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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 밑바닥 약물중독자였던 뇌 과학자가 밝히는 중독의 모든 것

원제 : Never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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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독에 빠지는 심리부터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까지
밑바닥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밝히는 중독에 관한 모든 것

20년 넘게 각종 약물에 취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쓴 책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은 주디스 그리셀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다. 그는 열세 살 때 알코올을 시작으로 각종 약물에 취해 살았던 자신의 경험과 그 뒤 과학자가 되어 발견한 것들을 이 책에서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놓는다. 중독자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치밀하게 탐구한 과학서인 이 책은 누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약물에 빠지는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뿐 아니라 뇌의 작용에는 여전히 수수께끼가 많음을 알려준다. 이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약물이 풍족한 지금, 사람들이 중독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방법들을 제안한다.

출판사 서평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중독에서 자유로운 뇌는 없다”

중독에 빠지는 심리부터 중독에 관한 신경과학적 원리까지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밝힌 중독에 관한 모든 것

첫 음주가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면, 처음 시도했던 마약은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알코올은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었지만 대마는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코카인은 ‘핫’하게, 메스암페타민은 신나게, LSD는 흥미롭게 내 삶을 바꾸어주었다. 이 모든 약물 마술의 대가로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나 자신을 팔아넘겼다.(16~17쪽)

전 세계적으로 중독은 15세 이상 인구 5명당 1명이 겪으며, 매년 중독 치료와 예방에 드는 비용은 에이즈의 5배, 암의 2배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사망자 수의 약 4분의 1이 과도한 약물사용으로 목숨을 잃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약물중독사망자가 2019년 대비 약 29.4% 늘어났다고 한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중독으로 찰나의 기쁨을 맛보는 한편 끝나지 않는 고통을 겪는다.
사람들은 흔히 중독이 나약한 성격 탓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약해서 인내하고 절제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결론은 예전에는 타당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뇌 과학의 시대가 도래한 후 가설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제 중독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정신력·성격·개인 차원의 책임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독자들은 생물학적 이상의 피해자일 뿐이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셀은 이 책에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로는 중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모든 강박적 사용의 기저에는 뇌 기능의 일반적인 원리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질까?’ ‘중독의 생물학적 원인은 무엇일까?’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 ‘우리는 중독을 해결할 수 있을까?’ 등 중독에 관한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신경과학·생물학·정신의학·약리학의 최신 발견과 지식을 근거로 명료하게 풀어나간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어느 때보다도 약물이 풍족한 지금, 사람들이 중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개인적·사회적 방법들을 제안한다.

이 책은 내가 지난 20여 년간 중독의 신경과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요약해둔 것이다. 비록 내가 미국 국립 보건원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마약단속국DEA의 규제약물 사용 면허를 소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유감스러운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약에 손을 대기도 전부터 갖고 있는 차이와 중독성 약물들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작용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약물중독자와 가까운 사람들과 중독자의 보호자들, 그리고 공공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어쩌면 직접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약물 따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법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7~8쪽)

이 책은 저자가 약물 중독자에서 중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신경과학자가 되기까지를 소개하는 서문 이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과 2장에서는 뇌의 어떠한 특성 때문에 중독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3장부터 9장까지는 약물의 각 종류별 작용 기제를 다루며 이와 관련된 자신의 일화와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0장과 11장에서는 중독에 빠지기 쉬운 요인들을 제시하고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소개한다.

알코올, 커피, 대마부터 아편, 코카인, LSD까지
올라운드 약물중독자였던 뇌 과학자가 전하는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비극적인 중독의 세계

이 책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약물에 관한 묘사가 가득하다. 저자의 압도적인 경험담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약물의 효과를 간접경험하다 보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 약물과 중독에 대한 찌릿한 공포감이 뒷목을 타고 올라온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이에 대해 “책으로 공부한 사람은 하수, 관찰해서 익힌 사람은 중수,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고수다. (…) 지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이가 안내하는 그곳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함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열세 살에 처음으로 술을 마신 후, 그리셀은 “이브가 사과를 맛본 뒤 느꼈을 법한 기분”과 함께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자유를 맛보았다. 처음 느껴보는 안도감은 그리셀에게 거대한 위안이자 정신적 해독제가 되어주었다. 그는 알코올을 시작으로 다른 다양한 약물들에 열정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단조롭고 지루한 삶에 약물들이 주는 변화는 어떤 것이든 극적인 발전처럼 여겨졌다. 그는 알코올, 대마, 코카인, 메스암페티만, LSD 등 중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안 모든 약물을 열렬히 사랑했고, 바닥에 이르기까지 몰두했다.

