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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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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도시는 왜 생겨났고, 사람들은 어떻게 도시에 모여 살게 되었을까?

천년의 시간을 관통한 도시와 도시계획 이야기로,
공동체의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하여,
지금은 제대로 찬찬히 도시와 도시계획을 생각할 때

‘도시’는 우리가 오랫동안 들었던 단어이자, 대부분 사람이 삶을 꾸리는 장소이다. 매우 익숙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대상이라 우리는 ‘도시’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흔치 않다. 익숙하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도시와 도시계획에 대하여 이제는 제대로, 그것도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도시는 어쩌다 생겨난 것이 아닌,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민주적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도시라는 사회를 이루었다. 도시계획학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도시의 자격〉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도시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역사적 관점에서 도시를 조망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과거의 도시와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도시를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와 함께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도시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통하여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앞으로 만들어 나갈 도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줄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대로 찬찬히 도시를 배워야 할 이유 ㆍ 008
프롤로그 도시를 바라보는 세 가지 패러다임 ㆍ 014

1부 도시의 역사
01 도시의 탄생 ㆍ 026
02 고대 아테네, 아고라의 의미 ㆍ 037
03 왕과 신의 도시 ㆍ 048
04 상업의 발달이 도시에 끼친 영향 ㆍ 066
05 자유 시민, 도시를 만들다 ㆍ 077
06 도시가 된다는 것 ㆍ 087
07 도시의 창발적 진화 ㆍ 092

2부 도시계획의 역사
01 누가 도시계획에 관심을 가졌을까? ㆍ 099
02 지배자를 위한 도시계획: 고대 제국시대 ㆍ 104
03 르네상스의 이상 도시안 ㆍ 107
04 도시의 탄생: 중세 후기에서 르네상스 초기 ㆍ 115
05 왕의 건축 vs 시민의 도시: 르네상스 후기에서 바로크 시대 ㆍ 119
06 미국의 도시계획 ㆍ 137
07 근대 도시계획은 과학과 공학으로부터 ㆍ 162
08 도시계획은 사회개혁이다: 20세기 전환기 6인의 선구자 ㆍ 181
09 도시계획과 사회과학의 만남: 20세기 초 ㆍ 238
10 도시를 도시로 만드는 것 ㆍ 267

맺음말 도시계획, 공동체의 지속가능한발전을 이끌다 ㆍ 284
에필로그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을 어떻게 볼 것인가? ㆍ 295
감사의 글 ㆍ 315
부록 도시계획 관련 주요 연혁 ㆍ 318
참고문헌 ㆍ 331

본문중에서

제국시대와 중세시대의 도시는 권력자의 도시였다. 즉, 왕의 도시였다. 이와 반대로 근대 이후의 도시는 자유와 민주에 기초한 시민들의 도시다. (p.24)

일반적으로 도시는 농업과 함께 탄생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로 도시라는 사회집단이 먼저 발생하고, 도시 덕분에 농업이 발전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다. (p.26)

도시국가들은 내부적으로 일정 정도 민주사회를 달성하였지만 외적으로는 폭력적이었다. 이후의 역사에서 사회집단은 더 커졌고 도시국가는 제국으로 확장되었다. 개인과 국가 사이에 수많은 층이 끼 어들고 신분 계급이 생기면서 개인과 사회조직으로서 국가 간 간격은 더욱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도시는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 다시 자유로운 시민사회로서의 도시, 시민의식을 갖춘 시민이 재부상하기까지 1,000년 이상이 필요하였다. (pp.48~49)

제국시대와 중세시대의 암흑기에 발달한 과학과 이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중세 후반의 암흑기를 끝내고 후반에 자유·평등·박애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라는 도시의 사회적 본질을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p.51)

암흑의 시대인 중세를 끝내는 15세기 르네상스를, 그리고 나아가 자유, 평등, 박애를 가져올 18세기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 와 인도주의(人道主義, humanitarianism)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도시였다. 도시에는 자유 시민들이 있었고, 도시 안팎의 많은 사람과 물자와 생각을 자유로이 교환하는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런 도시는 이성과 과학을 발달시켰고, 인간이라는 개념과 인간 의 권리에 대한 사상을 탄생시켜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을 키웠다. 아울러 공동체로서 자율과 자치를 발전시키며 오늘날의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문명화된 민주사회를 만들어 내는 시험대(test-bed)가 되었다. 시험은 성공적이었고, 도시는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을 민주사회로 만든 온상(溫床, hot bed)이자 씨앗이 되었다. (pp.73~74)

자유로운 시민의 도시는 15세기 르네상스를 탄생시키는 토양이 되었다. 중세의 문화가 신(神)을 중심으로 한 종교와 절대적 권위에 기반을 둔 사회였다면, 르네상스 시대 이후 근대사회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실제(實際)와 관찰에 근거한 과학에 기반을 둔 사회로 진화하였다. 도시는 그 진화를 만들어 낸 중심에 있었고, 진화하는 이성은 도시를 더욱 발전시켰다. (p.85)

하천이 오염되거나 산림이 과도하게 훼손되면 주변 지역은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고 살기도 좋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지금 어느 정도 산림을 사용하고 있고, 그 수준은 적절한지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철도와 도로, 대중교통, 상하수도 시설, 전기 공급 시설 등이 잘 준비되어야 우리의 삶과 일이 체증 없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지만, 이런 사안을 폭넓게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개개인의 일상에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이 일상에서 생각하거나 대응하기는 어렵다. 미세먼지나 경제구조 변화와 같이 일상의 시야를 넘어서는 사안이기도 하고, 비교적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며, 긴 시간과 큰 노력을 들여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의 오염과 훼손을 방지하거나 시민 모두의 삶과 일을 위해 필요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도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작은 노력만으로는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기도 어렵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pp.99~100)


