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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운 그림 속 철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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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술도 처음, 철학도 처음이라면!
그림 앞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생각

미술관에 ‘놀러 가는’ 철학자가 있다. 십 대에 떡볶이집 드나들 듯, 이십 대에 술집 드나들 듯, 미술을 전혀 모른 채 미술관에서 놀던 그는 그림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좋은 ‘스위치’임을 깨달았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미술이라는 스위치를 통해 철학이라는 집에 불을 밝혀주는 책이다. 저자 이진민이 그 집에서 하려는 것은 ‘놀이’다. 어떤 그림에 철학적 해석을 정답처럼 붙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도구 삼아 이런저런 생각을 실컷 펼쳐볼 수 있는 놀이. 하나의 작품을 눈에 담는 순간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우주가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정답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정답을 찾겠다는 강박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일은 그 자체로 즐거울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바라보며 ‘신은 죽었다’고 폭탄선언을 했던 니체를 떠올리는 것. 역사적으로 수없이 변주돼온 ‘정의의 여신’을 다룬 작품들을 보면서 왜 정의는 여신이 담당하며 그 여신은 어째서 안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엉뚱해도 좋고 발칙해도 좋고 틀려도 좋은 이러한 생각의 꼬리들이 이어지는 것 자체가 철학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다 철학자라고, 그럴듯한 교양이나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철알못’ ‘미알못’들에게 다정히 손 내민다. “정해진 답을 기를 쓰고 찾기보다는 스스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로, 또 답이 될 수 있는 선택지를 획기적으로 늘려내는 철학자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저도 노는 겁니다. 같이 놀아요.”(서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그림에서 시작하는 사유의 자유
미켈란젤로에서 니체를 읽고 샤갈에서 제자백가를 읽다

철학이 어렵고 지루한 이유는 논의가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철학을 “모호하게 느껴지는 개념들을 벽돌 삼아 쌓아가는 논리의 성”이라고 정의한다. 벽돌 자체도 쥐기 어려운데 그걸로 엄청난 성을 쌓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그 성에 들어가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철학의 이러한 장벽은 소통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철학은 학문이기 전에, 한 인간이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므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존재로 태어난 이상 철학과 무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얘기가 아닌데 우리가 학창 시절 괜히 어렵게 외웠던 철학의 인물과 개념들이 ‘그림’이라는 매개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하나의 작품을 미술사적 논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자유롭게 해석한 다음 그로부터 연상되는 철학적 개념을 특유의 위트와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다가 문득 아담의 ‘건방진’ 자세에 주목한 다음, 신이나 종교와 필연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철학의 역사를 짚고, 그 가운데서도 ‘신에게 도전하기’ 종목이 있다면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할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를 소개한다. 쌓여 있는 책을 그리는 전통이 있었던 조선시대의 ‘책거리’ 작품들을 소개하며 서양 원근법에선 느낄 수 없는 기묘한 구도와 아찔한 긴장감,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균형과 조화에 집중한다. 이 균형과 조화는 다양한 사상이 폭발적으로 만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서로의 사상을 발전시키며 함께 성장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철학의 역사 역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역사”임을 다시 강조하며, 샤갈(Marc Chagall)의 그림 〈나와 마을〉에서 ‘시선의 마주침’을 강조하기 위에 눈과 눈 사이에 그려 넣은 흐릿한 선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리가 그렇게 상대의 눈을 보며 그리는 투명한 선들이 그물처럼 세상을 덮으면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포근한 곳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그렇게 우리 시선의 방향과 높낮이가 다양해서 더 아름답다고 믿는다.”(p.70)