코카인은 내가 미처 그 존재를 느끼기도 전에 내 미각과 청각을 강타했다. 혀 뒤에서 신기하게 톡 쏘는 맛이 느껴지고 귀에서는 화재경보기 같은 소리가 울려댔다. 그러고는 느껴졌다! 따뜻한 희열의 파도가 코로 흡입할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다가왔다. 몸과 뇌가 점차 따뜻해지고 축축하게 젖어들어 즐거워했으며, 나는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함을 느꼈다. 허풍이 아니라, 몇 분 뒤에는 급기야 내 차례를 건너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주사기를 담당하기까지 이르렀다. 조금 더 뒤의 일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코카인을 하는 습관은 밑바닥을 경험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21쪽)

그리셀은 집도, 직업도 없이 호시탐탐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기회를 엿보며, 그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대가도 기꺼이 지불했다. 연방 요원에게 쫓기고, 친구가 죽고, 학교와 집에서 쫓겨나고,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등 수많은 비극에 시달렸음에도 그는 약을 끊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셀은 거울 속에서 비친 자신의 눈에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마주한다. 그것은 자신이 여태껏 시달려왔던 공허보다도 훨씬 더 비참한 것이었다. 그는 곧장 대마를 피우기 위해 돌아섰지만 그날의 소름끼치던 기분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는 그때를 자신의 ‘밑바닥’을 본 때라고 회상한다. 그 후 그리셀은 일련의 환경적 요인들 덕분에 약에 취하지 않은 맑은 상태를 경험한다. 그리고 타락과 갱생의 갈림길 앞에 선다. 약을 끊는 대가가 너무나 커보였지만 기나긴 고민 끝에 그는 약물 없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중독에 관해 연구하며 그는 중독이 생물학적 문제임을 알고 자신의 중독을 치료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시점에서 나는 벌써 세 군데나 되는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행동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독 행동의 신경생물학, 화학, 유전학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누군가의 눈에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비칠 정도의 의지력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같은 성과는 자신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으며 그 밖의 모든 희생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대부분 중독자의 눈에는 별로 특별해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치료센터에서 시작된 1년간의 극적인 변화를 포함하여 대학을 졸업하는 데 총 7년이 걸렸으며, 그 뒤로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7년이 더 소요되었다.(7쪽)

뇌는 어떻게 중독에 빠지는가
뇌가 사랑한 최고의 미식, 중독에 관한 최초의 신경과학적 접근

저자는 이 책에서 중독을 ‘뇌가 사랑하는 최고의 미식’이라 표현하며, 뇌가 어떻게 중독성 물질에 반응하는지 쾌락과 관련 있는 중추신경계의 발견(44쪽)을 통해 설명한다.
1950년 캐나다의 두 연구자는 쥐의 뇌에서 쾌락 영역을 발견하고 이를 ‘보상 중추’라고 이름 붙였다. 후속 실험에서 쥐에게 자신의 보상 중추에 자극을 가하는 막대를 누를 수 있게 해주자 쥐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막대만 눌러댔다. 배가 고파도 음식을 거들떠보지 않았고, 짝짓기에도 무관심했다. 어떤 경우에는 뇌 영역 자극에만 집중한 나머지 굶주림과 수면으로 죽는 결과까지 발생했다.(45~46쪽) 약물중독과의 유사성은 한눈에도 명백했는데, 이후 수십 년간 쏟아진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가한 전기 자극이 측좌핵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했음이 밝혀졌다. 이후 수많은 연구가 측좌핵에서 중독성 물질들(초콜릿과 핫소스 포함)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이 해당 물질이 야기하는 쾌락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번 중독에 빠지면 왜 벗어나기 힘든 걸까?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독성 약물이 가진 세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첫째, 모든 약물은 신체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신경활동의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식으로만 작용하며, 둘째,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독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셋째 법칙은 뇌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물에 대해 그 효과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성과 의존, 금단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예시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커피를 들이키지 않으면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다. 뇌가 매일 아침 휘몰아치는 카페인에 적응하여 본래 새로운 날을 맞이하던 자연스러운 각성 작용을 억누르기 때문이다.(56쪽) 도파민의 분비와 이를 상쇄하는 뇌의 작용은 상습적 약물사용자에게 약을 사용하는 원동력이자 골칫거리가 된다. 도파민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약물을 갈망하게 되지만 같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변화의 폭이 점차 작아지기 때문에 약물에 노출되어도 이전처럼 변화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는 언제나 약물이 내는 효과와 정반대의 상태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정상 상태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약을 하는 것뿐이다. 고양감은 점차 그 지속시간이 짧아지며, 그에 따라 약물사용의 목적은 오로지 금단증상을 피하는 것이 된다.(57쪽)

