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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은 여성을 해방시켰는가?

페미니즘 노동 연구서의 고전
1978년 첫 출간 당시 페미니즘 진영에 엄청난 도발을 일으킨 여성주의노동 연구서의 고전. 임노동과 여성해방의 관계를 추적한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이 책의 통찰은 이후 연구의 출발점을 제공했다. 18~20세기 프랑스·영국 연구라는 시대적·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통찰은 현재적이다. 저자들은 역사와 문화에 따라 여성은 다르게 규정되며, 여성에 대한 보편적이고 동질적인 사회학적 범주는 없지만, 이 책이 검토하는 시기에 걸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여성은 언제나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고, 여성이 적어도 두 가지 역할, 즉 생물학적 역할과 경제적 역할을 한다고 여겨짐으로써 여성은 가치가 낮은 노동자가 되고 임금도 적게 받으며, 그 결과 가족 부양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18세기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 여성들이 어디서 어떻게 노동해 왔는지, (임금)노동이 여성의 지위를 개선시켰는지 또는 가족 내 여성의 역할을 변화시켰는지 여부와 산업혁명과 관련된 급격한 변화가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한다. 그 결과, 산업화로 여성이 가구를 떠나 임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임금 자체가 ‘해방’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으며, 딸과 아내 그리고 어머니로서 여성과 가족 사이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았다고 결론내린다. 여성의 노동조건 개선과 시민권에 대한 접근은 노동시장 참여보다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운동과 노동계급 남성 및 남성 정치인들에게 대항해 온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의 결과로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외에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 즉 젠더가 역사적·문화적 산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모성 또한 역사적 창조물임을 이 책은 보여 준다. 센서스 같은 공식적 기록 및 연구자들의 문헌뿐 아니라 여행자의 기록, 지역 교구 자료, 노동자들의 자서전, 잡지, 신문광고, 정치 팸플릿에 이어 민요, 시, 소설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자료를 활용한 치밀한 역사 서술로 200년 전 남녀들의 이야기가 마치 지금 우리 이웃의 사연인 양 생생하게 전달된다. 불가분의 범주로 얽힌 여성·노동·가족은 서로 규정하는 의존관계를 만들고 모두 여성노동사에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 한국어판 서문
■ 옮긴이 서문
■ 개정판 서문·

제1부 산업화 이전 시기의 가족경제

제1장 - 경제와 인구
농촌경제
도시의 노동
생산과 소비
결혼
출생과 출산력
사망과 사망률

제2장 - 가족경제와 미혼 여성
미혼 여성의 노동
구애와 결혼

제3장 - 가족경제와 기혼 여성
기혼 여성의 노동
농촌 여성
도시 여성
사별 여성
기혼 여성의 가사 활동
대중정치와 여성
출산과 양육

제2부 산업화와 가족임금경제

제4장 - 산업화

프랑스와 영국의 산업화 유형들
도시의 성장
상업도시: 요크와 아미앵
섬유도시: 루베, 스톡포트, 프레스턴
광업, 금속가공 도시: 앙쟁
도시의 여성 노동자들

제5장 - 인구 변화
영국과 프랑스의 인구변천
결혼과 결혼식
동거와 사생아
출생과 출산력
산업도시의 출생률
사망과 사망률

제6장 - 가족임금경제와 여성
가족임금경제와 딸들
노동하는 딸의 임금
변화하는 가족 유대
구애와 결혼
가족임금경제와 기혼 여성
기혼 여성의 임금노동을 결정한 요인들
기혼 여성의 가사 활동

제3부 가족소비경제를 향하여

제7장 - 직업과 인구의 변화
20세기 초의 여성 노동력
섬유업과 ‘전통적’ 취업의 감소
여성 화이트칼라 취업의 증가
도시의 여성 노동
출산력 저하
영아 사망의 감소

제8장 - 가족소비경제와 여성
미혼 여성의 노동
구애와 결혼
기혼 여성의 임금노동
기혼 여성의 가사 활동
자녀 양육

제9장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 취업의 변화
경제적 변화
인구 변화
가족의 변화
여성 취업의 새로운 유형

결론
여성 생산활동의 결정 요인

■ 미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19세기 초반에는 공장에, 20세기 초반에는 사무실에 여성이 대거 진출했지만, 이 진출이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일을 하는 열등한 노동자라는 사회적ㆍ경제적 편견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또한, 임금을 번다는 사실이 자동으로 여성에게 가족 성원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26쪽

노동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가족원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농촌의 가구가 도시의 가구보다 훨씬 더 자급자족적이기는 했지만, 유산자와 프롤레타리아트 가구 모두 소비의 단위였다. 농촌 가족은 일반적으로 그들이 소비할 식량과 의류와 도구를 생산했지만, 도시 가족은 그것을 시장에서 구입했다. 이런 차이는 가족원이 어떤 노동을 할지에 영향을 주었다. - 62쪽

당시 사람들은 여성이 ‘노동을 적게’ 했다고 묘사했지만, 여성의 시간에 대한 요구가 더 복잡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이 시기에 여성이 했던 일의 형태를 보면, 집과 작업장이 다른 경우에도 여성이 생산활동과 가사 활동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112쪽

여성과 남성 모두 임금노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부 농촌 지역에서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과 결혼 유형을 변화시켰다. 결혼을 위한 경제적 기반은 계속해서 중요했지만, 상속재산이 임금으로 대체되면서 결혼기 남녀들은 가족의 제약에서 더 자유로워졌다. - 180쪽

자녀가 임금소득자가 되면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자녀가 집에 남아 있는 가족에서 자녀의 존재는 가족 재정에 보탬이 되었고, 더 나아가 어머니가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되게 했다. 물론 그러면서 어머니의 가사노동은 늘어났다.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했고, 더 많은 세탁물을 처리해야 했다. - 261쪽

노동계급 가족에서 기혼 여성은 과거에 했던 활동을 계속 수행했다. 필요하면 임금을 벌었고 집안일과 지출을 관리했으며, 아이를 낳고 돌보았다. 그러나 도시 가족의 수가 성장하고 있었던 20세기 초반의 첫 10년 동안에 이루어진 경제, 인구, 정치의 발전에 따라 이런 활동의 상대적 중요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혼 여성의 출산과 가사 책임은 점점 더 중요해졌고 더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반면 임금소득 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 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