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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로 돌아갈까?

원제 : Let's Take the Long Way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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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타임〉 선정 2010 올해의 논픽션 10
★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O: 오프라 매거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10 올해의 책

『먼길로 돌아갈까?』는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이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을 만나 나눈 특별한 우정과, 그녀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애도의 시간을 그린 에세이다. “따로 있을 때는 겁에 질린 술꾼이자 야심찬 작가이며 애견인”이던 두 사람이 가족보다, 때로는 연인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특별한 마음을 나누었던 7년의 기억이, 예기치 못한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기억이 담담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출판사 서평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고 이해받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 그와 순도 높은 우정을 나누는 경험은 삶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행운이다. 그런 존재를 죽음으로 잃고 혼자 남겨지는 상실감이란 어떤 것일까. 『먼길로 돌아갈까?』는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이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을 만나 나눈 특별한 우정과, 그녀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애도의 시간을 그린 에세이다. “따로 있을 때는 겁에 질린 술꾼이자 야심찬 작가이며 애견인”이던 두 사람이 가족보다, 때로는 연인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특별한 마음을 나누었던 7년의 기억이, 예기치 못한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기억이 담담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개와 인간이 교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2010년 발표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타임〉 선정 ‘올해의 논픽션’,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O: 오프라 매거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는 2013년 처음 소개된 후 절판되었지만 아쉬움을 표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고, 문학동네에서 한국어판 저자 서문을 더하고 번역을 다듬어 새로운 만듦새로 다시 선보인다. “먼길로 돌아갈까?”는 두 사람의 일과였던 산책 도중 헤어지는 시간을 좀더 늦추고 싶어 캐럴라인이 습관처럼 건네던 말이다.

하루가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면, 누군가 말하곤 했다. “집까지 먼길로 돌아갈까?” 차를 몰고 있든 걷고 있든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좀 슬렁슬렁 가보자,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지금이 조금 더 길어지도록.” 오래오래 계속 이어지도록. (5쪽)


“우리는 우리가 만든 우주, 우리의 작은 독립국가의 주인이었다.”
‘쾌활한 우울증 환자’와 ‘명랑한 은둔자’의 만남

두 사람을 이어준 매개는 개였다. 첫 만남은 어느 문인 모임이었지만, 〈보스턴 글로브〉의 베테랑 평론가 게일 콜드웰과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작가 캐럴라인 냅은 어색한 인사만을 나눈 채 스쳐지났다. 인간관계에서 극도로 신중한 두 사람의 성향 때문이었다. 몇 년 뒤 산책길에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둘은 개와 함께인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그날을 계기로 게일의 개 ‘클레먼타인’과 캐럴라인의 개 ‘루실’까지 넷이서 하는 산책이 그들의 일과로 자리잡았다. 게일에게 캐럴라인을 만난 것은 “마치 가상의 친구를 찾는 구인광고를 냈는데 상상한 것보다 더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 우리집 문 앞에 나타난 상황”과 비슷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반려견과 단순한 언어로 소통하며 온종일 침묵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던 “쾌활한 우울증 환자” 게일과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은 이제 숲속과 들판, 해변에서 끝없이 대화를 하며 걷고 또 걸었고, 물이 잔잔한 날이면 강으로 나가 노를 저으며 로잉Rowing을 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얼기설기 낡은 울타리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개들이 어둠 속을 뛰어다니다 사이사이 달려와 비스킷을 찾느라 우리 주머니를 뒤졌다. 상식이 있거나 개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디 따뜻한 식당에 앉아 있거나 여행을 갔을 거야, (…) 그런 말을 하며 우리는 깔깔 웃곤 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밤하늘 아래 딱딱한 땅바닥에 앉아 개들을 지켜보며 얘기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49쪽)

그 무렵 둘의 나이는 각각 사십대와 삼십대 중반이었다. “시야가 분명하고도 신랄해지는 나이”, 삶에서 새로운 친구를, 그것도 소울메이트를 만나리라고 기대하기는 비교적 늦은 시기. 성장배경과 기질적 차이도 명확했다. 게일은 교회와 농장이 가득한 보수적인 텍사스의 농부 집안에서 나고 자란 ‘반항아’, 캐럴라인은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에서 저명한 정신분석가 아버지 아래 자란 ‘모범생’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끝없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각자 거쳐온 삶의 경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드리운 그림자에 대한 양가감정, 삶을 지탱하는 동시에 무너뜨렸던 술, 시련과 위로를 함께 주었던 파괴적인 연애관계, 각자가 젊은 시절 어렵사리 이겨낸 소아마비와 거식증…… “그 깊은 질곡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고요한 삶에 단단히 발을 딛”고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가까워진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가슴속 빈방”을 열어 지난날의 경험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자신을 지키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개와 함께 걷고 노를 저으며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관계가 주는 따스함과 홀로 남겨지는 자유로움” 모두를 누리며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서서히 스며든다. 둘만 아는 농담을 하나둘씩 쌓아가며, 갈등의 순간이 오면 성실하게 맞서며.

