 그늘을 걷어내고 돌아온 생존자다.

저자 김잔디 서면 인터뷰
- 편집자주) 이 인터뷰는 책이 발간되기 일주일 전인 2022년 1월 14~17일 사이에 김잔디 작가와 편집자가 진행한 서면 인터뷰입니다.

1. 안녕하세요 김잔디 작가님.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폭력으로 고소한 다음 날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그의 지지자들에게 전례 없는 2차 가해를 당하셨습니다. 이 책 출간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되는 것이 부담도 되셨을 테고 일말의 두려움도 있으셨을 텐데요. 그럼에도 이 책을 출간하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 인간에게는 누구나 ‘잊혀질 권리’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별히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있어 ‘잊혀질 권리’는 더욱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잊혀질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기억되어야, 제대로 잊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사건 발생 이후부터 제가 복직을 하게 되기까지 468일간의 기록이며, 저는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2. ‘피해호소인’이라는 저열한 신조어의 대상이 되신 주인공이십니다. 그 외에도 꽃뱀, 살인녀, 기획 미투 운운하는 박 시장을 지지하는 세력들에 의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이뤄지면서 극심한 공포와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계속된 자살 충동에 내몰리셨던 것이 책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떻게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낼 수 있으셨는지요?

= 죽음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던 사람은 그 위기의 순간을 이겨냈다고 해서 죽음이라는 생각에서 영영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에는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자주 위태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쉽고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고 해도 저는 살고 싶습니다. 살겠다고 결심한 후로 저는 계속해서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저는 다른 사람들이 규정 짓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제가 바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며,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3. 피해사실과 이후의 치유 과정,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소회를 솔직히 고백하는 책을 출간하는 용기를 보여주시면서도 언론이나 일반 대중에는 여전히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계십니다. 다소 불편한 질문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성폭력 근절 운동과 양성평등 운동에 극적인 모멘텀을 가져오기 위해서 작가님의 신분을 드러내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 저는 신분을 드러내고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서,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 얼굴을 공개하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이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요구에 부응하면 이후에 있을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공격과 요구가 이어질 것이

라는 마음에서 저는 철저히 익명으로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온라인상에 사진이나 실명이 공개되는 일로 괴로울 때면 차라리 저의 신분을 공개하고 당당하고 멋지게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 저는 우리 사회를 위한 일보다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출판은 저를 위한 치유와 회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게 된 것입니다.

4. 유력 대선 주자인 박원순 시장을 고소하는 용기를 내시면서 바랬던 것을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과를 해서 결국 나의 상처가 회복되고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도 “그럼에도, 나는 시장이기 이전 인간이었던 박원순을 감히 이해해보려고 했다.”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4년간의 성적 괴롭힘뿐만 아니라 2차 가해까지 겪으셨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용서와 이해’를 말씀하시는 마음의 힘이 놀랍습니다. 이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4년간의 성적 괴롭힘뿐만 아니라 잔인했던 2차 가해도 주로 정치인, 학자, 고위공무원, 시민운동가와 같은 권력자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영향력이 큰 그들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지지자들은 부화뇌동했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는 상황이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렇게 겨우 살아내고 있는 작고 낮은 사람을 어떤 이유에서 그토록 괴롭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를 괴롭히는 사람의 자리가 높을수록 제가 느끼는 잔인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권력이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하고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저를 괴롭힌다고 해서 그로 인해 제가 더욱 크게 고통받고 위축되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의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저보다 우월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어쩌면 제가 그들보다 더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졌으며, 더 강인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이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존엄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잘못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저에게도, 그들에게도, 더 나은 세상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제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과 별개로 그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는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 대한 기대 없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5.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도전은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그리고 그 관계자들이 여전히 근무하는 서울시청 현장으로 복귀하시는 장면입니다. 잘 못 한 것이 없기에 피할 이유도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십니다. 한편으론 성폭력 피해자분들이 김잔디 작가님처럼 큰 용기 없이도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들은 말 중 ‘가장 진부한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기에 ‘영혼 없는 위로’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진부하고 영혼 없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제 마음과 귀가 열리고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마 그때가 비로소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나 스스로가 나의 잘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내가 아직 나의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의 상황을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고,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지우고 싶은 기억과 상처 또한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차츰 하나씩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직장으로의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그 길로 가면 됩니다. 다만 원래의 직장으로의 복귀를 통해 동료와 상사들의 위로와 연대를 경험하는 것이 저에게는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6. 지금 30대 초반의 나이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평범한 시민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책을 보니 글쓰기가 유려하고 문학적인 감수성까지 엿보입니다. 향후 작가로서 다른 책을 집필하실 계획 같은 건 없으신지요?

