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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원제 : 菌の聲を聽け タルマ-リ-のクレイジ-で豊かな實踐と提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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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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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후 8년,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변함없이 폭주하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그들이 찾은 새로운 삶의 열쇠

2014년 토마 피케티의《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을 때, 국내에서는 거대한 자본에 저항하는 소박한 책 한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본 변방의 시골빵집 주인이 쓴《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가 바로 그 책이다. 삶과 노동이 하나 된 인생을 추구하며 자본주의의 부조리에 맞서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주었던 주인공 부부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이후 다큐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에 출간된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는 그 후 그들에게 다가온 새로운 도전과 변화, 더 깊어진 성찰을 담은 책이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의 첫 문장에서 저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목숨을 유지하려면 자기 외의 존재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다른 이를 망가뜨리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그 해답을 매일 아침 빵을 만들기 전에 확인하는 야생의 균에서 찾았다.
놀랍게도 균은 인간 활동을 그대로 반영했다. 빵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물론, 빵집의 내부 상황, 더 나아가 마을 전체의 환경까지.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직원이 있으면 유해한 푸른곰팡이가 피었고, 괴로워하는 직원이 있으면 반죽이 흐물흐물해져서 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명절 기간 동안 방문객이 늘어가 배기가스가 많아지면 회색 곰팡이가 생겼고, 인근 농지에서 농약을 살포한 후에는 검은곰팡이가 피었다.
날마다 마주하는 작은 균의 모습을 통해 빵집 부부는 한 생명체의 행동이 온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단순히 빵 만드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연에 가까운 삶, 모든 존재의 행복에 다가가는 삶으로 그들을 이끌었고 실천하고 있다. 누룩균을 채취한 지 12년째 되는 지금, 여전히 그들은 균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인간 활동이 당신 주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네.”

8년 전 그들은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 모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자본주의의 냉혹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고 있다. 인간다운 삶·공존하는 삶은 이제 우리 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다. 이 작은 시골빵집의 주인들은 변함없이 폭주하는 자본의 광란 속에서 ‘잠시 멈춤’을 누르고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열쇠를 건네고 있다.

출판사 서평

맥주 장인으로 거듭난 그가 ‘맛없는’ 맥주를 만드는 이유
“많이 팔고 싶지 않다. 오래가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

부부는 빵집의 주 무대였던 오카야마현 가쓰야마를 떠나 돗토리현 지즈초로 이주한다. 지즈초는 가게를 열기에 ‘인구가 너무 적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주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곳은 아내 마리코가 원하던 아이들이 자연의 품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갖춘 곳이었다.
이곳에서 부부는 빵에 이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천연 효모를 통한 수제 맥주 제조. 하지만 여기서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정답으로 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몇몇 대기업이 맥주 업계 전체를 과점하고 ‘맥주 맛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맛있다’고 오해하는 근거는 그것이 많이 팔린다는 정량적 지표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맥주에 ‘맛있다’는 딱지가 붙는 것이다. 이것은 폐쇄적인 시장 시스템을 만들고, 소규모 독자 생산자들을 발붙이지 못하게 막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가장 약한 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맛의 가치관을 넓히고자 한다. 목표는 ‘맛있는 것’이 아닌 ‘유일한 것’을 만드는 것. 과감하게 ‘맛없으면 어때’라고 외치며, 기존 맥주 업계에서 적대시해온 유산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숙성 과정까지 더한다. 주변에서는 숙성 기간 중에는 맥주를 팔 수 없기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들 말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고 오래 쓸 수 물건이야말로 가치 있는 물건이다’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잘 팔리는 획일적인’ 물건보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생산자이고 싶은 것. 그는 자신의 목표는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제품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 계획이다.
목표는 맛있는 것이 아닌 유일한 것!
균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면서부터
진정한 삶의 균형과 나다움을 찾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획일성을 요구하며, 아이들을 일정한 틀에 끼워 맞춰 교육시킨다. 그 역시 오랫동안 사회가 원하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야생의 균을 채취하면서부터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지난날의 고리를 끊고 ‘나다움’을 되찾는다.
균을 통해 세상을 보면,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참으로 신비롭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그 결과물로 빵과 알코올이라는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균은 합리성을 내세워 ‘좋은 균’, ‘나쁜 균’을 구분하지 않으며 자연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품는다. 이러한 균의 세계를 지켜보며 그는 흑백을 분명하게 나누는 원리주의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그리고 ‘모호한 것을 모호한 채로 두는 것이야말로 변화하는 인간다운 문화’임을 배운다. 모호함은 역동적인 사고로 이어져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며 완성이라는 고착된 목표 지점을 두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게 해준다. 그렇게 그는 남은 인생 동안 두려움 없이 계속 도전할 것을 다짐한다. 균은 ‘남과 같아야’ 좋게 보는 사회 분위기에서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함을 일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제2, 제3의 시골빵집 주인들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_ 파괴가 아닌 공존의 삶을 찾아서

