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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신문기자 ？T세르만과 그의 친구 사진가가 2년간 여섯 개 대륙을 돌며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 아버지가 서른세 살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여덟살의 나이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농사를 지으면서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가는 어린농부 안드레아스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호텔 심부름꾼과 버스 차장, 목동 등 직업을 세 개나 가진 파키스타의 굴람. 엄마가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미키마우스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미국의 재커리. 이웃 마을에 있는 학교에 가기위해 매일 360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도네시아의 미라나 등 30명의 아이들의 이야기속에서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얻고, 똑같은 질문에도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하는 아이들처럼 지구촌의 나라별, 지역별로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캐내다 - 서른 곳의 파라다이스에서 띄우는 희망의 편지 - 《시간이 잊어버린 아이들》은 독일의 신문기자 칼 세르만과 그의 친구 프란츠 샬너, 그리고 세르만의 대녀이자 샬너의 딸인 알레나의 공동 작품이다. 날마다 세르만이 들려줬던 전 세계의 진기한 이야기가 모두 꾸며낸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알레나가, 그렇다면 직접 그 이야기들을 추적해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르만은 샬너를 사진사로 대동하여 2년간 여섯 개 대륙을 돌며 진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계의 여러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세르만과 샬너가 길에서 만난 서른 명의 아이들은 풍족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각자의 공간을 파라다이스로 여기며, 혹은 더 나은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밝은 내일을 희망한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자유와 꿈 안에서 행복의 참 의미를 누릴 줄 아는 이 서른 명의 아이들은, 고달픈 일상에 지쳐 살아갈 힘마저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각자의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충만히 전해준다. 또 꽉 찬 하루를 보내면서도 시간에 구애받거나 해맑은 웃음을 잃거나 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마주한 우리에게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한편, 너무나 다른 아이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지구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 - ◆ 누구에게나 파라다이스는 있다 - 세르만과 샬너가 길에서 만난 서른 명의 아이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은 그들의 생활이 풍족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각자의 공간을 파라다이스로 여기며, 혹은 더 나은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밝은 내일을 희망하고 있을 때이다. 아빠를 잃고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엄마와 함께 농장을 꾸려나가는 아이도, 말을 타고 아무리 달려도 끝이 없는 땅을 가진 아이도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 소유한 만큼의 행복 안에서 그 행복의 가치를 누릴 줄 아는 모습은 살아가기 위해 너무 많은 준비를 하는 고달픈 현대인에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파라다이스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각자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 - ◆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 호텔 심부름꾼과 버스 차장, 목동 등 직업을 세 개나 가진 파키스탄의 굴람, 엄마가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미키마우스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미국의 재커리, 이웃 마을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360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도네시아의 미르나, 억지로 바지를 입을 필요도 없고 때로는 자신의 피부로 셔츠를 대신하며 바다 사나이를 꿈꾸는 이탈리아의 미켈레……. 이처럼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사는 아이들이지만 세르만과 친구가 된 이 서른 명의 아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누가 부러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인생을 꾸려나가는 법을 훌륭히 터득해나가며, 아직 어린아이지만 어른 못지않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 - ◆ 서른 가지 빛깔을 지닌 지구촌 풍물 여행 - 세르만은 길에서 만난 세계의 다양한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질문들을 던졌다.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집에서는 어떤 놀이를 하며 지내는지,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는 똑같은 질문에도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삶의 다양성에 대해 깨닫는다. 노는 것도 모른 채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수백 명의 일꾼을 부리는 바나나 농장주의 아들이거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신의 친구처럼 밭을 매는 대신 여유롭게 승마를 즐기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깨달음은 그가 풀어내는 각각의 아이들 이야기에 녹아들어 각 지역적 특성과 맞물리며 우리 지구촌의 나라별, 지역별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작가의 말
비저호프의 꼬마 농부
푸른 파라다이스의 추억
시키아에 남은 마지막 아이
꿈같은 동화 속을 거닐다
14세기의 소녀를 만나다
오래전에 아이이기를 그만둔 소년
물개 이웃과 함게 꾸는 꿈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서 온 아이
두 세계의 한가운데 서다
검은 무당과 싸우는 하얀 무당
녹색 아기들의 전쟁
시간이 정차하지 않는 마을
꼬마 숙녀 스칼렛
미키마우스의 베스트 프렌드
나는야 꼬마 인디언
산타클로스가 어디 있죠?
