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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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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김누리 교수 정치사회 비평
지난 7년간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실상을 복기하며
오랜 절망과 무기력, 타성을 깨부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통렬한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에 천착해 온 중앙대학교 독문과 김누리 교수가 정치사회 비평집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한겨레≫ ‘세상읽기’에 연재한 칼럼들과 기고문들을 정리한 책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촛불 혁명을 거쳐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국제관계 부문에서 발생했던 주요 이슈들을 다룬 글들에는 한 가지 뼈아픈 질문이 관통하고 있다. “온 세계가 찬탄하는 감동의 민주주의와 경이의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나라가 왜 자살률, 노동 시간, 불평등, 산업재해사망율, 남녀차별, 출산율 등에서 세계 최악의 지표를 보이는가.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물적 조건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김누리 교수의 치열한 지적 여정의 기록인 이 책은 각 글들을 여섯 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을 다룬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제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에서는 한국 사회의 병리성과 그 근원을 살폈다. 제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에서는 역사와 문화, 과거 청산의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역사민족(Geschichtsnation)’이라 불리는 독일의 사례와 비교하며 과거 청산의 부재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기형화했는지 추적했다.

제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교육 문제를 다루었다. 제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에서는 ‘대학의 죽음’이 한국 사회가 헬조선으로 추락한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하에 대학이 처한 현실을 비판하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제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성과 한계, 잘못된 정치지형과 왜곡된 정치제도 등을 독일의 사례와 비교하여 살펴보고,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제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의 평화 문제, 동북아의 정세와 미래를 비롯하여 국제관계와 관련된 글들을 정리했다. 끝으로 자본주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생명, 생존,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라이피즘(lifism)’을 제안한다.

출판사 서평

왜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환멸의 시대를 넘어, 이제 거대한 전환을 감행하자!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기만의 장막을 벗기고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

통렬한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에 천착해 온 중앙대학교 독문과 김누리 교수가 정치사회 비평집을 출간한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한겨레≫ ‘세상읽기’에 연재한 칼럼들과 기고문들을 정리한 이 책은 단순한 칼럼집을 넘어, 지난 7년간 급변해 온 대한민국 정치, 사회의 씁쓸한 풍경과 궤적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의 기록물이기도 하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세 차례 강의와 베스트셀러『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그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 모순과 병폐들을 복기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다시 한 번 ‘거대한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불가사의한 나라’ 대한민국의 모순과 한계를 파헤치는 지적 여정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촛불 혁명을 거쳐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국제관계 부문에서 발생했던 주요 이슈들을 다룬 글들에는 한 가지 뼈아픈 질문이 관통하고 있다.
“온 세계가 찬탄하는 감동의 민주주의와 경이의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나라가 왜 자살률, 노동 시간, 불평등, 산업재해사망율, 남녀차별, 출산율 등에서 세계 최악의 지표를 보이는가.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물적 조건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김누리 교수의 치열한 지적 여정의 기록인 이 책은 각 글들을 여섯 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을 다룬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제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에서는 한국 사회의 병리성과 그 근원을 살폈다. 제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에서는 역사와 문화, 과거 청산의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역사민족(Geschichtsnation)’이라 불리는 독일의 사례와 비교하며 과거 청산의 부재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기형화했는지 추적했다.
제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교육 문제를 다루었다. 제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에서는 ‘대학의 죽음’이 한국 사회가 헬조선으로 추락한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하에 대학이 처한 현실을 비판하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제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성과 한계, 잘못된 정치지형과 왜곡된 정치제도 등을 독일의 사례와 비교하여 살펴보고,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제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의 평화 문제, 동북아의 정세와 미래를 비롯하여 국제관계와 관련된 글들을 정리했다. 끝으로 자본주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생명, 생존,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라이피즘(lifism)’을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인간의 삶, 생존,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로!
김누리 교수는 7년간의 칼럼 집필 과정이 한마디로 “한국 사회 각 영역에 걸친 ‘거대한 기만’을 파헤치는 작업”이었다고 밝힌다. 그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일련의 민주화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뤄낸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민주적인 일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수구-보수 정치세력들이 수십 년간 국회를 독점하면서 ‘진보다운 진보’와 ‘생산적인 논쟁’이 들어설 자리를 잃었고, ‘공정’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자본주의 경쟁 논리가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위협하고 있다. 생존절벽은 그만큼 가파르고 사회 혼란과 격차가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쉬이 희망을 말하지는 말되 가벼이 절망에도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 촛불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재확인한 놀라운 시민의식, 영향력이 커져가는 문화의 저력 등 우리에겐 여전히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책의 제목인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결국 새로운 나라, 다른 삶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과 역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음을 상기시키는 문구인 셈이다.
책에서 다룬 사회적 갈등과 한계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는 오랜 시차에도 당시의 글을 그래도 수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변화된 내일을 위한 반면교사로서 책의 의미가 깊다. 포스트 코로나의 전지구적 대전환과 대통령 선거 등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 김누리 교수는 과거의 환멸을 딛고 각 개인과 국가의 존엄이 존중받는 자주국가, 복지국가, 생태국가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고 이대로는 안 된다면, 적극적으로 전환의 방향과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목차