중세시대 도시는 왕의 소유였고 도시를 계획하는 것은 왕의 관심사였다. 왕은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쏟았다. 근대 초기 도시에서는 부유한 상공인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의 도시를 만들어 갔다. 자유와 평등이 보편화된 18세기 후반 이후 도시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민주적인 삶의 토대가 되었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고 도시를 가꾸어 나갔다. (p.103)

자연적으로 발생한 도시를 넘어서, 인간이 이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계획적으로 도시를 만드는 생각이 적극적으로 펼쳐진 시기는 르네상스 시기다. 이 시기는 신의 섭리를 중심으로 하는 삶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과 이성적 합리성을 추구하며 반(反)중세적 운동을 벌이던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도시를 계획하는 것 또한 이성에 기반하여 적극적으로 상상하던 시기였다. (p.107)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도시계획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병행된다. 하나는 강력한 왕권을 가진 절대왕정에 기반한 왕의 도시, 정확히는 거대 건축물을 만드는 흐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도시를 만드는 흐름이었다. 왕의 도시는 지배자의 관점에서, 권위와 상징 그리고 통제를 중심인 도시 차원의 도시계획이라기보다 상징적이고 기념비적 건축물의 건설이라고 볼 수 있다. ... 반면 시민의 도시는 시민들의 필요에 기반하고 그들의 일과 삶을 개선하는 것을 과제로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도시였다. (p.122)

도시와 도시계획은 거대한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지켜 내는 기제였다. (…) 이 시기는 ‘도시(city)’ 그리고 ‘시민(citizen)’이라는 단어가 급부 상한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단어가 생성되거나 급부상하게 되는 것은 기존의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객체가 등장했음을 나타낸다. 또 그 객체가 많은 사람에게 새롭게 인식되면서 구별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pp.126~127)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13세기에 암스텔(Amstel)강에 댐(Dam)을 만들면서 조성된 곳으로 15세기까지 작고 가난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 암스테르담이 세계적인 도시로 폭발적 성장을 시작한 것은 독립적인 자유도시가 된 이후인 16세기에 들어서이다. (…) 당시 서구 유럽은 왕과 귀족, 평민과 노예 같은 신분제도가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은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유를 누리는 도시였다. 하녀였던 사람이 부자가 되기도 하고(코르넬리스), 이민자가 거상이 되기도 하며(얀포픈), 막노동을 하던 사람의 아들이 시장(市長)이 되기도 하였다. (…) 기회의 땅이었기에 사람들이 모이고 기업들이 모여들었다. (…) 창의와 혁신적인 생각에 열려 있으며,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곳이었다. 암스테르담이 작은 어촌마을에서 지금의 국제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도시 문화 덕분이었다. (pp.128~130)

뉴욕 시민들은 (…) 공공공원이 귀족들에게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술집을 대신할 건강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3년간의 논쟁 끝에 1853년 뉴욕주 의회는 뉴욕시가 맨해튼 섬 중북부에 3.4제곱킬로미터(길이 4킬로미터, 폭 800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토지수용 권한을 승인하였다. 개인의 사유재산 권이 가장 중요한 미국에서 공공복리를 위하여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자연 상태를 보존한 것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16년의 공사를 거쳐 1873년에 개장하였다. 수용 당시 센트럴파크는 지리적으로 울퉁불퉁한 지형에 늪지와 툭 튀어나온 바위들이 있던 곳으로 개발에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공원 부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빈곤층을 이주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pp.146~147)

온정주의적 발상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에게,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에 머무른다는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또한 윗사람과 아랫사람이라는 수직적으로 고착화된 계층적 사회체계를 당연시한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180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가난한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 이 노력하면 스스로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오늘날 도시계획학은 이런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회개혁을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이루려는 노력의 최첨단 분야로 탄생하였다. (pp.182~183)

그[게데스]는, 도시가 사회적 조직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물리적 형태에 대한 공상에서 나온 ‘디자인으로 대체’되기보다, 도시가 본래 가졌던 ‘동력을 재활성화’하는 의미로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p.184)

하워드는 사회변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문제의식은 공유하였지만,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그들과 조금 달랐다. 그는 “어떤 점에서 지주가 보통 시민보다 덜 정직한 계층이란 말인가? 보통 시민들에게 지주가 되어 임대인들에 의해 창출된 토지의 가치를 전유할 기회를 주 면, 그들은 당장 그 기회를 잡을 것이다. … 지주를 개인으로서 공격하는 것은 … 사회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특정 계층을 희생양으로 삼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p.189)

애덤스의 도시계획 철학은 ‘가능성의 예술(art of possible)’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뉴욕 대도시권 지역계획을 도시권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시장 시스템의 한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소시키며,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공원과 도로 같은 공공 편의시설을 공급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지역계획은 혁명적인 처방이라기보다 자유로운 발전 패턴에 약간의 공공 통제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p.213)

지테는 17~18세기 바로크시대에 강력한 왕정 아래 도시계획은 ‘도면’에서의 아름다움에 머물렀으며, 시민이 아닌 왕이나 귀족들을 위한 보여 주기 식 건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면에서는 직선, 대칭,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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