여기에 더불어 뇌의 학습능력이 관여한다. 뇌는 자극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너무나도 잘 조직화된 나머지, 같은 자극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특출난 학습 기술을 발휘해 변화를 예상하고 미처 약물을 하기 전에 약이 일으킬 효과를 약화시키려 한다. 여기에는 환경적·시간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바에서 같은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고 하자. 그러면 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마실 때 알코올이 발휘하는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금요일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미리 일어난 상쇄효과로 인해 갈망과 금단증상으로 인해 긴장과 짜증을 느끼게 된다.(76~78쪽)

강렬하고 다채롭고 짜릿하고 위험하게,
중독 물질은 어떻게 뇌를 잠식하는가

1. 중독성 약물의 대표주자, 대마
이 책에서 그리셀은 “술이 대형 망치, 일명 오함마이고 코카인이 레이저라고 한다면 대마는 한 통의 새빨간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묘사한다.(88쪽) 약의 효과가 섬세하고 특정적이기 보다는 변화무쌍하고 광역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은 뇌 영역에 제한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약물들과 달리 대마의 유효성분인 THC는 뇌의 전반에 걸쳐 작용하며 일부 영역에서는 해당 부위에 속한 모든 시냅스에 빠짐없이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평소라면 일반적인 장면과 소리, 맛, 생각이 THC의 기제로 인해 터무니없이 대단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내가 대마와 사랑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한번은 라이스로니가 기절할 정도로 맛있어서 이게 어떻게 식료품점 선반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적어도 일주일쯤 배낭여행으로 시달리지 않고서야 도저히 그걸 맛있다고 느끼지 않겠지만 체내의 모든 시냅스들이 중요한 자극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는 맛보는 모든 음식이 특출나게 느껴지고, 모든 음악이 이 세상의 수준을 뛰어넘으며, 온갖 발상에 마음이 벌렁거리게 된다. 특히 단조로운 삶을 죽을 만큼 두려워 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얼마나 훌륭한 치료법인가!(96쪽)

2. 꿈과 현실을 오가는 지옥의 흔들다리, 아편
아편이라고 하면 아주 먼 약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모든 마약성진통제가 아편계 약물의 총칭이다. 여전히 아편계 약물로 인한 비극이 전 세계에서 매일 수천 건씩 발생하며,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일생에 한 번은 아편을 사용한다. 아편은 관련 사망자 수 급증과 더불어 히스 레저, 프린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의 약물사용 사례로 주목 받았다. 아편의 내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해서 무시무시한 금단증상으로 악명 높으며, 이러한 특성은 중독자들이 아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아편에 대한 내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중독자는 약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치명적일 양인 정량 대비 150배 이상의 고용량을 투약할 수도 있으며, 그러고도 약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겨우 ‘정상’이라고 느낀다. 동물실험 연구에서는 완전히 내성이 생긴 동물이 모르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본래 민감성의 절반 수준을 되찾고 약효를 느끼게 되는 데만도 거의 6일간의 ‘휴약기’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절반 수준으로 느껴지는 약효가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줄턱이 없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123쪽)

3. 가장 단순하고 가장 파괴적인, 인류의 영원한 친구, 알코올
알코올은 가장 일반적이고 익숙한 약물일 것이다. 인류는 적어도 1만 년 전부터 직접 술을 만들어 마셨으며, 일부 시대에는 천연 알코올음료가 의식의 일부로 사용되기도 했다. 알코올은 일차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활동을 저해하여 뇌 전역의 신경활동을 둔화하며, 이로써 인지·정서·기억·운동에서 광역적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알코올사용은 과다복용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가정폭력, 기타 여러 형태의 폭력사건에도 크게 기여하지만 알코올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주류 업계는 계속해서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

