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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습니까 : 권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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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권박 두번째 시집

편견을 깨고 새로운 윤리를 써낼 안간힘의 투쟁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우면 돼”

출판사 서평

201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데뷔하고 2019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권박의 두번째 시집 『아름답습니까』(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수상작이자 첫 시집이 된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소설 같기도 하고 논문이나 기사 같기도 한 다수의 실험시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권박을 두고 시인 김행숙은 “페미니즘과 초현실주의가 만나 폭죽을 터뜨리고 정치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새로운 포옹법을 실험한다”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지고 ‘괴물freak’로 여겨지던 여성 서사를 복원하며 “(당신들이 우리를) 이해할 차례이다”라고 선언했던 권박이, 이번에는 보편의 미(美)나 정상으로 간주되어온 규범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정말 이게) 아름답습니까?”라고 질문한다.

시적 자아란 진공 상태에서 오롯이 먼저 존재해 있을 리 없다. 시의 서정, 아름다움은 무균질의 공간에서 탄생할 리 없다. 모든 쓰는 이의 말은 ‘자아’와 ‘세계’ 사이의 각축전 혹은 격돌 현장의 흔적이다.
- 김미정 해설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울 것」

이번 시집은 첫 시집의 확장 업그레이드판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하다. 특유의 날카로움과 자유로움은 유지되면서도 섬세한 기획을 기반으로 여러 주제어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적이고 전위적인 시들이지만 시원하게 잘 읽힌다. 하고 싶던 말에 대해 더하고 싶던 설명이 각주 타래로, 부기와 병기로 촘촘하게 부연된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담담하게 한 행씩 읽어가다 보면 정수리가 저릴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에 문득 폭발력 있는 분노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시인의 실패, 세계의 실패, 완고한 오늘의 벽 앞에서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학은 실패다.

실패의 실패의 실패의 나는
실패의 방법을 정리하고 실패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 「뒤표지 글」

시는, 아름답습니까?

아름다울 때도 있지. 아가의 무력한 발걸음처럼. 정오의 태양으로 생기는 무력함처럼. 있잖아. 여자는, 여성성은, 시는,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 너는 아름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우면 돼. 편견을 깨뜨리려는 싸움처럼 아름다웠으면 해. 안간힘을 다해 투쟁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해. 지치지 않는 용기였으면 해. 사전에 새로 추가되는 윤리였으면 해.
- 「누나, 부르면, 응, 답할게,」 부분

권박에게 시는 순수한 진공 상태 속에 보존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장르도, 반대로 부조리를 고발하고 폭로하는 장르도 아니다. 세계를 공부하고 정리해서 자기 언어로 재현하는 현장이다. 김미정은 해설에서 이를 두고 “거대하고 난공불락”인 세계와 맞서며 타성과 고착화를 전복하는 “끊임없는 감각의 갱신 혹은 일종의 영구 혁명”이라 읽어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시를 써보겠다”로 야심차게 시작되는 「보트가 필요하다 보트가」는 보트에 가득 실리는 황금 벼를 떠올리다가도 세월호 사건에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아름다움을 욕망할 수 없는 상태로 언어가 중지된다. “새하얗”고 “아름답”다 여겨지는 “신비로운 세계” 이미지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문명의 폭력(「북극호텔」) 앞에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없고, “임신과 출산에 대해 왜곡된 환상을” 생산하는 기사와 여기에 이어지는 여성혐오적 댓글(「미역국 좀 먹을게」)을 읽어내며 미역국에 얽힌 곡진한 서정을 풀 수 없는 이치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시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편견을 깨뜨리려는 싸움”이자 “지치지 않는 용기”로서 “사전에 새로 추가되는 윤리”야말로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울 권리야말로 새로 갱신될 미학의 가능성이 아닐까.

시는, 할 수 있습니까?

섬과 섬과 섬을 매립했다.
섬을 매립했다.
섬을 개발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싱크홀처럼.
밝혀지지 않는 원인이다.
나는.
땅속의 빈 공간이다.