= 프롤로그에 밝혔듯이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오늘만 살기로 했습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타고났기에 제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곧 예상치 못한 공격에 부딪혔고, 그렇게 반복되는 잔인한 상황에는 전혀 내성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흙탕물처럼, 시간이 조금 지나 겹겹이 가라앉고 정리된 감정들은 새로운 자극에 의해 또다시 쉽게 탁해지고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매번 새롭고 더욱 잔인하게 저를 괴롭히는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제 작은 마음에 품었던 꿈과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비참하고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거듭 경험하면서 저는 그냥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고통을 생각할 여력도, 견뎌낼 힘도 없기에 저는 오늘 저에게 허락된 에너지를 온전히 오늘을 사는 데에만 집중해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살아낸 오늘과 오늘이 모여 언젠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김잔디 이야기/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논현동에서 서초동까지/온세상의 위로/두 번째 상담/피해진술서를 쓰다/서울시장 비서실의 연락을 받다/공무원 김잔디의 꿈과 서울시장 비서/그날, 2020년 7월 8일/서울지방경찰청에서의 조사/새벽까지 조사받고 귀가/실종, 찌라시, 그리고

2부
만류된 자살, 입원/어두운 터널의 시작/첫 번째 기자회견 피해자 입장문을 쓰다/두 번째 기자회견 피해자 입장문을 쓰다/『김지은입니다』를 읽고/공황 발작, 재입원/비의 자유로움을 탐하다/그리고 하늘의 위로/고마운 분에게는 고마운 마음을/약봉지/동료, 선배님들께/소정방폭포/환경을 바꾸다/여성운동이 10년 후퇴한다 해도/거처를 옮기다

3부
서울특별시장실 이야기/잔인한 생일선물/故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입장문을 쓰다/10월 실명, 소속 공개 고소사건 의견서를 쓰다/김지은 님을 뵙다/우리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간다/‘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발대식 입장문을 쓰다/고스톱의 위로/힘내지 말자/한라산 등반, 성판악 코스-사라오름까지/이낙연 민주당 대표님께/자기학대/회식 사건 1심 결심공판 의견서를 쓰다/고마운 마음을 쓰다/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피해자 의견서를 쓰다/남인순 의원에게 보내는 호소문/우상호 의원님께

4부
카라멜 마끼야또/피해자 말하기 행사/그리고 삶/세상은 변했다/심폐소생술의 딜레마/다시/2021년 4월 13일, 개명 절차를 밟다/가면을 쓴 게임중독자/디지털 포렌식,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기/사랑하는 나의 동생 부부/배낭 메고 부산으로/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나를 되찾는 것/아빠의 부탁

5부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서울시장의 사과/폭식/실명공개 사건 피해자 탄원서를 쓰다/작은 달팽이/이어달리기의 꿈/병원으로 가는 버스/과감하게 점을 찍을 줄 아는 지혜/복귀하는 마음

가족의 목소리
김잔디 어머니 글/김잔디 동생 글

에필로그
인간 박원순을 감히 이해해보려 했습니다

본문중에서

내가 이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것은 단 하나다. 잘못된 일을 잘못이라고 말했을 때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과를 해서 결국 나의 상처가 회복되고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피해자인 나에게도 가해자인 상대방에게도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이 없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의 어떤 잘못의 끝이 피해자의 좌절과 가해자의 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것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후 우리가 힘겹고 아픈 길을 걸어왔기에 결국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이 되었다고 위안하며 더욱 건강한 내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그것이 이루어질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이다 .- 본문 6쪽

