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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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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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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라면
산다는 게 그런 것이었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맛은 싱싱한 자연산 푸성귀를 먹는 맛과 같다고나 할까.
도시적인 감수성을 여유 있게 비껴가면서도 재미가 여간 아니다.” _박완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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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홍합》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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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굴곡진 삶을
질펀한 입담으로 야무지게 살아내는
홍합공장 여성들의 빛나는 이야기

출판사 서평

여수의 한 홍합공장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토속적인 입담과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낸 한창훈의 《홍합》이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전라도 사투리의 말맛이 훌륭하게 느껴지고, 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들의 고단하지만 소소한 기쁨이 함께하는 어촌 생활이 곡진히 묘사되어 있다. 그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남편 대신 공장으로 밭으로 뛰어다니며 구슬땀을 흘린다. 때로는 노동의 고통과 남편의 폭력에 힘겨워하고 때로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삶의 애환을 질펀한 웃음과 걸쭉한 노랫가락으로 승화시키는 강인함 힘이 그들에게 있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 《표백》의 장강명,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코리안 티처》의 서수진, 《불펜의 시간》의 김유원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를 배출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한창훈의 《홍합》은 1998년 당시 하층민의 진솔한 삶을 능청스럽고 재밌게 그린다는 평을 받았으며 100편이 넘는 응모작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홍합공장에 다닌 경험을 살려 썼으니 “작가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남다른 체험의 소산”이라는 심사위원의 말이 무색하지 않다. 예심은 소설가 고종석·성석제, 문학평론가 김미현·방민호, 본심은 소설가 박완서, 문학평론가 김윤식·황광수가 맡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의 노동,
태풍을 맞아 무섭게 뒤집어지던 바다
그리고 결코 울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문기사가 바닷가 현장에서 홍합을 트럭에 싣고 공장으로 올라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는 여러 도시를 떠돌다 지난봄 고향 땅에서, 홍합을 나르는 기사로 취직했다. 《홍합》은 바다와 공장, 마을 사람들을 연결하는 문기사의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내력과 개성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구성지게 풀어낸다.

인품이 훌륭하고 술과 노래를 좋아하는 쌍봉댁, 경상도 출신으로 꿈의 좌절과 시집살이, 공장 일의 지난함에 주정을 부리는 중령네,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을 참다못해 이혼을 결심하는 강미네, 마을 남자들과 돌아가며 바람을 피웠던 기골이 장대한 금이네, 5·18 민주화운동 때 남편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미순이, 홍합공장과 냉동공장 그리고 도축장 인부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밥집 딸로 살며 하루빨리 마을을 뜨고 싶어 하는 세자, 문기사에게 진한 사랑을 느끼지만 시댁 일에 치여 낙담하는 승희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 뒷바라지를 하게 된 김씨네, 태풍이 찾아와 비바람 몰아치는 날 배가 가라앉을까 노심초사하는 공장장, 홍합을 많이 까서 일당을 더 받아 가려고 싸우는 사람들, 손마디가 구부러질 때까지 평생 일만 하며 살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할머니들까지. 《홍합》에서 조연으로만 남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이 각자의 사연이 촘촘하게 조명된다.

이 소설은 홍합공장을 둘러싸고 1년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을 소제목별로 엮어놓았는데, 마치 주옥같은 단편소설들이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듯하다. 특히 여름은 홍합이 생산되고 출하되는 시기이자 활기 넘치는 노동 현장의 배경으로써, 문기사와 승희네 사이에 싹트는 뜨겁고도 애틋한 사랑과 어우러지며 생명력과 씩씩함으로 가득한 《홍합》 특유의 정서를 구축한다. 문기사는 소설의 막바지에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꼈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그들이야말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자 아름다운 존재임을 실감한다. 《홍합》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들에게, 땀 흘려 홍합을 까고 다듬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의 손바닥을 펴 보라고, 거기에 빛나는 삶이 새겨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름의 흔적들, 뙤약볕 아래 구슬땀 흘려 구워냈던 노동의 결정들, 햇살에 몸을 태우며 육신으로 반죽하고 긴장으로 일구어냈던 제품들이여, 잘 가거라. _본문 중에서

추천사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맛은 냉동식품이나 방부 처리된 포장 식품만 먹다가 싱싱한 자연산 푸성귀를 먹는 맛과 같다고나 할까. 도시적인 감수성을 여유 있게 비껴가면서도 재미가 여간 아니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이렇게 정면으로, 능청스럽고도 건강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건 그의 작가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남다른 체험의 소산일 듯싶다.

