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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 메가 마줌다르 장편소설

원제 : A B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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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0년 미국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난 소설가 메가 마줌다르의 장편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이 북하우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기차 테러 사건에 우연히 휘말려 체포된 젊은 여성 ‘지반’, 지반의 결백을 증명할 유일한 증인인 배우 지망생 ‘러블리’, 테러 사건 재판과 여론을 발판 삼아 정당정치에 뛰어든 중년 남성 ‘체육 선생’ 등 세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에 휘말려 서로 다른 운명으로 질주하는 희비극이다. 작가는 세 인물의 시점을 안무하듯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무심한 세상사의 흐름을 매력적인 서사로 완성해낸다.
이 소설은 미국, 캐나다, 영국, 인도 등 영어권 지역 출간 당시 ‘불에 휘감기듯 사로잡히는 소설’ ‘시의적이며 정교하게 건축된 세계’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독자를 할퀴는 역작’ 등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단숨에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북미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와 오프라 윈프리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거듭 화제가 된 이 작품은 그해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미국도서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더불어 작가에게는 ‘차세대 줌파 라히리’ ‘21세기의 찰스 디킨스’ ‘포크너에 버금가는 작가’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으며,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품과 작가를 향한 관심과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출판사 서평

★ 편혜영, 마거릿 애트우드, 오프라 윈프리 강력 추천
★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뉴욕 타임스〉 〈아마존〉 〈릿헙〉 선정 올해의 책
★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미국도서관협회상 노미네이트
★ ‘미국 북클럽 퀸’ 제나 부시 헤이거가 선택한 단 한 권의 소설
★ 〈뉴욕 타임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USA 투데이〉 〈월 스트리트 저널〉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타임〉 〈커커스 리뷰〉 〈보스턴 글러브〉 〈하버드 리뷰〉 〈CNN〉 〈릿헙〉 〈O: 오프라 매거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보그〉 〈엘르〉 〈하퍼스 바자〉 등 영미권 유수의 언론과 문단의 압도적 호평을 받으며 문단을 뒤흔든, 정통 서사시의 부활을 알린 소설!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 한 여자를 괴물로 만들고 공동체를 침묵시키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눈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소설.”
-타임스
한번 휩쓸린 여론은 무엇을/누구를 어디까지 내몰고 쓸어버릴 수 있는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인생이 영원히 바뀐 세 영혼의 거짓말 같은 운명

이 소설은 중산층을 꿈꾸는 가난한 젊은 여성, 정치권력을 쥐고 싶어하는 소시민 중년 남성,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히즈라(트랜스 여성) 등 세 명의 인물의 운명이 기차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강렬한 사건과 함께 시작한다. 지반은 빈곤한 환경 때문에 중등학교를 중퇴한 뒤 쇼핑몰 직원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밤 그녀의 집 근처 기차역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 기차 승객과 주민 1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지반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사건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정부의 대처를 원망하며 울부짖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건조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지반은 공명심과 흥분에 휩싸여 짤막한 코멘트를 올린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그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한밤중에 경찰이 들이닥쳐 지반을 체포해간다. 느닷없이 체포된 그녀에게 씌워진 혐의는 ‘국가에 대한 범죄’와 ‘선동’이다. 그녀가 페이스북을 통해 기차 테러 사건의 범인과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그 범인이 기차 안에 폭탄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혐의를 전부 거부하지만, 경찰의 추궁과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테러리스트와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거짓 진술서에 서명을 한 뒤 구치소에 갇힌다.


