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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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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선진국 한국, 그러나 불평등한 복지국가 한국!”

대한민국은 왜 ‘국민이 불행한 선진국’이 되었나?
경제, 정치, 역사, 사회복지 측면의 탄탄한 분석, 다음 정권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제, ‘성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와 복지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의 대표적 학자 윤홍식 교수,
한국 복지국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세울 방법을 논하다!

★★★
KBS 〈명견만리〉 ‘코로나19, 다시 복지를 생각하다’ 화제의 명강의
KBS 〈코로노믹스〉 ‘세계 전문가들의 경제 진단과 해법’ 한국의 대표적 학자
KBS 〈시사직격〉 ‘2021, 걱정하는 당신에게’ 사회복지 부문 초청 명사

복지와 정치·경제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며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온 한국의 대표적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교수가 ‘선진국 한국의 다음 과제를 짚는’ 역작 《이상한 성공》을 출간했다.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라는 대(大)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왜 우리는 성공했으나(부유한 선진국이 되었으나) 불행한가?’ ‘왜 한국의 청년들은 기후위기와 세계평화를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받지 못하는가?’ ‘어쩌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나?’ 등 착잡한 현실을 꼬집는 중대한 질문들을 이어가며 명쾌하게 답한다. 윤홍식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백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되었다. 지금의 불행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다”라고 단언한다. 《이상한 성공》은 한국이 GDP 9위의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10명 중 6명은 ‘울분에 가득 찬’ 극도로 불안한 나라가 되었는지, 복지지출을 매년 늘리는데도 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수년째 벗지 못하는지 등을 경제, 정치, 역사, 사회복지 측면에서 탄탄하게 분석한다. 촘촘한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누구든 읽기 쉬운 간단명료한 해설과 강연체로 전한다는 게 이 책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다.

출판사 서평

“이제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일제강점 수난의 시대부터 BTS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까지,
한국 백여 년의 발자국과 선진국 한국의 향후 과제와 해답들

1장 〈성공의 덫〉에서는 한국의 청년들과 다른 신자유주의 국가 청년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사회, 경제적 현안들을 지적한다. ‘86세대가 불평등의 원흉인가?’라는 팽배한 세대 담론부터 ‘청년의 절반 이상이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조차 갖지 못하게 된 배경’ 등을 부의 세습, 능력주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2장 〈성공, 그 놀라움〉에서는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사회 전방위적 측면에서 다룬다. 해방 후 성장의 역사와 지금의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부정의한 결과’를 대비해 보여주면서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현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3장 〈성공의 이유〉에서는 1960년대 농지개혁부터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 과정, 국민의 인내와 대기업의 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톺아본다. 이 장에선 특별히 10~20년 단위로 치밀하게 분석된 ‘한국의 성공 방식과 이면’을 주목해 읽어봐야 한다. 다음 장들과 논리적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4장 〈성공이 덫이 된 이유〉에선 바로 이 성공 방식이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리의 형편은 그대로인지’ ‘복지지출은 매년 증가하는데 왜 불평등은 날로 심해지는지’ ‘어쩌다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5장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선 한국 사회가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을 모색한다. ‘소득 간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려면 증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이 행복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는 무얼 변화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이 이 장에서 제시된다.
저자 윤홍식 교수는 “선진국이 된 한국은 이제 더는 누구의 뒤를 따라가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가는 길 또한 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식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이상한 성공》은 일제강점기부터 GDP 9위에 올라서기까지의 경제, 정치, 복지, 문화의 쟁점을 촘촘히 연계해나가며, 시대의 탈출구를 발견해나간 수작이다. 더 평등하고, 더 공정하며,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방법이 이 안에 있다.


우리는 왜 늘 불안한가?
GDP 9위 ‘성공의 덫’에 빠진 한국인의 역설적 자화상
빚에 허덕이는 중산층, 4명 중 1명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감 ‘매우 높다’, 2명 중 1명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 ‘매우 낮다’, 2명 중 1명 …

(…) 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년들의 탄식도 곳곳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백 년을 꿈꾸었던 선진국을 기적처럼 이룬 나라의 청년들과 사람들이 이토록 불행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우리는 성공의 결과로 불행한 것일까요? 한국의 ‘이상한 성공’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 프롤로그 중