서문|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프롤로그|포스트 코로나,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 

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
불안, 한국 사회의 숨은 지배자
무례사회  
방관사회   
무릎 꿇는 사회  
노예 민주주의 
200만 촛불의 명령은 ‘체제 교체’다  
광장의 촛불, 삶의 현장에서 타올라야  
거짓의 시대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감행하자!
“사장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습니까?”  
이중적 성(性)도덕과 괴물의 탄생  
군대를 생각한다  
가면 쓴 민주주의  
총체적 파국을 넘어서  

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걸림돌’  
오늘의 독일을 만든 건 아우슈비츠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반드시 돌아온다  
브란트 정부와 문재인 정부  
68혁명 50주년과 한국의 특수한 길  
독일의 68세대와 한국의 86세대  
귄터 그라스의 나라  
문제는 표절이 아니다  
박종철 고문실보다 더 끔찍한 곳  
대한민국 100년, 청산 없는 역사  

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행복한 10대들의 나라  
10대에게 정치를 허하라  
열여섯 살이 투표권을 갖는다면  
100만 난민을 받는 나라의 교육  
18세 투표권, 누가 두려워하는가  
직위해제당한 한국 성교육  
경쟁, 야만의 다른 이름  
이강인의 ‘안 뛴 형들’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1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2  
대한민국 새 100년, 새로운 교육으로  

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
주현우, 김예슬 그리고 대학의 죽음  
대학의 죽음과 절망사회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주는 나라  
자본에 점령당한 한국 대학  
신문사 대학 평가와 대학의 식민화  
학문과 지성을 모욕하는 ‘취업 중심 대학론’  
대학은 기업의 하부 기관인가
대학에서 벌어지는 ‘파우스트의 거래’  
시간강사 문제, 교수들이 나설 때다  
청년이 움직이면 세상을 바꾼다
이제 ‘학계 블랙리스트’도 밝힐 차례다  
한국의 교육자여 단결하라!  
대학의 보수화를 우려한다  
대학 개혁은 사회개혁의 출발점이다  
68혁명 50주년, 대학 민주화의 원년이 되길  

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
대한민국 과두정치, 이제 끝내야 한다  
보수를 위한 변명   
위험수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우편향  
독일 의회에서 퇴출당한 시장자유주의  
언론 장악보다 무서운 우민화 책략  
민주주의의 덫이 된 공영방송  
한국의 방송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대전환의 시대, 사회개혁의 조건  
한국 사회의 최대 적폐는 선거법이다  
민주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촛불 정신과 민주당의 자기부정  
4·15 총선의 역사적 의미  

