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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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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차명식
  • 출판사 : 북튜브
  • 발행 : 2021년 05월 10일
  • 쪽수 : 232
  • ISBN : 979119035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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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디어와 진실’, ‘세대 갈등’, ‘소수자 운동’, ‘폭력과 비폭력’…
밀레니얼 세대의 눈으로 본 68혁명과 오늘의 혁명!

이 책은 1968년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회 변혁의 움직임인 ‘68혁명’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독재정권의 타도와 선거제를 목표로 한 민주화운동부터 소수자와 차별 문제를 다루는 움직임, 전쟁과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나 권위주의적 사회와 문화에 대한 저항, 성 해방과 더 많은 자유에 대한 주장 등,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운동들이 1968년을 전후하여 벌어졌는데, 이 책은 이때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이 5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문화적 주제로 지속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보도하면서 반전운동의 기폭제가 된 컬러텔레비전은 60년대의 ‘뉴 미디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오늘날의 ‘뉴 미디어’(SNS, 유튜브, 팟캐스트 등)와 비교하고, 흑인민권운동에서의 마틴 루터 킹과 맬컴 X의 대립과 ‘다가감’을 통해 오늘날의 소수자 운동과 정체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와 68의 주축이었던 신좌파 학생들 간의 ‘세대 갈등’을 통해서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세대 갈등’이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68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혁에 대한 통찰을 보여 주고 있는 저자 차명식은 용인의 마을 인문학공동체인 〈문탁네트워크〉에서, 함께 공부하는 청년들과 청년의 자립을 꿈꾸는 인문학 스타트업 〈길드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청년이다. 이 책 역시 〈길드다〉에서 있었던 네 번의 강의를 옮긴 것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혁명’에 대한 통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세대 갈등과 극심한 진영논리를 넘어, 더 나은 정치적 문화적 지평을 열어 나갈 수 있는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은 68혁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68혁명 이후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요. 여전히 68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68혁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68혁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을 때 저는 약간의 농담을 섞어 “68은 혁명의 〈어벤저스〉다”라고 대답하곤 하는데요. 그 설명은 사실 처음 68혁명을 접했을 때 제가 느낀 감상이기도 합니다. 〈어벤저스〉는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여러 히어로들이 한 무대에서 좌충우돌 얽히는 영화죠. 마찬가지로 68에서도 수많은 역사의 거인들이 세계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조우하고, 또 평범했던 사람들이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에 휩싸여 혁명의 주인공으로 변모합니다. 그러한 구도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
한데, 좀더 68을 파고들다 보니 그것이 단순히 ‘이미 지나간 과거의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68에서 처음으로 촉발되었거나 68을 계기로 주류 담론에 들어선 어젠다들은 오늘 바로 여기,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격렬하게 다루어지는 것들인데요. 반세기 전의 혁명에서 오간 논쟁과 실천들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큰 영감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68이 남긴 다면적인 흔적은 기준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오늘날의 세계를 구성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때문에 68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지식을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서 있는 이 세계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실천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68혁명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벌어진 순서대로 서술하는 대신, 주제별로 구성하여 보여 주고 계십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인간에 대한 질문, 베트남 전쟁과 미디어의 문제, 흑인민권운동과 소수자운동, 세대 갈등의 문제까지 다채로운 관점에서 68을 바라보고 계신데요. 이렇게 주제별로 이번 강의-책을 구성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매우 간단한 이유인데,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68혁명은 전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주제와 수많은 형태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운동이며 심지어 그 각각의 운동이 별개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교차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혁명을 주도한 학생 지도자들이 몇 주 뒤면 독일에 나타나 또 다른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거나 하는 일은 아주 흔하죠. 때문에 이 사건들을 단순히 시간상으로 배열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일뿐더러 보는 입장에서도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정한 사람 한 명을 찍어 그의 행보를 추적한다거나 아니면 특정한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를 둘러싼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제가 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68과 현대의 우리를 연결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강의를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68로 다룰 수 있는 수많은 지점들 가운데 특히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지점들을 포착하기 위해 애썼고 그 주제들을 바탕으로 강의를 짜 나갔습니다. 저는 그래야만 반세기 전의 혁명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면서도 유용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 선생님께서 68혁명을 통해 다루고 있는 미디어의 문제, 소수자 운동의 문제, 세대 갈등의 문제는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들로 보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68혁명의 무엇을 참조하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68혁명은 결코 완벽하고 이상적인 혁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다른 수많은 혁명들과 마찬가지로 68에는 새로운 변화를 향해 스스로를 던지는 과감한 용기와, 또 그들 각자가 갖고 있었던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이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열기에 도취되어 저질러진 서투른 과오들이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세계의 변화 속에 표류했던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흔히 그것들을 명암이라 부르며 밝은 면은 본받고 어두운 면은 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이겠습니다. 현상 속에 그 양면은 절묘하게 뒤섞여 있기 마련이고, 모든 일이 끝나고 돌아보며 평가를 내리는 것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맹렬한 흐름 속에서 나아가며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니까요.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나아갔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좀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그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실천하더라도 내가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바로 그때 68의 기억은 우리에게 영감과 힌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68이 이뤄낸 성과와 실패를 참고해 지도와 나침반으로 삼되, 그들이 처했던 현실과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 유사할지언정 분명 다름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합니다. 68에서 오갔던 수많은 사상적 언어와 실천의 성패에 더불어, 무엇보다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 그게 68에서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이 책은 ‘차명식의 역사 강의’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데요. 앞으로 어떤 강의와 책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68혁명 강의의 나머지 부분을 작업하게 될 것 같습니다. 68혁명 강의는 8회로 기획되었고 이번 책에 담긴 부분은 그 전반부인 4회에 해당하거든요. 이번 책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했지만 아직 68혁명에 대해서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남아서, 그것들을 갈무리해 일단락을 짓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솔직히 말씀드려 아직 잘 모르겠네요. 지금 제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들이 있긴 한데, 역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라 아마 다음 강의와 책은 역사보다는 좀 더 당대적인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68혁명을 통해 살폈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과 포스트 휴머니즘의 문제라거나, 현대의 미디어 이미지와 정동의 문제, 소수자 운동과 타자성의 문제와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중 어느 것이 되건 간에, 가능한 한 빨리 다음 작업으로 이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차

