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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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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문정
  • 출판사 : 흐름출판
  • 발행 : 2021년 12월 13일
  • 쪽수 : 276
  • ISBN : 978896596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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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한민국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모든 것!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
김문정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뮤지컬 무대, 음악 그리고 사람들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첫 번째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에는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음악, 무대, 사람에 대한 그의 시선과 애정, 열정을 담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취미였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애쓰던 날들, 음악감독이 된 이후 맡아온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공연 경험, 그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시간과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밖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까지, 하나의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애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이기도 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화려한 무대 아래, 좁고 어두운 ‘피트(pit)’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뮤지컬 업계에서 선례를 만들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꿈꾸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저자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뮤지컬 음악감독 혹은 뮤지컬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20여 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저자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1부는 저자가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고, 2부는 실제로 뮤지컬 감독이 되어 참여한 여러 작품들과 그 작품들을 통해 만난 사람들,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3부는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이야기이자 그녀가 지휘자로 있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와 무대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기 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연주자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판사 서평

건반 연주자로 출발해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를 실력으로 입증한 김문정 음악감독의 그 시작

“《명성황후》 공연이 끝난 이후, 일주일에 이틀을 온전히 쏟아 부으며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기약 없는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이면 국내에 오픈한 뮤지컬 공연들을 찾아 관람했고, 낮에는 음악감독이 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지휘를 하기 위해 클래식 지휘를 배웠고 배우들에게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 또한 알아야 하니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며 노래를 배웠다. 《명성황후》 음악에 국악이 쓰인 걸 생각해 사물놀이와 장구도 배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하루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45쪽)

《이토록 찬란한 어둠》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문정의 첫 번째 에세이다. 저자는 20여 년 간 《맨 오브 라만차》《지킬 앤 하이드》《레베카》《마리 앙투아네트》《팬텀》 등을 비롯해 50여 편의 음악감독을 맡았고 네 번의 뮤지컬 어워즈 음악감독상 수상하며 ‘뮤지컬계의 작은 거인’이라고 불릴 만큼 업계 안팎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런 저자가 “지금쯤이면 꺼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음악감독으로 걸어온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1부 「나비의 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시작을 담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대중음악 업계에서 건반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해왔던 저자는 선배의 제안으로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에 건반 연주자로 참여하며 ‘뮤지컬’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일을 계기로 화려한 무대 위와 연주자들의 공간인 피트(pit) 모두를 아우르는 음악감독이 되어 ‘음악으로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당시 두 갓난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자의 앞에 우연처럼 큰 기회들이 찾아온다.
「나비의 꿈」에는 취미였던 음악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던 계기, 처음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 시간을 쪼개 쓰며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실력을 쌓았던 날들, 초보 음악감독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수 있었던 창작 뮤지컬 《둘리》의 음악감독 일을 맡아 해낸 일, 《명성황후》 런던 공연의 슈퍼바이저 일을 제안받았던 순간, 그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냄으로써 음악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해냈던 일, 음악감독으로서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던 해외 공연 경험 등,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해외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참여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사람’과 ‘시스템’이다. (…)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초기에 해외 경험을 다양하게 해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백지 같은 상태였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 하든 좋은 점은 빨리 내 것으로, 우리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나만의 기준이 그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6쪽)

뮤지컬 공연은 상상의 힘으로 현실을 체험하는 아름다운 거짓말
김문정이 들려주는 뮤지컬 작품과 무대, 음악, 사람들
20여 년간 5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맡아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2부 「뮤지컬이라는 마법」에서 특별히 기억하는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주목한다. 2부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은 완벽한 준비로 협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내 마음의 풍금》, 최고의 프로듀서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었던 《레미제라블》,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의 가치를 돌아봤던 《도리안 그레이》, 한 사람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영웅》, 공연 업계 종사자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러브》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만이 아니다. 저자가 이 작품들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 무대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에 있다. 극작가에서부터 제작자, 연출가, 작곡가, 작사가를 비롯해 무대팀, 의상팀, 미술팀, 조명팀 등의 스태프, 무대 위의 주·조연배우들,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이유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여러 작품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공연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거기에 뮤지컬 공연의 가치가 있다고 짚는다.

