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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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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형호
  • 출판사 : 틈새책방
  • 발행 : 2021년 12월 06일
  • 쪽수 : 304
  • ISBN : 979118894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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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세상의 지문이 묻어 있는 물건, 라디오에 관한 27가지 이야기
- 2021년 중소 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여기 라디오라는 물건에 푹 빠진 이가 있다. 1,000대 이상의 라디오를 모아 안식처까지 만들었다. ‘모던춘지’라는 이름을 붙인 30평 정도의 공간에는 시대를 풍미한 빈티지 라디오가 가득하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진공관 라디오부터 IC칩의 시대를 연 트랜지스터라디오, 저항의 상징이었던 붐 박스와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라디오까지, 세상의 모든 라디오가 모여 있다. 이 공간을 만든 저자 김형호 씨의 직업도 라디오와 인연이 꽤 깊다. 현재 〈MBC강원영동〉에서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물건을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것은 이기적이고 세상에 대한 배신입니다.”
‘내 열정과 내 돈’으로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수집하기에 급급하던 이가 마음을 바꿔서 라디오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하기로 한 것은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사라져가는 인류의 유산을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기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 것이다. 저자는 “당장 라디오 박물관을 열지 못한다면 글이라도 써 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몇 자 끄적이다 책을 쓰게 됐다.”라고 말한다.
《라디오 탐심》은 라디오라는 물건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읽는 책이다. 라디오라는 물건이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그리고 사회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하고 무슨 유산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모은 게 27가지의 에피소드다.
허름한 대우전자 라디오에서는 어부였던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고, 70~80년대 광산 지역 유행했던 붐 박스에서는 “오늘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 하는 광부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들린다. ‘괴벨스의 주둥이’라 불리는 독일 국민 라디오에는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가려는 나치 독일의 야망이 보이고, ‘우리 동네 이름’을 라디오 모델명으로 명명하는 어느 독일 라디오 회사의 행동 속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지역 사회와 향토 기업의 관계 설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저자에게 라디오들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당대의 시대적 맥락을 담은, 세상사와 인간의 지문이 묻어 있는 물건이다. 여기에 소개된 제품들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인류의 유산이기도 하다.
틈새책방은 매력적인 물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테마로 책을 내고 있다. 이 책은 《만년필 탐심》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책이다. 시대적인 효용은 사라진 것 같으나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물건들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당대에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고 그만큼 잘 만들어야 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만년필은 볼펜이 나오기 전 반드시 필요한 휴대용 필기구였다. 라디오는 전파로 세상의 크기를 줄였고 소통의 수단이었다. 모두에게 필요했던 이 제품들은 경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야 했다. ‘탐심’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불멸을 얻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다.

출판사 서평

- 사라진 물건, 라디오를 다시 불러낸 이유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중에는 스마트폰에 있는 통화 아이콘이 왜 전화기 모양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유선 전화기를 사용해 본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어서다. 그들에게 전화기는 스마트폰의 직사각형이 더 적절한 상징이다.
전화는 스마트폰에 이름이라도 남겼지만, 라디오는 이름조차 사라졌다. 지금의 라디오는 방송 콘텐츠를 의미할 뿐, 물건으로서의 흔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 방송도 주파수를 수신하는 게 아니라 앱을 통해 듣는다. 라디오의 물성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라디오라는, 수명이 다한 기계를 수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집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아름다운 물건이다.’ ‘소리가 좋다.’ ‘역사가 묻어 있다.’ ‘스토리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좋은 것은 알겠지만 수집하는 진짜 이유에 대한 답이 되기는 어렵다. 《만년필 탐심》에 이어 《라디오 탐심》을 내며 우리가 내린 결론은 ‘불멸성에 대한 욕구’였다.
잘 만든 물건은 생명력을 가진다. 하물며 한 시대를 지배한 물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잉크병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만년필, 지구 반대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최첨단 제품이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당대의 기술과 마케팅 철학, 미학이 집중된다. 그러는 와중에 걸작이 완성되면 그 제품은 불멸의 지위를 얻게 된다. 수집가들은 이 물건들을 수집하여 집어삼킴으로써 자신도 불멸이 된다.

