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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집. 세계와 인간과 문학에 대한 성찰, 하일지와 이인화의 존재에 답하기 위하여, 감옥의 작가에게-황석영 형님께, 80년대 민중문학이 걸어온 길 등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고찰한 글들을 실었다. 양장본.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90년대로부터 퇴각하여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정신의 궤적을 담은"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다. 공백기 7년을 열고 닫은 앞의 글들이 제1부에 자리잡았고, 작가 황석영씨가 감옥에 있을 무렵 그에게 보낸 편지, 이인화·하일지론, 그리고 문학작품에서의 진정성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는 [진정한 감동은 어디에 있는가] 등 촌평 성격을 띠었으되 만만치 않은 글들이 2부에 실렸다. 3부에는 '젊거나 늙은 대학원 시절의 동료'들과 머리맞대고 공부하면서 정리한 임화와 김수영에 대한 학구적 논문이 실렸으며, 4부와 5부는 각각 리얼리즘과 민중·민족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한 글들로 채워졌다. 근래 인문분야의 출판풍토에서 유독 번역서들로 만원사례를 이루는 특이한 정서를 비집고 우리의 저자가 보이는 우리들의 내적 관심사를 예쁜 한권의 단행본으로는 보는 즐거움은 물론, 저으기 다채로우면서도 가히 질량을 매기기 어려운 무거움 글들까지 두루 채워져 있어 예민한 독자들에게는 이 봄에 자못 흥미로운 지적 흥분을 줄 수 있는 신선함이 실렸다. 한편 이 책을 일독하면서 보는 느낌은, 하일지·장정일·이인화씨 등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소설들의 탈정치성향에 대한 비판에서 그러하듯이 [다시 비평을 시작하며]에서의 계몽 비평의 복권 주장 등릉 왕년의 전투적 평론가로서의 그의 면모는 그다지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1995년에 행해진 한 설문에 대한 답에서 밝혔듯이 "이제 '민족문학'은 끝이다"라는 과감하고도 단호한 선언을 할 때 그가 민중 주체에 의한 민족문학의 재편을 주장하던 예전의 자신과 분명한 선을 귿고 있음이 확연하게 엿보인다. 그 짧은 답변에서 그는 민족문학이 오늘날 우리 삶의 총체성을 다 끌어안기에는 이제 너무 낡았으며 경우에 따라선 '민족'도 '민중'도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자신의 '청산주의적' 태도에 대한 답을 삼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98년에 발표한 [리얼리즘과 민족문학을 넘어서]는 좀더 상세하다. "민족문학론의 갱신은 뛰어난 문학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정리 과정의 귀납적 산물로서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민중적 민족문학론이라는 '진리'를 실제 작품에 연역적으로 적용하던 예전의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이런 태도는 우리에게 강인한 전투적 비평가로 각인된 '김명인 비평'의 새로운 단계를 열어보이고 있다. 다시 그의 비평을 주목하게 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001. [1부]
002. 다시 비평을 시작하며....(15)
003. 불을 찾아서....(28)
004. [2부]
005. 시간의 수레바퀴 아래서....(55)
006. 하일지와 이인화의 존재에 답하기 위하여....(64)
007. 진정한 감동은 어디에 있는가....(71)
008. '문민시대'와 문학....(80)
009. 감옥의 작가에게....(88)
010. [3부]
011. 암화 - 한 절정의 정신이 놓였던 자리....(105)
012. 김수영 - 그토록 무모한 고독, 혹은 투명함 비애....(133)
013. [4부]
014. 세 개의 답변....(167)
015. 80년대 민중, 민족문학론이 걸어온길....(180)
016. [5부]
017. 근대성과 미적 근대성....(221)
018. 리얼리즘과 민족문학론을 넘어서....(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