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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청춘은 문학이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 청춘의 역동!

문학청춘으로 등단한 시인작가들이 펴낸 첫번째 동인지 묶음이다. 극한의 폭염과 사투를 벌이며 넘어선 문턱, 사유마저 멘붕으로 치달은 여름을 관통하여, 문학은 그 색깔을 찾으려 몸부림치고, 열림의 사고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본질의 혼란도 인간의 삶도 멈추지 않는 시간처럼 달리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달리는 색깔은 청춘, 푸르고 소망이 솟구치는 청춘이다. 문학청춘은 문학을 100년을 추구한다. 본래의 문학이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 시대에 아낌없이 사랑하고 쉼 없는 열정을 역동적으로 색칠한 시와 산문의 모음이다.

문학청춘 출신의 시인작가들이 처음으로 함께 엮은 책이다. 20명의 시인작가들의 각양각색의 색깔과 목소리로 지면을 오롯히 채우고 있다. 문학의 본디 영토에도 어느새 독하게 무덥거나 춥기만 한 모호한 색깔의 계절이 점차 자리하고 있다. 청춘靑春은 만물이 푸르러 가고 소망이 솟구치는 계절이다. 그러나 놓치면 다시 올 수 없는 때이므로 아껴 헛되이 보낼 수 없다. 문학청춘은 본래의 문학이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 청춘인 동시에 청춘이 부요扶搖하는 문학이다. 이런 문학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작가들 앞에는 명징明澄한 목표가 있다. 문학청춘 100년을, 문학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쉼 없이 추구하는 청춘의 역동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

김요아킴
사드, 그리고 Donna Donna·14
뼈무덤·16
금곡동 아파트.12·18

김선아
처방·22
그림자 스타일·24
털목도리꽃·26

민창홍
아이스 아메리카노·28
고드름·30
밥 퍼주는 여자·32

엄영란
남거나 혹은 사라지거나·34
하회河回·36
숲·38

유담
눈물의 체온·40
눈물은 뭉친다·41
안경다리·42

정은영
느린 여름·44
귀가·46

김미옥
도대체가 겨울·48
여자들의 일박·49
20원의 감정·50

류인채
우포늪·54
수국水菊·56
개미들·58

손영숙
귀향·60
갑질 명상·62
너덜경經·64

이강휘
역사는 흐른다·66
주말가족·67
뭐라 카는기고·68

수진
얼룩무늬·72
미투·73
자명종·74

양민주
물수제비·76
야생화에 대한 집착·77
장마·78

백선오
양파·80
가끔씩·82
기술·83

이나혜
홍시를 희롱하다니·86
눈물은 다리가 백 개·88

이일우
장미의 이름·90
수반에서 내려온 소사나무·92
비에 젖다·94

곽애리
젓가락 당신·98
밥을 먹으며·99
심장 조율·100

박언휘
참 좋다·104
가운을 입고·106

심은지
압화壓花·110
묵정밭·111

수필

이성우
우리의 수저문화·116
우리는 얼마나 잘 살아야 행복한가?·120

이선국
눈에 밟히는 사람·126
철필의 추억·131

시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제1회 신인상으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과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가 있다.
2014년 『행복한 목욕탕』과 2017년 『그녀의 시모노세끼항』으로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사드, 그리고 Donna Donna


1.
오늘도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두 개의 전파가 수신되었다
툭툭, 분절되는 터널 속 뉴스에 이어
이국의 가요 한 곡이 귓속으로 착상되었다

2.
별고을에 별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같이 어둠을 파내고
손톱만한 빛이라도 발굴하려 했다
아이들도 주술처럼 하얀 도화지에
알타미라 동굴 속 벽화를 그려내었다
여전히 하늘엔 헬기가 전쟁을 실어 나르고
태평양을 건너온 불법들이 처녀지를 점령했다

3.
일흔을 넘긴 그녀의 노래엔 힘이 도사리고 있다
약자엔 한없이 따뜻하고
절대 권력엔 늘 전복을 꿈꾸는 차가움이
선율을 타고 매혹적으로 울렸다
꾸밈없는 그녀의 목소리는 대륙의 양심을
거리와 광장으로 내몰았고
더 큰 노래로 모여 역사를 저울질했다

4.
‘나는 음악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음악에서 그렇듯 전쟁터에서도 생명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그 모든 소리가 아름답다 해도 소용없죠.’
소성리의 그녀들은 여전히 치켜세운 주먹을 놓지 않았다
저 낮은 곳의 한 떨기 꽃마저 시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별을 찾아야 할 별고을의 이유였다

5.
‘행동은 절망을 없애는 해독제다’

* 인용된 부분은 반전과 평화 그리고 인권을 노래한 미국의 포크가수 존바에즈Joan Baez의 말에서 따옴.




뼈무덤
― 그날, 여양리에서



비는 끊임없이 개토를 요구했다

반백 년 넘게 봉인된 진실은
금기와 다름 아닌 동의어로
마을 뒷산 골짜기에 팽개쳐져 있었다

큰비는 그날의 날조된 지문을 지우려 했다

한때 식민치하의 폐광 속, 비릿한 생들은
또다시 유전되어 붉은 울음으로
매캐한 화약내를 응시하고 있었다

학살이 시작된 그날도 비가 내렸다

눈먼 이데올로기에 줄줄이 묶이어
이름마저 호명되지 못하는 자리, 지켜 줄
그 어떤 배심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총소리는 하늘에 큰 구멍을 내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에 섞여
허연 광목천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핏빛기억들은 이승을 떠나지 못했다

도둑마냥 세월이 숨어 지냈다

웅크리고 보듬은 뼈 마디마디엔
그날을 증언하지 못한 녹슨 혀와
깨진 안경 하나가 둥글게 발견되었다

그날의 꽃무릇들이 하염없이 비에 젖고 있었다




금곡동 아파트.12
― 애기소 앞에서



불이 났다
부부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고
하늘은 그 삼 년의 기약을 어기지 않았다
대천천을 끼고 누운 밤이
황급히 신호를 보냈고
이를 눈치채지 못한 멸화군들은
좁은 골목길에서 어쩔 수 없이 서성였다
다급해진 나무들은 제 잎으로
요란한 사이렌을 울려댔고
연기는 선녀仙女가 보란 듯
봉수대보다 더 짙게 메아리쳤다
젊은 여인은 울 틈조차 없이
일 나간 남편의 손길을 채 잡기도 전
자궁 속 태아의 모습으로 재가 되었다
아이를 안은 채, 전설과는 다른 결말로
맵디 맵은 부고訃告가 이웃들에게, 그날
라디오로 매번 수신되었다
애기소엔 선녀 대신 엄마가
아이와 불에 데인 그 몸을 식히려
홀로 남겨진 지아비를 만나러
수차례 구전되고 있었다



* 애기소는 부산 금정산 아래 대천천 계곡의 소沼로 젊은 부부가 어렵사리 천지신명께 백일기도를 드려 얻은 아기가 약속대로 결국 삼 년 만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어 불려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