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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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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행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상 여행자들의 이야기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에서 코너를 도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된다.
일상에서 여행의 기분을 누리고, 여행의 감각을 유지하고,
다시 돌아올 여행을 준비하는 일상 여행자들의 이야기

떠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 줄 에세이가 나왔다.

드라마 작가, 카피라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번역가,
브랜드 마케터, 영화 마케터 등
7명의 필자가 일상이 여행이 되는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신기하게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떻게 하면 인생을 여행자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해답까지도 얻게 된다.

출판사 서평

좋은습관연구소의 좋은 습관 시리즈 13번째 책.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작가 ‘섬북동’은 독서 모임 이름이다. 디자이너의 독서 모임에서 시작해 지금은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그리고 마케터까지. 크리에이티브 분야라는 하나의 공통점 외에는 각자 하는 일도 나이도 성격도 다른 멤버들이 2주에 한 번씩 독서 토론을 하며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모임이다.

아시다시피 독서 모임이 10년째 이어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수 비결을 “그냥 수다를 떤다”라고 말한다. “책은 핑계일 뿐 사는 이야기를 하며 집이나 직장 등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모임”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모여서 대화를 하다 섬들이 모여 더 큰 섬이 되고, 우리들만의 휴양지가 열린다. 그렇게 우리는 휴식을 하고 에너지를 얻고 또 각자의 일상을 이어간다.”

모임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같이 여행을 떠날 정도의 사이가 되기까지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각자의 여행 이야기지만 교묘하게 다른 작가의 여행지와 겹치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한 곳의 여행지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추억하는 걸 보는 재미도 이 책을 읽는 포인트 중 하나다.

책의 시작은 우연찮은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출판사 ‘좋은습관연구소’는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을 독서 모임 멤버들에게 책으로 묶을 것을 제안했다. 이미 모임 멤버들은 여러 가지 독립 출판 프로젝트의 경험도 있고, 책을 써본 작가들도 여럿 있었던 터라 이 제안은 어렵지 않게 여러 멤버들로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독서 모임 단톡방에 ‘책 쓰기’에 대한 제안이 올라왔고, 결국 총 7명의 멤버가 필자로 나섰다. 멤버들은 알고보니 독서 고수는 물론이고, 여행에 대해서도 고수였다. 오지 여행을 비롯해 세계 일주 여행을 한 멤버도 있었고, 각종 출장만으로 온세계를 돌아다닌 멤버도 있었다. 그리고 서교동/합정동/망원동을 아지트 삼아 자신만의 일상 여행법을 개척한 국내파도 있었고, 넓디넓은 서울을 따릉이 하나만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퇴근 자체가 여행인 멤버도 있었다.

책은 그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섬북동과 까뽀에이라로 여행의 부재를 달래며 다시 브라질 여행을 꿈꾸는 재포, 코로나 이전에 들었던 여행 적금을 해약했다가 얼마 전 다시 넣기 시작했다는 경영, 10년 넘게 아는 멤버들과 여행을 다녔고 또 그 멤버들과 얼른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유정, 캐리어에 운동복과 러닝화를 담고 하와이에 달리러 가고 싶다는 미현,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죽을 뻔한 고비를 수십 번 넘기고서도 지금 살아남아 여행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운이 좋다는 매옥, 프로 집순이라면서도 누구보다도 서울을 많이 돌아다니는 주은, 그리고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섬북동에서 다시 발견했다는 승은까지.”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함께 비밀 일기장을 쓰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작업이었다”라고 말한다. “목적 없는 것을 즐기며 내일보다 오늘에 충실할 것” “사사로이 관찰할 것, 새삼 감사할 것, 연연하지 말 것, 그리고 길을 잃을 것” 등 이들이 말하는 여행 철학은 그곳이 해외이든 국내이든 혹은 내 방구석이든 어디든 간에 어디에서나 통하는 일상 여행자의 철학이다.

이들이 일상 여행의 소재로 얘기한 유튜브, 플랭크, 무술, 시장, 사진, BGM, 다리(브릿지), 책, 자전거, 묘지 등 키워드(소재)만 봐도 얼마나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이 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우리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비빔밥처럼 함께 섞이고 김밥처럼 함께 말리며 조금은 신이 나면 좋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진부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다음 여행을 다 같이 기다린다. 반드시 찾아올 여행을.”