운명, 편견, 계급, 부패, 군중, 그리고 정치적 극단주의의 불길이 덮친 세계
그 불타는 소용돌이에서, 한 여자의 가장 절박한 소송이 시작된다

지반이 테러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어 언론에 등장하면서 각종 증언들이 쏟아진다. 그녀가 기차역 플랫폼에서 등유통으로 추정되는 짐을 안고 서성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둥, 그녀가 기차역에서 어떤 남자와 은밀히 대화하는 것을 본 것 같다는 둥… 증언은 모두 추정에 의한 것들이다. 그녀는 경찰, 변호사, 검사, 판사에게 자신이 그날 기차역에 갔던 것은 맞지만 보따리 속에는 영어 교과서가 들어 있었고, 배우 지망생 친구인 ‘러블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러 가는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제 지반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러블리의 증언뿐이다.
진범들은 이미 국경을 넘어 경찰이 추적할 수 없는 상황. 경찰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지반뿐이다. 악화일로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블리는 용기를 내 법정 증언대에 오른다. 학교를 다니지 못해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러블리는 벵골어와 서툰 영어로 법정에서 증언한다. 자신이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와 선량한 지반이 자발적으로 해준 영어 과외에 대해.
하지만 젊은 여성의 테러 공모라는 자극적인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지반에 대한 여론이 더할 수 없이 나빠지면서, 러블리의 용기 있는 증언은 힘을 잃는다. 게다가 진실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배우로서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러블리는 증언을 계속해나갈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러블리에게는 너무 위험한 문제다.


더 나은 생활과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 체계적인 변화를 막아서는 사람들
부(富)에 대한 욕망과 가짜 뉴스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우리 시대의 초상

한편 한때 지반을 가르쳤던 체육 선생이 있다. 그는 지루하고 무력한 삶에 염증이 나 있는 상태다. 학교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을 맡았다는 생각에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직업적 소외감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극우 정당인 국민복지당 집회에 참석해 정치적으로 고양되는 경험과 중요한 인물로 거듭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정당정치 활동에 푹 빠져든다. 마침 이즈음 그에게 지위와 계급을 한 계단 오를 기회가 찾아온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피고인들에 대해 위증을 하는 것, 그리고 한때 자신의 학생이었던 지반에 대해 위증을 하는 것. 체육 선생은 법정에서 지반이 실제로 테러를 저질렀을 법한 인물이라고 암시하기만 하면 확실한 보상이 따라오리라는 약속을 받는데…
지반은 누명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러블리는 용기 있게 증언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체육 선생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를 멈출 수 있을까. 인물들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 속에서 궁금증과 공감이 점점 증폭되는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이 권력의 그림 속에 얽혀들어갈 때 어디까지 뻗어나가거나 부서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더없이 정직하고 눈부신 소설이다.

이야기 진행 자체의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다. 타락한 포퓰리즘 정치, 허영 가득한 영화/방송 산업, 진실을 은폐하고 희생양을 찾는 정치권 및 사법 체계 등 현대사회에 대한 초상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수많은 사회에 적용 가능한 시대적 통찰이다. 여기에 가짜 뉴스, 여론의 포화, 언론 재판 등 현대사회 작동 방식의 무서운 유사성이 우리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기차 폭탄 테러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기에 범죄를 저지른 테러 집단 역시 금방 드러나야 한다는 고전적 요청, 지반에게 씌워진 누명은 갖은 고초와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벗겨질 것이라는 권선징악적 희망, 이 모든 서사가 한 편의 소동극일 것이라는 현대적 예감… 이 모든 예상을 물리치고 소설은 현대사회의 부조리극으로 변모해간다. 지반의 자기 변론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가짜 뉴스와 군중-여론은 테러 사건의 범인을 (그게 누군가가 됐든) 지목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정의(正義)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벼려낸 문장 감각도 눈부시다. 작가는 짧고 건조한 문장을 직조해 궁금증과 비애감을 고조시키고, 망설임 없는 속도감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며, 소란스러운 가운데 고독한 사회와 사람의 모습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백 속에 담아냈다. 지반의 고통과 러블리의 혼란은 1인칭으로, 마지막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체육 선생’은 3인칭으로 서술한 것도 이 같은 전략 속에 자리한다. 이 같은 작법은 죄를 물을 수 있는 진범은 사라지고 희생자만 남은 비극적 사건, 그리고 인물들의 생사가 달린 절박한 운명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고안한 무심하면서도 거리감 없는 서술 전략이리라. 나아가 이는 더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아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끌기 위한 작가의 깊은 고민과 용기의 산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어느 자리에 붙들려 있는가? 그리고 끝끝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추천사

농담과 소동극이라 여겼던 지반의 서사는 점차 부조리극으로 변모해간다. 메가 마줌다르는 방심한 우리에게 진실의 민낯을 가차 없이 들이민다. 진실은 전락을 도모하므로 인정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듯이.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지반의 고통을 함께 겪어야만 한다. 진실이 세계를 부인하지 않으리라는 소박한 믿음을 폐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리석고 무른 인생에서 끝내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질문하기 위해서.