- 불멸이 된 라디오의 매력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국가의 라디오 청취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편적이고 단순해 접근하기 쉬워서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가 격리 등의 고립된 상황에서 친밀감을 준다고도 한다.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해 준다는 것이다. 위기나 재난 상황에 대비할 때, 휴대용 라디오 수신기는 여전히 필수 준비물이다.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유용하지만, 라디오라는 물건 자체의 효용은 어떤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의 시대에 라디오는 장식품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라디오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예전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라디오의 주파수 창에는 유럽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방송 도시들의 이름이다. 이 창에 어느 나라의 언어로, 어떤 도시가 새겨져 있느냐에 따라 그 라디오가 만들어진 시기와 국가, 그리고 그 국가가 인식하는 세계의 범위를 알 수 있다. 옛 소련의 라디오의 주파수 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레닌그라드’가 적혀 있고,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라디오에는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3국이 적혀 있다. 전파에는 국경이 없지만, 사람들은 라디오에 시대의 흐름을 새겨 넣었다. 그래서 라디오는 대량 생산 공산품이지만 인간들의 삶의 흔적, 인문이 묻어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라디오에 묻은 인문의 흔적을 찾다 보면 뜻밖의 발견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한다. 라디오와 방송은 처음부터 함께할 운명이었다. 라디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기계다. 전파를 보낼 누군가가 필요하다. 초창기의 방송은 국가가 관리했고, 한때 나치는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라디오를 이용했다. 〈BBC〉가 상업 방송을 허용하지 않자 영국의 젊은이들은 공해에 배를 띄워 해적 방송을 내보냈다.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 해적선의 로큰롤은 해방구가 됐다. 이런 역사를 토대로 지금의 라디오 방송의 틀이 잡혔다.
이런 역사가 묻어 있는 물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잘 만든 물건이라면 이 책을 읽는 독자보다도 더 오래 생명을 이어나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라디오는 라디오 방송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유효하다. 장식장 안에 있어도 언제든 다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물건이다. 시대의 흐름에 밀려 잠시 쉬고 있다 해도 라디오는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사라지지 않을 물건을 보고 배우는 것, 그것이 라디오의 매력이다.

목차

프롤로그

PART 1. 사랑하면 보이는 것들

ㆍ아버지의 라디오 | 대우전자 라디오
ㆍ목숨 값과 바꾼 광부의 라디오 | 화신-소니 CF-570
ㆍ사회주의 표정이 담긴 ‘소련제 라디오’ 추적기 | 셀레나 B210 & 러시아 303
ㆍ세월을 간직한 라디오의 변신 | 제니스 835
ㆍ라디오의 집, 모던춘지
ㆍ수리의 희열
ㆍ오디오하기와 라디오하기
ㆍ주파수 창 도시 여행 | 그룬딕 새틀라이트 2000

PART 2. 라디오 신세계

ㆍ자그마한 부품이 바꾼 라디오 역사 | 리전시 TR-1
ㆍ불굴의 라디오 장인 | 모델 20 & 다이나트론 노마드
ㆍ시계 회사가 몰랐던 ‘라디오의 시간’ | 부로바 250
ㆍ진공관과 트랜지스터, 하이브리드 | 톰섬 TT-600
ㆍ60년간 살아남은 디자인 | 부시 TR-82
ㆍ파랑을 탄 자동차 라디오 | 블라우풍트 더비
ㆍ예술 작품이 된 라디오 | 브리온베가 TS-502
ㆍ라디오 간판스타 | 브라운 T-22
ㆍ‘번안 라디오’의 아이러니 | 골드스타 A-501
ㆍ사실 이만하면 족하다 | 사바 트랜잘 오토매틱 199
ㆍVideo Killed the Radio Star? | 샤프 트라이메이트 5000

PART 3. 라디오 밖 세상

ㆍ‘국민 라디오’의 배신 | 지멘스 VE301
ㆍ왜 라디오에 전쟁의 옷을 입히는가 | ICF-5800
ㆍ세상의 종말을 대비한 라디오 | 실베이니아 U-235
ㆍ‘저항의 상징’ 붐 박스의 부활 | 빅터 RC-550
ㆍ우리 동네 라디오 | 사바 린다우
ㆍ독일 라디오 방송이 부럽다 | 텔레푼켄 유빌라테
ㆍ단파 라디오 단상 | 노드멘데 갤럭시 메사 6000
ㆍ바다 위 레지스탕스

참고 문헌

본문중에서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만나 보겠다는 욕심으로 라디오 수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수집한 라디오가 1,000개쯤 됐다. 언젠가는 박물관을 설립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죽비 소리를 들었다.
“이런 물건을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것은 이기적이고 세상에 대한 배신입니다.”
내 열정과 내 돈으로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찾아 나섰지만, 이런 인류의 유산을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기며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라디오 박물관을 열지 못한다면 글이라도 써 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몇 자 끄적이다 책을 쓰게 됐다.
_‘프롤로그’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라디오와 함께한다. 기상과 동시에 〈EBS〉 방송을 듣는다. 저녁은 〈KBS 클래식 FM〉의 시간이다. 식탁에서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만찬을 즐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식탁에 올려놓는다. 아빠와 엄마도 그날 기뻤거나 슬펐던 일을 이야기한다. 식탁에서 한바탕 웃음이 지나고 서정적 음악이 나오면, 라디오 볼륨을 올리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한다. (중략)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저녁 식탁에 앉는 건 우리 가족에게 경건한 의식이자,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안겨 주는 일종의 안식이다.
_‘아버지의 라디오’

