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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영원한 테마다. 처음은 번개처럼 언제나 강력하다. 두 번째 사랑부터는 첫사랑의 완결편을 찾아 해매는 여정이지 않을 까한다. 한국의 작가 66인이 모여 첫사랑을 털어놓고 있다. 설렘부터 그리움과 기다림, 미국의 러브스토리와 노트북처럼 이루어진 사랑과 죽음까지 잔잔하면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1장 달콤한 절망 첫사랑
번갯불에 콩 굽기 이광복 14
나의 첫사랑 ‘팡샹[芳香]’김호운 18
열여섯의 설렘과 두근거림 지연희 24
첫+사랑 최원현 29
저별과 달은 권남희 33
만나지 말 걸 그랬어 전수림 36
양말 두 켤레 유영희 42
바람만바람만 김종란 46
동화 최명선 51
2장 소나기는 내리지않았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그곳에는 송복련 58
그 꽃봉오리들은 모두 어디에서 꽃을 피웠을까 허해순 61

첫사랑을 분리수거하다 이춘자 66
베보자기 임금희 69
뒤늦은 고백 전경미 73
멍석 위에 뜬 별 김무웅 77
백목련이 질 때면박민재 82
목성 소년 김선자
봄 햇살 아래 꽃씨 이채연 93
3장 눈빛에 반하다
그림자 사랑 박원명화 97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 효재 문장옥 104
첫사랑을 찾아 타임머신을 돌려볼까? 강민숙 109
첫사랑은 첫눈 같은 것 조은해 115
나는 그를 많이 기다렸다한연희 119
눈빛에 반하다 박현명 123
촌닭 반화자 127
그 애는 지금 어디에 신종원 131
4장 첫사랑 태엽을 감다
어느 여고생과의 인연 김한섭 137
시간의 태엽을 감다김순자 141
분홍설렘 신소연 146
다시 만난 나의 첫사랑 허광호 151
파게 김무곤 156
첫사랑의 페르소나 유문희 161
AI와 사랑을 박경서 165
필름의 추억 권옥희 171
5장 내남자의 첫사랑
내 남자의 첫사랑 김성숙 177
책 전미란 181
초가지붕에 얽힌 첫사랑 허열웅 186
우린 사랑하고 있을까 김영곤 191
나만의 비밀로 묻어두고 싶다전효택 195
두부 김진희 200
행복했던 기억의 힘정화자 203
잔 별 유승연 208
6장 첫 키스의 날카로움
때늦은 고백 조순영 214
풍경을 사랑했네 조귀순 219
첫사랑은……윤정희 223
사랑, 발바닥에 쓰다 김단혜 227
나이든 사랑 장순희 231
첫사랑을 위하여 이동석 233
을(乙)이라서 최효정 238
싸그락 싸그락 신삼숙 242
7장 첫 끝사랑
첫사랑만 50년 백승국 249
첫사랑과 끝 사랑 이현숙 252
칸나는 아직 피고 있겠지요 강향숙 256
그대와 나의 시작은 어디 쯤이었을까? 노상비 262
지독한 그리움의 끝 한만희 268
피앙세 루비, 緣에 걸리다 전선재 273
아내에게 주고 싶은 노래 고응남 279
길거리 캐스팅 김윤정 283
8장 첫사랑의 얼굴
수필, 첫사랑 권봄 290
처음사랑 정찬경 294
사랑의 영속성 김화순 298
첫사랑을 품다 조경숙 303
별빛 길 함정은 309
70번 버스 박용주 312
설레임, 첫 방송 김태희 317

첫사랑은 언제나 옳아요
터키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은 2008년 자전적 소설 《순수박물관》을 출간했습니다. 주인공 케말은 단 44일 동안 사랑을 나눈 여자 퓌순을 평생동안 사랑하면서 그녀와 관련된 물건을 모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고 책으로 쓴다는 내용입니다. 오르한 파묵은 이스탄불에 실제로 순수박물관을 지었습니다. 소설속 주인공이 입었던 원피스부터 퓌순이 피운 4,213개의 담배꽁초에 번호를 붙여 벽을 장식했습니다. 2013년 (사) 한국수필가협회에서 이곳을 방문하고자 했을 때 여행사에서 의아하게 생각했지요. 가이드는 그곳을 찾는 한국인들은 처음이라면서 골목길을 가는 내내, 낡은 의자와 오래된 풍경을 멋지다고 사진으로 찍어대는 한국작가들을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세상은 극장입니다. 세상은 옛날부터 지구촌을 떠도는 온갖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상영해왔지만 관객이 없어도 극장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초단위로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초연결상태로 사연들은 떠돌아다닙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많은 영화를 상영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꼭 첫사랑 영화를 상영합니다.

순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서른이 되어도 마흔을 넘어도 칠십이 되어도 백살을 맞이해도 오로지 한 가지 영화는 상영합니다. 첫사랑 영화관에서 ‘첫사랑’을 보면서 스스로를 가둡니다.
〈위대한 개츠비〉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첫사랑으로 인해 기꺼이 죽어버리는 일을 당하는 장면에서 소름돋는 감동을 느낍니다.

우리들 가슴속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한 사람을 위한 영화를 바칩니다. 그 사람은 오지 않아도, 만날 수 없어도, 죽음까지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입니다.
마침내 사라진 젊음의 그날도, 머리카락 한 올, 마지막 한 숨까지도 서로에게 바치고싶어 애를 태웁니다.
첫사랑 극장에서는 언제라도 ‘나만의 첫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나이를 초월 한 그곳에서는 첫사랑만 이루어집니다.
시간이 쌓인 첫사랑의 프리즘은 세상 곳곳에서 많은 얼굴들로 비추어집니다.
고흐가 이루지 못한 사랑도, 피카소의 연인도, 왕의 여인도, 재벌의 연인도 카페에서 촛농탑으로 흐르다 쌓이고 폭포의 얼음 벽으로 세워진 모습입니다.
천년 나무의 모습처럼 가지를 뻗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이 모르는 어딘가로 가 닿아 있겠지요.
당신의 인생은 불멸성을 획득한 첫사랑 상영관입니다.
2021년 12월 16일
권남희 수필가. 리더스에세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