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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 장은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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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은진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1년 06월 30일
  • 쪽수 : 232
  • ISBN : 97889546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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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장은진의 감성 연애소설

마음속에 사막을 품은 여자, 내리지 않는 비를 기다리는 남자
우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소수자들을 향한 따스한 연대와 공감의 에너지”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장은진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날씨와 사랑』이 출간되었다. 장은진 소설은 보통에서 조금 비껴난 독특한 캐릭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왔다. 10년이나 스스로를 집에 유폐한 여자(『앨리스의 생활방식』),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며 유랑하는 남자(『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몸에 전류가 흘러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게 된 여자(『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종말을 맞는 순간까지 제자리에서 서로를 사랑하기로 결심한 연인(『날짜 없음』)까지, 장은진 소설의 인물들은 세간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생활방식을 고수한 끝에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작 『날씨와 사랑』에서는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온종일 우산을 쓴 채 생활하는 남자가 시선을 잡아끈다. 잠시도 우산을 접지 못하는 이 남자 ‘우산씨’를 이웃들은 기인奇人으로 여기고 냉담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할 뿐이다. 하지만 우산씨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해주’가 나타난 어느 여름, 우산씨와 해주의 일상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사랑할 여력이 없기에 은근하게 표현되는 두 사람의 애정을 그리며 간질간질한 설렘을 안겨준다. 찌는 더위나 팍팍한 삶뿐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감정으로 숨이 차오르는 여름 풍경이 서정적인 문장을 통해 펼쳐진다.

출판사 서평

드러낼 수 없어서 더욱 두근대는 근거리의 사랑
우산 하나만큼의 거리를 좁혀가는 수줍지만 진실된 여름

사는 게 숨찰 때,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있다.
창문에는 묘한 정서가 흐른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창문이 정서를 가진 건 아니다. 내 시선이 닿는 높이의 건물이어야 하고, 건물의 가장 마지막 층 모서리에 위치한 작은 창문이어야 한다. 건물 맨 꼭대기 가장자리의 작은 창만이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다. 더는 옆으로도 위로도 갈 수 없는 막다른 지점.(7쪽)

소설은 아득하고도 막막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해주는 가장 높고 막다른 지점에 걸려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힘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가출한 어머니 대신 청소년기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녀는 가족들과 운영하는 장갑 공장 일에 청춘을 쏟아부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어야 할 시기가 인생에서 지워져버렸다는 서글픔, 하루종일 덥고 먼지가 날리는 사막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생활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버거움이 해주를 짓누른다. 그때, 해주의 곁으로 맑은 날씨에도 우산을 쓴 남자가 다가서서 함께 창문을 올려다본다. 두 사람은 막다른 곳에 몰려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존재로서 ‘창문의 정서’를 공유한다.
그날 이후 해주에게 그 남자가 인식되기 시작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태양이 작열하는 광장에 나와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남자를 사람들은 ‘우산씨’라 부른다. 우산씨는 난처한 상황에서도, 적개심이 담긴 외압에도 결코 우산을 접지 않는다. 해주는 우산씨에게 먼저 다가가 그가 세상에 내보이는 우산 하나만큼의 거리감을 좁혀보기로 한다. 우산씨 또한 그런 해주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면서, 의지할 곳 없이 삶을 혼자 견뎌온 해주에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준다.

나는 조용히 우산씨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나 우산 때문에 바짝 붙어앉지는 못했다. 바짝 붙으면 우산살 끝에 몸이 찔렸다. 그와 나 사이에 우산 하나만큼의 간격이 벌어졌고, 우산이 있는 한 그것은 변치 않는 간극이자 불편이었다. (…) 그때 우산씨가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옆으로 바짝 붙어앉았다. (…)
우산씨는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우산을 씌워줄까? 고개 들어 우산씨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마와 귀가 붉다고 알려주자 그가 말했다.
“오늘은, 무척, 덥습니다.”(53~54쪽)

하지만 해주는 강도 높은 노동에 끝없이 시달리고 있고, 우산씨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할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사랑할 여유가 없는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에둘러 전하고, 그 사소한 기미를 기쁘게 감지하며 고단한 청춘의 시기를 위로받는다. 그리고 해주의 옆집 이웃이자 해주를 내내 좋아해왔던 ‘재하’가 진지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우산씨와 해주, 재하의 삼각관계가 여름의 밀도를 점점 높여나간다.

