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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無等山은 빛고을 광주光州의 역사와 문화를 면면히 지키고 품어온 진산鎭山입니다. 이 장엄한 산자락에 15세기 이전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가마들이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역사의 산물을 창조하였습니다. 고려 말 상감청자象嵌靑磁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시대 분청사기粉靑沙器를 만들어 이른바 ‘무등산 분청사기’를 시작하고 조선 도자기 역사의 첫 장을 열었습니다.
무등산 분청사기는 무엇보다 조선의 근간을 위해 바친 공물貢物로서 국가 재정의 중요한 세원稅源이었고, 광주(무진茂珍)에서 한양(한경漢京)까지 머나먼 여정을 거쳐 관청뿐만 아니라 왕실까지 망라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발자취는 분청사기에 나타난 다양한 명문銘文·문양文樣·장인匠人의 이름으로 남아 무등산 분청사기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1963년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의 발굴 조사는 무등산 분청사기의 산실産室인 충효동忠孝洞 요지窯址를 세상에 알리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1년에 국립광주박물관은 2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하여 분청사기 가마의 구조를 밝히는 학술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그 위를 덮고 있었던 높이 3m의 도자기 퇴적층은 분청사기에서 백자로 이어지는 조선 도자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충효동 요지는 그야말로 조선 전기 도자문화의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무등산 분청사기』 특별전은 충효동 요지 발굴조사 50주년을 기념하고 무등산 분청사기의 역사적 위치와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조명하기 위한 자리로, 무등산 충효동 가마에서 꽃피운 무등산 분청사기의 진수眞髓를 전하고자 합니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원년元年의 해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600년 전 태어나 조선 도자기 역사의 상징이 된 무등산 분청사기와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발간사
1. 광주 충효동 요지의 역사와 발굴조사
2. 충효동 요지 출도 무등산 분청사기
3. 충효동 요지의 다양한 도자기
4. 무등산 분청사기의 쓰임새
5. 역사 속의 무등산 분청사기
부록

무등산 충효동 가마에서는 ‘무진내섬茂珍內贍’이 새겨진 분청사기처럼 내섬시內贍寺와 같은 중앙의 관청용뿐만 아니라 용 무늬를 장식한 분청사기에서 보이듯 왕실용 도자기를 제작했고, 공납貢納을 의미하는 여러 가지 명문銘文의 분청사기와 백자를 통해 공납 도자기의 맥락에서 제작, 관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실례로 최근 종묘광장,87) 종로鐘路 청진淸進 1지구 및 2~3지구 유적,88) 군기시軍器寺 유적89)과 같은 서울의 조선시대 유적에서 충효동 분청사기가 쓰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편 영암읍성 유적에서도 충효동 가마에서 생산한 전형적인 인화 국화문 분청사기 저부 파편이 확인되어90) 충효동 분청사기를 사용한 지역의양상을 엿볼 수 있다.91)
한편 충효동 요지가 위치한 광주에서도 무등산 분청사기를 사용하였던 유적으로 충효동 가마 인근의 사찰인 원효사元曉寺와 광주읍성光州邑城 유적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무등산 금곡동 철기생산 유적에서 분청사기가 출토되었고,92) 광주 도시철도 T·K-1 공구(금남로) 우물지 유적 중 99-1호 우물에서 그릇 내저에 ‘광光’자가 찍힌 인화분청사기 굽 조각이, 99-2호 우물에서 인화 분청사기 굽 조각과 당초문唐草文이 새겨진 조화 분청사기 조각이 출토되어93) 당시 무등산 분청사기의 유통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원효사
원효사元曉寺는 무등산 서북사면 계곡에 자리한 사찰로, 1980년 대웅전 신축을 위한 정지整地 작업 중 청동불상이 발견되어 국립광주박물관이 호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사찰 발굴 조사를 실시하였다.94) 다양한 재질과 종류의 불상·보살상, 와전류, 동경銅鏡 등을 비롯하여95) 고려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백자 등의 도자기가 출토되었다.96)
이 중 충효동 도자기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출토품으로 인화 분청사기와 조화 분청사기를 들 수 있다. 특히 조화 분청사기는 충효동 가마 생산품의 양식을 갖추면서도 보다 정선된 양상을 보여주며, 표형병의 경우 충효동 가마에서 적지 않게 생산된 기종으로, 원효사에서 출토된 상황으로 미루어 정병淨甁의 용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정선된 유질釉質에 상감 무늬를 장식한 전각형殿閣形 파편이 확인되는데, 충효동 가마에서 출토된 나한상으로 보이는 두상頭像 파편이나 연판형 받침대,97) 염주로 추정되는 백자 재질의 다양한 구슬과 이를 구웠던 요업 도구로 미루어98), 충효동 가마에서 불교 관련 기종을 제작했으며 전각형 파편도 같은 맥락에서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99) 이와 같은 요지窯址와 사지寺址의 출토 상황을 통해 충효동 분청사기와 불교문화와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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