1부 세상과의 2차전
1장 다루마리, 이대로 끝인가
엄청난 성공 뒤에 찾아온 고민 하나 | 아이들 교육 문제에 맞닥뜨리다 | 쥐 소굴이 된 빵 나라 | 그럼, 가게 문을 닫자 | 고개를 다시 한번 힘차게 들고
2장 새 터전, 지즈초
우리 마을로 안 오실래요? | 이런 게 운명이 아닐까? | 꿈에 그리던 그곳 | 지즈초에서의 새로운 시작 | 길게 볼 줄 아는 사람들 | 구석구석 내 손이 닿은 곳

2부 균의 소리를 듣다
1장 균은 환경을 반영한다
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야생 누룩균이 보내는 메시지 | 사람과 효모가 힘을 모은 자리 | 지즈초에서만 낼 수 있는 누룩 맛 | 환경오염이 균에 미치는 영향 | 부정적 감정이 푸른곰팡이를 부른다? | 혹시 코로나19 때문일까?

2장 다루마리식 장시간 저온 발효법
조금 게을러도 좋은 자연농법 | 일본식빵에서 힌트를 얻다 | 꿈의 기술 탄생 | 칼럼_‘다루마리식 장시간 저온 발효법’이 통하는 이유

3장 발효에 얽힌 수많은 인연
곰팡이 상태로 길흉을 알아보다 | 농업 근대화로 누룩이 달라지다 | 기계 누룩이 퍼지다 | 발효는 인과가 아니라 인연 | 좋은 균, 나쁜 균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3부 맥주 장인으로 거듭나다
1장 맥주의 무한 변신을 꿈꾸며
맥주업계에 만연한 갑갑한 분위기 | 대기업이 과점한 ‘비정상’ 맥주업계 | 맛없으면 어때! | 입이 아닌 몸이 반응하는 맛

2장 맥주는 숙성이 생명!
유기농 원료를 어떻게 구하지? | 왜 맥주업계는 유산균을 적대시할까? | 비료와 농약을 덜 쓴다면 | 역발상으로 유산균 맥주를 만들어보자 | 맥주를 많이 팔고 싶지 않은 이유 | 한번 만들면 오래가는 것들 | 칼럼_ 균이 생명을 이끈다

4부 가면에 가려진 진짜 나를 찾다
1장 내가 만든 가면에 갇히다
꿈에 그리던 르벵에 입사했지만 | 예기치 않은 사고 |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살았구나 | 교양인인 척 살아온 시간들 | 가면을 벗을 때 성장한다 | 진짜 공부는 현장에서 한다

2장 틀을 깨고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다
빵을 만들며 나다움을 발견하다 | 이런 사람을 뽑습니다 | 잘 관찰하는 사람이 이긴다 | 더 오래 살아남는 힘을 가르치다 | 합리적 사고 버리기 | 몸은 정직하다 | 몸을 움직이면 답이 보인다

5부 다루마리 빵의 원천을 찾아서
1장 첫 번째 원천, 물
더 좋은 물을 찾아서 | 에도시대 우물을 발굴한 경험 | 삽 하나로 우물 파기 | 우물 바닥에서 깨달은 것 | 물이 솟아 나온다! | 옛 우물을 품은 카페 | 칼럼_ 기저귀 없이 아이 키우기
2장 두 번째 원천, 재료
조연으로서의 빵 | 농업이 있는 빵집 | 밀과 소통하기 | 갓 빻은 밀가루의 에너지

3장 세 번째 원천, 기술과 도구
약한 것들이 모여 단단해진다 | 장인이 기계를 다루는 법 | 철학 있는 소형 제조업체가 사라진다 | 가격이 아닌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해결하다

에필로그 다루마리의 새로운 도전

나가며_역동적인 생산 활동을 꿈꾸며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맥주는 왜 만드십니까?”
이 질문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다. 지즈초로 이전해서 맥주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고부터는 “제빵에 필요한 맥주 효모를 안정적으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워낙 맥주를 좋아한다. 천연 효모로 맥주를 만드는 게 오랜 꿈이었다”라는 대답밖에 할 줄 몰랐다.
나는 머리로 하는 생각보다 몸으로 하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다. 맥주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떠올랐기에 그 생각을 실현하려고 행동한 것뿐이다. 어차피 왜 맥주를 만드는지, 사업이 잘될지 어떨지에 대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여러 사람에게 말로 잘 설명하는 일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하다.
- ‘1부 1장 다루마리, 이대로 끝인가’ 중에서

