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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철학, 역설의 미학 중에서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권대근-

인문학이란 인간의 삶 곳곳에서 그 의미를 따져 묻고 다른 대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사실 인문학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문학을 하는 과정에서 몸에 배기 마련인 의미를 따져 묻는 성찰과 탐구의 자세다. 이렇게 의미를 따져 묻고 성찰하는 자세가 이미 도구적 이성의 반대편에 서 있는 객관적 이성의 참모습인 것이다. 김종희 수필은 이 지점에서 빛을 내고 문학적 성취를 갖는다. 대학원에서 한국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사유를 크게 확장시키고 공감 능력과 상상력을 길러 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역사상 예술은 현재 보이는 현실 너머를 상상하는 역할을 해왔다. 예술적 소양이 높은 작가는 다른 사람을 하나의 대상, 수치로 대하지 않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 대한다. 김종희는 특수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쉽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사이에 들기도 철학적 소통도 쉽다. 역설과 경계미학으로 빛나는 김종희 문학의 힘은 철학적, 언어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라 하겠다. (하략)

지승길(해양수산인재개발원장)
“고아한 정취를 품은 김종희의 문장에서 수필의 진경을 만난다.”

박문현(동의대학교 명예교수)
“時空과 生死의 문제를 다룬 본격수필, 이것이 문학이다.”

6 / 책을 내면서

1장 - 비경을 찾아서
17 / 독락獨樂
20 / 명묵明默
23 / 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26 / 비경秘境을 찾다
29 / 녹우綠雨
32 / 절을 한다
35 / 소쇄瀟灑
38 / 원원遠願
41 / 환벽環碧

2장 -울음 그 언어
47 / 거미, 거미줄
50 / 고서점에서
53 / 울음, 그 언어
57 / 정자가 있는 자리?
61 / 모깃불
65 / 쌈
69 / 나는 날마다 신화를 꿈꾼다
73 / 소주예찬
76 / 죽비소리

3장 - 묵은 시간의 기억
83 / 편지
86 / 고모
89 / 봄날은 간다
92 / 묵은 시간의 기억
96 / 밥 그리고 밥
100 / 병산에 서다
103 / 본다
106 / 사이에 서서
109 / 한 줌 바람처럼

4장 - 경계에 서다
115 / 34번 국도
119 / 길을 찾는 사람들
123 / 있는 그대로
126 / 흐르는 것이 시간뿐이랴
130 / 삶을 바꾼 만남
134 / 가을엔
137 / 예술, 삶에 말을 걸다
141 / 혼돈의 죽음 그 이후
145 / 경계에 서다

서평 148 / 경계의 철학, 역설의 미학

여행이란 휴식이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휴식이 아니다. 단지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객관화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나로부터 벗어나 나를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 여행은 자아의 경계에 서는 일이기도 하다. 나로부터 혹은 나를 향해 서 있는 경계는 비록 분명한 선의 형상은 없을지라도 한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모호한 경계를 지닌다. 프랙탈 구조와도 같은 그 경계는 환원시킬수록 선명해진다. 선명해지는 순간 객관적 상관물로서 나의 실체도 드러나게 된다.
드러난다는 것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러내는 것보다 더 숭고한 것은 자연적 형상 속에 합쳐지는 것이다. 관계와의 합치를 통한 삶의 방식, 그런 까닭인지 도학자들의 은거지에는 그들만의 존재방식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건축의 조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럴 때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존재하는 건축은, 건축이 아니라 그 자신이 된다. 어쩌면 그들은 건축적 현실 속에 자신의 이상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락獨樂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