알코올이 신경에 작용하는 방식은 마치 오함마와 같다. 알코올은 뇌 전반에 걸쳐 수많은 표적에 작용함으로써 사실상 신경기능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술 한두 잔은 사람이 덜 예민해지도록 도와주며, 불안이 감소하면서 긴장도 풀어진다. 하지만 그 이상 넘어가게 되면 피질의 관리감독 기능이 정지되고 피질하의 ‘정서’ 영역들이 평상시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져 억제 능력을 잃게 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적 기준치에 다다르면 행동이 나른해지고 언어 및 신체 협응능력이 손상된다. 거기서 더 마실 경우에는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149~150쪽)

4. 대중화된 처방 약물, 진정제
수면진정제는 1955년에 출시된 뒤 2년 만에 전체 처방약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다. 초기에는 이러한 약들에 중독성이 없다고 여겨졌지만, 곧 내성과 갈망으로 인한 금단증상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정제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이 중독성 강한 약물들의 사용량이 증가한 상태다. 저자는 심각한 문제들에도 사람들이 진정제 계통 약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제 우리는 불면증이나 불안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약물과 달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 말이다.

진정제 계통 약물을 사용하며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내 감정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점이었다. 내가 깊이 가라앉았던 시기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는 장례식에 불려갔다. (…) 나는 퀘일루드에 절어 완전히 멍한 상태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 나는 표정을 ‘바로잡고’ 상황에 맞게 ‘똑바로 행동’ 하려 노력하면서(당시에는 술기운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최대의 과제였다) 추모객들을 흉내 내어 눈, 코, 입 근육을 각각 그들의 얼굴 근육과 비슷하게 조정함으로써 어떻게든 적절한 표정을 지어내려 애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치료를 받고 수 년 만에 약을 끊은 다음에야 나는 비로소 진정으로 애도할 기회를 얻었고 이틀 내내 홀로 흐느껴 울었다.(169~170쪽)

5. 오늘만 사는 이들을 위한 에너지 대출, 각성제
활동을 증가시키는 각성제는 가장 대중적인 향정신성 약물이자 여러모로 손에 쉽게 넣을 수 있는 약물이다. 중독성 여부를 두고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나, 카페인은 그중에서도 단연 대중적이다. 정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약간의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의존과 갈망이 높은 확률로 발생하지만 해롭다고 여겨지지는 않으므로 중독의 핵심 기준 중 하나인 위해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향정신성 약물과 달리 거의 모든 곳에서 합법인 데다 별다른 규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페인 이외에 잘 알려진 각성제로는 니코틴과 코카인이 있다. 도파민이 시냅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여주는 코카인의 효과는 다른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강력해서 몰락으로 가는 폭주기관차라고 불리곤 한다.

우리 집은 내가 가끔 여행 가방에 챙길 정도로 특별한 그라인더를 비롯해 커피를 내리는 기계와 특별한 필터, 심지어 특정한 컵까지 갖가지 커피 용품들로 가득하다. 내 ‘밑바닥’이 처음 드러난 것은 사막에서 캠핑을 할 때였다. 물은 충분히 있었는데, 버너가 망가질 줄은 꿈에도 예상 못했다. 차가운 리프라이드빈이나 오트밀을 먹는 것은 괜찮았지만 커피가 없는 것은 어찌 한단 말인가? 결국 나는 품위를 잃고 말았다. 커피를 마시지 못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아침, 나는 이럴 바에야 커피 가루라도 먹자고 결심하고는 한 숟가락을 듬뿍 퍼서 컥컥거리며 삼켰다. 맛이 좋지 않았고 이를 앙다물고 내보이는 미소가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15분이 지나자 기분이 나아졌다.LSD를 통한 환각 여행은 심리사회적 발달 과정의 결정적 시기
에 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어찌나 마음이 편해지던지!(195~196쪽)

