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시 깊이 읽기로 작품의 특성과 개성을 부각시킨 시론집

지난해(2016년) 펴낸 시론집 『여성시의 표정』에 이어 시집 해설 위주의 글들을 묶었다. 28편 가운데 25편이 시집 해설이며, 작품론 2편, 서평이 1편이다. 주로 대구 경북지역 현역시인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부산, 울산, 경남지역 시인들과 경남 출신 시인의 시집에 대한 글들을 함께 실었다. 시 깊이읽기로서의 풀이에 무게가 실렸으며, 작품의 특성과 개성을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태수 시인의 시론집 『성찰과 동경』(그루 펴냄)이 출간됐다. 주로 대구?경북지역 현역시인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부산, 울산, 경남지역 시인들과 경남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시집에 대한 평론 등 모두 28편을 실었다.
‘그지없는 사랑의 시학―이문희 대주교의 『아득한 여로』’, ‘형이상학적 역설과 지극한 사랑―이정우 신부의 『울지 않는 마돈나』’, ‘촉기와 불잉걸의 시학―강희근의 『기침이 난다』’, ‘향수와 자연회귀의 미학―도광의의 『그리운 남풍』’, ‘무상의 깊이와 높이 성찰―정민호의 『무하향의 하늘』’, ‘시적 여정과 사유의 지형도―김원길의 『시를 위하여』’, ‘서사적 서정과 연민의 정서―박영호의 『바람에게 길을 묻다』’를 비롯해 이근식, 김종섭, 김윤현, 하재영, 이승주, 김욱진, 장효식, 박태환, 박동덕, 김강석, 홍준표, 구양숙, 이선영, 김금아, 김교희, 조영린, 심수자, 은종 시인 등의 시집 해설 25편, ‘유미주의와 초월에의 꿈’(이수익의 시세계), ‘구원, 우울한 삶, 사랑, 우주감정’(이구락의 시세계) 등 작품론 2편, 서평 ‘복고주의의 신선한 울림―박종해 시집 『이 강산 녹음방초』’를 담았다.
저자는 “모두 청탁에 의해 쓰인 글들이기 때문에 비평적인 시각보다는 나름의 시 깊이읽기로서의 풀이에 무게가 실렸으며, 작품의 특성과 개성을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형편이 닿는 대로 같은 성격의 시론집과 대구 경북 출신 작고시인들에 대한 시론집, 문예지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발표된 평론들을 간추려 정리한 단행본도 내고 싶다.”고 밝혔다.

1
유미주의와 초월에의 꿈
-이수익의 시세계
촉기와 불잉걸의 시학
-강희근 시집『기침이 난다』
구원, 우울한 삶, 사랑, 우주감정
-이구락의 시세계
말과 법거량의 변주
-김욱진 시집『참, 조용한 혁명』
현실초월에의 환상과 심상풍경
-김금아 시집『라파즈에서 한 시간』
유리의 길, 불이의 길
-심수자 시집『구름의 서체 』
발랄한 상상력과 연민의 정서
-은 종 시집『식탁에 앉은 밭이랑』

2
그지없는 사랑의 시학
-이문희 시집『아득한 여로』
형이상학적 역설과 지극한 사랑
-이정우 시집『울지 않는 마돈나』
무상의 깊이와 높이 성찰
-정민호 시집 『무하향의 하늘』
역사의식 또는 선비의식
-이근식 시집『경칩이 지난 하늘 아래서』
그늘진 삶에 바치는 사랑의 시학
-구양숙 시집 『봄날은 간다』
섬세한 감성, 정갈하고 단아한 서정
-이선영 시집 『유리 벽화』
젖은 감성과 순응의 시학
-장효식 시집 『그대 간 자리에 꽃이 피면』

3
향수와 자연회귀의 미학
-도광의 시집 『그리운 남풍』
시적 여정과 사유의 지형도
-김원길 시화집 『시를 위하여』
복고주의의 신선한 울림
-박종해 시집 『이 강산 녹음방초』
자아탐구와 다양한 변주
-김종섭시집 『그리운 기적』
부드럽고 견고한 사랑
-하재영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사도와 고양된 삶에의 꿈
-박태환 시집 『살아 있는 악기』
우포 사랑과 그 하나 되기의 꿈
-박동덕 시집 『나의 솟대에게』

