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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형의 현장 에세이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은 보인다』.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일선경찰관들의 사연들이 소개되어 있다. 경찰관들이 이웃들과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chapter 1
인공와우를 아세요?
소연이의 열 두 계단 … 14
노반장이요? 정반장이요? … 21
영정이 아니고 ‘장수사진’입니다 … 27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경찰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 34
운전면허시험과 고구마 나물 … 35
폐지할머니와 동지팥죽 … 43
엄마가 아니야~ 앙앙~ … 50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경찰이면 누구나 가슴깊이 새겨야 할 금언들 … 55
경찰관이 수화도 할 줄 알아요? … 56
교통경찰과 산부인과 … 63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자베르 경감과 장발장의 고민 … 69
인공와우를 아세요? … 70
독도출신 오박사 … 80
바퀴달린 것은 모두 접수한다 … 86
그해 겨울은 따뜻했다 … 93
희돌이의 친구 사랑법 … 100
지리산 큰물과 토란잎사귀 … 105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형사관계. 민사관계 불간섭 원칙 … 111
16살 중고차와 단발머리 여경 … 112
젖은 돈뭉치와 과일주스 … 116
소는 정말 말을 하지 못할까 … 121
백경사의 기분 좋은 무리 … 127
돈은 귀신도 부린다? … 133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무죄추정의 원칙 … 139
할머니! 저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 140
어쿠스틱 기타, 말라위 … 148

어느 작은 기록들
동행의 기쁨 … 155
화상火傷입은 난蘭에게 … 157
자전거 출근과 환경미화원 … 160
염소와 갈대 그리고 박수 … 163
너무 낮은 나의 행복지수 … 165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tip 문화훈장을 받은 경찰관 차일혁 총경 … 168

chapter 2
피해자의 눈물은 우리가슴을 뛰게 한다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은 보인다 … 170
7살 납치된 성훈이를 구하라 … 179
한겨울의 구멍 난 양말과 슬리퍼 … 185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함정수사와 비노출단속 … 193
깡마른 콜롬보 … 194
해병대는 귀신만 잡는 것이 아니다 … 202
참혹한 피해사실과 피의자의 인권 … 210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미란다 원칙 … 218
태풍이 휩쓸고 간 뺑소니 … 219
형사도 로또를 좋아해! … 225
28년 만에 돌아온 막냇동생 … 231
새내기는 IT전문가 … 236
땀 좀 닦고 끊으세요 … 244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착한운전 마일리지 … 249
개코 순경 만세! … 250
우리는 영호남 투캅스 … 255
정의로운 시민은 경찰의 힘이다 … 262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경찰 tip 특정범죄가중처벌법 … 268
박총경의 눈물 … 269
통일 별자리를 찾아라 … 278
역지사지易地思之 … 286

chapter 3
바람이 되어 내 곁을 스쳐 주라
4월 동해의 바닷물은 차갑지 않았다 … 300
완전히 죽기 전에는 죽은 것이 아니다 … 306
아빠가 내 아빠인 게 자랑스러워요 … 313
무쇠팔, 경찰본능, 새 생명으로 이어지다 … 320

사이버 추모관은 ‘그들을 기억’한다 … 327
(김상래경사, 심재호경위, 이기홍경장, 조민수의경, 장정현경사 등 1,654명)

이 책이 나오기까지 … 356

들어가는 말

존재하는 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관으로 살다보면 일반적인 직업인을 넘어 자신도 모르는 반사적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어디서, 어떤 위험한 상황이 되면 본인의 안위安危를 살필 겨를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범인검거 현장에서 칼에 찔렸을 때 바로 지혈止血하고 후송되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 그러나 피를 흘리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 뛰다가 혈압상승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순직殉職하기도 한다. 그들이 ‘경찰관’이기 때문일까.
그것을 지켜 본 동료들은 자신에게 똑같은 상황이 생기면 과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소개된 사연들은 주민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일선경찰관들이 이웃들과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경찰은 범죄를 제압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 피해를 제대로 회복시켜 주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 또한 크다.

본문本文의 내용은 모두 일선현장에서 일어난 사실이며, 소재가 되신 분들의 숭고한 뜻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해에 어려움이 있거나 표현이 모자란 면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능력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그리고 현장경찰관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작은 도움을 받거나, 과거의 범죄에 관련된 분들의 마음을 또다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제3부를 제외하곤 모두 가명처리假名處理 하였고, 수사기법의 노출과 모방범죄를 우려하여 이미 세상에 알려졌거나 언론에 공지公知된 것 외에는 구체적인 기법묘사를 피하였음을 혜량惠諒해 주시길 바란다.
또한, 필자의 미천微賤한 능력 때문에 지면에 소개되지 못한 소중한 사연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세상살이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분야의 역할이 많이 변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찰은 강력범죄자 검거에 못지않게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트렌드의 변신이라기보다는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그러나 시민이 신고한 범인을 경찰이 놓치거나 음주운전 단속 후 만취한 사람에게 자동차 열쇠를 돌려주는 것처럼 안일한 업무처리로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하며, 그것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모든 것이 추운 건 아니다. 겨울비도 따뜻하고 창으로 들어오는 쪽볕, 작은 손난로, 그대의 가슴 등 따뜻한 것도 무수히 많다. 그리고 지나간 겨울바람도 춥지 않다. 문제는 우리가 겨울은 당연히 춥다고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경찰서 무선중계탑에 집을 짓기 위해 무거운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오르는 까치를 본다. 문풍지가 없어 보이는 까치집도 그들에겐 따뜻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편안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찰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마무리한다. 과학수사는 범죄의 정황情況에 대한 객관적 증명수단일 뿐이다. 곧 주민과 경찰이 하나가 되어야 더욱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손을 잡으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부족한 이 글들이 현장경찰관과 이웃들의 어울린 삶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크나 큰 기쁨이겠다.
세상은 ‘상호의존의 원리’에 의해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어느 현인賢人의 말씀과 인공와우의 송·수신기 역할을 가슴깊이 생각하며 처음과 끝을 맺었다.
그리고 글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우愚를 범하고 있다. 어차피 졸필拙筆이지만 문장은 기교의 산물이 아니며 사람의 마음이고 영혼이라는 믿음으로 썼다. 편안하게 읽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오늘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는 일선경찰관들과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순직하신 님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2014년 가을 하 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