[추천사]
일상을 여행처럼, 작가들의 방법과 감각이 재미있다. _ki, 40대 회사원
방구석에서 떠나는 세계 일주 방법을 배웠다. _김영현, 20대 대학생
지루하기만 한 일상,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_유지민, 30대 회사원
평범한 날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하루가 되다니! _희희, 30대 프리랜서
따릉이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했다. _임영채, 30대 회사원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된다. _한진아, 30대 예비 엄마
나를 비우고 나를 채우는 일상 여행의 팁을 알게 되었다.
_Khori, 40대 회사원
옴짝달싹 못 하는 지금, 마음을 들썩이게 할 매력적인 책.
_이호영, 50대 회사원

추천사

여행을 금지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그런 날이 불쑥 찾아왔다. 우리는 현재 여행 없는 날들의 끝에 서 있는지, 아직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 꼭 멀리 바다 건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집을 나서는 길이며 나의 모든 발걸음이 모두 여행이었다. (물론 이 책에는 일하러 나가는 길까지 여행에 포함하는 이가 있던데, 당신의 여행 공력에 경의를 표한다. 리스펙!!) 나는 이미 마트와 시장과 카페를 돌아다니고, 노동요처럼 작업 창 옆으로 띄워 놓은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틈틈이 보며 꾸준히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미처 여행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했을 뿐. 생애 처음 맞는 팬데믹 시기에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을 알려준 섬북동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목차

1부. 방구석 생존 여행

1. 유튜브 - 오늘 밤은 또 어느 도시로 가볼까?
2. 브랜드 - 그곳이 나를 부르고 있어
3. 공부 - 봄이 오는 그때까지, 적금 넣듯 꾸준하게
4. 맛 - 여행의 기억이 떠오를 땐, 현지식 즐기기
5. 영화 & 드라마 - 화면으로 만나는 뉴욕과 파리
6. 처음 -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 ‘오늘의 처음’
7. 책 - 소설로 떠나는 현실 여행
8. 낯섦 - 오른손잡이의 왼손 여행

2부. 집 밖 일상 여행

9. 플랭크 - 아무 데서나 엎드리는 중입니다
10. 만 보 - 걷다 보면 그때 그 걸음 수
11. 자전거 - 매일 떠나는 따릉이 여행
12. 묘지 - 나의 공동묘지 답사기
13. 무술 - 매일 아침이 브라질, 까뽀에이라
14. 시장 - 지금 이 시간을 행복하게 사는 법
15. 서점 - 서점의 공기, 그림책의 온기
16. 모임 -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
17. 다리 - 랜선으로 건너는 다리, 그곳에서 만나는 풍경
18. 달리기 - 아침마다 떠나는 짧은 여행
19. 여유 - 남의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을 삽니다

3부. 기억에 기댄 여행

20. 기념품 - 오래도록 일상의 습관처럼
21. 이사 - 가벼운 여행자로 살아가기
22. 전망 - 높이마다 새겨진 여행의 기억
23. BGM - 그곳으로 떠나는 타임머신
24. 노을 - 노을을 보려고 하루를 산 것 같았다
25. 사진 - 단톡방 추억 여행

섬북동씨 안에는 7인의 여행자가 있습니다

본문중에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색다름을 느끼면 그게 곧 여행이 된다. 여행은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우리가 기다려 마지않는 긴 여행과 일상에서 누렸던 짧은 여행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그리고 우리를 가득 채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에 대해 엮었다. (7쪽)

주변의 가까운 사람을 만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이 마저도 쉽게 허락치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각자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단 한 번도 이들의 채널에 댓글을 단 적은 없지만,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 어느 곳에 있든 우리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또 어느 도시로 가볼까? (21쪽)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지만 그 브랜드가 ‘살고 있는’ 현지에서 만나게 되면 뭔가 더 반갑고 감회가 남다르다. 허세 좀 보태어 정말 더 생생한 기운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달까. 시드니 뉴타운 거리의 이솝 매장은 빛바랜 듯 연한 민트 컬러 입구와 블랙 컬러의 간판, 문 앞에 비치된 샘플용 핸드크림으로 정겹게 우리를 반겼다.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30쪽)