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
아메리칸 드림에서 유러피언 드림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주적’은 냉전체제다  
북핵 위기와 류현진 등판 일정  
‘문재인 독트린’을 천명할 때다  
‘글로벌 스타’ 대한민국의 품격  
독일에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이유  
메르켈 총리의 충고   
독일통일과 두 목사  
유럽의 독일화를 우려한다  
흡수통일은 신화다  
동북아 평화는 우리 손에  
국경 없는 유럽에서 동북아를 생각한다  
메르켈의 총선 승리가 의미하는 것  
미국을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 진정한 화해는 가능한가  
통일의 역설과 냉전 체제의 종식  
민족 이성이 눈뜬 새로운 평화의 시대
대미 관계가 변해야 통일 시대가 열린다  

에필로그|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 

본문중에서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역사가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 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 통해 발전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는 싸움도 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이 완전한 지옥이 되지 않은 것은 지는 싸움을 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진 싸움이 만든 역사가 희망을 지켜주었다.
이러한 믿음을 품고 우리는 함께 환멸의 땅을 건너가야 한다. 넘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꿈꾸던 그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세기 이 나라, 이 민족은 너무도 큰 고통과 희생을 치렀다. 역사에 빚진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문 중에서〉

통렬한 성찰과 송곳 같은 언어로 써내려간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당연하다고 여겨온 많은 것들이 낯설어지고, 견고하다고 생각해 온 수많은 것들이 흔들린다. 영원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하릴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폐허 속에서 공포가 엄습한다. 우리가 이 세계를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덮쳐오는 공포의 정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 헤게모니가 이울고, 자본주의 시대가 기울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수명을 다하고, 서구의 지배가 종말로 치닫고 있다. 물질 지상주의, 경쟁 이데올로기에 의문부호가 박히고 있다. 구시0대가 급속히 스러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과도기를 우리는 건너고 있다.
〈프롤로그_포스트 코로나,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 중에서

카프카의 소설『변신』이 현대인의 삶의 본질이 ‘벌레’ 같은 실존임을 알레고리로 폭로했듯이, 이번 사건은 한국인의 삶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벼랑 끝에 매달려가는 것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아무리 성공적으로 적응해 온 자도 한 걸음만 삐끗하면, 한 손만 잘못 짚으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다.
불안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본원적인 힘이며, 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숨은 지배자다. 불안은 인간을 길들이고, 소진시키며, 예속시킨다. 불안은 비인간적인 체제를 유지시키고 강화하며, 변혁을 차단하고 저지한다. 불안은 무한 경쟁의 논리 속에서 심화되고 일상화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불안은 생명을 죽인다.
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_‘불안, 한국 사회의 숨은 지배자’〉 중에서

미투 사태의 본질은 ‘나쁜 인간의 더러운 욕망’이 아니라, 미성숙한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이다. 문제는 저들이 예외적인 악인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세계의 왕’으로서 사회의 병리성
을 전형적으로 체현한 인물들이라는 데 있다. ‘정상성의 병리성’(에리히 프롬)이 문제인 것이


을 전형적으로 체현한 인물들이라는 데 있다. ‘정상성의 병리성’(에리히 프롬)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문화혁명에 버금가는 대변혁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이 시대착오적이고 위선적인 이 땅의 성문화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전환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_‘이중적 성(性)도덕과 괴물의 탄생’〉 중에서

거리에 황동판을 심는 일을 시작한 이는 군터 뎀니히라는 예술가다. 그의 목적은 “번호로 불리며 살해당한 희생자들이 자유인으로 살았던 마지막 거처에 그들의 ‘이름’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가로, 세로, 높이 10센티미터의 돌 위에 황동판을 붙여놓은 이 작은 추모석을 그는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이라고 명명했다. 우리말로는 ‘걸림돌’이다. 아직 이 걸림돌에 걸려 넘어졌다는 사람은 없다. 땅을 파고 박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은 독일인도 없으리라. 그들의 끔찍한 과거를 매일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_‘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림돌’‘〉 중에서