한국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명문대를 나와도, 집과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어도 마찬가지다. 윤홍식 교수는 이런 사회를 두고 “내가 내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진, 또는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론 미래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배경엔, 국민 대다수가 공적 복지 혜택을 누린 경험을 거의 실감하지 못하는 데 있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 기억”이 거의 없다.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낮고, 불평등 체감률이 가장 높은 지금의 2030세대는 ‘극한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제일 부족한 세대이다. 유년기에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중산층이었던 부모가 빚에 허덕이는 모습을 봐야 했고, 청소년기 혹은 대학에 진학할 당시인 2008년에는 세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어찌 보면 유일하게 자력으로 계층상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진학, 취업에 더욱 목숨 걸어야 했다.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 시에도 제 손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경험을 했다. 2016년 촛불민주화운동을 이끌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길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홍식 교수는 “국민은 국가의 역할이 다시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성장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그런 놀라운 기적’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보다 부동산, 민간금융상품이 더욱 신뢰받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공적 부조’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과 통찰들을 총 5장에 걸쳐 조목조목 설파한다. 핵심은 ‘복지’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입고, 먹고, 몸을 누이는 생존에 직결된 복지만으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구체적 논증으로 피력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돌봄 노동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참여,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갖가지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마무리한다.
저자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공이 향기로운 술처럼 우리를 취하게 만들어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보지 못하게끔 가리는 역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새로운 기적을 경험하는 이때야말로 불평등, 빈곤,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때라고 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이상한 성공’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목차

프롤로그 핀란드 마법사의 주문

1장 성공의 덫
○ 왜 한국의 청년들은
○ 핀란드 청년들의 고민
○ 기후위기와 세계평화
○ 설마, DNA는 아니겠지?
○ 운이 좋았던 소수
○ 심각해지는 불평등
○ 86세대, 불평등의 원흉?
○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부의 세습이다
○ 모두 한국 같지는 않아
○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
○ 혁명이냐, 복지국가냐
○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

2장 성공, 그 놀라움
○ 성공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 선진국 한국, 놀랍다는 말밖에는
○ 2백 년 만에 처음 일어난 일
○ 돼지털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 일제 강점 때문일까?
○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빈곤이
○ 낮아진 불평등, 그러나
○ 피, 땀, 눈물이 만든 민주주의
○ 전쟁의 나라에서 문화의 나라로
○ BTS, 인종적 위계를 전복하다
○ 한국 문화가 창조하는 독특한 콜라주
○ 선한 영향력
○ 미션 임파서블?

3장 성공의 이유
○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 아! 50년대여……
○ 농지개혁, 반대할 사람이 없었던 국가
○ 국가가 만들고 키운 자본가
○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 시장이야, 국가야
○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
○ 반대를 뚫고
○ 수출과 수입대체를 병행하며
○ 무소불위의 권위주의
○ 자유화, 개방화, 민주화 이후의 성장
○ 숙련 대신 로봇
○ 국민의 인내, 대기업의 노력
○ 노동자, 눈물과 땀

4장 성공이 덫이 된 이유
○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 내 가족만 책임지면 되는 사회
○ 우리는 왜 이렇게 복지에 무관심할까?
○ 감세의 덫에 빠진 사회
○ 부자 되세요
○ 투기를 부추기는 국가
○ 다시 기적을 갈망하는 사람들
○ 저성장
○ 역량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
○ 재주는 곰이 부리고
○ 정규직을 위한 한국의 복지제도
○ 성공이 만든 신(新)신분사회
○ 실패하면 끝, 그래서 공무원?
○ 내로남불
○ 나를 대표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 반공주의, 또 하나의 덫
○ 누구를 위한 민주화였나?
○ 여성, 의지에 반하여
○ 파우스트(Faust)
○ 악순환

5장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 행복한 국가와 불행한 국가
○ 복지지출을 늘리면 행복해질까?
○ 복지국가
○ 우리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 새로운 사랑법, ‘노르딕 러브’
○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
○ 국가는 가정이 아니다
○ 세금을 올려도 될까?
○ 증세, 이렇게 하면 어떨까?
○ 평화와 공존
○ 나를 대표하는 정치 만들기
○ 새로운 노동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 시민과 노동자가 어깨 걸고
○ ‘침묵의 봄’으로부터의 탈출
○ 새로운 길
○ 잠정적 유토피아를 향하여