6. 예측불가능한 신비로운 세계로의 초대, 사이키델릭 환각제
실로시빈, 메스칼린, DMT 등 사이키델릭 천연 화합물은 수천 년간 토착민들이 신성한 의식에 사용되었다. 반면 1938년 알버트 호프만이 우연히 만들어낸 LSD는 합성 화합물이다. 호프만은 LSD가 천연 화합물들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LSD를 발견한 후 계속해서 소량 복용하며 ‘보다 심오하고 포괄적인 현실에 대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LSD의 ‘성스러운’ 가치를 널리 알렸다. 그는 강렬한 감정과 신비로운 깨달음을 주는 환각체험을 가능케 하는 LSD를 ‘영혼의 치료제’라고 칭했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인 망상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자유로워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뒤로 나는 이 세상 생명체 하나하나의 내면 및 그를 에워싼 주변부, 그리고 그 모두를 관통하는 무한하고 놀라운 에너지의 존재를 더욱 잘 인식하게 되었다. 비록 환각을 경험하던 때만큼 강렬하게 불러일으킬 수는 없지만 이같은 느낌은 계속해서 내 안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토록 오랜 시간 지속되는 후광 때문에라도 사이키델릭이 어디까지나 깨달음의 길로 향하게 해주는 보조 수단일 뿐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던 사람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은 마치 달을 가가리키는 손가락을 두고 달이라고 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238~239쪽)

나는 왜 중독에 빠진 걸까?
생물학적 기질부터 외부 환경까지, 신경과학자가 밝히는 중독의 원인

저자는 30여 년간 중독의 신경과학을 연구한 끝에,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네 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로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생물학적 기질, 약물에 대한 노출,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 접촉 경험, 그리고 촉발성 환경이다. 그리셀은 중독에 빠지는 데 이 모두를 충족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어느 것이든 역치에 도달하고 나면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떤 중독성 약물이든 노출의 정도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누구에게도 내성, 의존, 갈망이라는 중독의 3대 특징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기질이 아주 두드러지거나 청소년기에 약을 시작하거나 특정한 위험 요인이 존재할 경우에는 그보다 더 적은 노출로도 중독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287쪽)

어떻게 중독에 생물학적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로 중독자와 공통되는 DNA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 또한 중독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형제자매들은 DNA의 50퍼센트가 겹치는 반면 일란성 쌍둥이는 모두 같은데, 일란성 쌍둥이는 어느 한쪽이 중독에 빠지면 다른 한쪽도 유사한 경험을 할 확률이 일반 형제자매에 비해 두 배 더 높다. 둘째로 중독 환자의 생물학적 자녀가 태어난 직후 중독 가족력이 없는 집으로 입양될 경우, 생물학적인 위험 요인을 제외하고는 남들보다 특별히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독의 위험성이 높다.(288쪽)

이 책에서 소개한 바에 따르면 중독은 수십 가지 위험성 염기서열에 의한 선천적인 성향과 그 이상 가는 후성유전의 흔적이 어우러져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신경생물학적인 개인차가 절제하는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 활동이나 중변연계 도파민의 선천적 차이가 다른 요인들과 더해지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타고난 성향이나 경험, 혹은 둘의 총체적 영향으로 약물이 주는 매력을 남들보다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305쪽)
저자는 과학이 중독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내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러 요인들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서로에게도 영향을 주어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상호작용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312쪽) 따라서 중독에 빠지는 길은 중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며, 우리는 누가 중독에 빠지고, 누가 중독에 빠지지 않을지 결코 단언할 수 없다.

어떠한 문제를 가까이에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가설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좋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니 나는 중독을 결정짓는 ‘유전자’란 세상에 없으며, ‘정신이 나약해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12쪽)

“중독의 반대는 단순히 약물에 취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다”

이 모든 경험과 지식, 통찰을 바탕으로 저자는 신경과학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독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중독은 해결되어야 하기에, 일부에서는 약물남용 재범에게 과다복용 해독제를 주지 않거나 뇌 심부자극을 사용하는 등 중독자들의 선택에 제약을 거는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방법에는 현실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가 따른다. 이 중재법들을 언제, 누구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중독일 때 써야할지 결정하기가 까다로울뿐더러 타인의 행위를 임의로 제한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실수를 할지언정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셀은 궁극적인 회복의 길이 다름 아닌 자유에 있다고 말한다. 의료적 중재법으로 개입하여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지와 다양한 대안을 제공할 때 비로소 중독자들이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셀은 자신이 중독에 빠져 있을 때, 그를 변화시킨 것이 인간적인 사랑과 타인의 연결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자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합리화와 정당화로 무장되어 있던 외로운 마음을 비틀어 활짝 열었다고 말이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밀접하고 영향력이 큰 것이 바로 타인과의 연결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리셀은 물음을 던진다. 우리가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의학적 치료나 외부의 해결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중독의 반대는 단순히 약물에 취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는, 경험해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진심어린 조언이다.

