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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쪽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변은숙의 첫 번째 시집 『몬트리올 사람』. 연작시 18편 외 모두 60편의 시로 엮어진 시집에는 몬트리올의 풍경과 사람 그리고 자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삶의 애수가 모자이크처럼 연결되어 이국에서의 사연들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실려 있다. ‘암스테르담, 고호 박물관’, ‘겨울 산에서’, ‘눈 오는 날의 인사’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캐나다 동쪽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변은숙 시인의 첫 시집「몬트리올 사람」이 월간 심상사에서 심상시선 83번째로 발간됐다. 「몬트리올 사람」연작시 18편 외 모두 60편의 시로 엮어진 시집에는 몬트리올의 풍경과 사람 그리고 자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삶의 애수가 모자이크처럼 연결되어 이국에서의 사연들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실려 있다.
평론가 박동규 교수는 언어가 다른 지역에서 살면서 떠나온 곳과 가야 할 곳을 잊은 사람, 잃어버린 시간을 잊은 사람이 되어 예리한 감각으로 아름다운 시편을 엮어낸 시인의 삶의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30여 년을 살면서 토론토 문인협회와 한민족 작가연합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변은숙 시인은 “단풍나무 홀씨가 바람에 날려 씨를 물을 곳을 찾을 때 ‘장밋빛 인생’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아무도 모를 깊은 곳을 한 갈피 꺼내보아도 괜찮은 도시”라며 몬트리올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詩는 울지 않는다 _홍 기 만 (전 캐나다 문인협회 회장)

디아스포라의 삶은 물기에 젖기 쉽다. 그게 이방의 삶이다. 파편으로 떨어져 나온 이방인이 갖는 그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르게 변은숙의 시는 디아스포라의 어려움과 쓸쓸함을 프랑스 언어와 영어가 함께 물들이고 있는 몬트리올을 사랑하며 버텨낸다. ‘몬트리올’ 18편의 시들이, 많은 산문들이 보여주고 있다. 문득, 몬트리올을 사랑하는 시인의 산문 한 구절을 열어본다.
“......몬트리올은 사랑의 도시다. 그 상징은 립스틱 바른 여자의 입술, 제라늄이 집집의 창문마다 피어나고, 단풍나무 홀씨가 바람에 날려 씨를 묻을 곳을 찾을 때, 이름 모를 적막감으로 가슴 한곳이 싸해지는 분이 있다면, ‘장미빛 인생’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아무도 모를 깊은 곳 한 갈피를 꺼내 보아도 괜찮은 그런 도시....” (산문 몬트리올은...)
몬트리올은 그런 도시다. 변은숙의 연작 시 “몬트리올”은 그런 도시에서 여린 아픔으로 피어난다.

그 사람 내게 왔을 때
나는 바람 부는 꽃에서만 자라는
들풀이었을까
(...)
끝내 지워지지 않는 젊은 날
햇빛이 있던 자리에
기억을 베고 잠들었던 걸까
이젠 더는 없겠다 싶던 세월
팔랑이며 자꾸 날아와
물방울이되고
강아지 풀이되고...
“이제 괜찮아요”
나는 돌아 누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커텐을 내려주며
그 사람
나보고 일어나면 나비가 되라 한다
노란 바탕에 무늬가 있는 (몬트리올 사람 3)

시인은 불필요하게 난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깊은 상징과 은유를 담는다. “컵”의 시어들이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에서 깨닫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주변의 삶을 시인은 예리한 시각으로 시에 담는다. 한갓 바람에 뒹구는 ‘컵’을 채색한 시어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꽃은 죽어 새 생명을 키우고
나무도 그러하다
그 무엇 하나도 오래 이 땅에 머물며
부딪치고 흙이 되어
다시 흙이될 생명을 붙들고 있지만
공터에 버려진 프라스틱 컵 하나
바람 부는 대로 뒹굴며
씨앗 하나 몸 기댈 내일이 없다
(....)
죽을 수 없는 주검 하나
바람이 실 없이 굴리고 있다 (컵)

‘허수아비’는 풍경을 통해 삶의 모습을 읽어 내리고 있다. 그건 인간의 삶의 모습이다. 널따란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응시하는 시각은 예리하다. 그 예리함 뒤에는 엷은 슬픔이 서려있다.

나는 초점이 없는 웃음을 본다 / 웃으면서 흔들리는 두 팔을 본다 / 허무보다 높이 솟아 있고 / 그 높이 위로 날아오는 / 새떼를 향해 / 허우대는 몸뚱아리를 본다//

(....)

나는 영혼이 멍처럼 맺혀있는 / 보리 짚 색깔의 주검을 본다 (허수아비)

시 ‘친구에게‘는 간주곡처럼 감성을 가볍게 건드린다. 이 시에서 어딘지 모르게 소월의 기미가 읽혔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소월의 시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로 지나치게 난해한 시어를 줄 세우며 현혹하는 것과는 다르게, 단아한 활자 사이사이에 그려지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너와 나 사이에는 바람뿐이야 / 살도 뼈도 없이 막막한 바람 / 줄을 넘으며 묻어오는 먼자, 먼지의 속삭임 / 반짝이는 빛의 도리질 / 한 마당에 매어논 고무줄을 넘으며 / 자꾸 깊어지는 네가 선 자라 / 손때 묻은시간이 버리고 간 / 금빛 날개 한 자락 펄럭일 때마다 / 너와 나 사이에는 / 바람이 가져다 준 모래 한 알 / 늘 목이 마른 꽃을 피워보랴. (친구에게)전문

변은숙의 시어는 늘 정제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삶이 다 그렇듯 회억의 편린들이 가끔씩 반짝이며 시인을 놓아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디아스포라의 적막함, 파편으로 떨어져 나온 자의 쓸쓸함, 이런 삶의 한 조각이 시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스며있다간 불현 듯 온 몸을 떨게 한다. 이런 디아스포라의 삶은, 때론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아련한 시를 잉태시킨다. 유배문학이 그렇게 형성된 것이었을까. 디아스포라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에게서 눈물을 본다. 진정으로 아파하는 눈물이 없는 세상에서, 조용히 시인은 영혼으로 울고 있다. 간절한 그리움을 영혼으로 드러낸다. 변은숙 시의 미덕이다.

햇빛 나는 날은 항구로 나가
물결이 섬에 밀려오는 것을 보자
풀어진 비단 옷고름 바람에 반짝이듯
이 강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강물

(...)

한강 옆
불현 듯 그 땅이 나를 놓아 준 날에
은빛으로 부서져내렸지
(...)
알 수 없어
유료도로를 따라 흘러와
오늘 왜
몬트리올 항구에 머무는지를
천지에 하얗게 햇빛이 나면
먼 시간 물결에 밀려올 때마다
가깝게 정신을 잃고
떠있는지를 (몬트리올 사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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