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사랑의 의미와 한 시대 사랑의 풍속도를 잘 전달해 주는
두 연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서한집.
진솔하고 성찰과 사색이 묻어나는 빛나는 정신의 편린들.

노부부의 20대 시절 애틋한 연서와 남편의 습작 시들을 모아 50년 만에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지구촌 반대편에 있어도 스마트폰 하나로 매일 한 집에 사는 듯한 요즘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절, 작가는 문학인의 감성과 문장력으로 생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남편과 주고받은 편지와 습작 시들을 반세기 만에 정리했다. 서랍장 속에 1968년부터 씌여진 수백 통의 편지에는 언제나 단발머리 소녀를 그리워하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남편의 유작 중 몇 편을 문학지에 출품하여 〈문학예술〉(2021. 봄·여름호)에 남편 고 김병석 씨의 작품이 신인상 수상작으로 실렸다. 〈문학예술〉 신인문학상 제정 이래 최초로 작고한 이의 유작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울산 방어진 바다와 송림을 떠올리며 쓴 편지글과 그 훗날 쓴 몇 편의 편지글들도 하나같이 사랑하는 마음과 사색이 어우러진 글들이다.

50년의 기억, 다시 부르는 못다 한 노래.
사랑의 의미와 한 시대 사랑의 풍속도를 잘 전달해 주는
두 연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서한집.
진솔하고 성찰과 사색이 묻어나는 빛나는 정신의 편린들.

남편을 보내고 15년. 처음 만났던 날을 꼽아보니 50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20살에 남편 김병석을 만나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장을 노후에 책으로 엮는 작업을 시작하며 나는 다시 새하얀 배꽃이 피는 봄을 맞이했다. 수많은 이야기가 묻혀있던 그 과수원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내가슴 속엔 분분히 흩어져 내리던 새하얀 배꽃의 향기와 함께 수많은 그의 아름다운 밀어들이 가슴가득 흩날린다.

이충호(소설가, 전 울산예총 회장)
역사적으로 볼 때 편지는 문학의 중요한 형태 중에 하나였다. 고 김병석 선생님과 천이화 선생이 주고받은 편지 글은 내용의 깊이나 절절함, 그리고 격식적인 면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대변할 정도로 그 시대의 정서와 사회적 배경,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들이 잘 나타나 있다. 한 자 한 자 매우 진지하고 성실하게 써내려간 글에서 두 분의 삶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와서 그를 향하는 마음이 절절하던 밤과 아침을 맞는 그 순간들의 생각을 기록한 글들도 즐거운 사색과 희망으로 영글어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이다. 고백적이며 호소력이 있다.

-사람에게 사랑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사랑의 감정만큼 순수한 것은 없다. 사랑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을 키워가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키워가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삶에서 축복이다. 세월은 흘러갔지만 그 추억은 기억 속에서 시들지 않을 것이다. 봄이면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삶과 함께 할 것이다. 두 분의 글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잘 접어서 간직해 두었던 한 시대의 정서와 사진첩을 복원해 내듯 전해주듯 생생한 글에서 그 시대의 정서와 사회적 풍영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글의 소중함을 더해 준다. 참 사랑은 영원할 것이다. 진실로 엮어진 두 분의 글들은 세월이 지나도 지지 않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게 될 것이다.

１부. 배꽃의 미소
배꽃의 미소
봄마중
석의 생일
화, 부모님의 희망
아버님을 여의고
상면을 꿈꾸며
행복한 요람
새로운 시간, 25시
봄의 엘레지
재훈련 가는 당신에게
솔베이지의 노래
섬진강을 끼고
봄이 지는 길목
섬진강,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나의 소라언덕
웃는 그대, 화야
다시 부산으로
그리운 마음
내게 힘이 되는 그대

2부.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온 편지를 정리하며
과수원 일을 끝내고
그리운 사람에게
동생들의 동무가 되어주기를
화야의 친구
포도나무 아래에서
비오는 날의 딸기주
부서지는 은파속에
잊지못할 노랫소리
아프지 말아요
길동무
파란펜의 방어진 이야기
사공의 노래
서편 하늘
모래위에 새긴 그리움
무지개를 놓친 소년마냥
닿지못한 편지
낙엽진 과수원
수채화 같은 석남사

3부. 석축에 핀 꽃
밤의 숙성
가을밤의 신비
마음의 강
역류
별의 생리
첫사랑
석축에 핀 꽃
봄을 보내며
언약
새벽
비는 오는데

4부. 일기로 전하는 편지 -병석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
짧은 25시
혼자 앉아서
그리운 방어진
기다리는 마음
나란히 찍은 사진
바람이 몰고온 가을
기다린다는 것은
편지를 가슴에 안고
어머니의 마음
가을을 달리는 열차
아버지 산소
기다리는 편지습관
개껍데기
옛날 이야기
다시 태양은 떠오른다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자존심
판단력
눈에 보이는 작은 것
욕심
그리운 손길
크리스마스 이브

5부. 일기로 전하는 편지- 이화
무소구에서
창가에 앉아
믿음
당신을 따르리라고
망설여지는 마음
바다에 새긴 글
화야의 다짐
선명해지는 현실
그를 위해 존재하는 나
머무는 동안 후회없이
거울 속 웃는 얼굴
조용한 일상
갈피를 못잡고
고마운 이모
좀 더 가까이
비뚤어지려는 마음
겁쟁이
가족들의 걱정
잘 할 수 있을까
좋은 결과를 기다리며
파란 노트에 마침표를 찍으며

방어진 등대 근처에다 아담하게 작은 집을 짓고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 조약돌을 밟고 서서 밀려드는 포말을 보며, 낮에는 하늘을 온통 덮은 그 푸른 소나무 아래에 등의자를 내다 놓고 책을 읽으며, 뱃고동 소리 귓가에 여무는 밤이면 베갯머리 나란히 밤새워 이야기할 사람이 내게도 있다면, 내 생애의 25시를 모두 모아 그날을 설계해 보리라는 과분한 생각도 해 봅니다. 오후 6시 10분, 가까운 숲속에서 뻐꾸기가 울고 있군요. 또 오늘 밤을 어떻게 뒤척이다가 잠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돛단배 두 척이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눈부신 햇살이 산 너머로 비스듬히 걸치고 있는 섬진강의 풍경이 아름답군요. 오늘도 또 이만 줄이렵니다. 내내... 안녕. -P49,「섬진강,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중에서

마른 풀이며 볏겨로 모깃불을 피우는 밤, 유난히 곱고 신비로운 은하수가 쏟아질 듯 흐르고, 하나 둘 별 헤는 베갯머리에선 풀벌레 울음소리가 솔베이지의 애틋한 사랑을 속삭여 주는 듯한 감미로운 고향의 밤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불현듯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수줍은 연인들이 하늘의 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한 어떤 사람의 글이 생각납니다. -P67,「그리운 사람에게」중에서

당신을 싣고 떠나가 버린 그 정류장에서 한동안 무지개를 놓쳐버린 소년마냥 짙은 허무함과 서러움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만난다는 것과 헤어진다는 것은 항상 상대적인 것으로 순회하는 것인데 그것들이 안겨다 주는 의미와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아름다운 꿈속에서 선잠을 깨고 났을 때처럼 뚜렷한 것 같으면서도 희미한 기억, 꼭 그런 상태였습니다. -p95,「무지개를 놓친 소년마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