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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진솔한 기록

늘그막 목표로 삼던 수필집을 펴낸다. 갈무리하지 못했던 자식들을 이제야 한집에 불러 모은 격이다. 45편 중 여섯 작품은 MBC 라디오 방송 ‘여성시대’에 소개되어 호사를 누렸다. 경상북도 의회보나 의성문화지 그리고 각종 문학지에 실린 작품도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못난 자식이 눈에 밟히듯 변방을 전전하며 떨던 졸작들을 위로하며 보듬는다.

항해로 인한 권태를 달래려 책을 접했다. 귀농 카페를 통하여 생활 글을 끄적이게 된 건 그 영향이 컸다. 읽기에 비하여 쓰기는 만만치 않았다. ‘아’ 다르고 ‘어’ 달랐다. 기초에 갈급하여 수필 강좌를 수강하나 아득하다. 독불장군 있으랴. 다행히 곳곳에 스승이 계셔 그 도움으로 첫걸음을 뗀다.
배 타고 부초처럼 떠돌던 젊은 날엔 엄벙덤벙 경황없이 살았다. 나 태어난 ‘광바우’로 귀향하여 비로소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참 아둔했었구나 싶다. 해군 생활을 통하여 터득했다고 자부하던 국가관, 희생, 충성과 같은 진중한 형용과 고결한 수사修辭는 허세에 불과하였다. 나는 수필을 접하면서부터 비로소 사람살이에 눈뜨고 세상을 살피게 되었다.
이 수필집은, 그처럼 진부했고 도떼기시장같이 혼잡한 세상을 살아낸 내 삶에 대한 반성문이며 진솔한 기록이다.

몹쓸 질병이 만연하여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세차게 너울지는 이 세월을 살아내기가 너나없이 고단하다. 내 못난 글이나마 웃음꽃 피워 얼른 춘삼월 호시절 오기만을 소망한다.

辛丑年 새해벽두
김 상 영

김상영의 수필은 재미가 있다. 그 재미가 기발한 착상着想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문체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다. 그의 표현이 모든 재미를 주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표현은 긍정적이며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그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도 눈에 띈다. 작은 것일지라도 새로운 발견은 독자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된다.

수필가는 모름지기 발견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인 것, 평범한 것에서 무언가를 발견해야만 수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으로 볼 때 그는 소재의 빈곤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상영의 비유는 독특하다. 그 비유는 그만의 독특한 체험과 상상력想像力에 의해 비롯된 것들이다. 그런 멋진 비유라 하더라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다. 그러나 그는 절묘한 순간에 사용하여 글 읽는 맛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김상영은 비유도 비유이지만 대상을 발견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그는 평범한 농촌 생활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낸다. - 신현식(수필가)

1부
여인천하

추억도 추억 나름
여인천하 사건
마 중사
참말 빈말
사갑들에 내리는 비
인생 팬티
잘 가요, 아버지
김호구의 해방
돌아온 이발사

2부
마포종점

삼겹살
밟혀야 산다
곳곳에 스승이
혁신
말짱 도루묵
소 이야기
수그리기
아스피린 한 알
마포종점

3부
못 믿을 당신

추억 안주
외할머니 이야기
욕망 줄여 욕심 채우기
우물 나고 수도 났지
유전遺傳
씁쓸한 응원
이모저모 커피
못 믿을 당신
인연을 잇다

4부
사랑, 그까이 꺼

주운 돈 쓰기
택호 사용법
못 할 말
이 명자 저 명자
한 동네 두 상회
마지막 비상금
걱정도 팔자
장발長髮이 좋아
사랑, 그까이 꺼

5부
떠나가다

돈의 노예
흉내 내기
끝물 예찬
분수 지키기
나는야 갑오생
입장 바꿔보기
끈끈한 인연
오리집 나들이
떠나가다

발문

있을 때 잘 하란 노래가 까닭 없이 히트했을 리 없다. 인생은 지나간다고 했던가. 우리는 가끔 옛일을 회상하며 얘기꽃을 피우고, 다시 못 올 그때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 여인천하 사건 中

서울 어딘가에 마포가 있겠지만 가보진 않았습니다. 강 건너 영등포의 아련한 불빛과 비에 젖은 밤 전차,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그리운 마포종점은 신암동 언덕배기에도 있었으니까요. - 마포종점 中

우여곡절 부산행이야 끝이 났지만, 아내가 무슨 연유로 내 죄를 사했는가? 궁금합니다. 사나이 줏대가 있지 그래, 술김에 무릎이나 꿇지 않았는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 못 믿을 당신 中

걷다 보니 길이었고 살다 보니 삶이었다. 어차피 정해진 대로 펼쳐질 생일진대 사랑, 그까이 꺼 한번 거하게 해 보고 갈 일이다. - 사랑, 그까이 꺼 中

일가붙이가 한 분 두 분 세상을 버리고 고향 땅을 떠나니 허망하다. 동구 밖큰집 길섶, 당숙모를 닮은 백양목 한그루가 삭풍에 떨고 섰다. - 떠나가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