낡은 규범에 따르면 모름지기 남자는 운동, 여자는 수다였다. 그러나 캐럴라인과 나는 두 가지 모두를 연마했고, 물에서 그리고 뭍에서 함께 이동한 거리가 길어질수록 우리가 디딘 내면의 땅도 단단히 다져졌음을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깊은 유대와 일상 속에서 피어난 우정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공기를 붙잡으려는 시도와 모든 면에서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의 결합에는 일상의 묵묵함과 종요로움이 함께 있었다. 장미에게 자리를 내주는 격자 울타리처럼. (132쪽)


예기치 못한 죽음, 남겨진 이의 삶
그리고 이야기에 깃든 영원한 우정

충격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캐럴라인의 폐에서 제거할 수 없는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비소세포성 선암 4기. 병의 진행은 가혹할 정도로 빨랐고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지만, 캐럴라인은 “의사들은 내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며 눈앞의 현실에 의연하게 맞섰다. 자신보다 남겨질 사람들을 더 걱정했고, 유언장을 작성하고 오랜 연인 모렐리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농담을 던지는 담대한 그 모습은 게일이 붙여준 별명 ‘작은 야수’에 그야말로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런 캐럴라인도 탈모가 시작되자 조금씩 무너져내렸다. 급기야 뇌출혈로 인해 말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지고, 끝없이 이어지던 대화 대신 “침묵의 안무”가 두 사람 사이를 메운다. 해마다 800킬로미터씩 노를 젓던 강인한 두 손과 팔이 이제 캐럴라인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상대의 물음에는 그 손을 꼭 쥐는 것으로 대답하고, 혼자 남겨질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찬찬히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로 표현된다. 끝내 캐럴라인은 의식을 잃고, 게일이 할 수 있는 일은 곁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 산 사람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숨소리를 하염없이 세는 것뿐이었다. 2002년 6월, 결국 캐럴라인은 마흔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진단을 받은 지 7주,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들어간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캐럴라인에게 아직 못 한 말이 있으면 다 해요.” 그래서 나는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나도 없어요.” 내가 답했다. “이미 전부 다 했어요.” 다음날 의료진이 모든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 그녀가 원한 바였다. 다 끝났다는 모렐리의 전화를 받고 나는 통곡하는 짐승처럼 부엌에서 울음을 토했다. (215~216쪽)

장례식을 치르고도 게일은 캐럴라인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했다. 몸을 내리누르는 비탄의 물리적인 통증이 한동안 계속되며 “캐럴라인의 항시 부재라는 현실”이 숨통을 조여왔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글을 읽어야 했다.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의 무게를 부질없이 과소평가하거나 캐럴라인의 단점을 꼽아보기도 했다. 손바닥이 가죽처럼 뻣뻣해지고 온몸이 욱신거릴 때까지 강에서 노를 젓다가도 시시때때로 캐럴라인에게 머릿속으로, 입 밖으로 말을 걸었다. 캐럴라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죽음이 어떤 의미였는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도 있었다. 상실의 고통은 너무도 생생했고,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면 캐럴라인을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캐럴라인의 죽음은 심장에 뚫린 빈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없고 채우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녀의 부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실재이고, 범죄현장처럼 보존된 기억이었으며, 이 현장보존선을 제거하는 것은 무도한 행위일 터였다. (237쪽)

그로부터 꼭 6년 뒤, 클레먼타인도 세상을 떠난다. 다시없을 친구 캐럴라인을 만나게 해주고 게일의 삶에서 “가장 감정이 확장되고 즐거웠던 시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가장 슬펐던 순간의 목격자”였던 반려견. 두 존재의 죽음을 경험한 뒤, 게일은 차츰 생각하게 된다. 자신은 그 이별들을 견뎠고,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왔다고. 중요한 것은 “인생의 근본적인 슬픔 속으로 곤두박질치지도 말고, 그것이 나의 남은 나날을 규정하리라 지레짐작하지도 말고 그저 그 슬픔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게일은 이 책을 쓰는 것으로 “이야기라는 세계의 영원한 현재 안에 우정의 시간들을 되살”려내기로 한다.

엄청난 상실은 결코 극복되는 일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은 우리를 깎고 다듬어 이전과는 다른, 더 다정한 생명체로 만든다. 고통 자체에서 해답이 나온다고 나는 이따금 생각한다. 상실의 슬픔과 기억은 그 나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 죽음은 이야기를 요구하고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고대 부족들이 망자의 무덤에 꽃을 함께 묻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눈밭에 찍힌 발걸음의 흔적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를 한다. (268~269쪽)


빛나는 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존재에 바치는 헌사

이제 게일은 캐럴라인이 남긴 보트를 타고 강에서 노를 저으며 그녀의 영원한 나이와 자신의 나이 차이를 헤아려본다. 함께일 때보다 노의 움직임은 느려졌을지언정, 눈을 감고 캐럴라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로잉을 마치면 어디선가 듣고 있을 캐럴라인에게 소리내 말한다. “아마 내가 꽤 대견하겠지.” 만일 시간을 돌려 상실의 슬픔을 영영 모르고 살 수 있다 해도 게일은 캐럴라인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삶에서 깊이 사랑할 상대를 만나는 것은 행운 같은 일이며, 애도란 그에 따르는 당연한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삶은 고되고 때로 가장 치열한 싸움은 고독하게 치러야 하지만, 두려움 속으로 걸어들어가 상처를 입고 나올지라도 여전히 숨을 쉴 수 있다는 믿음”을 캐럴라인과 공유했기에. 그리고 지금은 게일 “혼자 전장에서 버티도록 내몰렸지만, 이제 그녀가 말없는 호위병이 되어” 마음속에 함께 머무르고 있기에.