4
서사적 서정과 연민의 정서
-박영호 시집 『바람에게 길을 묻다』
낮고 따스하고 올곧은 정신
-김윤현 시집 『지동설』
실존과 자아탐구, 비극적 인식과 발전
-이승주 시집『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단아하고 정결한 서정시학
-김교희 시집『소리에 젖다』
이상적인 삶에의 갈등과 갈증
-조영린 시집 『사막을 걷다』
현실 너머의 고양된 삶 꿈꾸기
-김강석 시집 『새끼손가락』
사랑과 연민, 그 순례의 여정
-홍준표 시집 『커튼 콜』

이수익의 초기 시에는 사물을 따스한 정감情感으로 감싸 안는 이미지들이 정교하고 아름답게 떠올라 있다. 그 중심에는 거의 예외 없이 삶에 대한 잔잔한 비애가 자리매김한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감성感性으로 지적知的 사유의 빛깔과 무늬들(지성)을 그러안고 있는 정서적 울림들이 꿈결처럼 번져 흐른다.
첫 시집 『우울한 샹송』에 실린 「성냥개비」, 「거미」, 「벌」은 그 좋은 예다. 이 세 작품을 두고 시인 오규원은 시의 방법적 특성, 시에 대한 인식, 시에 대한 꿈을 각각 드러내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세 작품은 비슷한 맥락을 거느리면서도 시인이 지향하는 시적 방법이나 인식, 시에의 꿈꾸기가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삶에 대한 잔잔한 비애의 정서를 바탕에 깔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아름다운 이미지의 행진을 보여 주는 「성냥개비」는 “불이 될 잠재潛在를 / 비위처럼 건드”려 성냥개비에 불이 댕겨지는 순간을

이 순간은
아마
신神도 바람을 모았을 것이다.
보다 머언 흐름을 위하여 강하江河는
파도를
되풀이해 보냈을 것이다.
나의 손이 아끼는
그 불꽃의 개안開眼을 위하여……
「성냥개비」 부분

라는 비약으로 이어진다. 성냥개비 끝에 불이 켜지는 순간에는 신神도 바람을 모으고, 강하가 되풀이 파도를 보냈을 것이라는 비약적인 이미지(상상력)는 신선하다. 나아가 이 이미지는 “나의 손이 아끼는 / 그 불꽃의 개안開眼”으로 다시 비약돼 마치 시가 태어나는 순간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게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 외길로 교류하는 피의 감전感電”으로 연결되고 있어 시인이 지향하는 시의 방법적 특성을 전율戰慄처럼 떠올리고 있다.

----------------------

제1부의 시편들은 주로 자연을 제재로 아름다운 정서 공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연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데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 대상들이 내면으로 끌어들여진 뒤, 시인 특유의 첨예하고 신선한 언어감각과 감수성, 서정적 자아自我와 만나면서 발화發話되고 빚어지는 ‘독특한 시적 세계’가 구현되는가 하면, 그 세계는 반짝이는 ‘낯익음의 낯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선도’라는 섬을 두고 시인은 ‘욘사마’ 신화를 낳게 한 드라마 ‘겨울 연가’와 겹쳐보면서 “아, 섬은 섬으로 생긴 것 모두 연가가 되거나 / 섬으로 드는 바람 한 줄기에도 연가의 후렴구 / 흩날리듯 섞여들기 마련이다”(「섬, 섬 들어가기」)라고 노래하며, 그 “후렴구가 부양해내던 몇 가지 삽화 그것까지 / 맨발인 채로 눈에 화안히 들어온다”(같은 시)고 쓰고 있다.
강을 보고도 사정은 비슷하다. 엄천강을 바라보면서 “운명처럼 강은 제가 고를 수 있는 / 것 노래밖에 없다 / 속으로 음표를 가다듬어 볼 양인가, / 밖으로 음표머리 뚝 찍어 올려 볼 양인가”라며, 궁극적으로는

도깨비들
솔거가 그린 솔처럼 벼랑에 붙어
사는 전설도
배먹어 보지 못한 새댁 같은 강에게는
많이 무겁다
「엄천강 풍경」 부분

라는, 서정적 자아가 극대화되고 지극히 자기화된 풍경을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