“좋은 동료와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나면 그것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다음에도 그 같은 기준에 이르려고 애쓰게 된다.”(103쪽)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자산이자 보람이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치라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155쪽) “뮤지컬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함께하는 백여 명 이상의 스태프는 한 명 한 명 모두 전문가다. 한 파트 한 파트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187쪽)

또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주·조연배우에서부터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우는 공연을 함께 만드는 수십 수백의 스태프들의 꿈을 안고 무대에 올라 수천의 관객을 꿈꾸게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황정민, 옥주현, 조승우, 전미도 등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조차 공연 전부터 완벽한 공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저자의 기억 속에서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황정민, 조승우 배우는 작품 속 배역으로 분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옥주현 배우 역시 공연 전부터 철저한 목 관리와 컨디션 조절을 할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의 연습까지 돕는다. 저자는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이 무대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을 기억한다.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지금 언급한 배우들 외에도 이름만으로도 무대를 책임지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고, 출발점이 다른 배우들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모두 같다. 무대를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 서는 무게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의 무게를 안다. 무대 밖 어둠 속의 수십 수백 명이 흘린 땀과 객석을 채운 관객의 소중함을 안다.”(183쪽) “앙상블은 조연과 주연을 맡기 전 단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 많은 사람들의 자리이다. 무대 위엔 늘 그들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 뿐이다. 화려한 꽃이 돋보이는 건 초록의 무성함이 있기 때문이고, 난 그 초록을 아낀다.”(231쪽)


오케스트라 지휘자,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직업
한 작품, 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과 무게

“들리는 소리도 많고 들어야 할 소리도 많은, 위아래 모두를 살펴야 하는 중간의 위치가 음악감독의 자리” (226쪽)

2021 여성리더스포럼의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던 저자는 당시에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리더는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해야 하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3부 「피트, 어둡고 찬란한 우주」 에는 같은 맥락에서 음악감독이자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로서 일을 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음악감독의 일’(220~227쪽)이라는 글에서 음악감독의 일이란 “음악적 소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현장에서 모든 사람과 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실제로 공연을 하면서 알아가게 된다. 이 일은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역량을 얻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짚으며, 보다 상세히 직업인으로서 음악감독이 갖춰야 할 역량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무대 아래에 위치한 좁고 어두운 ‘피트(pit)’ 안에서 연주자들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애쓰는 현장의 모습과 어려운 조건에서도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204~208쪽) 나아가 한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249쪽), 뮤지컬 업계에서 앞서 걸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뮤지컬계가 좀 더 단단히 발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솔직히 풀어놓았다.(252~260쪽) 저자는 뮤지컬인으로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 무대 밖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며, 이들의 기량이 늘고 기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날 때 자연스럽게 무대의 질은 좋아질 것이라고 짚는다. 그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 앙상블 배우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피트는 화려한 조명은커녕 작은 불빛도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어둡고 좁다. 무대장치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넉넉한 공간에서 연주하는 일은 드물다. 무대를 넓히기 위해 기둥 하나라도 더 세우게 되면 연주자들이 나란히 앉기도 힘들다. 소음과 공간 등의 문제로 냉난방 설비를 들여놓는 것도 어렵다. 어떻게든 놓으려고 하면 놓을 수도 있겠지만 좁은 공간 에서 급격한 온도 변화는 악기에 치명적이라서 연주자들 모두 ‘차라리 없는 쪽’을 선택한다.” (205쪽)

“한국 뮤지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보이지 않게 무너지는 건 화려해 보이는 위가 아니라 가장 밑, 기반에 틈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다. 그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 무대 밖 스태프들이다. 스태프의 기량이 늘어나고 기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무대의 질은 좋아진다. 많은 인재가 이 업계에 영입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 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제대로 된 답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내게 주어진 숙제를 붙잡고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260쪽)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이 직업인으로서, 뮤지컬이라는 종합 예술 장르에 몸담고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오랜 경험을 담아낸 첫 번째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은 낯설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어떤 분야이든 간에 업의 현장에서 일을 해나가는 태도에 대해, 한 가지 일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책이다.