목차

비 · 7
남과 여 · 45
붕어빵을 든 여자 · 79
다섯 색깔 동그라미 · 106
멈춰버린 세월 · 137
홀로 우는 새 · 151
바람에 실려 · 176
외딴집 · 199
태풍 오던 날 · 238
혹독한 계절 · 251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눈앞에 있다 · 291
작가의 말 · 305

본문중에서

어미 몸에서 뿔뿔이 뿜어져 나와 바닷물을 타고 흐르다가 아무 데고 저 몸 닿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몸을 피웠다가 양식 줄에 촘촘히 묶여 살을 키운 홍합은 현장에서 솥에 푹 삶겨 뜨거운 맛을 보고는 벌러덩 벌어져 흐물흐물 고물고물하다가 껍데기와 떨어져 이렇듯 차가운 맛을 보게 된 것이다. 하루 종일 삶기고 씻긴 저것들은 밤새 꽁꽁 얼었다가 다음 날 낱개로 떨어져 박스 포장이 된 다음 다시 냉장실로 옮겨지고는 훗날 컨테이너에 실려 멀리 유럽으로 갈 터였다. 이름만 들어본 먼 외국으로 가는 것도 그렇지만 새끼 두셋 낳아 반평생 뒷바라지로 허덕이는 인간들에 비하면 어쩌면 저 알아서 흘러가고 저 알아서 크는 이것은 훨씬 더 고급스러운 생물일지도 몰랐다. _19~20쪽

밤바다는 아름다웠다. 멀리 돌산대교 불빛은 수면을 타고 바로 눈앞까지 미끄러져 와 있다. 저 작은 불빛은 어둠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모두 그 컴컴한 어둠 속에 묻히고 나서야 제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항만에 묶여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은 하루 동안의 노동을 끝낸 놈이나 여러 날째 마냥 쉬고 있는 놈이나 사이좋게 옆구리를 대고 잔물결에 출렁거리고 있다. _76쪽

국동패같이 공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짐 지고 칼 드는 일을 젓가락 휘두르듯 하면서도 안 풀리는 집안 때문에 늘 인상을 찌푸리고, 신풍패같이 밭매고 집안일에 청춘을 바친 이들은 시부모 등불 아래 밥 짓고 빨래하는 봉건주의 생활 방식 덕에, 살다 보면 시엄씨 죽는 날 있겠지 하며 한숨 쉬며 사는데 근태네 얼굴에는 그게 없었다. 어떻게 보면 표정이 전혀 없는, 자질구레한 일상 따위는 초탈한 듯한 얼굴이었고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삶에 지쳐 한시도 쉬지 않고 쓰린 표정을 짓고 있는 듯도 했다. 얼굴이 검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주변의 잔 기운에 섭쓸리지도 않는 행동거지가 그대로 올라가 붙은 형상이었다. 농담이 흔치 않아 입이 무거웠는데 그 입이 움직일 때가 바로 노래할 때와 먹을 때였다. _128~129쪽

이 동네에서 일 못하는 여자 없고 술 못하는 남자 없지만 근태네만큼 일만 하는 여인도 없고 근태 아빠처럼 술만 하는 이 또한 없었다. _129쪽

시간 일 하는 여자들은 몸뻬와 퍼머머리로 모두 닮았다면 할머니들은 머릿수건과 두툼하고 구부러진 손마디가 닮았다. 가늘고 윤기 흐르던 손마디가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거쳐갔는지 그건 당사자만이 알 거였다. 끊임없이 일을 찾아 써왔던 손 덕분에 시부모 편안하고 남편 든든하고 자식들 쑥쑥 컸을 터라 이제는 쉴 만한 나이인데도 모여들어 그 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확인하고 있었다. _139쪽

젖 떼고 해오던 게 일, 일, 일뿐이었는데 시집을 와 본들 장소만 바뀌었지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게 공장 일이었다. 돈벌이라서 시어머니도 반대 못 하고 며느리 대신 억지로 꼬무락거렸으나 오래가지 못해 일 끝나고 가보면 시어머니 손맛을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_182쪽

그것도 사랑이라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저도 모르게 저이랑 손잡고 사람 없는 바닷가 모래밭쯤을 걸어보기라도 한다면, 싶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붉어지고, 고개가 돌려지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그러다가 억지로 손에 일을 잡는 것도 사랑이라면, 글쎄 사랑이었다. _184~185쪽

집에 가자마자 부엌과 텃밭에서 다시 몸을 구부려야 하는 그녀는 아예 몸뻬 차림이었다. 그러니까 누구네 결혼식이 여수나 순천에 있어야 외출복이란 걸 입어볼 수 있었다. 여자 나이 서른셋. 일과 세월 속에만 묻혀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였다. _189~190쪽

“내일부터 공장에 못 가고 농약 친단다. 씨발것, 독사야 내 발 물어라.” _198쪽

한 달 동안 고생해서 받은 돈이 집으로 들어가 고기 근을 끊든지 아이들 용돈으로 가든지 아무도 몰래 친정 쪽으로 날개를 달든지 금반지 곗돈으로 나가든지 이도 저도 아닌, 장롱 깊숙한 곳에서 겨울잠을 자든지 하여간 주인의 요량대로 풀풀 날아가든지 숨든지 할 것이다. 여인네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월급날은 발걸음도 다른 날보다 빨랐다. _203쪽

“그래도 좋은 세상 한번 봐야지. 일만 하다가 멜치 새끼처럼 말라보타 죽어불믄 억울해서 어떡해.” _206쪽

“홍합아 잘 가거라. 이쁜 너를 불에다 삶고 얼음에다 꽁꽁 얼리고 해서 영 미안하다야.” _208쪽

“똑같은 합자로 태어나도 누구는 깨깟하게 포장되고 외국 말 찍 해서 외국 나가고 누구는 낯바닥에 에이비시 한번 박아보기는 내비두고 땡볕에 땀내 난 거 물도 못 해 쉰내나 풍기고 있으니, 참 팔자도 여러 가지다 니미.” _211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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