추천사

오후(《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저자)
현대인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마약을 한 사람과 할 사람. 중독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약을 안 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이 책은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유익한데 재밌기까지 하다. 전직 약쟁이 출신의 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마약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가 있겠냐고.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Drop the Beat !”를 외치는 파격이라고나 할까. ‘내가 해봐서 아는데’도 막강한데 ‘내가 배워서 아는데’도 추가됐다. 경험담으로 시작해 각 약물이 뇌에 반응하는 과정을 살핀 후 도달하는 결론에 이르면, 그 결론이 설령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라고 해도 그것은 이미 이 세상 Hip이 아니다. 만약 이 책이 흥미롭지 않다면 안타깝게도 이제 당신에게 남은 즐거움은 약물밖에 없지 않나 싶다.

하지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의 탄생》 저자)
책으로 공부한 사람은 하수, 관찰해서 익힌 사람은 중수,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고수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는 것이 최고지만 그래야 한다고 쉽게 말 못 하는 것이 바로 ‘중독’이다. 이 책은 13세에 술로 시작해 20대 초반까지 온갖 약물에 푹 절여졌던 저자가 그 늪에서 빠져나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쓴 것이다. “술이 오함마이고 코카인이 레이저라면 대마는 한 통의 새빨간 페인트”라는 등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쓸 수 없을 표현이 가득하다. 책 전체에 중독자에 대한 공감과 엄정한 과학적 사실이 함께 한다. 지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이가 안내하는 그곳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함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진짜’다.

폴 H. 얼리(미국 중독의학회 특별 연구원 겸 회장 의학박사)
주디스 그리셀은 신경과학자이자 오랜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으로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고통스러운 과거의 일화들을 나열하며 각각의 경험을 중독의 신경생물학이라는 자연 과학과 결부시킨다. 이러한 특성이 인간에 대한 가장 복잡한 수수께끼를 들여다보는 독자의 이목을 끈다. 중독 이면에 자리한 과학이 중독의 비애와 심오함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앞으로 펼쳐질 격렬한 승차감에 대비하시라.

마르타 J. 파라(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신경과학 & 사회 센터 소장 , 박사)
그리셀은 중독을 이겨낸 신경과학자이자 글 솜씨가 뛰어난 작가다. 약물 중독을 이보다 잘 이해시켜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책은 양질의 정보와 감동을 다 잡았다. 독자들은 명쾌한 과학적 설명과 약물 중독이 가져온 개인적·사회적 타격에 대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J. 에반스(UCLA 하토스 신경약리학 센터 소장 , 박사)
중독의 정서적인 견해와 과학적인 시각을 하나로 결합시킨 책이라니 그야말로 귀하다. 《중독의 뇌 과학》은 특히 긍정적이고 배려가 담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약물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온 주디스 그리셀 자신만의 경험담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커커스 리뷰>
약물이 주는 쾌락을 좇느라 불안정하기만 했던 20대 초반의 그리셀 이야기는 참으로 애달프다. 그의 경험담과 담배 및 카페인을 비롯한 중독의 과학적 원리가 명료하고도 풍부하게 담겨 있는 한편 뇌의 작용에는 아직도 미지의 수수께끼가 많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누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약물에 빠지는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만성중독자에서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기까지│중독의 나락에 입장하다│이 모든 자유의
끝│모든 회복은 밑바닥에서 시작된다

1. 뇌가 사랑한 최고의 미식
뇌는 어떻게 중독에 빠지는가│쾌락의 중추, 중변연계 도파민│진화를 뛰어넘는 남용약물의 잠재력
│중독성 약물을 규정하는 세 가지 법칙