책머리에

첫번째 강의 _ 이것이 인간인가

1. 이게 뭐지?
일상의 붕괴 : 제1차 세계대전 | 위대한 조국을 위하여 :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 | 죽음의 행렬

2. 이것이 인간인가
다시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세계 | 프리모 레비의 질문 | 실존주의 : 존재는 본질에 우선한다 | 구조주의 : 인간의 해체

3.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간
‘나는 민중과 함께할 것이다!’ | 체 게바라, 실존주의의 화신


두번째 강의 _ 베트남을 기억하라 : 미디어, 이미지, 진실 그리고

1. 1968년 구정에 일어난 일
베트남의 분단 | 미군의 개입과 전쟁의 시작 | 구정공세의 효과

2. 이미지, 전염되는 진실의 언어
진실과 이미지 | 전쟁과 사진 | 전염 : 모든 것을 넘어서 | 귀환 병사, 람보 | 더 이상 도래하지 않을 ‘승리’를 뒤로 하고 |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이 시대 ‘전쟁의 이미지’


세번째 강의 _ 흑인 ‘되기’와 소수자 운동의 길

1. 마틴 루터 킹과 맬컴 X : 성장환경의 차이
흑인민권운동의 시작 |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 : 마틴 루터 킹 | ‘제가 다닌 대학은 할렘의 거리였습니다’ : 맬컴 X

2. 사상과 실천의 차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 ‘우리는 아프리카인이어야 한다’ | 마틴 루터 킹과 맬컴 X, 온건과 과격

3. 최후의 1년과 ‘되기’의 혁명
맬컴 X 최후의 1년 : ‘우리는 그저 아프리카인이어서는 안 됩니다’ | 마틴 루터 킹 최후의 1년 : ‘우리는 흑인이 되어야 합니다’ | ‘정체성’과 ‘되기’의 혁명


네번째 강의 _ ‘꼰대’들의 혁명, ‘핏덩이’들의 혁명

1. ‘요즘 젊은 것들은’
세대 갈등의 유구한 역사 | 젊은이들의 혁명, 68 |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상호 불신 | 혁명의 선배들, 프랑크푸르트 학파

2. 한나 아렌트와 폭력의 문제
하이데거와의 만남, 그리고 배신 | 젊은 세대와의 토론 | 젊은 세대의 혁명과 폭력

3. 마르쿠제와 아도르노 : 결정주의의 문제
세계대전과 프랑크푸르트 학파 | 젊은이들의 혁명과 아도르노의 고난 | 아도르노와 마르쿠제의 입장 차이

4. 위르겐 하버마스와 공공영역의 문제
근대성에 대한 낙관과 68의 수난 | 인터넷은 공공영역이 될 수 있는가?