바로 그 건물이 지즈초사무소가 안내해준 보육원 자리였다. 그런 게 운명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건물의 조건을 하나씩 점검했다. 수도꼭지에서 지하수가 나왔다. 높이 6미터의 제분기도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빵, 맥주, 카페 등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면적도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마리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곧 사무소 측에 우리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하겠습니다. 이곳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 ‘1부 2장 새 터전, 지즈초’ 중에서

문제는 푸른곰팡이다. 미신에 가까운 궤변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푸른곰팡이는 대체로 일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다루마리발 도시 괴담’이라 해도 좋을 일화가 있다. 다름 아니라 다루마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직원이 있으면 누룩균이 아니라 푸른곰팡이가 폈다는 사실이다.
9월 초에 푸른곰팡이가 대량 발생해 누룩균 채취에 실패한 적이 있는데 한 직원이 가을에 사표를 냈다. 그제야 짚어보니 ‘아, 바로 그때 그만두려고 마음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즈초로 이전한 뒤 누룩 채취에 실패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
- ‘2부 1장 균은 환경을 반영한다’ 중에서

시제품을 만들며 연구한 끝에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반죽 작업을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일주일 동안 보관해도 효모가 살아 있어서 굽기 전날 건조기에서 발효시키기만 하면 빵을 구울 수 있는 그야말로 꿈의 기술이었다. 이름하여 ‘다루마리식 장시간 저온 발효법! …… 더구나 다루마리가 실현한 이 기술은 화학물질이나 균을 순수 배양하는 기술을 쓰지 않고 설탕, 달걀, 버터, 우유 같은 부재료도 없이 온전히 자연법칙에 따라 이루어냈으니 한층 더 기쁜 일이다. 또 맥주 효모를 쓰니 전보다 부드러운 먹기 좋은 빵이 완성된다.
- ‘2부 2장 다루마리식 장시간 저온 발효법’ 중에서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 많은 생명체가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자연계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려면 자연계가 늘 역동적이라는 사실을 매일 실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꼭 나 같은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역동적인 자연의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생산·제조 행위가 정적일 때는 각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 분명한 논리 속에서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정한 요소는 합리적 판단을 내세워 배제한다. 그런데 도움이 안 되는 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우리를 과학적으로 ‘좋은 균’만 이용하고 ‘나쁜 균’은 살균ㆍ멸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 ‘2부 3장 발효에 얽힌 수많은 인연’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가장 약한 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면 된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 다양성을 낳고 나아가 맥주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고 싶다. 그래서 내 목적은 ‘맛있는’ 것,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장하면 ‘맛없는’ 걸 만들면 어떤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빵 만드는 일도 그랬다. 다루마리 초창기에는 맛있다는 개념의 절대적 기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즈초로 이전하고부터는 ‘맛’을 추구하는 행위를 멈췄다. 내 행위의 목적은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폭넓게 인정받는 성공 사례를 따르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상품도 있구나!’ 하고 소비자가 놀랄 수 있는 제품, 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 ‘3부 1장 맥주의 무한 변신을 꿈꾸며’ 중에서

그러는 사이 반년이 훌쩍 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맛이 궁금해서 마셔봤더니 세상에,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누가 이 맥주를 맛없다고 했단 말인가! 순간 바로 느꼈다.
‘맥주는 숙성이 생명이구나!’
맥주는 숙성할수록 맛이 좋았다. 카레도 2~3일 두었다 먹으면 훨씬 맛이 좋듯이 숙성 과정을 거친 맥주는 균형 잡힌 맛을 냈다. 다만 오래 두면 홉의 향이 날아갈 우려가 있었다. 나는 맥주를 숙성시키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러려면 숙성시킬 공간과 냉장고 전기료가 엄청나게 들 게 뻔했다. 판매 담당인 마리는 가차 없이 아픈 데를 찔렀다.
“오래 숙성시킨다는 말은 그동안 팔지 않겠다는 뜻인데, 그럼 돈이 안 들어오잖아.”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저지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이니까 말이다! 서둘러 숙성용 나무통을 들였다. 3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1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총 4천 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 수량이었다.
- ‘3부 2장 맥주는 숙성이 생명’ 중에서