목차

Overture 이야기의 막을 열며

Opening Number ◆ 나비의 꿈
나비의 꿈을 꾸다 / 우연한 시작 / 푸른 돛은 바람을 타고 어디로 갈까?
방황하는 스물 / 은밀한 편지 / 뜻밖의 기회 / 그해 6월 / 기적이 나에게
인생이란 참 모를 일 / 세계무대로부터의 또 다른 배움

Exposition Number ◆ 뮤지컬이라는 마법
뮤지컬, 매지컬 / 완벽한 유니즌 / Yes, Yes, Yes! / 최고의 프로듀서란
사람이라는 홀씨가 낳은 / 그때 만약에 / 마음은 시간을 거슬러
함께 만드는 정원의 가치 / 무대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 배우가 무대를 두려워한다는 것
무대에 우리가 없다면 /

Production Number ◆ 피트, 어둡고 찬란한 우주
이것이 ‘오케피’ / The M.C 그리고 THE PIT / 음악감독의 일 / 오디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진짜 내 꿈은… /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서 / 미래를 위한 고민 / 더 많은 우리가 모여

Curtain Call 거대한 장벽 앞에서

본문중에서

* 《명성황후》 본 공연을 앞두고 어둡고 좁은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섰던 첫 순간을 기억한다. 본 무대에서 한참 아래의 깊숙한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 서로 방해받지 않을, 딱 그만큼만 떨어져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 작은 상자 속 같았다고 해야 할까? (…) 무대와 분리된 피트라는 공간은 연주자들만의 우주였다. 연주자들이 그 우주의 별이었고, 서로의 반짝임이 어우러지며 무대 위와는 별개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그 공간이 정말 좋았다. 그곳에 내 운명이 있으리라는 걸 어슴푸레 짐작했다. -15~16쪽

* 《명성황후》 오케스트라의 건반 연주자로 공연을 마칠 때쯤 진심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을 꿈꾸기 시작했다. ‘직책’이나 ‘지위’가 아니라 단지 뮤지컬이라는 세계에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싶었다. 가는 지휘봉으로 땅을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음악이라는 집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주자와 배우, 스태프와 관객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을. -17쪽

*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남은 시간은 딱 한 달 반. 급하게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그때 공부한 것은 악보를 보고 부르는 ‘시창’, 음악을 듣고 악보를 그리는 ‘청음’과 ‘화성학’이었다. 피아노 연주도 해야 했는데 지정곡과 자유곡은 따로 연습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앉아서 음악 공부만 하고 피아노만 쳤다. 살면서 그렇게 뭔가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한 적이 있었나 싶다. (…)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런 경험이 인생에 아주 큰 자산이 되어주었다. 어떤 목표를 향해서 최선을 다해 달려본 경험, 끈질기게 시도해본 경험이 성공 여부를 떠나 삶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웬만한 일에 크게 겁먹지 않았던 건 아마도 그런 경험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31쪽

* 아침 7시부터 뛰었다. 다섯 살 첫째와 돌 무렵의 둘째, 둘을 씻기고 먹이고 입혀 어린이집과 친정 엄마에게 맡긴 뒤, 밤새 정리한 일거리를 짊어지고 늦지 않게 연습실로 달려갔다. 부랴부랴 연습실에 도착하면 오전 9시. 전날 밤에 정리한 곡을 연출팀 스태프들에게 브리핑했다. (…) 나의 또 다른 하루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깜깜한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씻기고 먹였다.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내주다가 가족 모두가 잠들고 나면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에너지로 다음 날 필요한 곡을 준비했다. - 52~53쪽

* 해외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참여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사람’과 ‘시스템’이다. (…) ‘맡은 바를 다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는 태도 역시 인상 적이었다.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라는 것은 당시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일이었는데, 프로로서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시스템은 속도와 정비례해서 발전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는 스태프들의 작업 환경이나 업무 조건은 상대적으로 가장 늦게, 천천히 나아진다. 해외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자기가 맡은 바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지고 권리를 찾는 데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85쪽

