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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 치매, 그 사라지는 마음에 관하여

원제 : On Van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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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치매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들을 ‘환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하게 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기록

뉴욕타임스 추천도서
아마존 알츠하이머 분야 베스트셀러

한국인 치매 발병률은 65세 이상 10%(2020년), 85세 이상에서는 40%(2016년)에 달한다(중앙치매센터).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암 환자보다 오히려 치매인을 더 많이 만나는 듯하다. 사회가 노령화될수록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고, 언제 치매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가 알던 세계가 모두 허물어지고 사라지려 할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의사들의 진단이나 사람들의 편견이 아닌, 치매인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상실감을 그 근원부터 찬찬히 살펴보면서, 무조건 맞서거나 회피하려 하기보다, 치매인이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할 수 있도록 놀라운 관점을 제시한다. 나이가 들어도, 치매를 앓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늙어감과 망각은 삶을 살아내는 한 과정일 뿐, 나와 그들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치매와 늙어감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는 이 책을 통해, 치매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치매 현상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두려움이나 혐오감 없이, 끈질긴 호기심으로 예민하고 정확하게 글을 쓴다. 상상력과 언어의 힘을 활용하여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 자신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안한다.” _뉴욕타임스 추천사

출판사 서평

치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예전에 한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에 빗대 비난한 사건이 있었다. 여기서 치매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치매인에 대해 실제와 실제가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환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이 생긴 이유는 치매인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나는 절대 그 병에 걸리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역학조사 결과 연령대별 치매 유병률은 65-69세에서 약 1퍼센트, 70-74세 4퍼센트, 75-79세 12퍼센트, 80-84세 21퍼센트, 85세 이상 40퍼센트로 나타났다(2018년). 연령이 5세 증가할수록 2배씩 증가하는 추세였다.
치매를 만나면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망상에 빠지고, 수많은 기억을 잃고, 기본적인 생활도 스스로 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치매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정신이 어두워지면서 인간다움도 상실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서 심각한 오해가 시작된다.

현대의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치매인의 속마음

이 책은 외할아버지를 치매로 떠나보낸 경험과 7년간의 요양시설 근무, 랄프 왈도 에머슨과 같은 지성인들의 사례, 자신의 몽유병 사례, 다양한 치매 연구 문헌을 샅샅이 살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치매인의 속마음을 완전히 새로운(그리고 희망적인) 그림으로 그려낸다. 치매를 앓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의 순수한 본성에 저자는 주목한다.
가령, 치매를 앓다가 정신이 어두워지면, 자기 딸을 알아보지는 못하더라도 그녀에 대한 ‘느낌’을 갖고 있다. 딸의 이름을 부르지는 못해도 어렴풋한 감정이 남아 있어 그것을 인지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여 소통하려고 애쓴다. 지금 그는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정신, 영혼, 마음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은 뇌의 작용을 넘어선 더 큰 통합체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성격을 넘어 본성은 치매를 앓더라도 온전히 보존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나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된 자아는 지능검사도, 인지능력 검사도, 치매 판별 검사도 그 실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날이 밝을 때가 있으면 저물 때도 있는 것처럼 정신의 어둠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이 어둠은 생의 빛과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어둠에 대한 패배도, 빛에 대한 승리도 바라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평화를 있는 그대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상태를 ‘골든아워’(golden hour)로 표현했다. 그리고 어둠과 균형을 이룬 너그러운 빛으로, 우리 자신, 다른 사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고 말한다.

늙어감이 두려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지한 위로

어리석을 치(痴), 어리석을 매(?). 치매라는 단어의 한자어 표기다. 어리석고도 어리석어서, 치매인은 돌보기 힘들다는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치매가 더 위험한 것은 이 병이 ‘어리석고 어리석은’ 병이 아니라 ‘멀어지고 또 멀어지는’ 병이기 때문이다. 치매인은 돌보기 힘들다는 편견 때문에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때로는 요양시설에 맡겨져 가족, 고향, 삶의 터전에서도 점점 멀어진다. 이렇게 치매인을 타자화하는 이유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치매인 요양시설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기쁨, 슬픔, 괴로움, 사랑, 웃음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치매인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볼까?”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전에 우리와 함께 사랑을 주고받고 함께 인생을 살아가던,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도, 치매를 앓아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고 치매를 앓는 그 사람도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위로한다.

목차

들어가며-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

1장.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2장. 치매에 걸릴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3장. 현대판 고려장
4장. 치매라는 경험 속으로 들어가다
5장. 어둠은 깊어졌지만 삶도 진해졌다
6장. 실제와 실제가 아닌 것 구분하기
7장. 그녀는 당신을 알아본다
8장.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9장. 떠날 때를 알게 되는 기분

지은이의 말
감사의 글

본문중에서

그녀는 조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마지막 소망을 말할 기회가 있었던 그녀는 병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 론 애드킨스는 아내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나는 혹시 그가 아내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간청해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내를 돌보는 부담이 그의 명예가 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니면 남편에게 해서는 안 될 부탁을 했던 아내가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 아마도 론은 둘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쓸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혹시라도 아내가 마음을 바꿔 오리건으로 함께 돌아오고 싶어 할 경우를 대비해서, 아내 몫을 포함해 편도가 아닌 왕복항공권을 구입했다. (···) 나는 재닛 애드킨스가 자살을 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미래의 자기 자신, 그녀가 상상한 악화된 상태의 자신, 가족을 ‘이 끔찍한 질병의 고통으로’ 몰아넣을 자신을 없애고자 했을 뿐이다.
-2장. 치매에 걸릴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p. 40, 54-55.