찌그러진 우산이 여름밤을 걷는 세 사람을 허공에서 감쌌다. 그때 오빠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은 술냄새를 풍기며 내 귀에 닿았다.
“해주야, 내가…… 내가…… 많이 좋아한다.”
한여름 밤의 고백에 발이 꽁꽁 얼어버린 듯 멈추었다. 우산씨의 걸음도 같이 멈추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하지 못할 말이었을 것이다.
“왜, 좋습니까?”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우산씨가 나 대신 물었고, 우리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살게 하니까.”(195쪽)

세 사람은 각자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재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억지로 접게 만들려던 우산을, 해주는 우산씨 스스로 접게 할 수 있을까. 여름이 지나간 후, 비가 그친 상쾌한 숲속에서 우산씨가 우산을 뒤로 살짝 젖혀보는 결말의 한 장면은 긴장되는 동시에 아름답다.

자기 몫의 불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는 나날

『날씨와 사랑』은 해주와 우산씨의 관계를 서사의 큰 줄기로 삼는 한편, 그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아픈 사연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재하는 가업인 목공방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느라 진정한 꿈을 포기한 후 괴로워하며, 해주의 아버지는 가정을 내버려둔 채 아내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해주의 여동생 ‘영주’는 어머니의 부재로 방황하다 인생을 깊이 비관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에게 절망을 전염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지던 해주와 재하의 집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다. 소식이 끊긴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함께 살아갈 공간을 지키려는 애타는 마음이 절박하게 그려진다.
장은진은 등장인물 각자의 불행을 곡진히 들여다보며 그 불행이 지나가기를 함께 기다린다. 불행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인물들이 자기 몫의 불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그러는 동안 곁에 있어준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차오르기를. 그리고 그렇게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인물들이 문득 관계의 거리를 좁혀내는 찬란한 순간을 포착한다.
『날씨와 사랑』은 해주와 우산씨의 가만한 연애 이야기이자, 해주 가족과 재하가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홈드라마이자, 인물 개개인이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치유의 서사이다.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를 따라 불행의 한 시절을 눈부시게 통과하는 이 소설은 매해 여름이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에 남게 될 것이다.

목차

날씨와 사랑 _007

작가의 말 _229

본문중에서

비가 오면, 우산씨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워져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것이고 구별되지도 않을 것이다. 구별되지 않으면 차별받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비가 오면 좋겠다.(63쪽)

영주는 말했다. 인생사에는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이 훨씬 많고, 불행을 자초하는 건 인간이지만 본능적으로 자초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의 잘못도 아니라고. 커다란 행복이라도 머무는 건 잠깐뿐이고, 불행은 작은 것조차 불씨를 오래 남겨서 인간을 괴롭힌다고. 행복은 느리게 찾아왔다 빨리 가버리는 것이고, 불행은 빨리 다가왔다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아무리 행복한 일이 자주 생겨도 작은 불행이 차지하는 마음의 면적이 워낙 넓어서 불행하다 여기며 살 수밖에 없다고. 그게 인간과 불행의 속성이라고.(73쪽)

비는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는데,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주고받게 한다는데, 두 개의 우산 때문에 그와의 거리는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더 멀어져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방향을 보고 서서 빗소리를 들었다. 보도블록으로 떨어지는 빗소리, 우산 위를 흘러내리는 빗소리, 나뭇잎을 건드리는 빗소리, 벤치를 때리는 빗소리는 각각 달랐다. 비의 음계. 비는 세계의 온갖 것에 닿아 연주를 했다. 비와 세계의 근사한 합주였다.(118쪽)

“인생은, 낭비하는, 겁니다. 다음 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광장에는 청춘이 많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지금 열심히 낭비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해주씨는, 여전히, 청춘, 입니다. 충분히, 많이, 젊습니다. 낭비할 것도, 아주, 많이, 남았습니다.”(141쪽)

우산은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어떤 걸 감춰줄 수 있고, 보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가려줄 수 있으며, 나아가 누군가를 속일 수도 있고, 하기 어려웠던 말에 용기를 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그가 빌려준 우산으로 숨차는 심장을 감추며 걷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우산이야말로 가장 비밀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의 우산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172쪽)

나는 빗소리를 가까이 듣고 싶어서 창가로 갔다. 탁, 타, 다, 탁.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것이 누군가 빗방울로 치는 다급한 모스 신호처럼 들렸다. 조각조각 자음과 모음이 모여 음절이 되고 낱말이 되고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 거대한 흐름으로 마을을 덮치지만 끝내 전해지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안타까운 마음. 그 마음을 아랑곳 않고 비는 지금 이야기를 퍼붓는 중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이거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174쪽)

우산 너머로 보이는 비에 젖은 숲은 전체적으로 윤기가 흘렀다. 대기는 깨끗하고 축축한 나무 이파리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빛의 산란으로 반짝였다. 저만치에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여러 갈래의 반투명한 길처럼 내려와 지상에 닿아 있었다. 헝클어질 줄 모르는 빛이었다.(225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6121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장은진은 1976년 12월 12일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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