그렇게 가면을 쓰고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연기하면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틀’에 가두게 된다. 그러면 주위 사람의 도움과 운, 자신의 상황 판단이 더해지면서 교묘하게 위기를 극복할 확률이 잠깐은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흉내나 요령으로 위기를 극복하면 당장은 행복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괴로워진다. 가짜 틀과 진짜 자기 사이의 괴리감을 직시하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그 순간을 극복하면 가면은 벗겨진다. 틀을 부수고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개성을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다.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슈하리守破離(일본의 다도, 무도, 예술계에서 배움의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슈守는 스승의 가르침과 틀을 철저히 지키는 것, 하破는 스승과 다른 기법의 틀을 연구하는 것, 리離는 자신만의 독자 영역을 개척하는 것을 말한다-옮긴이)’라고 생각한다.
- ‘4부 1장 내가 만든 가면에 갇히다’ 중에서

잘난 사람만 ‘옳게’ 대접받는다면 숨 막히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런 세상이 있다면 잘난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정량화되어 얼마나 잘났는지가 점수로 매겨지지 않을까? 그리되면 나 같은 사람은 남 앞에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제빵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과 재료를 만났고, 야생의 균이라는 엄청난 자연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노력했기에 비로소 ‘나다움’을 깨달았다.
작아도 좋으니 틀을 깨고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다. 자기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열린 형태를 띨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분명 틀을 깰 기회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애초에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 ‘4부 2장 틀을 깨고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다’ 중에서

공사 도중 카페 바닥으로 쓸 마루를 뜯었더니 과거에 쓰던 우물 자리가 드러났다. 인근 어르신께 어린 시절 이 부근에 우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내심 기대는 했지만, 정말 그 모습을 확인하니 감격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석축 구조의 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찌나 예쁘게 만들었는지 옛사람 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
어쨌든 우리의 새 카페는 실내 한복판에 옛날 우물 자리가 있는 전대미문의 카페가 될 것 같다. 우물가에 모여 물 긷고 잡담하던 ‘우물 공사’를 그대로 재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속이 보이도록 투명한 소재를 덮어 테이블로 이용할 계획이다. 옛사람들이 남긴 약동감을 그대로 살린 카페는 빵, 맥주 못지않게 다루마리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 같다.
- ‘5부 1장 첫 번째 원천, 물’ 중에서

다루마리처럼 전통 방식으로 빵을 구울 때는 갓 제분한 신선한 밀가루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자가 배양 효모로 천천히 발효시키는 사이에 효모뿐 아니라 유산균의 작용까지 더해져 빵 반죽의 페하(pH)가 떨어지므로 효소 활성을 억제할 수 있어 신선한 밀가루를 써도 제빵에 문제가 없다. 그래서 갓 제분한 밀가루의 에너지를 살릴 수 있다. 갓 빻아야 영양가도 높고 향과 맛도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 ……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가급적 빨리 제품화할 수 있는 제빵성 높은 밀가루’라는 목적지를 향해 흐름을 바꾸었다. 순수 배양균을 이용한 속성 발효에 맞춘 제빵성 높은 밀가루는 아주 곱고 입도가 균일해서 재빨리 균등하게 수분이 침투하는, 효소 활성도를 없앤 상태다. 이른바 밀가루도 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정적인 상태를 바람직하게 보는 것이다.
- ‘5부 2장 두 번째 원천, 재료’ 중에서

지금까지 경험을 돌아보면 나는 수작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단순한 기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매일 무언가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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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와타나베 이타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1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1971년 도쿄 히가시야마토에서 태어났다. 23세 때 학자인 부친과 함께 떠난 헝가리에서 1년 간 생활하며 농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지바대학 원예학부 원예경제학과에 입학, 지바현 미요시무라의 유기농가에서 일을 도와준 경험을 살려 ‘유기농업과 지역통화’라는 주제로 졸업논문을 썼다. 대학 졸업 후 유기채소 도매판매회사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2008년, 회사에서 만난 아내 마리코와 함께 독립하여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하였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오카야마현 마니와로 이주,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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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마리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8

197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08년 2월 지바현 이스미시에서 부부 공동 경영으로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오카야마현 마니와로 이주, 2012년 2월에 마니와 가쓰야마에서 다루마리를 재개업했다. 현재 지즈초에서 야생 효모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가 있다.

정문주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한일 정부, 유엔 산하 단체, 기업 및 학술 관련 통역 현장에서 활약 중이다.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시간이 멈춘 방』,『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아마존 룰』,『관저의 100시간』,『소비를 그만두다』,『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 과제설정의 사고력 편』,『손정의 미래를 말하다』,『새벽형 인간』,『현장론』,『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오아시스 식당』『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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