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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소소한 이야기를 꽃과 함께 생활화하는 글들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 속에서 보고 느낀 점을 작가만의 특유의 문체로 작품화하였다. 극도의 절제와 상징적인 언어로 한 폭의 넉넉한 풍경화를 그려 놓았다.

홍유연 수필가는 대학에서 국사학과를 전공하고 역사에 관한 글을 많이 써왔다. 더불어 고대 역사 속의 꽃꽂이는 어떠했는지? 동서양의 작품 비교 등에도 관심이 많다.
저자의 수필집 《왕비의 꿈》은 백제 문화축제기간 동안 행사의 꽃이라고 말하는 무령왕과 왕비를 선발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왕비선발 면접을 보게 된다.
발표하던 날 혹여 반가운 소식이 오려나 내내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간택에서 탈락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왕비의 꿈은 그렇게 끝났다는 상황 전개를 실감있게 풀어 놓았다. 간결한 단문이면서 젊고 생기로운 문장으로 지루함을 불식하고, 순순히 읽히게 하는 그 능력이 대단하다.

1부
과거로의 여행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 10
고국천왕(故國川王) ... 16
소서노(召西奴) ... 21
정업원(淨業院) ... 26
오백나한(五百羅漢) ... 31
거울아 거울아 ... 35
이삼평(李參平)의 길 ... 39
병자호란의 눈물 ... 45
나는 조선의 왕이었다 ... 51
금동신발 ... 58
천전리 각석(川前里 刻石) ... 62
굴포운하(掘浦運河) ... 67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 72
회암사지 가는 길 ... 77

2부
추억을 찾아서

왕비의 꿈 ... 84
그리운 병산서원 ... 90
검룡소(儉龍沼) ... 96
고등어 ... 101
가을의 전설 ... 107
옹기(甕器) ... 112
추억을 만나는 바람 ... 118
드라세나 와네끼 ... 123
리쓰린 공원 ... 127
한양도성 ... 132
무동도를 걷다 ... 138
학도암 추억 ... 143
인연 ... 148
주막(酒幕) ... 154
작가의 말
차례
왕비의 꿈

3부
꽃 이야기
- 월간 flora 게재 -

연꽃 ... 162
수수꽃다리 ... 165
라벤더 ... 170
원추리 ... 173
박태기 ... 176
수레국화 ... 179
마가목 ... 182
춘추화(春秋花)의 희망 ... 185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188

4부
스토리텔링
나청호(羅晴湖) 대선사(大禪師) ... 194

《왕비의 꿈 》 일부

백제 무령왕은 몇 대 왕인지 몇 개의 질문을 받은 후 시를 한 편 암송했다. 왕비는 덕망도 갖추어야 하지만 예술적인 재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순조롭게 끝났다.
백제의 문화유산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제25대 무령왕이 묻혀있던 왕릉일 것이다.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던 무령왕릉 발굴기사를 접하면서 얼마나 가슴 뛰었던가. 엄청난 유물을 발굴할 수 있었던 동시대를 살았고, 1500년 전의 백제 시대로 돌아가 유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복이었다. 중국은 모든 보물이 지하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도굴이 심하지만, 무령왕릉은 도굴되지 않았기에 더욱 소중하다.
발표하던 날은 오전 내내 전화를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유력한 세자빈의 최종후보 3~4명이 올라간다는 삼간택에 내 이름이 올라갔는지 초간택에서 탈락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왕비의 꿈은 그렇게 끝났다.
왕비선발 참가 기념품으로 나누어준 공주 알밤을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깨물어 먹으면서 왕비에 간택되지 못한 서러움을 달랬다. 백제 무령왕의 왕비가 되어 백성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우아하고 세련된 국모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비록 왕비로 간택되지는 못했어도 나는 왕비 후보다. 꿈에서는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게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여 백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왕비가 되어야겠다. 오늘 밤은 무령왕의 손을 잡고 부여 궁남지를 산책하는 꿈을 꾸고 싶다.
아! 이제는 왕비가 아니라 대비마마가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