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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시인에게는 치명적인 병을 안고 살아온 지난 삼 년,
그래도 끝내 놓지 못한 시에 대한 사랑과 연민,
시인은 아편에 중독된 사람처럼 시를 갈구했고
"아편쟁이"라는 시집을 출간 했다

삼 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시를 쓸 수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생각도 정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글을 쓰려고 해도 아무 생각도 안 났고 단순한 단어마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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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끝내 놓지 못한 시에 대한 사랑과 연민,
시인은 아편에 중독된 사람처럼 시를 갈구했고 "아편쟁이"라는 시집을 출간 했다
지난날 써 놓은 글과 어렵게 쓴 글을 모아 시집이라는 형식으로 또 한권의 책을 묶어본다
본시 시집이란 한권의 양이 일정한 주제에 걸쳐 쓰이기 마련이나 시인은 그마저 여의치 못해
한 권의 시집을 네 가지 주제로 묶어봤다. 이것도 제대로 묶여져는 지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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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도 한 사람이 살고자 하는 발악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序, 5
머리말 7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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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쟁이
자화상 15
아편쟁이 16
숨어버린 기억 18
와송瓦松 20
마네킹 22
욕망慾望 24
혼밥 25
난생難生 26
상처 28
강아지풀 29
자유 30
파자마 32
발끝이 저려온다 34
꽃 말리기 35
간이역 36
막차 37
이름표 38
무심한 사람 40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42
무제 43
동백꽃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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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봄맞이 49
붉은 꽃 50
초가지붕 52
눈밥 53
수평선 54
이 봄 55
벚꽃 화엄 56
아버지 57
셍각보다 힘든 일 58
가을의 색 59
몸살 60
겨울 한 나절 62
산다는 건 63
오후 5시 64
이팝나무 65
별과 꽃 66
무엇이 될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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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다거
끽다거 71
꽃 72
중간 어디쯤 73
무한한 시간 74
말 75
빗자루 76
낮은 문 77
하심下心 78
스님 79
집착執着 80
불여귀不如歸 81
비만 오누나 82
두 해 전 그때 만났어야 83
비 84
하얀 마음 85
덕수궁 돌담길 86
비오는 밤 88
안부 90
다만, 그것이었음을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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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분갈이
봄 95
마음 분갈이 96
오래된 사진 98
자서전 100
그늘 꽃 103
가시 면류관 104
통영의 밤 106
이별가 108
비극 109
딸국질 110
펜 112
내가 나에게 113
사람 사용법 114
바람 속 볕이 들어 115
?
?
맺음말 117
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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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버린 기억

차가운 햇살에 반사된 번뜩이는 망치 귀가
내 목을 향해 서서히 내려올 때
나는 허무한 머리를 외로 꼬고 피하려 하였으나
이내 부질없음을 알았습니다.

삐그덕 끽끽
삐그덕 끽끽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억은
허리가 잘린 채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왔고
삭아버린 세월은 녹슨 철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부서졌습니다

흩어져 버린 녹슨 철가루는
내가 미워했던 나여서
아니, 내가 너무 사랑했던 나여서
천연두를 앓고 난 사람의 얼굴처럼
곰보 자국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거친 기억을 사포로 밀어내고

깊은 구멍에 나뭇조각을 채워
새로운 기억을 만들려 했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내 기억은

탕-탕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