* 공연은 진실로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이 일을 업으로 삼고 매일 무대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렇게 우아하게 거짓말을 눈감아 줄 수 있을까? 현실에 없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관객은 그들이 펼쳐놓은 이야기를 꿈처럼 받아들인다. (…) 오래도록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자리를 지켰던 건 이 일이 늘 새롭고 좋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니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었다. -91~92쪽

* 완벽에 가까운 협업의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좋은 배움이 된다. 그 과정 속에서 협업하는 방법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에 나와 우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운다. -102쪽

*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자라면 내 것에 대한 열망을 피할 길이 없다. 그건 안에서 자연스럽게 솟는 불꽃과 같다. 하지만 뮤지컬 세계에서 내가 만든 것은 다른 것과 어우러질 때 가장 빛난다. 정원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이 있고 정원은 그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릴 때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때로는 비죽 솟은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지나치게 뻗은 뿌리는 솎아내야 하는 법이다. -154쪽

* 한 가지 업을 오래도록 해오면서 그 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 불빛을 비추고, 거기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밖의 숨은 자리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고, 먼저 길을 닦고 간 선배들을 드러내 광을 내는 것. 무대 위의 앙상블을 비롯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스태프들까지 공연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바란다. -190쪽

* “프랑스 혁명을 알아서 《레미제라블》이 재미있나요.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역사를 잘 알아서 《에비타》를 봤을까요?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 공연이 아니고 《서편제》가 판소리만 하지 않잖아요? 모든 뮤지컬의 주제는 인간사인 걸요. 인간에 대한 얘기가 소재이고 주제인 것뿐이죠. 오케스트라 피트라는 공간은 뻔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사는 결코 뻔하지 않아요.” -205쪽

* 연주자에게 악기는 자기 몸보다 소중하다. 수백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도 이유이겠지만 악기가 사라지면 연주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모든 연주자가 악기를 애지중지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악기도 연주자도 고생이 많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면 피트 안은 진풍경이 펼쳐진다. 거의 모든 연주자들이 본인은 안중에 없다. 최대한 악기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쾌적한 환경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06쪽

* 조금 까다롭지만 우리만의 규칙을 정한 것은 누구도 우리를, 우리의 일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잘해낼 때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기도 하니까. -219쪽

* 간단히 말하자면 뮤지컬 음악감독이란 음악적 소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현장에서 모든 사람과 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실제로 공연을 하면서 알아가게 된다. 이 일은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역량을 얻는 직업이 아니다. 그 역량은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고 습득해 길러진다. -226쪽

* 앙상블은 조연과 주연을 맡기 전 단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 많은 사람들의 자리이다. 무대 위엔 늘 그들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 뿐이다. 화려한 꽃이 돋보이는 건 초록의 무성함이 있기 때문이고, 난 그 초록을 아낀다. -231쪽

* 오디션은 붙을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스스로를 아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작품을 선택하고, 그 작품의 제작진이 원하는 모습으로 그 앞에 서야 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를 함부로 내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오디션은 누군가가 나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내 선택이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다. 주도권은 당신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234쪽

*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좋고, 가능한 한 동료들과 오래,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오랜 시간 경험 속에서 배운 것들을 지금 여기에 적용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앞으로 좀 더 오래, 함께’라는 마음이 커질수록 연주자들을 위한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작곡이나 작사와 같은 창작부터 연출, 안무, 무대 등 뮤지컬 교육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240쪽

* 한국 뮤지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보이지 않게 무너지는 건 화려해 보이는 위가 아니라 가장 밑, 기반에 틈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다. 그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 무대 밖 스태프들이다. 스태프의 기량이 늘어나고 기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무대의 질은 좋아진다. 많은 인재가 이 업계에 영입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 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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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문정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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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 ORCHESTRA의 지휘자.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명성황후》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 음악을 시작한 저자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명성 황후》 《맨 오브 라만차》 《에비타》 《모차르트!》 《영웅》 《서 편제》 《레베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팬텀》 《광화문 연가》 등 50여 편의 뮤지컬 공연 음악감독을 맡았다. 종합 예술이라 불리는 뮤지컬 장르에서 때로는 음악감독으로 때로는 슈퍼바이저로 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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