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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시대의 낭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낭만을 위해 시대가 만든 세 명의 주인공이 이 소설에 나온다.

한도 없는 카드로 한방에 서울을 사는 남자 주인공 낭만 건물주.
그는 깊은 사랑을 두려워하고 사랑이 깊어 질 때쯤 이별을 선택하는 남자다. 떠나 보낸 여인을 생각하기 위해 음악과 와인을 깊은 한숨과 함께 마셔버리는 남자다.

개구쟁이 캐릭터 영국남자 지미.
지미랄, 지미집… 커다란 쇠기둥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거 같은 장난스런 이름을 가졌지만 그건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던 남자. 자석이 끌리는 데로 순간이 진지한 사람만이 잡념을 버리고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남자다.

도시의 이방인 여자 주인공 영주.
도시에 살지만 도시가 낯설어 도시를 관찰하는 여자. 꿈이 무엇인지 몰라도 주어진 상황의 간절함과 진지함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여자다.

도시유혹, 와인향기 책 中낭만건물주 집사의 말
…영국의 젊은 예술가 중에‘트레이시에민Tracey Emin’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 자신의 침실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미술형태로 전시를 했다죠? 하얀 시트가 덮인 그녀의 진짜 침대를 전시해 놓았는데요. 침대 위에는 무엇을 닦았을지모르는 휴지조각, 콘돔, 속옷, 스타킹 등이 널브러진 채 전시되어 있답니다. 그 작품이 254만 파운드(한국 돈 약 40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하니, 저는 현대미술을 표현하는 예술가와그것을 이해하고 또 돈을 내고 사가는 컬렉터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술은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저의 동양인 주인님과 이번에 만나는 프랑스 여자의 침실을 예술로 승화한다면250만 파운드는 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쓴 향이 다 날아가지 않은 한 잔의 와인은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쓴 향을 날려보내고 남겨질 보라색 꽃향을 기다리며 천천히 와인 잔을 손목 스냅 좋게 돌려본다.

『도시유혹, 와인향기』라는 소설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큼 쉽게 읽혀 내려가는 책이지만 결코 쉽지 않게 많을 걸 생각하게 하는 독자의 잔향이었으면 한다.

1부 도시인
너, 너무 맛있어
서울을 사러가자
서울역꽃거지
별이 되다

2부 여행자
밀접한 관계
파리의 어느날, 그 남자
그 여자
그 여자의 남자
그 남자는 누구?
새로운 아침
초콜릿 기둥
피리 부는 소년
No problem

3부 도전자
매화와 항아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3

ㆍ P. 90 오디오를 체크하다가 피아노 음악을 들으니 와인이 마시고 싶네요. 아름다운 파리의 달밤과 어울리는 꼬르똥 Corton AC 와인을 마시고 싶습니다. 프랑스 동쪽 부르고뉴 지역은 섬세한 꽃 향이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섬세한 와인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와인 잔에 따라야 합니다. 꽃 향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 향이 다 날아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향에도 무게가 있습니다. 향의 무게를 생각하고, 그 무게의 비중을 생각하며, 와인 잔에 향을 담아내는 일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르고뉴 지방의 특이한 점은 와인에 대한 명성이 높으면 행정적 지명에 포도밭 이름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유명한 포도밭 이름이 '꼬르똥'인데, 우리 동네에 유명한 포토밭 '꼬르똥'이 있다는 걸 자랑해야 하기 때문에 지명에 꼬르똥을 넣습니다. 그래서 행정적 공식 지명이 '알록스 꼬르동'이 되었습니다.
ㆍ P. 120 그리고 엔조가 새로 오픈해준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어머, 똑같은 화이트 와인인데 완전히 맛이 다른 와인이다.
'아까랑 맛이 완전히 다른 와인이네요?'
'그렇지?'
'묵직하고 진득한 게 너무 좋아요.'
'이건 '피노 그리 Pinot Gris'라는 품종이야. 가을과 같은 맛이지. 산뜻한 청포도 속에 잘 익은 복숭아와 버섯 향이 살짝 배어 있어. 음식에 또 다른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와인으로 충분히 음식의 향을 풍부하게 만들지. 난 요즘 이 품종을 마시면서 오래된 첼로를 유화로 그리고 있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