지난겨울은 나에게 겨울 속의 겨울이었다. 춥고 외롭고 초조하고 괴로웠다. 지금 이 시절도 어느새 지나고 모두에게 봄이 오리라 믿는다. 내년에는 코펜하겐 공원에 누워 칼스버그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 나의 겨울을 잘 헤쳐가 보리라. (40쪽)

여행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연관되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하늘이 너무 파랗고 해가 쨍쨍해 발리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있고 싶은 날에는 잘 익은 바나나 하나를 썰어 접시에 담고 누텔라 한 스푼을 더해 바나나 스플릿을 만든다. 창가에 앉아 한 입 맛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귓가엔 파도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중략) 돼지갈비 국물에 고수를 팍팍 넣어주는 순간 온 집안이 동남아의 향으로 가득 차고, 파타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20년 지기 친구들과 홀딱 젖은 채로 쌀국수를 먹 던 그때로 돌아가 행복해진다 (47쪽)

넷플릭스의 다큐 《도시인처럼》도 봤다. 프란 레보비츠라는 멋진 할머니가 나오는데, 그녀가 평생 겪었던 뉴욕을 주제별로 7회에 걸쳐 이야기해준다. 이런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위트있게 풀어줄 수가 있나 감탄하며 봤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은퇴한 부부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 살기가 힘들어 집을 내놓고 이사하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는 불안한 청춘들이 세 들어 사는 원룸과 주말 파티, 뉴욕의 거리들이 흑백 화면으로 펼쳐진다. (57쪽)

‘오늘의 처음’은 어떤 풍경일 수도, 작은 반찬거리일 수도 있다. 주민세를 처음 낸 날, 분식집에서 처음 혼밥을 한 날, 카페에서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은 날, 동네 고양이를 처음 만지게 된 날, 새치 염색을 처음 한 날, 중고 서점에 처음 책을 팔아 본 날. 여행이 그렇듯 일상도 처음으로 가득하다. (66쪽)

‘세상 최고’의 사치스러운 독서는 소설의 무대가 된 그곳에 가서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김영하 작가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여행 가방을 꾸릴 때마다 어떤 책을 넣어
갈지 고민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그리하여 터키에서는 야샤르 케말의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를, 삿포로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다. (72쪽)

우리가 여행을 할 때면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보기 힘들 풍경과 분위기를 눈에 담고 느끼기 위해 평소보다 천천히 걷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건 마치 글자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왼손으로 글을 쓸 때 글자가 아닌 한 획을 긋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 여행의 순간과도 같다. (80쪽)

그러던 어느 날 푸켓으로 여행 간 커플이 바다가 보이는 열대의 리조트에서 플랭크 샷을 찍어 올렸다. 우리는 시쳇말로 뻑이 갔다. “와…!” 저 멋진 배경에서 플랭크라니! 나도 따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 달 뒤, 또 다른 커플이 홍콩에 여행을 갔고, 남자는 기나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단편영화의 한 장면 같은 플랭크 동영상을 찍어 올렸고, 여자는 홍콩의 핫스팟인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익청맨션을 배경으로 플랭크 샷을 찍어 올렸다. (86쪽)

나는 걸으며 여행의 감각을 기억해내려 한다. 새로운 골목과 나무와 풍경을, 친구와 함께 와야지 어느새 다짐하고 있는 식당과 카페를, 그리고 잊은 줄 알았던 여행자의 기분을. (101쪽)

나는 오늘도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매일 가는 길이라도, 매일 만나는 하늘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다. 나는 집으로 가는 뻔한 길도 늘 여행하듯 달린다. 나에게 따릉이는 여행길을 함께 나서는 멋진 친구다. (107쪽)

아직 가고 싶은 묘지가 많다. 포르투갈 리스본 언덕 너머의 묘지, 세계 최대의 십자가가 서 있는 스페인 전몰자의 계곡, 뉴욕 코니아일랜드로 가는 길에 봤던 하얀 십자가 그득하던 공동묘지 등은 아직도 나의 버킷 리스트에 남아있다. 해외의 묘지들은 코로나가 끝난 이후로 미루더라도, 한국의 묘지 여행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나는 30년 전에 가본 광주 망월동 묘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마석 모란공원의 민주열사 구역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 최근엔 서울살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선릉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여기가 센트럴 파크인가 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운동화 신고 20분만 걸으면 양화진 절두산 성지의 외국인 선교사 묘역에도 갈 수 있다. (116쪽)