앨과 함께한 이상한 하루
아리린 도넌의 정신을 이어라
보물이 가득한 할머니의 궤짝
살구나무 속의 도토리는 달그락거리고
쥐라기 공원의 아이들
메즈겔라의 바위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고독한 부처의 아들
코끼리를 타고 온 소년
360개의 희망의 계단
무거운 주머니보다 춤이 좋아요
위험한 낙원의 검은 선생님
겁 없는 카우보이 쌍둥이
몽키 미아의 돌고래 왕국

◆ 주요 내용 - 시키아에 남은 마지막 아이 “아리스마저 가버리면 시키아는 끝이야.” 노파가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휩쓸고 다니는 검은 머리의 여윈 소년을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리켰다. 이상한 마을 시키아는 누가 안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물건이 사라질 수 있다는 듯 집들마다 꽁꽁 문이 잠겨 있다. 술집 앞에 앉아 있던 노인들은 위협이라도 하듯 비쩍 마른 손으로 지팡이에 힘을 주면서 마을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이상한 광경을 계속 눈으로 좇고 있다. 저 낯선 사람들이 왜 여길 왔지? 아리스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지? 아리스가 태어났을 때 마을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모조리 떠나고 없었다. 주변 밭에서 담배 농사를 지어봤자 힘든 중노동에 비해 수입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에 가면 훨씬 사정이 나아진다. 결국 아리스의 아버지는 시키아에 남은 몇 안 되는 남자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막내아들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리스는 겨울을 싫어한다. “겨울에 시키아에 있으면 고아처럼 외로워요. 두 개밖에 안 되는 술집도 문을 닫거든요.” 여름이 오고 독일에 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이 돌아오는 휴가철이 되어야 다시 이곳에 빛이 비친다. 귀향하는 어른들을 따라 아이들도 돌아오고 비로소 시키아는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는 여름을 좋아한다. 시키아의 여름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장소도 없다. 아리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 아리스? 그럼 왜 그 할머니가 그렇게 걱정을 했을까? 전부 다 떠났는데 아버지처럼 여기서 살 거야?” 아리스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쏘아보다가 조심조심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난 여기서 살 거예요.” 언젠가 아리스도 아버지처럼 담배 농사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많이 낳아 아무도 시키아를 죽어가는 마을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 오래전에 아이이기를 그만둔 아이 ‘비스밀라’는 아랍어다. 장사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비스밀라”라고 외친다.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뜻이라 한다. 5년간의 의무교육도 채 마치지 못하고 파키스탄 수도의 심장부에 있는 비스밀라 호텔에서 일하는 소년 굴람 역시 일을 시작하면서 그 말을 크게 외쳤다. 굴람은 잘생긴 소년이다.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탄다. 하지만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아도 삶의 어두운 면까지도 운명에 감사한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아이다. 사실 굴람은 그런 미소 덕을 많이 본다. 불만이 많은 아이였다면 벌써 호텔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모시고 있는 두 주인은 절대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못하게 한다. 호텔 수입은 점심에는 약 300루피고 저녁에는 그 절반이다. 그러니까 하루에 100유로 정도를 버는 셈이다. 파키스탄의 전문직 노동자의 월급이 200유로 정도이니까 상당히 많은 액수이다. 그럼 서빙과 설거지, 잔심부름을 해주고 굴람이 받는 돈은 얼마나 될까?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여 일주일 내내 하루 여덟 시간, 아니 그 이상을 일한 대가는? 굴람은 긴 셔츠 밑에서 우리에게 그날 받은 일당을 꺼내 보여준다. 오늘 그 애는 50루피를 벌었다. 굴람은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그 애가 일하는 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다. 아버지, 어머니, 여섯 명의 형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그리고 가족은 다시 굴람을 보살펴준다. 또 각자 조금씩 번 돈을 모두 합하면 온 가족이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나갈 정도는 된다. 굴람은 아직 어린아이지만 노동의 의무가 면제되는 건 절대 아니다. 아저씨가 버스기사라서 굴람은 마을에서 시내까지 가는 동안 승객들에게서 차비를 받아준다. 그 대가로 공짜로 버스를 탈 수 있다. 굴람은 일찍부터 깨달았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열한 살의 굴람에겐 목동이라는 세 번째 직업이 있다. 태양이 잠을 깨우는 아침마다 그 애는 나귀 등에 올라타고 가족의 재산인 염소 네 마리와 양 세 마리를 초원으로 몰고 간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우리는 굴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래전에 어린아이이기를 그만둔 어린아이에게. “굴람, 그렇게 일하고 언제 놀아?”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당황한 표정을 담은 두 개의 눈동자다. 우리가 대답을 듣지 못한 유일한 질문인데, 굴람은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