가장 황당한 것 중에 하나는 시장님이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회용기에 담겨진 음식들을 일반 식기에 옮겨 담아 차리는 일이다. 가끔은 시장의 ‘심기 보좌’를 위해 말동무가 되어 밥을 같이 먹어야 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도시락 개수가 부족해서 밥을 못 먹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기도 했다. 또 도시락을 차리지 않더라도 중간에 간식으로 5첩 과일상과 떡 등을 드시는 분들의 일정이 저녁 8~9시에 끝나기도 했고, 비서들은 그 시각까지 저녁밥을 못 먹는 것이 당연했다. - 본문 127쪽

그 추운 겨울 시린 손으로 몸으로는 땀을 흘리며 바리바리 장본 것을 들고 시청 정문을 들어오던 순간, 평소 알고 지내던 방호주임님께서 나를 애처로이 여기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셨던 기억이 난다. 시장 가족이 먹을 명절 음식 챙기기가 너무 싫었지만, 명절에 바리바리 싸 보내지 않아서 혹여 문제가 생기면 그것 때문에 출근을 해야 하거나 연락을 받게 될 상황이 더 싫었다. 그래서 더 꼼꼼하고 빠짐없이 과하도록 챙겼다. 이런 일은 설, 추석 명절과 휴가 시기에도 주어졌다. - 본문 130쪽

나는 김지은 님을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한다. 김지은 님이 당당하고 힘차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나의 2년, 3년 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웃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웃을 일도 없었지만 그냥 웃었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픈 기억을 깨끗이 지울 수는 없겠지만 웃음으로 덮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혼자는 웃을 수 없겠지만 함께는 웃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참 다행이다. - 본문 144-145쪽

강인한 마음으로 성형을 알아봤지만, 알아볼수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대책위에서도 반대하셨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님(현 소장님)께서 이러한 현실에 너무 마음 아파하셨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나를 공격하려 해도 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성형수술 의료사고들에 대해 찾아봤다. 수술 중에 마취 사고로 죽는 것이 용기없는 나에게 가장 편한 죽음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 몰래 의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유명해 모두가 피한다는 병원을 예약했다. - 본문 167쪽

더욱이 포렌식을 맡겨 놓은 시간 동안에 나는 더욱 불안했다.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것이 걱정돼서 불안하기보다는 나의 수치스럽고 민망한 부분들,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부분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는 느낌이 들어서 초조하고 긴장됐다.… 내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압박을 느껴가며 여섯 번의 포렌식을 진행할 동안 가해자의 휴대폰은 철저히 봉인되어 있었고, 이제는 유가족에게 인계되어 그 행방조차 묘연하다. - 본문 218-219쪽

이렇게 나는 살려고 작정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살려달라는 뜻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죽고 싶다는 말을 사건 초기부터 했고, 감사하게도 그러한 마음을 표현할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친구, 변호사님, 지원단체, 의사 선생님, 상담 선생님. 씩씩한 척하면서도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많이 했다. 그 덕분에 내가 많은 위기 속에서도 지금 이곳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죽고 싶다고 절규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수 있었다.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 본문 266쪽

딸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합니다. 자기의 모든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우리는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못 지켜주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_- 본문 286쪽, 김잔디 어머니 글 중에서

누나는 새로운 2차 가해가 생길 때마다 너무나 힘들어했다. 그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누나가 ‘이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그게 저들이 바라는 것’일 거라고 말할 때면 정말 더 이상 살아가기를 포기할까 봐 걱정되고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나의 이름이나 사진이 올라오는지 날마다 모니터링하여 커뮤니티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고 사이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누나를 완전하게 지켜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_- 본문 294쪽, 김잔디 동생의 글 중에서

저자소개

김잔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대한민국 서울시 공무원. 3대째 공무원 집안에서 나고 자라서 약간은 원칙주의자. 말 많고 투닥거리며 사는 평범한 가정환경. 가훈은 ‘정직하게 살자.’ 어릴 때부터 잘 웃어서 아빠는 나에게 ‘방글이’라는 애칭을 지어주었다. 몹시 아플 때도 웃어서 꾀병이나 엄살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학창 시절엔 벌서거나 매를 맞아도 웃어서 혼나기도 할 정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 실제로는 썩 착하지 않은데 착하다는 평가에 집착하는 성격. 눈치가 빨라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파악된 상대방 의중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만큼 예민하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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