운동을 시작하고 5년째 되던 해, 드디어 그 결심이 이루어졌다. 비행기를 네 번 환승하고 64시간 만에 브라질 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살바도르는 브라질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곳이자 아프리카인들이 브라질에 노예로 끌려오면서 처음 도착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까뽀에이라가 시작됐다. 나는 까뽀에이라를 하려고 브라질에 간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명이었다. (123쪽)

오늘 내 앞의 시간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자꾸 마음이 쓰일 때 시장에 간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가서 꼭 그곳의 시장에 들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발을 딛고 집중하고 싶어서다. 오늘 이 시간을 잘 살아 내면 된다. (134쪽)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공간, 텍스트로 가득 차 있지만 별다른 말이 필요치 않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깨달은 이후 이런 장소들은 나의 힐링 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의사소통만으로도 이미 피곤한 해외여행 중에 서점과 도서관을 즐겨 찾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안에서는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대놓고 쳐다보거나 말을 거는 사람도, 눈치 주는 직원도, 인종 차별도 없다.’ (138쪽)

여러 사람이 만나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모임은 또 다른 길과 세상을 열어 준다. 다양한 세상을 접하기 위해 나는 여행하듯 모임에 나간다. (150쪽)

두발로 직접 건너고 랜선으로 세계의 다리를 여행하면서 느낀 공통적인 매력은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양화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 성산대교를 건널 때 한강을 내려다보면 속이 뻥 뚫린다. 랜선으로 여행할 때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다리 위에서 풍경을 바라볼 때이다. 막힘없이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저절로 차오른다. (155쪽)

오늘은 어디를 달리면 좋을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낯선 도시의 여행 준비를 하듯 코스를 짠다. 날씨를 체크하고 온도와 습도까지 확인한다. 컨디션에 따라 그리고 기분에 따라 길을 조금씩 달리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TV를 보며 달리는 것과 다르게 야외에서 달리는 건 정말 짧은 여행이다. 나무의 새순이 올라오고, 이파리의 색깔이 진해지고, 어제까지 꽃망울이었다가 활짝 꽃이 피어버리는 그런 어이없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매일 달리다 보면 어제와 오늘의 다른 풍경이 보인다. (164쪽)

여행지에서는 러시아워를 겪은 적이 없다. 여기 사람들도 출퇴근을 할 텐데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일상 복귀가 이뤄지면 알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여행자들의 시간은 다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나서야 여행자들은 움직인다. 시간에도 여행자의 시간이 따로 있다. (167쪽)

나는 덧버선을 신을 때마다 이제는 가지 못하는 그곳. 일본의 풍경을 신는다. 그때의 추위와 덧버선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여행 기념품을 사용하는 건 여행의 그 시절을 조각내어 사용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겨울에는 덧버선 하나로 일본 여행을 한다. (175쪽)

여행이 가져오는 여유로움은 ‘목적 없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 동네를 배회할 필요가 있다. 살 것도 없는 시장을 기웃거리고, 빠르게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피해 강변도 어슬렁거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풀 더미 사이로 새들이 떼로 옮겨 다니는 모습도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은 예쁜 순간을 만나게 된다. 여행자의 기쁨이다. (189쪽)

광화문 앞 빌딩의 어느 꼭대기 카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호프집, 집 안의 창, 작업실의 창, 한강 변의 미술관, 아주 높지는 않아도 약간의 높이만 달라지면 나는 언제든 여행을 한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의 전망이 높이의 마디가 되어 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 높이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여행의 추억과 그때 봤던 전망이 떠오른다. 그리고 전망과 함께 밀려나 있던 감정이 같이 떠올라 수다를 떨다가도 잠시 멍해진다. (197쪽)

매번 우리 여행 모임의 여행지 탈락 1순위가 LA였는데,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서는 가보고 싶은 곳 1순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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