2. 지나치게 뛰어난 학습 능력: 신경적응
뇌는 기쁨과 슬픔을 모두 상쇄한다│첫 잔과 첫 개비가 가장 맛있는 이유│금단과 갈망을 만드는 뇌
의 학습 능력│중독에서 자유로운 뇌는 없다

3. 중독성 약물의 대표 주자: 대마
내겐 너무 완벽한 대마│모든 시냅스를 춤추게 하는 대마의 놀라운 장악력│강렬하고 다채로운 대마
의 이면, 무동기증후군

4. 꿈과 현실을 오가는 지옥의 흔들다리: 아편
지독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아편 없는 삶이라면 차라리 죽음을│‘꿈결 같은 시간’은 어떻게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가│통증 민감성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환경 단서│중독은 맥락에 의존한다│약물로
얻은 쾌락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5. 가장 단순하고 가장 파괴적인, 인류의 영원한 친구: 알코올
축배 없이 최고의 순간을 기념할 수는 없을까│당근과 채찍으로도 멈출 수 없다│알코올은 어떻게
영혼의 구멍을 채우는가│술의 유쾌한 효과와 불쾌한 효과│주류업계가 음주를 부추기는 법

6. 대중화된 처방약물: 진정제
안전하고 무탈하다는 착각│마릴린 먼로와 지미 헨드릭스, 마이클 잭슨의 사인│수면진정제는 불면
과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

7. 오늘만 사는 이들을 위한 에너지 대출: 각성제
활동적인 기분을 누가 싫어해?│전 세계가 사랑하는 향정신성 약물, 카페인│금연은 왜 죽기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까│코카인, 몰락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코막힘 약에서 마약계의 블랙리스트로│엑
스터시는 어떻게 영구적인 뇌손상을 일으키는가

8. 예측 불가능한 신비로운 세계로의 초대: 사이키델릭 환각제
LSD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나쁜 환각도 긍정적 경험으로 만드는 사이키델릭│사이키델릭이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불안과 우울을 치료할 새로운 가능성

9.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기타 남용약물들
취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인간이 사랑하는 다양한 천연 각성제│감각과 나를 분리하는 해리
성 마취제│베일에 가린 요주의 약물│새롭게, 더 강하게: 끝없이 진화하는 약물│클럽 약물이거나
기면증 치료제거나│절박한 사람들의 치명적인 도피처│금지된 불법 화합물

10. 나는 어째서 중독에 빠진 걸까?
내가 중독자가 된 네 가지 이유│중독의 생물학적 기질│조상의 경험을 기억하는 후성유전체│어린
시절의 약물사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중독에 취약한 성격이 따로 있을까│우리를 중독으로 밀어 넣
는 강력하고 확실한 요인들│중독에 빠지는 길은 중독자의 수만큼 다양하다

11. 중독의 해결법을 찾아서
신경과학은 어디까지 발전했는가│현실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궁극적인 회복의 길│무모하거
나 혁신적이거나│중독의 원인은 뇌밖에도 있다│타인과의 연결

감사의 말
후주

본문중에서

이 책은 내가 지난 20여 년간 중독의 신경과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요약해둔 것이다. 비록 내가 미국 국립 보건원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마약단속국DEA의 규제약물 사용 면허를 소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유감스러운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약에 손을 대기도 전부터 갖고 있는 차이와 중독성 약물들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작용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약물중독자와 가까운 사람들과 중독자의 보호자들, 그리고 공공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어쩌면 직접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약물 따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법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7~8쪽)

세계적으로 볼 때 중독은 15세 이상 인구 다섯 명당 한 명이 겪는, 가장 가공할 만한 건강 문제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에이즈의 다섯 배, 암의 두 배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이 같은 수치는 곧 미국 전체 보건의료 지출 중 10퍼센트가 중독성 질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에 쓰인다는 뜻이며, 그 외 서구문화권 대부분의 통계도 이에 못지않게 무시무시하다. (8~9쪽)

결과적으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로는 중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모든 강박적 사용의 기저에는 뇌 기능의 일반적인 원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목표는 이러한 원리들을 공유하여 물질 사용 및 남용을 영속하게 만드는 생물학적인 교착 상태에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10쪽)

