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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감성을 품어줄 수 있는 시집

독자의 가슴 한 켠을 울려주고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감성을 일렁이게 하는 시집이다

인사의 글

사색을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이 떨었다

가지에 핀 녹색 활자로
모두의 마음을 터치하고 싶다

따뜻한 우리가 되고 싶어

야생에서 채집한 낱말로
눈과 귀를 순하게 열고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풀꽃이고 싶다

아름다운 사건이 일어나는
문장이고 싶다

이종호

| 차례 |
| 인사의 글 |
제1부
초록 삽 13 고쟁이 14 푸른 벽 15 새로운 창세기 16 물의 독후감 17 첫사랑의 환영 18 깨진 하트를 복구한다 19 최초의 파동 20 수심이 깊다 21 빛과 화투 22 고장난 밤 23 너무 멀어서 그리움이다 24 따뜻한 알람 소리 25 설원의 둘레 26 눈의 궁전 27 숲의 퍼즐 28

제2부
햇살 소리 33 살아 있는 나무 34 거주지의 이전 35 구름의 질량 36 그늘을 탁본한다 37 내 기분 위에 앉아 있는 것들 38 지금은 열고 싶지 않아요 39 키 높은 사랑이여 40 귀가 없어 말도 못하고 41 마음의 조회 42 영혼을 접어간 사람 43 지중해의 산토리니 44 시드니에서 상상한다 45 11월의 속도 46 물구나무 눈사람 47 은빛 누드 48

제3부
봄의 밀서 53 빙벽 54 고요의 깊이 55 혼자 듣는 빗소리 56 촉촉한 단어 57 당신의 회로 58 벌어진 각도 59 검게 번식한 돌 60 빛 속의 멍 61 몸의 범람 62 신혼의 페이지 63 피부는 여자의 기록 64 미완성 65 차가운 사람들 66 오래된 러브스토리 67

영혼을 표백하는 언어
봄을 읽는 여자 71 진 꽃이 많아지네 72 풍경이 벗겨진다 73 뛰는 가슴을 들고 74 나의 쉼표 75 별똥별 76 어느 별로 가셨나요 77 우리 바람이 되자 78 술의 여정 79 당신이 깊다 80 내 사랑 별 속에 있었네 81 화살 82 약속을 밟지 말아요 83 춘설에 핀 동백 84 삭제된 단어 하나 85

초록 삽

겨우내 구석에 있던 삽 한 자루
초록을 채집하기 위해 땅을 뒤집는다

파헤쳐진 흙을 쥐고 있으면
지난봄이 파르르 느껴진다

냉기가 떠난 땅에 싹이 나오면
연둣빛으로 두 눈을 문지르고
내 안에 환한 꽃길 하나 만든다

흙을 뒤집은 삽에게 단비가 대답하고
마당 빈칸을 가득 채우는 꽃망울의 숨소리

봄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세상의 아픈 간격이 상큼하게 메워진다

내일은 어느 땅을 파서 명랑한 꽃길을 만들까
내 질문을, 당신 색깔로 흠뻑 물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