치매인은 그저 자기 자신의 문제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치매는 개인의 뇌 기능 부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기능 부전, 즉 대중의 병든 사고와 관련이 있다. (···) “할머니가 얼마나 심하게 구시는지, 세상에. 지나가는 사람들 전부한테 욕을 쏟아부으셨어요.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겠다고 떼를 쓰면서요. 그런데 점심은 방금 전에 드셨거든요. 그래서 대신 제가 간식으로 푸딩을 가져다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걸 저한테 던져서 푸딩이 온 바닥에 튀었지 뭐예요. 정말, 이젠 끝이에요. 더는 못 받아주겠어요.” 직원은 루스에게 등을 휙 돌리고 가버렸다.
킷우드가 설명했던 악성 사회심리의 개념이 그날 해프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킷우드가 내놓은 분석에서, 치매에 대한 악성 반응은 개인의 가치를 보통 그 사람의 재정적, 물리적, 지적 능력에 비추어 규정하는 관습을 드러낸다.
-2장. 치매에 걸릴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p. 46.

우리 할아버지는, 57년간 살아온 자기 집에서 쫓겨났고, 익숙한 지역에서 쫓겨났으며, 심지어 딸의 가족이 새롭게 기틀을 잡은 지역인 컬럼비아에도 더 이상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육지로 둘러싸인 섬과 다름없는 곳에 정착해서, 가족에게서 물리적으로, 마음에서도 멀어졌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국의 한복판에서, 외국인과 다름없는 처지에 놓였다. (···) 나는 보살핌을 거부당할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돌봄 공동체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근 지역과 사회에서 곤경에 처한 노인들을 환영하지도, 차별 없이 수용하지도 못하며 제대로 지원하지도 못하는 사회적 실패 말이다.
-3장. 현대판 고려장, p. 73-74.

알츠하이머 박사의 환자 아우구스테 데테르는 당시 치매를 정의하는 증상 중 하나였던 ‘심리사회적 부전’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내가 알츠하이머 박사와 그녀가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 기록을 직접 읽었을 때, 아우구스테의 ‘무능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오히려 심리사회적 갈망과 욕구가 가득한 한 사람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의 인격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그녀의 인간성이 위협받고 있음을 느꼈다.
(···) 아우구스테에게는 정신적 결함이 있었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감정은 정서적·심리사회적으로 이치에 맞는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그녀의 표현과 감정에 대해 결함이 있다는 증거로 보고, 병의 또 다른 징후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우구스테 데테르의 치료는 임상적이고 비인격적이며 핵심에서 벗어난 접근법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치료에서는 지능검사가 중심이 되는데, 지능검사는 상징적인 언어, 몸의 움직임, 욕구 암시에 대한 해석은 거의 내놓지 못하며, 검사자가 검사 대상의 반응에 끼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테는 빈 껍데기와 마찬가지이고, 그저 환자일 뿐이며, 심리사회적 능력이 결여된 뇌질환자로만 간주되었던 것이다.
-4장. 치매라는 경험 속으로 들어가다, p. 118-119.

얼핏 생각하면 치매가 사이를 틀어 놓으면서, 한때 가깝게 지내던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때는, 과거에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어떤 시간보다도 기억할 가치가 있고, 의미 있고, 마음이 그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시간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사이의 거리가 건널 수 있는 거리처럼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빛이 더 이상 그의 은은한 그늘을 밀쳐 내지도, 나를 멀리 쫓아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강렬한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할아버지라는 사람 자체를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게 됐다. 그도 옆에 있는 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객석에 앉은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어둑해진 빛을 받으며 함께하는 벗으로서 말이다.
-5장. 어둠은 깊어졌지만 삶도 진해졌다, p. 162.

에머슨과 같은 시각은 환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따라서 실제 세계와 꿈의 세계 사이의 냉혹한 구분이 다소 누그러진다. 환상은 보편적인 인간의 영역을 모두 아우르며, 이런 전체성은 치매를 재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꿈을 꾼다고 가정하고, 각자가 지각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치매를 이질적인 행동이나 일탈행동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인간 경험의 연속선상에 두고 바라볼 수 있다. 인생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만 있다고 주장할 수 없듯, 그들(꿈을 꾸는 사람들, 정신이상자들)이 비현실 세계에만 있다고 치부할 수도 없다. 치매인과 비치매인 모두가 층층이 쌓인 환상의 영역을 왕래한다.
-6장. 실제와 실제가 아닌 것 구분하기, p. 179.

모든 것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전체의 일부가 되고, 모든 것은 소멸하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우리는 죽음과 삶을 순환하는 움직임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상실을 겪고도 슬퍼해서는 안 된다거나, 고통은 머릿속 생각에 불과하다거나, 삶의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치매에는 복합적인 특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치매라는 떠남과 사라짐 사이, 출발과 도착 사이에 살면서 어떻게든 양쪽 상태 모두를 수용해야 하는 어려움 말이다.
-9장. 떠날 때를 알게 되는 기분, p.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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