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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원제 : Sorci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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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 눈빛을 보면 사랑에 빠질까 두렵구나.”
_쥘 미슐레, 『마녀』

중세의 광기에서 부화한 마녀,
끔찍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초상

마녀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존재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에서 마녀는 주인공을 유혹하고, 배반하고, 고난에 빠뜨리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지만 결국 권선징악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날 때부터 저주받은 여자, 죽어 마땅한 여자. 세상은 마녀를 쉽게 손가락질해 왔지만 사실 그 기원에는 중세의 광기가 있다. 마녀는 제 몸에 옮겨붙은 불길에서 태어났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유럽에서 시작하여 16-17세기에 절정에 이르렀다. 의학적, 신학적 담화 속으로 스며든 여성혐오가 부정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혼자 사는 가난한 시골 여성, 과부, 노파, 걸인, 하녀… 사실상 모든 여성이 잠재적 마녀였다. 증거 없이도 하루아침에 마녀가 될 수 있었고 생존을 위해 엄마와 딸이 서로를 고발했다. 이렇듯 중세를 잠식했던 광기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16세기 가장 위대한 플랑드르 화가, 피터르 브뤼헐은 우스꽝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스스로 지옥 불로 걸어 들어가는 얼빠진 표정의 마녀 〈미친 여자 흐릿〉을 그렸으며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는 〈허공의 마녀들〉을 통해 종교적 폭력과 반계몽주의를 조롱하며 마녀의 신비를 화폭에 녹였다. 독일 태생의 현대미술가, 키키 스미스는 〈잠자는 숲속의 마녀〉로 심술과 지성에서 기인한 마녀의 악마성과 매력을 재조명했다.

이 책에 담긴 40점의 작품 속에서 마녀는 친절하거나 심술궂은, 아름답거나 흉측한, 유혹하거나 저주하는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예술가들은 이토록 다양한 이미지를 지닌 초자연적 존재에 심취했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저마다의 마녀를 창조했다. 그래서 모든 그림이 하나하나 강렬하고 고유하다. 마녀와 늘 함께하는 도상-뱀이나 까마귀, 숫염소, 솥, 빗자루 등-을 그림 곳곳에서 찾아보는 것도 감상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18세기에 사그라진 화형대의 불
오명을 벗고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부활하다

“처음에는 아버지, 그 다음에는 남편의 보호 아래 놓였던 중세의 여성은 과부가 된 후에야 약간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노파들이 가진 자유와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지혜는 여성을 감시받아 마땅한 존재로 치부했던 남성을 공포에 떨게 했다. 노파들은 곧 마녀사냥의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 _본문에서

마녀 도상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건 여성을 향한 사회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금, 마녀 그림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분쟁이 뜨거워질수록 종교를 방어하려는 신자들은 이교도를 색출하여 처단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정치적 목적이 다분했던 초기의 마녀는 점차 집단 안에서 약하고 소외된 자, 낯선 자의 이름이 되어 차별에 명분을 주었고 ‘성녀’와 ‘악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마녀사냥이 종식된 후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관능적인 ‘팜 파탈’이 득세하면서 마녀는 에로티시즘과 곧잘 연결되었다.

20세기부터 마녀는 다른 의미도 띠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마녀 도상이 서구 페미니스트 운동을 거치면서 환상을 탈피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위치WITCH(Women's International Terrorist Conspiracy from Hell, 지옥에서 온 국제 여성 테러 공모단) 활동 이후 마녀는 여성혐오 및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맞서는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 설치 미술가 아네트 메사제,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도리스 스타우퍼 등 수많은 페미니스트 예술가에게 마녀는 확고한 주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 마녀는 가부장제 사회가 꺼리는 여성의 힘을 상징하며 수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그림을 매개로 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 21세기의 마녀는 중세의 허물을 벗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된 듯하다. 대중문화와 영화, 문학, 언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마 지금보다 마녀가 사랑받았던 적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마녀〉는 ‘꼭 봐야 할 작품들’과 ‘의외의 작품들’로 목차를 나눠 총 40점의 명작을 다루고, 각 그림에서 마녀의 의미와 도상, 그림 뒤에 숨은 배경을 미학·인문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마법과 주술이 난무하는 곳, 유혹과 저주가 뒤엉킨 색채의 향연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 《해시태그 아트북 #hashtag artbook》 시리즈
테마로 만나는 명화 갤러리

해시태그란 특정한 단어 앞에 해시(#)를 붙여 사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관련 콘텐츠만 선별하여 보여주는 메타데이터 태그입니다. 미술사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고 나의 취향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도록 신선한 그림과 깊이 있는 설명을 담고자 합니다.