땅속의 빈 공간이
땅속의 빈 공간을
쓴다.
- 「포항+잠실+여의도.hwp→jpg」 부분

이 시집은 여아 선별 낙태(「장녀입니다」), 월경 혐오와 만연한 성폭력(「생리합니다」 「시작」), 특정 식단에 대한 편견(「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만」) 등 무감하게 자행되는 광범위한 폭력의 역사를 담아낸다. 이러한 주제들은 여러 논문과 기사가 차용되어 그 리얼리티를 더하는 동시에, 도스토옙스키, 쉼보르스카, 이성복, 장정일, 안현미 등의 문학작품에서부터 「델마와 루이스」 「황금 보트」 「기생충」 〈산후조리원〉 〈27-10〉과 같은 각종 영화·드라마 및 만화까지 여러 예술 작품들이 참조·변주되어 다양하고 풍부한 맥락으로 제시된다. 가상의 내러티브에 날것의 현실 문제를 접속시켜 집요하게 질문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권박의 시. 이 중에서도 「포항+잠실+여의도.hwp→jpg」는 그의 작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로 꼽을 수 있다. “시다. 그러나 수기다” “수기다. 그러나 시다”라는 두 개의 각주로 시작해 “여의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기초한 픽션”임을 미리 밝힌 이 시는, 젠더/교육/노동/성범죄 등의 문제를 여러 소제목으로 구분하여 수기처럼 다뤄낸다. 강박적인 연대도, 거대한 대안도 없지만 나의 이야기가 너에게 가닿아 우리의 담화가 될 거라는 믿음이 전해지는 이 시는 이렇게 끝난다. “시는 할 수 있습니까?” 손쉬운 낙관 없이, 그렇다고 위악이나 지탄도 없이, 권박은 시를 의심하고 질문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렇게 시인으로 남는다.

추천사

본래적 의미로부터 탈구시켜 다른 말을 만들고 거기에서 다시 접속 가능한 말의 조합을 통해 만들고자 하
는 세계를 발명하는 것. 이것은 권박 시가 “아릅답고 싶을 때” 아름다움을 재구축하는 방법이다. 이 시집은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없게 하는 시대’를 향하는 동시에 ‘아름답다고 간주되는 것’을 향한다. 이 두 개의 벡터가 견인하는 이 시집의 끝에는 무해하고 순정하고 기만적인 아름다움 대신 “안간힘을 다해 투쟁하는 인간”의 “지치지 않는 용기”와 같은 아름다움 한 자락이 서늘하게 빛을 발한다.

목차

시인의 말
·
어떻게 되었을까? / 사라지다 / 누나, 부르면, 응, 답할게, / 보트가 필요하다 보트가 / 광장

펭귄과 장미와 기우뚱 / 북극 호텔 / 갑을 / 설명 / 포항 + 잠실+ 여의도 . hwp → jpg
·
종교 / 미친개 / 휴지 필요하세요? / 공공공공공공곰곰곰곰곰곰 / 영ㆍ양ㆍ영영ㆍ양양ㆍ영양

페스트 페미니스트【Plague feminist】 / 왜 안 만나줘? / 수수께끼 전자발찌 / 미역국 좀 먹을게

장녀입니다 / 종친회 / 신염神殮 / 생리합니다 / 시작
·
폭우 / 폭염 / 도둑 / 설명 / 살다 / 과정 / 부고
·
정해져 있었다 / 후의 강 / 상자 /

기다리듯 기다리지 않는 듯, 넷, 여섯, 아홉…… 기다리지 않는 듯 기다리듯, 스물셋, 스물일곱, 서른……
선택받는 비명으로, 소외받는 불안으로, 일흔둘, 일흔여덟, 아흔하나…… 셉니다 상자를 / 완벽히 불행해
·
불안은 공갈젖꼭지산딸기요람모노라디오 / 기본 기분 / 언니가 좋아 / 기린에 대해서라면

항문에서부터 / 한옥과 낭만과 구청과 / 능력과 수긍 / 언제 결혼하니? / 간단 / 박람회 / 코코넛 매트 / 누드 / 쓰자
·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만

해설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울 것ㆍ김미정

본문중에서

아닙니다
신념이 싫어서도
내가 여자여서도
절차일 뿐입니다

꾹꾹 얼굴 덮으며
꾹꾹 묶고 묶으며

세계가 무너졌는데 그대로네요
머리는 북쪽으로 두겠습니다
맞대요 속 시원해지시려면
피로해지지 않으려면
요새는 집도 북쪽으로 지어요

마지막으로
불타오른다

나의 신이
축문같이
- 「신염神殮」 부분

피클이 아닌 것에서부터도 시작된다. 2015년 3월 19세 Daiana Garc?a의 시체가 비닐봉지에 버려진 것이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2015년 5월 14세 Chiara P?ez가 임신한 상태에서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하고 뒷마당에 암매장된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시작된다. 2016년 10월 16세 Luc?a P?rez가 마약 밀매상들에게 코카인을 투약당하고 성폭행당한 끝에 죽은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된다. “Ni Una menos.”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 「시작」 부분

별장 입구에 깔려 있는 코코넛 매트를 밟고 들어서며
여왕처럼 정의 내립니다
정의를 내리는 것은 짓밟는 것
오늘 내가 내린 식민지의 정의는, 깔려 있는 코코넛 매
트를 밟는 것, 차를 우려내듯, 짓밟는 것,

정의는 어떤 식으로든 바뀝니다
선입견은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모르겠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겠다는, 정의를 바꾸겠다는, 뜻입니다
- 「코코넛 매트」 부분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3

1983년에 태어났다. 201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가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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