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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 시인 천상병 님의 시 ‘귀천’의 한 구절처럼 33년간의 소풍을 마치고 나도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33년 동안 걸치고 있던 교사라는 무겁고도 무거운 외투를 홀가분하게 벗어 버리고, 오롯이 나 자신만으로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또 다른 소풍을 떠나 볼까 한다.
33년간의 교직 생활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 나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사립학교 교사로 출발해 교직 경력 33년. 사립학교 11년, 공립학교 22년. 공립으로 옮겨 온 후 교사로 15년, 관리자로 7년을 살았다. 그동안 나와 만나고 스쳐 갔던 많은 학생, 동료 교사, 직장 상사, 학부모들 ……. 그들과의 만남이 이 책을 쓰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승진 발령을 받고 교감으로 처음 부임해 간 진해용원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 부임 인사를 할 때,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란 시를 들려주었다.
우리 모두는 늘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또 늘 첫 마음으로만 살아지지 않는 게 삶이지 않던가.
이제 교직 생활 33년을 마무리하며 ‘처음처럼’이란 말에 이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
‘마지막처럼’ …….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
학교를 떠난 후 남은 삶을 살아갈 나의 마음 자세이며,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늘 곁에 두고 지침으로 삼고 싶은 구절이다.
33년 동안 나와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서나마 안부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2019년 7월 월산중학교 교장실에서 왕혜경

흔들리지 않고 가는 여정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흔들리지 않고 가는 여정 또한 어디 있으랴! 여기 33년 동안 교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그 길의 길목 길목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지나간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한 사람의 궤적을 읽는다.
참된 교육자로서, 문인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진지하게 고뇌했던 이야기들이 따뜻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바람이 불면 떠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종착지는 언제나 학교였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 선생님들과 마음의 화음을 맞추며 연주해 가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공감의 미소로, 때로는 따끔한 삶의 한 지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제 33년의 소풍을 끝내고 보다 넓은 세계로의 출발점에 서 있는 저자가 더 큰 걸음걸이로 빛나는 내일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가기를. 바랠수록 더 눈부신 무명 치마로 남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응원하고 기대하면서 …….

서일옥(시조시인, 전 창녕교육청 교육장)

삶에 대한 경건함을 실천한 참교육자

마흔이 넘어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옮겨 그야말로 교육계의 신산(辛酸)한 삶을 엮어 온 사람 왕혜경 교장, 그가 정년퇴임을 한다. 동년배인 나는 그와 교직생활을 함께하며, 그가 살아온 과정을 조금 안다는 인연으로 이 글을 쓰지만 그의 인생 역정을 어찌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시 한 편, 노래 한 곡 가르치는 마음을 최고의 교육적 가치로 여기는 사람 왕혜경, ‘바랠수록 더 눈부신 무명치마로 남기 위한’ 그의 노력은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에 손색이 없다. ‘세상사에 별다른 욕심 없이 30년을 있는 듯 없는 듯 혼자 살아온 사람’ 왕혜경 교장. 악전고투와 고군분투가 어울리는 자신의 삶과 가족사, 교육현장에서의 고뇌와 갈등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낸 긍정과 사랑의 태도는 언제나 나를 숙연케 한다.
어떤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남을 탓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며, ‘우리 모두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록위록(指鹿爲鹿)’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했던 그의 교육철학에 경의를 표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축하드린다.

이월춘(시인, 진해남중 교장)

1부 길은 길로 이어진다

010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014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를 읽고
020 Now and Here
026 말의 힘
030 내 삶의 비밀번호
034 길은 길로 이어진다
039 창의성 - 거꾸로 보기와 비틀어 보기
043 나를 찾아가는 과정, 정체성
049 당신의 시간대

2부 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

054 일본 여행 스케치
076 합포에서 백두까지
093 울릉도 집어등의 불빛으로 깜박이는 등대
104 해인사, 출가 4박 5일
121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에 오르다
140 소백산 산행 후기
144서설(瑞雪) 그리고 남도 답사 일번지
150 문경새재 종주, 부석사 답사

3부 우리들 마음의 화음

158 가을 단상
160 사랑의 묘약
166 머피의 날
168 요즘 아이들, 옛날 어른들
172 초록색 부츠를 다시 신으며
180 아침의 알람, 인성(人性)을 깨우다
189 찬란한 봄날
192 나, 너 그리고 우리
196 우리들 마음의 화음
201 망가져도 너희들과 함께
207 계례 또 하나의 성인식
211 ‘Oh my God’이 오 마이 갓!!! 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