목차

지반 ∥ 러블리 ∥ 지반 ∥ 러블리 ∥ 지반 ∥ 지반의 부모 ∥ 지반 ∥ 체육 선생 ∥ 지반 ∥ 체육 선생 ∥ 지반 ∥ 체육 선생 ∥ 지반 ∥ 러블리 ∥ 지반 ∥ 체육 선생 ∥ 지반 ∥ 막간극: 빈민가 철거 중 과잉 폭력으로 해고된 경찰, 새로운 일을 얻다 ∥ 체육 선생 ∥ 지반 ∥ 러블리 ∥ 체육 선생 ∥ 지반 ∥ 막간극: 고빈드, 영적 구루를 방문하다 ∥ 지반 ∥ 체육 선생 ∥ 러블리 ∥ 지반 ∥ 체육 선생 ∥ 러블리 ∥ 지반 ∥ 체육 선생 ∥ 러블리 ∥ 체육 선생 ∥ 지반 ∥ 막간극: 배우 지망생 브리제시, 새 쇼핑몰을 방문하다 ∥ 체육 선생 ∥ 러블리 ∥ 지반 ∥ 체육 선생 ∥ 지반 ∥ 지반의 부모 ∥ 지반 ∥ 러블리 ∥ 막간극: 비말라 팔의 보좌관, 부업을 하다 ∥ 러블리 ∥ 체육 선생 ∥ 막간극: 마을 사람들, 소고기 먹는 가정을 찾아가다 ∥ 체육 선생 ∥ 지반 ∥ 체육 선생 ∥ 러블리 ∥ 체육 선생 ∥ 지반 ∥ 목매달림과 교수형의 차이 ∥ 지반 ∥ 체육 선생

감사의 말

본문중에서

내가 본 것은 타오르는 객차들뿐이었다. 기차간의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고 무섭게 뜨거웠다. 불이 기차역과 붙어 있는 오두막들로 번졌고 연기가 주민들의 폐에 차올랐다. 백 명 이상이 죽었다. 정부는 유족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팔만 루피를! 뭐, 정부는 많은 것을 약속한다. (「지반」, 10쪽)

아무도 내 글은 좋아하지 않았다. / 그래서 나는 빛나는 작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바보 같은 말을 써 넣었다. 위험한 말, 나 같은 사람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말을. / 용서해요, 엄마. /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지반」, 12쪽)

욕실 슬리퍼를 신은 구부정한 여자가 다가오자 경비들이 돌아보았다. / “멈춰요, 멈춰.” 경비 하나가 말했다. “어딜 가는 거요? 경찰서인 거 안 보여요?” / 지반의 어머니는 자식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 “아들이 누군데요?” 경비가 짜증을 내며 물었고 다른 경비는 어슬렁거리며 한눈을 팔았다. / “딸이에요. 지반이라는 아이예요.” / 경비가 입을 떡 벌렸다. 테러리스트의 어머니가 나타난 것이다. (「지반의 부모」, 37~38쪽)

뒤에는 애꾸눈 칼키디가 있다. 얼굴 반쪽이 불에 탄 그녀가 크게 웃어서 돌아보니 벌어진 잇새가 보인다. 남편이 그녀에게 염산을 뿌렸는데 어떻게 해선지 그녀가 감옥에 있다. 여자가 되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지반」, 49쪽)

그녀가 내 턱을 잡았다. 어머니처럼 부드러워 난 잠시 안도감과 자신감을 느꼈고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그녀가 내 따귀를 갈겼다. 가죽처럼 질긴 손이 귀를 적중해 윙윙 울렸다. / “장님이야 뭐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 텔레비전 보는 거 안 보여?” (「지반」, 51쪽)