열세 살에 처음으로 취했을 때, 나는 이브가 사과를 맛본 뒤 느꼈을 법한 기분을 경험했다. 혹은 새장에서 부화한 새가 뜻밖의 자유를 얻고 느꼈을 법한 기분이었다. 친구네 지하실에서 와인을 2리터쯤 퍼마신 뒤 찾아온 급작스러운 관점의 변화는 인생도 나도 어떻게든 다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게 했다. 어둠이 있어 빛이 드러나고 슬픔이 있어 기쁨이 돋보이듯, 술은 자기수용과 존재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내가 절박하게 분투하고 있으며, 나에게 관계, 두려움, 희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세상을 헤쳐 나갈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동시에 마구 피어나던 온갖 고뇌를 해결할 열쇠를 비단처럼 보드라운 베개에 얹어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11쪽)

미국 국립 알코올남용 및 중독 연구소 소장 조지 쿱George Koob에 의하면 알코올중독에 빠지게 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중독자로 태어나거나 많이 마시거나. 쿱 박사는 말장난을 하려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이 둘 중 한 가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질병이 어째서 이렇게나 흔한지도 설명이 가능하다.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 중 상당수가 처음 한 모금을 입에 대기도 전부터 중독에 약한 소인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신경계를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 향정신성 약물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될 때 내성과 의존(중독의 특징)이 발생한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집도 희망도 없이 완전히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해줄 과학적 모형은 아직도 없다. (15쪽)

나는 호시탐탐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기회를 엿보며 그를 위해서 어떠한 대가든 지불했다. 오직 이 같은 지침만이 내 행동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었고, 사실상 매 순간이 맨정신에 찾아오는 자각을 피하려는 목적의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첫 음주가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면, 처음 시도했던 마약은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알코올은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었지만 대마는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코카인은 ‘핫’하게, 메스암페타민은 신나게, LSD는 흥미롭게 내 삶을 바꾸어주었다. 이 모든 약물 마술의 대가로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나 자신을 팔아넘겼다. (15~16쪽)

코카인은 내가 미처 그 존재를 느끼기도 전에 내 미각과 청각을 강타했다. 혀 뒤에서 신기하게 톡 쏘는 맛이 느껴지고 귀에서는 화재경보기 같은 소리가 울려댔다. 그러고는 느껴졌다! 따뜻한 희열의 파도가 코로 흡입할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다가왔다. 몸과 뇌가 점차 따뜻해지고 축축하게 젖어들어 즐거워했으며, 나는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함을 느꼈다. 허풍이 아니라, 몇 분 뒤에는 급기야 내 차례를 건너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주사기를 담당하기까지 이르렀다. 조금 더 뒤의 일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코카인을 하는 습관은 밑바닥을 경험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21쪽)

약물과 중독, 뇌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나는 나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얻은 지식들은 세상에 보다 나은 선택지들이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내가 약을 끊은 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행복을 가져다주기는 커녕 치명적이기까지 한 이 취미 생활에 가담하는 것이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나의 책이 누군가를 자유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31쪽)

술이 대형 망치, 일명 오함마이고 코카인이 레이저라고 한다면(실제로도 그러하다) 대마는 한 통의 새빨간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유가 성립하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마가 음악이 경이롭게 들리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농담이 유쾌하게 여겨지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색깔이 찬란하게 보이는 등 갖가지 환경적인 자극의 속성을 매우 강렬하게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둘째는 약의 효과가 섬세하고 특정적이기 보다는 변화무쌍하고 광역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4인치 대형 붓으로 20리터에 달하는 페인트를 온갖 신경전달 과정에 처덕처덕 칠하는 것과 같다. (88~89쪽)

저자소개

주디스 그리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세계적으로 저명한 행동신경과학자이자 미국 벅넬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콜로라도대학교에서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독의 신경과학적 기제 및 중독 고위험군과 일반적인 뇌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학문적 연구 외에도 〈가디언〉 〈사이언스 매거진〉 〈NPR〉 〈워싱턴 포스트〉 등에 자신의 중독 경험과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에 관한 칼럼을 썼으며, 〈TED〉 〈The One Your Feed〉 등의 매체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2년에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의 ‘훌륭한 멘토’,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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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나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를 받은 뒤 미국 UCLA에서 인지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 번역에 입문하여 지금은 뇌 과학과 심리학 도서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긍정심리학 마음교정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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