5. RE : ‘꼰대’들의 혁명, ‘핏덩이’들의 혁명
세계는 반복되는가? | 자기 자신의 절박함으로 말하고 행동하라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그런데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고요. 인간에게 이미 정해진 본질이나 운명 같은 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비난도 많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운명과 본질을 다 부정한다거나, 인간을 허무한 존재로 깎아내린다는 비난이었죠. 그러나 그들에게 사르트르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아니다, 존재에 대해서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행동,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과 세계를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인간과 세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이렇게 자기 자신과 인류,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를 던져야 하며, 그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되었다는 것이 그의 반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실존주의는 인간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중심주의’, 곧 휴머니즘이라는 겁니다.(44~45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가 그를 ‘이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성공과 실수의 대차대조를 따져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체 게바라라는 인간은 의사라는 직업과 엘리트 지식인이 되는 길을 거부하고 혁명가가 되는 길을 선택했고, 불가능해 보이는 쿠바 혁명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선택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혁명을 성공시킨 뒤에도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혁명에 나섰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겁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자로서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여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주장한 학자였고, 체 게바라의 삶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인간상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58쪽)

그런데 이 구정공세가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북베트남의 병사들이 미군과 남베트남군을 기습하면서 도시로 들어와 버리면서 문제가 생긴 건데요. 그렇게 도시에서 전투가 벌어지다 보니 공격당하는 도시와 죽어 가는 미군들이 방송국 카메라에 찍혀서 당시의 뉴미디어인 컬러텔레비전으로 미국 전역에 송출이 되어 버립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미국은 전쟁이 곧 끝날 거라고 하면서 미국 내부의 불만을 차단하고 있었는데, 이런 장면들이 방송으로 비춰지니까, 미국 국민들이 알아채 버린 거죠.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진실을 깨달아 버린 겁니다.(76쪽)

오늘날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다채로워진 매체들은 베트남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각종 인터넷 뉴스매체들과 다양한 유튜브 채널들은 특정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재구성된 정보와 해석, 이미지를 쏟아 내고, 그것들은 다시 SNS를 통해 비슷한 성향을 지닌 그룹들 사이로 퍼져 나가며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강화됩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전쟁의 이미지, 곧 ‘진실’을 생산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이제 그 ‘진실’들 중 일부는 선택하고 일부는 버리고 있는 거죠. 과거에는 매체가 생산한 진실이 단일한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단일한 진실. 그래서 사람들을 묶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오늘날 생산된 진실들은 각각의 전쟁의 이미지들이 품은 각각의 수많은 ‘진실들’이고, 그것이 오늘날 매체와 이미지의 언어가 생산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언어는 이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감정을 다루며 진영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는 거죠.(108~109쪽)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킹과 맬컴 X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피부색과 상관없이 미국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킹은 온건파로 여겨지고요. 그에 비해 피부색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자랑스러운 아프리카인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맬컴은 과격파라고 여겨져요. 그래서 소수자 운동에 있어 기존 사회와의 소통과 통합을 주장하는 ‘온건파’들은 킹을 즐겨 인용하고, 분리와 독립행동을 주장하는 ‘과격파’들은 맬컴 X의 말을 자신들의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들까지도 이들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데요. 대표적인 마블 히어로 영화인 「엑스맨」과 「블랙팬서」 같은 영화에서도 이런 구분이 재현되고 있습니다.(145쪽)

여기에 대해서 저는 앞서 말씀드렸던 ‘이기’와 ‘되기’라는 개념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기’와 ‘되기’는 소수자 운동에서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수자 운동은 대부분 ‘이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많은 경우 소수자로서의 자신을 정의하고 끊임없이 그 정의와 소수자 정체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운동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식의 운동은 중요합니다. 소수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침묵 속에 남겨지기 마련이므로 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사회의 움직임을, 사회가 멈춰 서지 않고 변화할 것을 추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직 거기에만 매몰된다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만을 되풀이해서 똑같이 설명하고 그 기억과 정체성만을 지키려 한다면 이번엔 소수자 자신이 그 안에 갇혀 멈춰 서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다수자의 사회가 변하지 않고 멈춰 있으려고 하는 것처럼.(167~168쪽)

이 글에서 언급된 ‘꼰대’들, 아렌트,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는 모두 젊은 시절 그들의 제자들 못지않게 기성의 세계와 치열하게 맞섰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도 과거 자신들이 그러했듯 도전해 오는 제자들과 대결했을지언정 그 모든 일을 무의미한 반복으로 정의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로부터 세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자들의 태도를 읽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과 시대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우리가 포착해야 할 것은 되풀이되는 시대의 시간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당사자들의 절박함이 지닌 현재성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들이, 또 우리가 어떻게 그 절실함을 드러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또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그 절실함을 공유하고 공동의 문제로 풀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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