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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의 진솔한 삶의 단면과 따스한 인간애

삼 형제는 글의 갈래는 다르지만 우리네 삶의 단면을 진솔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희로애락을 각자의 시선으로 표현하며 따스한 인간애를 추구하고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서 참 삶의 길을 꾸준히 추구하며 글을 썼다.

공진영 / 수필
지붕 낮은 집

지붕 낮은 집 / 어눌語訥 / 쓸모 / 다친 손가락 / 빨간 글씨 / 결 / 한성주택 20호 / 황혼 산책 / 아내가 눕다 / 선고宣告 받던 날 / 정丁 선생 / 참꽃이 필 무렵 / 노란 봉투 / 남명매南冥梅 앞에서 / 첫 선물

공영해 / 시조
정미소 카페

공원 / 아카시아꽃 숲에서 / 별꽃 경전 / 양귀비 / 노랑제비꽃 / 해국海菊 / 참꽃마리 / 어떤 모꼬지 / 여름 수국 / 수크령 / 관음 / 정미소 카페 / 기억의 방 / 어머니 / 가마우지 / 동촌 이모 / 휘파람새 / 처용의 달 / 귀울음 / 명장名匠 / 가을 쑥뜸 / 울어라 열풍 / 귀향 / 기억 학습 / 황간역에서 / 멸포나루 / 옥포횟집 / 길고양이 / 즐거운 만찬 / 안부를 묻다 / 망중한 / 꽃 잔치 / 플라스틱의 말 / 시에미밥풀꽃 / 형슈님뎐

공영구 / 시
아버지의 손

잔돌 왕돌 / 가난한 진달래 / 난생처음 / 찔레꽃 / 지게 / 정월 대보름 / 옹이 / 진심 / 오는 봄 / 대구의 오월 / 이렇게 사는 것도 / 대각선으로 떨어진다 / 달빛 비우기 /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 천리향 Ⅱ / 엄마 마음 / 국수 / 개떡 / 옆자리 / 왕王족발 / 형광등 / 시골 아재 / 누나네 집 / 막대기 이론 / 저 눈빛 / 해당화 / 열무 경전 / 무꽃 / 향일암 / 누치 떼를 보다 / 멀리 보다-간看 / 봄, 울타리 / 왕버들 웃다 / 아버지의 손 / 오슬로 쟁반 / 나비처럼

백금태 / 찬조 수필
구순 스승과 칠순 제자

전무님 특별 쿠폰 / 구순 스승과 칠순 제자 / 물속에서 / 형제와 오누이 / 남사스럽다, 그날!

공도현 / 찬조 수필
짜장면

ARMY 라떼 / 어머니의 윷 / 자장암 백중날 / 정화 / 짜장면

“조개비 왔나.”
“니가배 왔나 캐라.”
“조개비 밥 뭇나?”
“니가배 밥 뭇나 캐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또래들은 나만 보면 ‘조개비’라고 놀려 댔다. 그러면 나도 결코 물러서는 법 없이 대꾸를 했다.
우리 집은 마을에서 지붕이 가장 낮은 집이었다. 마을 뒷산에서 내려다보면, 다른 집들은 네모반듯한 큼직한 지붕을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집은 썩은 호박을 쪼개 엎어 놓은 것 같은 두루뭉술한 지붕, 어찌 보면 조개껍질이 팍 엎어진 것같이 초라한 꼴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지붕이 조개껍질 같다고 해서 아이들은 나를 ‘조개비’라며 놀리는 것이다.
“조개비 오줌 누고 왔나?” 하며 또 한 놈이 나선다.
“니가배 오줌 누고 왔나 캐라.” 내가 대꾸를 했다.
애들은 내가 애달아 하는 것이 재미가 있는지 계속 놀려댄다. 저희끼리 시시덕거리며 우쭐거리기까지 한다.
나도 질세라 한마디 대항을 하긴 하지만 전세가 불리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여럿이고 나는 외톨이다. 그들은 공격적이지만 나는 방어 태세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조개비’는 나를 지목하는, 실체가 뚜렷한 말이지만 내가 ‘니가배(너의 아버지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는 막연히 끌어다 붙인 말이라 주적主敵 개념이 희박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 캐라’가 더 붙는 바람에 말의 리듬이 깨져서 호소력이 반감됐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들은 흥이 솟구치고, 나는 악에 받쳐 입술이 탔다. ‘앙’하고 울어 버릴까. 한 놈한테 덤벼들어 코피를 터뜨려 줄까. 심한 갈등에 시달려 짜증이 났다. 그런 판에 “조개비 똥 누고 왔나?”며 또 한 놈이 나섰다. 그 순간 나는 “니가배 똥…….” 하면서 몸을 날려 상대방의 콧잔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15p. 「지붕 낮은 집」 일부


피아노 선율 따라 커피 향 피워낸다
지나던 참새 떼도 카페 앞에 내려와서
낟알에 길든 군것질 그리움에 젖다 간다

낯선 시간 걷어내자 원동기가 돌아가며
휘발성 구름 도넛 퐁퐁퐁 쏴 올리는
새롭게 리모델링 한 동구 밖 정미소 카페

벨트를 힘껏 감아 아침을 시동 걸던
등 굽은 아버지가 커피잔을 들고 서서
정미한 빛나는 입쌀 축복처럼 내리신다

-86p. 「정미소 카페」 전문


부잣집 귀한 손 뽀얀 손
먹물 묻어 씻으면 붓털 같던 그 손
전쟁통에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손
쫓기고 숨느라 마구 비비던 손
방앗간 원동기 돌리던 기름진 손
볏가마니 업고 지던 우악스런 손
사람 손 아니고 나무뿌리 닮았다
악수할 때마다 미적대며 부끄러워하던 손
지문 없어도 석돌처럼 거칠어도
밭 매다 풀물 배어든 푸르죽죽한 엄마 손보다
내 손 한 번 다정하게 잡아 준 적 없는
주머니에 넣어도 환하게 빛나던 손

-151p. 「아버지의 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