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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 또한 이미 살만큼 살아버린 노년에 돌아보는 삶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인생의 본질적 문제들을 선현의 말씀과 일상의 체험을 곁들여 천변만화의 비유법으로 풀어낸 수필집이 나왔다. 해운업계 전문경영인 허광길 선생의 여섯 번째 수필집 [분주한 게으름]이 그것이다.
현역으로 활동 중이던 2005년 [사람의 향기] 출간으로 시작된 그의 수필 사랑은 [오늘, 우리의 막 쏟아지는 오늘(2008년)], [내려간 곳에서 해본 반올림(2010년)],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2013년)], [이토록 찬란한 오늘, 전혀 찬란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2015년)], 그리고 [분주한 게으름(2019)]에 이르기 까지 3년여 간격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Lucius Seneca;BC4~AD65)가 처음 말한 [분주한 게으름]은, 비록 타인에게는 분주해보여도 자신과의 만남에 소홀하면 게으름으로 해석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생은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살 따위의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의 글에는 자기고백의 알찬 의미가 담겨 있다. 좋은 것은 주관적이고 일방적이며 이기적이지만, 바른 것은 객관적이고 호혜적이어서 타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이기적인 주관에의 경도傾度를 경계한다.
4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 남다른 독서량을 유지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깊은 성찰과 철저한 자기관리의 기록과 함께 가족에 대한 속 깊은 배려와 사랑의 편린片鱗까지 독자들 앞에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대칭의 아름다움’에서는 대결 구도의 어리석음과 휴머니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아버지의 권위에 저항하던 사춘기의 자화상을 통해 내로남불 자기합리화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숨은 사람 찾기’에서는 타인의 모습에서 자기성찰의 순간과 마주치고, ‘다가오는 죽음’에서는 삶의 최대 명제인 죽음의 철학을, 서간문과 시편들에서는 가슴깊이 숨겨둔 핏줄 사랑을 가슴 설레며 고백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알게 되는 것들’ ‘시선과 시각’ ‘말말말’ ‘심중지우’ ‘쓸데와 쓸모’ ‘인因과 과果의 이치’ ‘일엽지추’와 ‘부부론’ 행복론을 비롯하여 동기회 행사며 ‘은퇴의 변’까지 모든 생활의 편린들이 선현들의 말씀과 어우러져 보석같이 빛난다. 짧은 글 몇 줄에서도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의 글에서는 그가 엮어가는 삶의 진지성이 읽는 이의 가슴으로 진하게 스며든다.
“그의 글은 의식의 개방성, 경험의 개방성과 함께 인간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고,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서 군자삼락君子三樂으로 표현한 배움, 인간관계, 자기수양을 되새기게 해준다.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보물을 발견하는 보물찾기의 진수眞髓를 깨닫게 해준다.” 조상호曺湘昊 박사의 추천사 그대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반어법을 즐겨 쓰는 익살스러운 문체가 어우러진 저자의 글은 깊이와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돼 있어서, 눈에 익은 고전古典 풀이도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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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 저자 허광길

제1장

가을을 떠나보내는 방법
갑의 위치, 을의 위상
K 사장에게
나오시마 기행
대칭의 아름다움
때가 되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말, 말, 말
보름마당 창간 10주년에 즈음하여

제2장
보태기와 덜기
부부론
빛과 향기가 가득한 날에
생각의 부피, 사람의 무게
생각의 유락
세렌디피티
숨은 사람 찾기
시간과의 산책
시선과 시각
심중지우
쓸데와 쓸모

제3장
우산을 접으면서
은퇴의 변
유월에
인과 과의 이치
일엽지추
2017 정유년 정월에
다가오는 죽음에 다가가기
출입의 여
행복에의 접근
효도리고 하는 것

제4장

서간문/아들과 며느리에게
1. 아들과 새아기에게
2. 며늘아가에게
서간문/큰 딸과 사위에게
詩/길을 걷다
詩/나는 여기에 있다
詩/나무여, 나무여
詩/변천사
詩/전염의 원리
詩/품사의 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