그림에서 철학이, 철학에서 세상이 열린다
어려움 없이 보고, 두려움 없이 생각하는 법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집필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철학자 이진민은 오래전부터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삶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연결하는 삶을 선택한 그의 ‘다정함’은 이 책의 곳곳에서 돋보인다. 청량한 여름 빛을 담은 유리병 그림을 앞에 두고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에 의문을 표하며 “내 안에 담고 있는 것이 썩어가지는 않는지, 그 안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세상에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특히 권력자)의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7세기 유럽 왕족과 귀족의 사치품이었던 거대한 태피스트리(벽이나 가구를 장식하기 위해 색실을 짜 넣어 모양이나 그림을 표현한 직물 공예)를 만드는 데 10~12세의 ‘가늘고 말랑말랑한 여린 손끝’이 동원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나이키 공장에서 시간당 200원을 받으며 착취당하는 제3세계 어린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때로는 우리가 미술관에 ‘감탄할 준비를 하고 간다’는 점이 우리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여쁜 외양만 쓰다듬기보다는 그 사람 내면의 그늘과 고통을 인지하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더 아름답듯이, 우리가 다소 무방비적으로 감상하러 가는 작품들 안에 제법 그늘이 많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즐기는 편이 나와 그 작품 간의 좀 더 입체적인 만남이 아닐까.”_271쪽

또 클림트(Gustav Klimt)에게 의뢰한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천장화가 포르노그래피라는 혹평을 받은 사연, 황홀하도록 찬란한 가로등 불빛을 담은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의 그림에 숨겨진 ‘힘과 속도’에 대한 파괴성, 따뜻하고 천진한 시선이 돋보이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작품들이 파시즘의 광기를 뚫고 피어난 예술적 성취라는 점 등 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역사적 배경과 개인적 경험을 종횡하며 풀어낸다. “얼큰한 유머와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가득한”(작가 정여울) 이 책은 “마음이 고플 때 펼치기 좋은 식탁”(정치철학자 김만권)이 될, 친절하고 든든한 인문서이자 입문서이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가.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에 따라 세상이라는 화폭에 우리 존재를 키울 수도, 없앨 수도 있다.”_249쪽

추천사

정여울(작가, 《끝까지 쓰는 용기》 저자)
그림은 철학, 심리학, 과학, 그 어느 학문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철학과는 더더욱. 철학이 선명한 언어와 개념을 통해 ‘제대로 생각하기’를 가르친다면, 그림은 눈부신 색채와 형태를 통해 ‘더 아름답게 생각하기’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닐까.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바로 그런 철학과 그림의 장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책이다. 철학자의 명석함에 개그맨의 유머까지 갖춘 참신한 문체로 중무장한 저자가 우리에게 발랄한 언어로 손짓한다. 그동안 그림이 어려웠지? 철학은 더더욱 어려웠지? ‘철알못’들이여, 모두 이리 와! 내가 어렵지 않은 철학 이야기를, 아름답되 머리 아프지 않은 그림과 함께 들려줄게! 얼큰한 유머와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가득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가지 사랑이 한꺼번에 싹트게 된다. 철학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미술에 대한 사랑.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림을 사랑함으로써 철학을 더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김만권(정치철학자, 《새로운 가난이 온다》 저자)
이진민의 글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처럼 말랑말랑 따스하다. 그의 글 한쪽을 베어 물어보면 안다. 그 글에 얼마나 좋은 재료가 들어갔는지, 그 좋은 재료를 얼마나 정성껏 매만져 반죽하고, 얼마나 적당한 온도에서 구워냈는지. 엄마가 된 이후 이진민은 더 그렇게 변했다. 마음이 고플 때 그의 책을 펼치면 식탁이 된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철학이 만든 온갖 맛있는 지식과 곳곳에 스며든 온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진민이 짓는 철학이 우리의 집인 이유다.

목차

들어가는 말

1. 천지창조를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
: 니체는 왜 신이 죽었다고 말했나

2. 투명한 유리병에서 인간의 품성을 찾다
: 공자와 베버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3. 기묘한 균형으로 쌓여 있는 책 구경
: 너도 옳고 나도 옳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까

4. 빨간 사과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
: 인간은 왜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가

5. 공작새와 오리의 서열은 누가 정하나
: 허영심과 불평등, 그리고 법률

6. 가로등과 매화가 달빛을 대하는 방식
: 아름다움의 속도를 철학하다

7. 왜 클림트는 혹평에 시달렸을까
: 정의를 위한 불의의 그림

8. 정의는 왜 여신이 담당하는가
: 양날의 칼을 쥔 자의 책임

9. 여신의 눈을 가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정의로운 눈 뜨기와 공정한 눈 감기