개들과 함께 뛰노는 풀밭과 숲에서, 로잉 수업과 토론과 한가한 전화통화에서 매번 그녀는 온전하게 살아 있다. 이즈음 그녀의 죽음은 저만큼 떨어진, 닫혔으되 잠기지 않은 어느 문 너머에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강바람에 그을린 그녀가 깔깔 웃고 있다. 곧 전화가 울리고 우리 중 하나가 묻겠지. 지금 뭐해? 그러면 모든 게 다시 시작될 것이다. (185쪽)

좋은 우정이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가꿔주는가. 빛나는 한 시절 마음을 나눈 존재에 바치는 헌사 『먼길로 돌아갈까?』는 ‘우정’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상실 후 “더 다정한 생명체”로 거듭난 인간의 연대를 뜨겁게 목도하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소중한 사람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산책을 할 때마다 게일과 헤어지는 시간을 늦추려 했던 캐럴라인처럼, 옆에서 걷는 그 사람에게 묻고 싶어질 것이다.
“먼길로 돌아갈까?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지금이 조금 더 길어지도록.”

추천사

가까운 친구의 죽음, 반려동물의 죽음은 고독한 애도를 경험하게 한다. 그 애도 안에는 자신의 상실을 타인들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을 수 없으리라는 체념과 외로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오래 기다려왔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말할 수 없었던,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포기했던 내 마음을 작가가 읽어주는 경험을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 존재가 떠나도 ‘그 사랑은 네 것이야.’ 가까운 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뜨겁고 깊은 위로를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005
먼길로 돌아갈까? … 015
감사의 말 … 275
옮긴이의 말 … 277

본문중에서

캐럴라인과 내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고, 우리 둘이 함께인 그곳에서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듯했다. “어떻게 하지.” 말을 하며 나는 반쯤 웃었지만 눈시울은 뜨거웠다. “왜 그래?” 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에게 나는 대답했다. “나는 자기가 필요해.” (51쪽)

내 삶은 엄격하지만 견고해 보였다. 프로이트가 잘 통합된 정신의 소유자에게 일과 사랑을 약속했다면, 나는 둘 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성취하고 싶었다. 일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랑은 시련과 위로를 동시에 안기는 연애 대신 든든한 친구들에게서 얻었다. 밤이면 뼈가 좀 시큰거리긴 해도, 긴 여정의 현재 위치에서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은 꽤 근사했다. (61~62쪽)

우리 모두는 일차적 관계를 필요로 하며, 클레먼타인에 대한 애착이 그때 나에게-싱글여성, 아이는 원치 않음, 개를 좋아함-생겨난 것은 이 필요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었다. 이 신비롭고 영리한 동물을 나는 다른 무엇의 대신이 아니라 하나의 축복으로 내 인생에 맞아들였다. (65~66쪽)

캐럴라인과 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밝은 바깥으로 나오도록 이끌었다. 서두르지 않고 상대방의 자율을 분명히 배려한 덕분에 우리는 주춤거리며 서로에게서 물러설 필요가 없었다. (130쪽)

이 모든 게 기억나는 것은 내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위기의 순간에 나눈 대화는 마치 나무에 난 상흔처럼 윤이 난다. 지금은 내 기억을 떠올리며 깜짝 놀라지만, 그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캐럴라인의 목소리를 내 가슴에 새겨놓았으니까. 그 목소리, 그 억양과 음역과 타이밍이 완벽한 유머까지. 이것을 잃을 일은 없다. (197~198쪽)

그녀의 죽음을 마주하라. 애도의 궤적을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세 단어가 아닐까. 여기에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234쪽)

다시는 캐럴라인 같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나를 그토록 잘 아는 사람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누구도 그녀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달콤하고도 씁쓸한 의리였다. 이제 그녀 대신 내게 남은 것은 그녀의 죽음이었다. (238쪽)

옛날 나바호족 사람들은 러그를 짤 때 어울리지 않는 실을 한 가닥씩 넣고 그 도드라지는 색이 바깥 테두리로 이어지게 했다. 이 의도된 결함은 러그 안에 갇힌 에너지를 풀어주고 또다른 창조로 이어지도록 길을 낸다는 뜻에서 영혼의 줄이라 불렸으며, 이 줄의 유무로 진품을 가릴 수 있다.
인생에서 굳게 품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에는 모두 이런 영혼의 줄이 있어야 한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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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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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학과 영화의 학제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설법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에세이를 즐겁게 읽고 힘들게 옮긴다. 옮긴 책으로,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지킬의 정원』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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