목차

예술 속의 마녀들
지도로 알아보는 마녀
마녀의 특징
마녀의 동물

1부. 꼭 봐야 할 작품들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숫염소와 사탄 숭배〉 마르그리트 요크
〈마녀〉 알브레히트 뒤러
〈두 마녀〉 한스 발둥
〈미친 여자 흐릿〉 대 피터르 브뤼헐
〈마녀집회를 향한 출발〉 다비트 테니르스 2세
〈세 마녀〉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마녀들의 집회〉 프란시스코 고야
〈허공의 마녀들〉 프란시스코 고야
〈맥베스와 유령〉 윌리엄 마셜 크레이그
〈마녀의 언덕-세일럼 순교자〉 토머스 새터화이트 노블
〈마법의 원〉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불가의 마녀들〉 폴 엘리 랑송
〈마녀들〉 오브리 비어즐리
〈황산을 끼얹는 여자〉 외젠 사뮈엘 그라세
〈사랑의 묘약〉 에벌린 드 모건
〈마녀〉 콩스탕탱 브랑쿠시
〈잠자는 숲속의 마녀〉 키키 스미스

2부. 의외의 작품들
〈마녀와의 만남〉 사모스의 디오스코리데스
〈마녀〉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
〈마녀가 있는 장면〉 살바토레 로사
〈뿔 달린 마녀〉
〈맥베스의 세 마녀〉 대니얼 가드너
〈사울에게 나타난 사무엘의 유령〉 윌리엄 블레이크
〈마녀들의 집회〉 외젠 들라크루아
〈마녀 다키야샤〉 우타가와 쿠니요시
〈집회에 가는 마녀들〉 루이스 리카르도 팔레로
〈잔 다르크〉 쥘 바스티앵 르파주
〈어린 마녀-마녀집회 준비〉 펠리시앵 롭스
〈마녀〉 뤼시앵 레비 뒤르메
〈바바 야가〉 이반 빌리빈
〈키르케로 분장한 틸라 뒤리외〉 프란츠 폰 슈투크
〈빗을 꽂은 마녀〉 파울 클레
〈방가미사의 마녀, 불로〉 기욤 라플라뉴
〈눈 속의 마녀와 허수아비〉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마녀〉 호안 미로
〈마녀〉 칠도 메이렐리스

색인 | 도판 크레딧

본문중에서

르네상스를 지나며 마녀 그림은 점차 사라졌고,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브의 후손이자 연약하고 변덕스러우며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여겨졌던 여성에게로 옮겨 갔다. 이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_18쪽

화가 토머스 새터화이트 노블은 당시 뉴욕에서 노예 폐지론을 주장하는 그림으로 유명했다. 부당함에 맞섰던 노블은 마녀로 고발당해 희생양이 되었던 이들을 그림으로써 불명예를 바로잡고자 했다. 그림 속 어린 마녀는 마치 교회 순교자처럼 하얗고 순수한 표정과 경건한 눈빛, 황혼에 물든 얼굴로 묘사되었다. 이 당시 미국의 모든 사람들은 마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세일럼의 죄수들은 편협한 신앙심과 미신, 악의 혹은 단순히 동시대인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희생자들이었다. _40쪽

루이 14세의 새로운 정부 퐁탕주 부인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그 배후로 당시 왕이 가장 아꼈던 정부인 몽테스팡 부인이 마녀와 내통했다는 의심을 받아 곤경에 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682년 프랑스에서 마법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국가가 직접 나섰다. 그저 밀고와 소문만 있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 루이 14세의 칙령으로 ‘증거’가 필요해졌다. 결국 마녀를 단 한 명도 찾아내지 못할 터, 비로소 마녀는 사라질 것이다. _68쪽

조건부 에로티시즘 - 19세기에 여성 누드를 그릴 구실은 넘쳐났지만 지켜야 할 규범이 있었다. 무엇보다 백인 여성의 누드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면 안 되었다. 대신 숭배의 대상인 여신(비너스)과 동양 여성(관객의 관찰 대상이자 노예인 하렘의 오달리스크), 초자연의 모티프(빗자루를 탄 마녀)로서 그려진 여성 누드는 허용되었다. _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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