10. 가면 쓴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 집단의 광기와 개인의 자유

11.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신과 죽음, 그리고 전쟁 속에서 발견한 개인

12. 소녀들의 눈을 멀게 한 카펫
: 태피스트리 작품들과 나이키 공장의 아이들

13. 공이 굴러간 곳에서 니체를 다시 만나다
: 그늘 속 어른과 빛 속의 어린아이

감사의 말

본문중에서

크리스천으로서는 견디기 힘들 법한 내용들이 지뢰처럼 들어 있는 게 서양철학인데, 그중 전투력 ‘만렙’인 최고 전사가 니체다. 나는 읽는 사람을 후려 패는 듯한 니체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니체가 특히 열과 성을 다해 두들겨 패는 것이 바로 기독교와 크리스천이다. 책 속에서 망치를 들고 뛰어다니는 느낌이랄까. 니체 세미나 시간이 되면 나는 마음을 콩닥거리며 독실한 친구들의 안색이 혹시나 고려청자 빛으로 변하는 건 아닌지 살피곤 했다._23쪽

리카 반도는 ‘메이슨 자’라는 이름으로 여러 작품을 제작했는데, 병에 새겨진 글자를 부제로 붙이기도 하고 곁들인 소품이나 배경에서 부제를 따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계절감이 주는 아름다움, 그 청량한 색감에 대한 찬사를 부제로 선택한 듯하다. 배경은 은은한 파스텔 톤인데 유리병 안의 색깔은 오히려 선명하고 진하다. 한복 치마저고리 일습처럼 고운 옥색과 청량감 있는 쪽빛이 어우러져 매끄러운 질감으로 반짝, 하고 빛나고 있다. 여름의 색, 빛, 향기. 저 멀리로는 열기와 습도 같은 것까지 고루 느껴지는 작품이다._38쪽

보는 순간 이게 뭐지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우선은 책의 모습과 쌓인 모양이 너무 신기했다. 조각 케이크 같기도 하고 특이한 상자 같기도 한 책갑들. 그런 책들이 삐뚤거리며 차곡차곡 쌓인 모습이 재미있는데, 그렇다고 또 불안한 느낌은 크게 없이 희한한 균형감을 이루는 게 오묘했다. 대접을 서로 마주 보게 엎어 쌓아 스릴 있으면서도 왠지 안정감 있는 원형을 만들어낸 감각도 놀라웠다._61쪽

〈사과나무와 크로커스〉 그림을 보면 홉스의 자연 상태가 생각난다. 탐스러운 사과를 바라보며 서로 눈치를 보는 원시인들의 치열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고, 그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도 덩달아 전해지는 것 같다. 검은 바탕에 놓인 사물은 그게 무엇이든 그 본연의 색이 더욱 또렷이 빛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원시인들 사이에 만연한 두려움 속에서 재화를 향한 욕망은 더욱 뚜렷한 빛으로 도드라진다. 이렇게 홉스의 자연 상태는 불신과 적개심이 팽배해 있어 야만적이고 불행한 곳이다.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지속되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_80쪽

허영심은 본래 상대가 나를 인정해주는 데서 오는 만족감인데, 상대와의 간극을 벌리면 벌릴수록 내 만족감은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인간들이 나를 칭찬하고 인정해봤자 나에게는 별로 큰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는단 얘기다. 내 고운 비단옷을 두고 노비 언년이가 아무리 침이 튀기도록 칭찬해봤자, 옆 동네 땅 부자 최 참판네 마누라가 감탄하며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은근히 묻는 것처럼 기분이 좋지는 않다._103쪽

오만 원권 지폐에는 어몽룡의 다른 〈월매도〉가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대나무를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탄은 이정1554~1626의 〈풍죽도〉와 은은히 겹쳐둔 것까지는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영 어색해졌다. 시원스럽게 솟아 있던 매화 가지가 짤뚱하니 잘려나간 데다 달도 억지로 깔고 앉은 듯하다. 높이 솟은 가지가 주던 미감이 없어지니 매화의 고고함도 숭덩 잘려나간 느낌이고, 높은 가지와 나란히 고즈넉한 하늘에서 빛나던 달을 가지 아래로 훅 끌어내려놓으니 달 역시 어리둥절한 느낌이다._127쪽