에필로그
미주
참고문헌
색인

본문중에서

다시 한국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그럼 왜 한국의 청년들은 핀란드 청년들과 달리 자신의 문제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까요? 여러분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웬만해서는 친구에게 수업자료나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친한 친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도 많고요. 사실 청년만이 아니지요. 많은 사람이 그래요. OECD에서 부정기적으로 ‘삶의 질(How’s life)’ 순위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OECD 35개국 중 최하위였습니다. 1인당 GDP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는데, 사람들은 외롭고 힘듭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어렵고 힘든데 주변에 의지할 사람들이 없다면…… 끔찍한 일이지요. 먹고살기 위해 취업에 몰두했는데, 취업해서 돈을 벌고 조금 살만해서 주변을 돌아보니 진심으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참 허탈할 겁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_27~28쪽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한국 사회의 부와 소득을 독점한 소수집단이 아니라 부모 세대에게 향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것이지요. 1960년대 생의 대부분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평균 퇴직 나이는 2018년 기준으로 49.1세입니다. 평균적이라면 저도 이미 퇴직했을 나이죠. 그런데 그 나이는 아직 부양해야 할 자녀와 노부모가 있어요. 직장을 조기에 퇴직하면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내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라 그나마 모아 놓은 여유자금도 다 잃는 것이 50대의 현실입니다. 카페와 식당이 가장 손쉬운 자영업인데, 2013년 기준으로 자영업을 3년 동안 유지하는 비율은 28.5퍼센트에 불과했어요. 그러니까 영업을 시작한 10곳 중 3년 후에도 망하지 않는 가게는 3곳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나머지 7곳은 폐업 후 다른 생계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퇴직 전에 다니던 직장과 같거나 더 나은 조건의 직장에 취업하기는 어렵죠. 모아 놓은 돈도 자영업을 하느라 다 써버렸으니 다시 자영업을 시작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저임금 비정규직밖에 없는 것이지요. _40~41쪽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입니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과 더 넓은 사회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더 불행한 일은 그렇게 모질게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죽도록 노력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청년의 상당수가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일부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대학 교육을 받은 25세부터 34세 청년 중 취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해요. 꼴찌에서 4번째입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비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보이시지요. 태어나면서부터 입시 경쟁에 몰려 ‘꿈처럼’ 즐거워야 할 학창 시절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 공부, 공부만 하라고 강요받았잖아요. 그렇게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비극이지요, 비극. _56쪽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성장을 통해 많은 한국인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부자와 평범한 사람들 간에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커진다면 그 성장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굶어 죽지는 않지만 매일 죽을 먹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매일 정찬을 음미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죽지 않을 정도로 먹고 있으니 참 다행이야’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불평등의 심화는 개인적인 분노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많은 자본주의국가에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불평등의 증가입니다. 불평등을 완화하지 못하면 성장은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고, 성장이 지속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_92쪽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먼저 경제성장과 관련된 두 개의 신화부터 이야기할까 합니다. 하나는 경제개발계획이 1960년대, 즉 박정희 정권의 전유물이라고 믿는 신화입니다.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후 경제개발계획을 세웠고, 그 덕분에 우리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경제개발계획은 박정희 정권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1950년대에 수립된 계획들 없이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심지어 서구의 한 학자는 박정희 “군사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의 기원은 1950년대 이승만 정부의 계획에 있었으며, 군사정부는 단지 그 계획의 ‘서류 가방’을 슬쩍했을 뿐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_139쪽

사실 한국인 대부분은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그런 한국인들의 생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고 불렸던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재벌 대기업이 제2금융권과 외국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다가 단기부채를 제때 갚지 못하면서 시작된 위기였습니다. 여기에 한국 경제를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에 깊숙이 편입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기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던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利害)가 결합되었고요. IMF 외환위기는 재벌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 무능한 정부,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가 만들었던 ‘인재(人災)’였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는 국가가 공적 복지를 확대해 국민의 삶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_191~192쪽

이렇게 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고 민간보험과 부동산을 선호하는 현상은 경제성장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닙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에 대한 불신은 오랜 독재와 국민을 돌보지 않았던 국가의 모습, 공적 복지 없이 빈곤에서 벗어났던 경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국가가 공적 복지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사적 자산에 대한 투자(투기)를 부추겼다는 것입니다. 민간 금융상품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면서 국가가 사적 자산을 축적하도록 국민을 독려했다는 것입니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수많은 규제책을 내놓다가도 경기가 조금이라도 침체하는 것 같으면, 규제정책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섭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을 이용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중략) 미국과 영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0.12퍼센트의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려는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무력화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권위주의 정권도 건드리지 않았던 보유세 강화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정책도 시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완전히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부동산 규제를 강하게 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5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나 합리적이었던 것입니다. 부동산은 영원한데, 정권은 딱 5년만 참으면 되니까요. _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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