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어느 전직 외교관의 전원일기,
그리고 프랑스어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외교관으로서의 삶, 그리고 은퇴 후 30여 년
작은 숲을 가꾸며 담아온 자작나무같은 에세이

어떻게 멋지게 나이들까?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지? 거기에 코로나-19시대가 가져온 삶의 혼란은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숲과 작은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 계절의 변화 속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매일 받아볼 수 있는 삶을 꿈꾼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이 책은 전 주 코스타리카 대사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다 은퇴한 후, 제2의 ‘인생숲’을 가꾸는 삶을 선택한 저자의 ‘전원일기’에서 시작됐다. 틈틈이 글을 더해 오다가 미국을 여행한 ‘노스텔지아 여행기’를 더해 이번 증보판을 만들었다.
어느 덧 저자가 충북 괴산에 작은 산을 마련하고 서울을 오가며 초보 농부로서 시작하여 ‘중견 숲지기’가 된 세월이 30여 년이 넘는다. 전원생활은 바라볼 때의 아름답고 목가적인 풍경 뒤에 땀범벅에 흙투성이가 되어 일해야 하는 노동의 고단함이 숨어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심고 가꾸면서도 친환경적인 경작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문제, 국제 정치, 나아가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는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 속에는 저자의 숲가꾸기와 더불어 프랑스어 배우기, 서예 등 자칫 활기를 잃기 쉬운 노년기에 ‘정신적 가다듬음’을 위해 도전했던 이야기도 들어 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여행하는 노년의 삶, 자연 속에서 육체적인 건강함을 북돋아주는 노동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 미국, 프랑스 등지를 돌아보고 쓴 여행기에서는 외교관으로 지내던 오랜 통찰의 저력이 오늘날 국제 관계에 대한 밝은 견해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저자의 해박한 문화적, 문학적 지식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작은 책 속에 단단한 힘이 있고, 시간과 지적 경험이 풀어 내는 풍성한 지혜의 잔치가 열리고 있다.

제1부
1. 어느 정년 퇴직자의 전원일기Ⅰ
2. 어느 정년 퇴직자의 전원일기Ⅱ
- 못다 한 이야기
3. 작은 것은 보다 소중한 것, 보다 건강한 것
- 감량을 통한 개체 변신을 위하여

제2부
1. 고령화 시대의 치매방지 방법론
- 어느 정년 퇴직자가 늦바람 피운 이야기
2. 파리의 카페 필로

제3부
1. 백두산·하얼빈 탐방 동행기
2. 시안(西安) 여행기
3. 노스텔지아 여행기
-미국을 다녀와서
4. Mark Twain 타계 100주년을 맞이하여
- 그가 살던 저택을 둘러보고
5. 미래는 희망으로 맞이하라
- 정민(正民) 윤석헌(尹錫憲) 대사 인물 비디오를 보고

또 다른 나무를 들자면, 자작나무. 특히 푸른 숲속에서 홀로 ‘백의(白衣)’를 입은 이 ‘숲 속의 귀족’은 특히 독일 사람들이 그렇게도 좋아해서 지루한 겨울이 가고 초봄이 오면 그 연두색 가지를 꺾어 자동차에 꽂고 다니기도 한다는데, 그 나무도 1996년에 요행히 몇 십 그루를 구할 수 있어서 심었다. -p. 47

때로는 꿩, 산토끼, 고라니도 나타나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놀라 펄떡 날라 가버리거나 줄행랑 치곤 한다. 십수 년 전부터 농약, 화학비료는 일절 출입금지이다. 그러니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 크기로서 맑고 맑은 녹색의 깜찍하게 예쁜 청개구리도 눈에 띄는 수가 있어 집사람을 그렇게도 반겨준다. 처음에는 반딧불이도 있었는데 이젠 사라져버렸다. 세계적으로 개구리 등 파충류 수가 점점 줄고 있다고 하니, 이 귀한 손님 청개구리도 어찌될런지 걱정스럽다.
-p. 56

유럽에서는 요즘 ‘새로운 시골 사람’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프랑스, 영국 등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인데 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이른바, 귀농, 귀촌 현상이다. 그 이유는 휴대전화나 인터넷의 발달로 지방에서의 고립감이 줄어든 데에도 있지만, 보다 큰 이유는 도시생활에 따르는 스트레스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p. 102

파리는 과연 위대한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소르본느대학 앞에 있는 몽테뉴의 나지막한 동상에는 “이 위대한 도시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그 대학 학생들은 동상의 한쪽 발등을 만지면 시험을 잘 치른다고 믿고 있어 그곳이 노랗게 퇴색되어 있다고 한다).
-p. 143

워싱턴의 미국국립수목원에서는 비를 맞으며 백팩에서 한참 물건을 찾고 있는 나에게 어느 중
년여성이 다가와서 내내 우산을 받쳐주었다. ? 뉴햄프셔주에 30에이커나 되는 넓은 땅을 지녔으며 취미로 갖가지 수목들도 심고 있다는, 매우 다정하고도 우아한 여인이었다. 메마른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구촌의 어디를 가거나 따뜻한, 푸근한 인정이 살아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는가.
-p.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