“내 아이를 이 지옥 속에 밀어 넣을 자신이 없어요.”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 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_’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중에서

한국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개혁의 불철저성에 있다기보다는 개혁의 방향성과 목표가 잘못됐다는 데 있다.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가열찬 경쟁을 부추기는 ‘개혁’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 아이들이 어떤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가, 교육개혁은 이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무한 경쟁 사회, 학벌 강박 사회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을 통한 배제’에서 ‘연대를 통한 포용’으로 교육의 원칙을 바꿔야 한다. 모든 아이들의 잠재력이 한껏 발현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입시 폐지가 그 첫걸음이다.
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_‘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2’〉 중에서

오늘날 한국 대학은 사회의 모든 모순이 집적된 적폐의 하치장이 되었다. 대학은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기보다는 부와 신분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통로로 변질되었고,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으며, 진리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타락했다. 오죽하면 “한국 대학은 민주주의 적”(김종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겠는가.
이 지경이 된 대학을 방치한 채 사회개혁을 운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은 모름지기 최
고학문기관으로서 국가의 정체성과 사회의 지향성을 규정하는 담론을 생산하는 기관이기에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혁명적 시대정신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학개혁을 사회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_‘대학 개혁은 사회개혁의 출발점이다’〉 중에서

방송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의 우민화를 저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권의 방송 장악은 공정한 보도를 망치지만, 방송의 총체적 오락화는 대중의 의식을 잠재운다. 우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오락물의 부드러운 유혹에 굴복하여 날마다 탈정치화된다. 그리하여 사회적 비참은 도처에서 창궐하는데도, 사회변혁을 위한 물적ㆍ제도적 조건은 이미 갖춰졌음에도, 사회변혁의 실천은 부재한 부조리한 현실이 지속되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분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_‘언론 장악보다 무서운 우민화 책략’〉 중에서

군사 독재의 후계 정당과 자본 독재의 후견 정당이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통해 영원히 과두 지배하는 정치 구도가 오늘날 ‘한국의 비극’을 낳은 근본 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행 선거법은 적폐 중의 적폐다. 이것은 적폐 청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인 적폐이며,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적폐다. 선거법은 정치 지형을 수구와 보수의 독무대로 만들고, 새 정치세력의 등장을 원천봉쇄하며, 젊은 세대의 발랄한 정치적 상상력을 말살한다. 선거법 개정이 없는 한 기득권 양대 정당의 과두 지배체제를 극복할 수 없고,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기대할 수 없다.
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_‘한국 사회의 최대 적폐는 선거법이다’〉 중에서

지난 70년간 한반도를 짓누른 냉전 체제는 한국 사회를 기형화했고, 한국인을 불구화했다. 한국 정치가 수구-보수 과두 지배체제로 왜곡된 것도, 한국 경제가 재벌 독재 체제로 일그러진 것도, 한국 문화가 폭력적 군사 문화에 물든 것도, 한국인의 심성이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병든 것도 그 뿌리를 추적하면 어김없이 냉전 체제와 만난다. 냉전 체제가 종식되어야 비로소 한국 사회가 정상 사회가 되고, 한국인이 정상인이 될 수 있다.
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_‘통일의 역설과 냉전 체제의 종식’〉 중에서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시장중심사회에서 인간중심사회로, 경쟁사회에서 연대사회로,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인간의 자연 지배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으로,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에서 디그노크라시(존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던 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인간에 대한 성찰은 자본주의가 과연 지속 가능한 체제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자본주의는 인간 존엄의 조건인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 생존의 조건인 사회를 파괴하며, 인간 생명의 조건인 자연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에필로그_‘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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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통렬한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고민해 왔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세 차례 강의와 ‘2020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뿌리 깊은 ‘한국형 불행’의 근원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중앙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다. 한국독어 독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귄터 그라스의 문 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3년 중앙대 독일연구소가 도쿄대,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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