“기차역 뒤 들판에서 국민복지당 집회가 있었어.” 남편이 말을 시작한다. / “비말라 팔도 왔고. 당신이 뭐라든, 훌륭한 웅변가야. 옳은 말도 좀 하더라. 좋은 연설이었어.” / 아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연설, 연설. 그 여자는 실업자들을 전부 이용해먹고 있어. 그래서 우리나라에 발전이 없는 거야.” / “이 년 내에 시골 마을에 전기를 공급할 거래-” / “당신,” 아내가 말한다. “다 믿는구나.” (「체육 선생」, 64~65쪽)

그녀는 거리에서 목걸이를 잡아채려는 남자를 밀었다. 남자는 넘어져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법원은 아메리칸디에게 십 년인가 그 이상인가 되는 엄청난 금고형을 내렸다.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 (「지반」, 69쪽)

간수들은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남자 감옥보다 훨씬 좋다고 되풀이해서 말한다. 그런 말을 들어도 우리는 우물 바닥에서 사는 기분이다. 우리는 개구리다. (「지반」, 74쪽)

우리는 서랍 열리는 소리를, 어머니와 아버지가 현금 세는 소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건 뭐지. 어머니는 안으로 들어가 수돗꼭지를 틀고 물이 흐른다. 여기, 온갖 소리가 가득한 거리에서 한 가지 소리만이 또렷이 들린다. 어머니가 손을 씻는 소리를. 우리와 닿았던 손을 씻는 거다. (…) 이런 모욕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일도 아니다. (「러블리」, 80쪽)

부자들에게는 ‘감옥’의 뜻조차 다르다. (「지반」, 87쪽)

아내가 말한다. “난 그런 정치인들, 모르겠어. 우리나라에선 정치가 깡패와 강도를 위한 거잖아.” / 체육 선생이 한숨을 쉰다. / 아내가 계속 말한다. “당신이 그 정치인들을 위해서 뭔가 할 때, 기술자가 필요한 그들을 도와줄 때, 기분이 좋았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올랐다니 VIP가 된 기분이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엮이면-” / 체육 선생은 짜증이 난다. (「체육 선생」, 94~95쪽)

“한 가지만 먼저 말해줘요.” 푸르넨두가 말한다. “당신이 그랬어요?” / 나는 입술을 핥는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애쓴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지반」, 99쪽)

“우리 집을 내버려둬.” 어머니는 소리를 질렀다. “우린 어디서 살란 말이야?” / 그때까지 나는 순진하게도 다른 집이 생길 거라고 믿었지만, 어머니의 변신에서 진실을 보았다. 우리는 갈 곳이 없었다. (「지반」, 103쪽)

밥을 먹은 뒤 조용한 주방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 “제도가 언제나 우리를 위해 움직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너도 봤지, 가끔은 우리한테도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어.” / 나는 생각했다. 가끔? 나는 그보다는 나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지반」, 144쪽)

삼십 분 후 체육 선생이 법정 앞쪽으로 호출된다. (…) 체육 선생은 이 남자들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체육 선생의 임무는, 비말라 팔의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대답하는 것이다. 예, 우연히 마주친 적 있습니다. 학교 근처 철물점이 강도당했을 때 달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 체육 선생은 물론 이 남자를 처음 본다. 하지만 안다. 들었다. 이 남자가 도둑질로 먹고살아왔지만 한 번도 잡힌 적 없었다는 것을. (…) 중요한 건 강도질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올바른 남자라면 정의 구현에 참여하기를 마다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체육 선생」, 149~150쪽)

체육 선생은 법원 도서관을 지나 매점으로 가는 익숙한 복도를 거닐며, 당에서 저 경비에게도 돈을 주는지 처음으로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법원 서기관, 판사, 검사 들은 어떨까? 그들 중 누구도 의문의 기색조차 내비친 적 없다. “이 남자 정말 이상하네! 강도가 들고 가정 내 문제가 일어나고 이웃 간 싸움이 날 때마다 우연히 지나가다니! 배트맨이야 뭐야?” (「체육 선생」, 152쪽)