1950~1960년대 태어난 라디오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을 넘어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볼륨을 돌릴 때마다 잡음이 나면 귀먹은 어르신을 보는 것 같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거나 주파수 창에서 신호가 밀리는 라디오를 볼 때면 기억력이 좋지 않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전원마저 켜지지 않는 라디오가 수리를 거쳐 작동하면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난 것 같다. 이런 희열 때문에 가끔 밤늦게까지 고장 난 라디오와 씨름한다. 수술실의 의사처럼 집도하는 자세로 작업을 마치고, 라디오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기계도 생명이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_‘수리의 희열’

튜너는 라디오와 오디오의 경계에 있다. 수신한 전파의 소리에 옷을 입혀 화려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재생한다. ‘라디오하기’의 묘미는 튜너와 라디오 스피커의 조합에서 우연히 발견한 음악적 감동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여러 라디오로 다양한 장르 음악을 듣다 보면 나름의 경험치가 쌓인다. ‘오디오하기’에서 수업료를 지불하는 구조와 비슷하다. 라디오는 오디오보다는 비싸지 않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실험해 볼 수 있다. 제조 당시 주류 음악 장르에 맞춰 튜너와 스피커를 정형화했기 때문에 시대별 음악 변천사를 살펴 볼 수도 있다.
_‘오디오하기와 라디오하기’

어떤 나라의 라디오 방송 주파수가 닿는 범위는 그 국가의 세계관을 보여 준다. 유럽 라디오는 동서 유럽을 아우르며 멀리는 러시아까지 라디오 주파수 창에 도시 이름을 새겼다. 프랑스 라디오의 경우, 북아프리카의 일부 도시를 주파수 창에 넣었다. 대표적으로는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3국이다.
_‘주파수 창 도시 여행’

라디오에 빠지고부터 시간을 알기 위해 라디오를 켜는 버릇이 생겼다. 자동차에서 〈EBS〉의 ‘책 읽어 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면 정오가 넘은 줄 안다. 점심 이후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그 방송이 나오고 있다면 아직 오후 2시가 안 됐다는 뜻이다. 저녁마다 식탁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은 초저녁을 뜻한다. 〈KBS 클래식 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의 시그널 음악과 배경 음악은 아직 밤이 깊지 않았으니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도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_‘시계회사가 몰랐던 ‘라디오의 시간’’

시간대별로, 방송국별로 청취자를 분명히 구분한다. 출근길에는 뉴스 정보와 활력을 주는 음악 방송, 오전 9시부터는 출근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위한 커피 한 잔의 여유 같은 음악과 사연이 전파를 탄다. 점심시간에 맞춘 활기찬 방송, 퇴근길에는 그날의 이슈를 정리한 시사 방송과 일몰 분위기의 잔잔한 음악 방송이 자리 잡았다. 늦은 밤의 라디오 방송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다.
_‘Video Killed the Radio Star?’

붐 박스는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붐 박스를 주로 사용했던 흑인과 히스패닉을 얕잡아 부르는 ‘게토 블래스터(Ghetto Blaster)’, 구식 또는 이전 시대의 전통 형식을 뜻하는 ‘올드 스쿨(Old School)’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전 전축’으로 불렸다. 붐 박스는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익숙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복합 음향 기기를 의미하는 물건이었다.
_‘‘저항의 상징’ 붐 박스의 부활’

해적선 방송국은 합법적인 방송국들의 음악 선곡 독점권에 도전했다. 청취자들은 전화로 해적선에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바다 위에서 펼쳐졌다. 해적선 라디오 방송국의 운영비는 상업 광고로 충당했다. 디스코텍, 미용실, 세탁소 등 생활 정보 신문에 실릴 것 같은 광고가 바다에서 육지로 날아왔다. 영국의 공영 방송이 상업 광고 방송을 허용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_‘바다 위 레지스탕스’

저자소개

김형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 강원도에서 지역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모던 라디오 연구소 Modern Radio Lab’이라는 이름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라디오와 관련한 글과 사진,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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