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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7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에세이 「늘 바람 속에 산다」에는 삶 속에서 느끼는 애잔한 그리움과 해학과 풍자적인, 저자만의 다양한 색깔을 지닌 글들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풀어놓았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자야 수필의 특징을 다시 한번 간추려보면, 그의 수필의 주인공은 ‘나’ 이외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나’는 그 인물들과 함께 겪은 체험을 설명하거나 대화함으로써 상황과 배경 묘사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상징성과 리얼성을 가할 수 있으며, 입체성을 높일 수 있는 수법을 쓰고 있다.
수필뿐만 아니라 시·소설·평론에도 수준급이다. 각 잡지는 물론 신문 칼럼 등 연 6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보다는 수필에 더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수필의 장점을 살리고 문학화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에 진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집념과 역량은 끊임없는 글쓰기에 몰두하고 또 편집에 종사하면서부터 샛별처럼 빛나게 되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한 단문이면서 젊고 생기로운 문장으로 지루함을 불식하고 고독과 비감과 풍자가 곳곳에 배어있어 약자들의 가슴을 흔들어댄다.

PART 01 /
추록자 불견산(追鹿者 不見山)

장국밥 ... 13
들국화 ... 18
추록자 불견산(追鹿者 不見山) ... 22
편지 ... 25
매미 ... 28
개 짖는 소리 ... 31
꽃 ... 34
경국지색(傾國之色) ... 37
도깨비 ... 43
들풀 ... 46
줌마 ... 50
충언(忠言)과 간언(諫言) ... 54

PART 02 /
족제비 굴

근심 걱정 ... 59
상엿집 ... 62
무욕의 나라 ... 65
족제비 굴 ... 68
늘 바람 속에 산다 ... 73
바보가 없는 세상 ... 76
꿈은 이루어진다 ... 80
이웃집 이야기 ... 84
묵은김치가 맛이 있다 ... 88
밤비 ... 92
문명의 불편함 ... 95

PART 03 /
길 위의 나그네

아픔이 주는 교훈 ... 101
젖은 낙엽 ... 104
노숙자 ... 111
적선지가(積善之家) ... 114
화장실 ... 118
스트레스 ... 121
가정부 ... 124
길 위의 나그네 ... 127
가벼운 것이 좋다 ... 132
보이지 않는 적 ... 134
우공이산(愚公移山) ... 138

PART 04 /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

단점(短點) ... 143
돈 ... 146
안국역 ... 149
보리밭 ... 152
배[腹] ... 155
희망 없는 세대 ... 160
안경 ... 164
성(性) ... 167
아동학대 ... 170
까치 ... 173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 ... 177

PART 05 /
그리움의 작은 나라

황강 ... 183
봄바람 ... 186
비상구 ... 190
창밖의 풍경 ... 193
인격에도 냄새가 난다 ... 197
단맛의 유혹 ... 200
풍경 ... 205
여우 ... 209
강변 산책 ... 211
인자무적(仁者無敵) ... 214
그리움의 작은 나라 ... 219
거룩한 유언 ... 223

《늘 바람 속에 산다》 일부

바람과 희망이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요, 목표다. 그러나 현실은 신기루 같은 것, 애통하게도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한 푼 두 푼 저축을 하면서 그 돈들이 장차 나를 귀부인으로 바꿔 주길 바랐다. 꿈은 좀처럼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바람은 나의 곁을 맴돌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희망의 줄을 놓은 적이 없었다. 잘 살겠지, 잘 되겠지. 남보다 번듯하게 살게 되겠지. 그런 바람 속에서 청춘이 가고, 중년이 가고, 해지는 서산마루 앞에 서게 되었다.
오호, 통제라! 눈 앞에 펼쳐진 하늘 가득한 나의 황혼은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어찌하랴! 놓을 수가 없구나. 버릴 수가 없구나. 내 꿈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노을 속으로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찌하랴. 오는 세월을 어찌 막으랴. 오는 바람을 어찌 막으랴.
그래, 이제는 움켜쥔 바람들을 하나둘 날려 보내자. 그러면서 나를 달랜다. 지나간 날들은 아름다웠지. 놓지 못한 그 많은 꿈은 저 창밖의 녹음방초처럼 푸르고 눈부셨지!

허허! 바람이 분다. 내 청춘의 바람을 안고 저 창밖의 바람이 아득한 소리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