날카로운 숨소리, 액체가 뿜어 나오는 소리, 탁자에 부딪치는 금속 소리. 눈을 떠보니 라기니의 다리 사이에 새빨간 피가 너무나 많이 흘러서 나는 그녀가 이제 완전한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생리를 하게 된 거라고. / 그러고 나서는 라기니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라기니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유령처럼 해쓱했다. 라기니는 비명을 지르지도 울지도 않았다. 마치 두개골이 목에서 헐거워진 것처럼 머리가 양쪽으로 흔들렸고, 고열이 나는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내 손에 쥐여진 그녀의 손은 얼음덩이 같았다. 나는 손을 놓고 울음을 터뜨렸다. “라기니 좀 봐요! 이상해요!” (「러블리」, 161쪽)

“증언할게요. 걱정 마세요. 법정에 설게요. 사실을 말할게요. 지반은 나 같은 가난한 사람을 가르치는 인정 많은 아이라고요! 지반은 나 같은 못난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경찰이 오면 이 모든 말을 해주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 번도 안 온 거죠. 나도 경찰서까지 스스로 갈 용기가 없었고요, 어머니.” (「러블리」, 163~164쪽)

많은 사람들이 밖을, 자기 나라의 들판을 내다본다. 창밖에 마음을 달래주는 녹색이 펼쳐진다. 논과 야자나무, 전원지대의 끝없는 녹색. 아, 환상! 사실 그들은 추한 교외 지역을 보고 있다. (「러블리」, 191쪽)

나는 자신에게 말한다. 아자드를 향한 나의 사랑은 어딘가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거라고, 사회도 없고 신도 없는 세상에 존재한다고. 이 삶에서 우리는 그 다른 세상을 결코 알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 사랑 이야기는 그곳에서 쓰이는 중이다. (「러블리」, 194쪽)

우리 삶은 왜 이럴까? 왜 삶이 이래야 하나? (…)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좋은 결정이었는지 나쁜 결정이었는지 이제는 모르겠다. (「지반」, 208쪽)

“지반은 나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 영어를 하면 오디션을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 나는,” 하더니 러블리가 수줍어하며 기침한다. “배우거든요.” (…) “대본을 읽고 영어도 능숙하게 해야 해요. 이해하겠죠? 그래서 지반을 만났어요. 착한 아이죠. 시간을 내서 가난한 사람들을 가르친 거니까. 여러분 중 몇 명이나 살면서 그런 일을 했죠?” 러블리가 따진다. “당신들 전부 뭔데 지반을 함부로 심판하는 거예요?” (「지반」, 247~248쪽)

대중은 피를 원한다. / 언론은 죽음을 원한다. (「러블리」, 252쪽)

“그 여자애를 네 삶에서 내보내. 그 여자애를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젠 선택을 해야 해. 영화계에서 뜨고 싶니? 아니면 대중이 너를 테러리스트 옹호자로 보길 원하니? 그 사건이 네 발목을 잡게 놔두지 마, 러블리.” / “하지만 그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 “네가 싸워야 할 싸움이니? 그 재판으로 넌 꿈에 다가갔어. 그러니 이젠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 (「러블리」, 273쪽)

“그날 집회 후에 그들이 우리 꼭두각시였나요? 아니죠. 그래서 만일 그들이 손을 들어 올린다면, 누군가를 패기로 마음먹는다면, 분노를 느낀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체육 선생은 이런 정당화가 싫다. 그러나 동시에 어제의 학살 이후 유일하게 느낄 수 있게 된 안도감을 절박하게 붙잡고 싶다. (「체육 선생」,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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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메가 마줌다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87

단 한 권의 소설로 “21세기의 찰스 디킨스” “포크너에 버금가는 작가” “차세대 줌파 라히리” 등의 찬사를 받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인도 출신 미국 작가. 1987/1988년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2006년 미국으로 이주해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으로 학사 학위를,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온라인 출판 매거진 〈캐터펄트〉의 선임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메가 마줌다르의 첫 번째 장편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원제: A Burning)』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와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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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연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졸업했다. 편집자, 기자, 전시기획자로 일하며 『밴디트 : 의적의 역사』 등 인문서로 번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으며 소설 『화이트 나이트』, 『지금 이 순간의 행운』, 『휴 그랜트도 모르면서』, 회고록 『국경 너머의 키스』, 여행기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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