예수님께서 주먹질을 하시는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있는 그림인데, 이 예배당은 바로 슈클라가 정의보다는 불의에 천착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는 지오토(Giotto di Bondone)의 〈불의(Injustice)〉라는 그림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수님께서 “너 좀 이리 와봐”의 화끈한 왼손과 “한 대만 맞자”의 나이스한 오른손을 선보이시고, 붙들린 자는 당황하며 “아 저 그게요”의 표정을 짓고 있다._149쪽

불의를 자행하는 권위적인 힘과 물리적 폭력이 주로 전통적인 남성성과 연결돼온 반면, 불의에 신음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의에 대한 희망으로 자비로운 모성에 기대고자 하는 원초적인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나를 부당하게 억압한 강자에게는 정의의 힘으로 벌을 주고, 억압당한 약자인 자신은 자비의 마음으로 품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말하자면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울면서 내 마음을 치유해줄 포근한 엄마 품을 찾는 것 같은._158쪽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예비 경선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어느 대학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의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대하는 것입니다.” 이 황금률은 사실 지구상 모든 종교에 등장하는 원칙이자 동양 고전인 《논어》에도 등장하는 내용으로, 굳이 어려운 표현 없이도 정의의 내용과 원칙을 많은 인류에게 전하고 또 권하고 있다._178쪽

민주주의도 싫고 사회주의도 싫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도 꼴 보기 싫고 국제주의적 이상도 싫다. 모두 적이다. 이렇게 세상에 믿을 게 하나 없고 다 무서운 적이라는데 사람들 마음속에 불안과 공포가 스미는 것이 당연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대중에게 파시즘이 권한다. 이 혼란스럽고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너를 지켜줄 강력한 지도력을 한번 믿어보라고. 그래서 그림 속 발들은 어딘가로 이끌려 향하고 있다._199쪽

그런데 그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들이 전부 빈 네모로 표시되었다. 아직 입장 전이라거나 단체로 화장실 가신 것도 아니다. 자제분들로 보이는 이들이 분홍빛 옷을 입고 모였는데 술잔을 들어 올리는 사람도 있고 앞에서 춤추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때맞춰 마님이 부르신 듯 비어 있는 네모 쪽을 쳐다보는 시종들도 있다. 그러므로 이 명문가의 부인들이 모두 자리에는 있었으나 그린 이가 의도적으로 모습을 지운 것임을 알 수 있다._243~244쪽

당시 유럽에서 태피스트리는 왕족과 귀족들에게 굉장히 선호되었는데 여러 이유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운반의 편리성이었다. 1가구 1주택 따위 평생 모르고 여기에 궁전, 저기에 별장, 거기에 성이 있던 그들로서는 레지던스를 옮길 때마다 편하게 둘둘 말아 운반할 수 있는 데다 벽에 걸어 추위도 막고 아름다운 장식성도 충족시킬 수 있는 이 기특한 아이템이 몹시 흡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보다시피 태피스트리는 엄청난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루벤스 같은 화가의 원본 스케치도 있어야 할뿐더러 사람이 일일이 그 수많은 매듭을 지어 커다란 작품을 완성하려면 돈도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던 것._259~260쪽

그리하여 니체는 모든 사람에게 위버멘쉬가 되라고, 아이가 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허물고 부수고 또다시 쌓는 행위를 무한히 반복하며 즐거워한다. (…) 아이들에게는 아직 내세의 개념도 초월자의 개념도 희박하다. 아이들을 위한 예쁜 그림책을 만드는 한 작가님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슴에 들어와 박힌 그분의 말이 있다. 아이들은 “지금을 사는 존재”라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금을 사는 존재, 그들이 바로 위버멘쉬다._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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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사 남매, 딸 딸 딸 아들 중 눈치 없이 셋째 딸로 태어나 책탐 많은 아이로 자랐다. 세상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맥주를 콸콸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만 가끔은 이 산이 아닌가 보다 하는 나폴레옹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다 정치철학을 만났고 이거다 싶었다. 정치사상에 깊이 발을 담그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멜론 장학금을 받으며, 그리하여 또 맥주를 마시며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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