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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의 봄 기운이 가득한 연두빛 시어를 틔우며

한 해를 보내는 동짓달쯤 나무는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고 나는 3월이 시작되는 날 느슨한 나이테를 준비한다.
세화당 창호지 문틈으로 봄바람이 드나들고 흐드러진 매화 가지가 남포불을 밝힌 한지 창문에 드리운다. 핏빛 여명이 밝아오면 해빙의 봄기운이 연두빛 시어로 산야에 새싹을 틔운다. 본 시집 별꽃을 꿈꾸는 여자 출간을 준비하며 많은 병치레를 하였다. 너무 고통스러워 입원 치료도 받았고 현재도 투병 중이다. 다행스럽도 가족들의 격려와 위로와 응원으로 퇴고를 마칠 수 있었다.
응원해 준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출가한 사랑하는 오 남매 여섯 명의 손자 손녀, 그리고 시집을 출간할 수 있도록 후원해준 진욱에게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또 간절히 전하고 싶은 날, 전하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존경하는 샘터문학 이정록 회장님 (시인, 교수, 발행인)께서 지도, 감수해주시고 또 예쁜 그릇에 담아 빛나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해빙의 봄 기운이 가득한 연두빛 시어를 튀우며 4
서문 : 한 송이 별꽃을 꿈꾸는 소녀 같은 시인 ...심종숙 6

1부 준비없는 여행

꿈 14
커플링 15
쑥 16
별꽃을 꿈꾸는 여자 17
입춘 18
걸레의 운명 19
자양분 20
흰 구름 21
고란사 석란 22
라면 23
손가락 24
양파 25
존재들의 키재기 26
별꽃을 꿈꾼다 27
금은화 28
훈장 30
왼팔의 득도 32
콩깍지 34
봄바람 35
시퍼런 눈을 가진 태풍 36
약탕관 37
윤회 38
심사心思 39
오동나무 한恨 40
사무량심 41
백송 42
존재의 고뇌 43
이름 없는 꽃 44
준비 없는 여행 45
글, 꽃소식 46
말, 씨 47



2부 막걸리 한 잔이면 딱이지 싶은 날

솟을대문 50
입춘 51
홍따오기 52
희망 53
연기된 개학 54
술 먹은 약초 55
막걸리 한 잔 있으면 딱이지 싶은 날 56
두레박 샘 57
소멍 입멍 설화 58
은행나무의 전설 59
예비 며느리 60
소쿠리 방 사랑이야기 61
봉오리 글꽃 62
조카는 대들보 63
모기장 속에 갇힌 할매 64
나의 인생아 65
꽃보다 예뻤던 어머니 66
손주 행복이 67
작명 68
시집 출간 69
자연의 이중성 70
고추잠자리와 소낙비 71
하늘에서 체알을 치다 72
이수도에서 점심 73
희망을 주는 별들의 잔치 75
생生의 바라기 77
글 알 78
나락 꽃 79
백팔 번뇌 80
정수리 부은 물, 내 발등에 떨어지다 81


3부 나의 생의 노래여

삼성연수원 힐링캠프 84
장수말벌의 계급사회 86
말이 하늘을 오른다 88
내 마음에 파란 하늘을 담아요 89
나의 생의 노래여 90
하늘이시여 92
명주솜이불 93
세상에 이런 일이 94
나눔의 정情도 인연이 닿아야 95
낭군의 생일 96
가을 편지 97
음력, 팔월 초 열흘 98
꿀 속에 담긴 마음 99
울어버린 독상 100
호강인지 요강인지 101
받아놓은 밥상 102
구름국화 103
맨드라미 104
상달 106
서리맞은 들깨 107
오감이 깨어나다 108
설명을 하며 날 다독인다 110
소입멍과 마스크의 함수관계 111
나이학 개론 112
오 남매의 금빛날개 113
마음 나누기 114
이기적인 손님 115
시집 제목을 말해봐 116
장구봉 쉼터에 독서 118
나는 숲이다 119
마음의 등불을 밝히리 121

〈서문〉

한 송이 별꽃을 꿈꾸는 소녀 같은 시인
심종숙 (시인, 교수, 문학평론가)

김춘자 시인의 감성시집 ?별꽃을 꿈꾸는 여자?는 한마디로 가족을 위해 자기희생을 한 시적 자아의 고백록이다. 그녀에게 결혼생활은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슬프거나 공허하기도 했고 「커플링」에서처럼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었음을 술회한다. 군불을 지피는 솔방울처럼 자신을 태워야 불이 일어나듯 자신의 존재가 무화되어 서럽기도 하였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맑은 밤하늘의 별꽃을 늘 가슴에 품어온 시인의 모습이 간고한 세월을 곰삭혀 온 기록의 파편들에 얼비친다.
이 시집을 읽으면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과 여인네들 이 그녀와 한마음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여성들에게 가정이란, 아니 결혼생활이란 참으로 자기희생이 따르는 삶의 과정이다. 그녀의 시편들에 녹아난 언어들이 하나하나 그녀의 마음을 꼭꼭 박아 넣은 것은 바로 생활 속에서 시어를 모아오기 때문이다. 시인은 삼십 년이 넘는 결혼생활 속에서 여인으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살아오면서 자기 자신을 연단하였고 그 세월 동안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슴에 별꽃을 꿈꾸었기 때문이었다. 별이란 가슴에 지녀야 할 이상이자 동경이며 순수이다.별이 밤하늘을 비추듯이 결혼생활 속에서 어머니는 한 집안의 안해이다.

한 여성은 어머니가 될 때 선택과 더불어 자기희생을 해야 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안되듯이 가부장제 가족주의 속의 여성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야 가족들이 화사하게 꽃필 수 있었다. 시인께서 별꽃을 가슴에 품고 이 생활을 견디어 오고 내조와 자녀들을 훌륭하게 양육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별꽃을 지향하는 시인의 정신에 있을 것이다. 별꽃이라 하여 이상과 생명은 곧 시인을 지탱해주는 것이었고 시 쓰기는 그녀에게 별꽃을 피우러 가는 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걸레, 석란, 자양분, 솔방울, 둥지 없는 새들과 같은 시어들에서도 수고로웠던 생활의 일면이 지나가지만 「꿈」, 「라면」, 「양파」에서처럼 시적 자아가 가족들과 사랑을 만들어 나가고 그것이 더욱 확장되어 이웃들과 함께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시인의 꿈이 있고 그것은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이 시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생명을 주는 고귀한 가치가 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스스로를 보듬어 가면서 살아왔던 한 여성의 생을 몰래 엿보는 듯한 이 시집은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그것은 김춘자 시인이 말없이 남몰래 흘렸던 눈물과 서운함, 그리고 공허감이 우리들 가슴에도 전해오고 그것은 언제가 남몰래 가슴이 무너졌던 순간이 시를 읽는 현재에 다시 소환되기 때문이다. 시집 발간을 축하드리면서 이 한 권의 진솔한 고백이 시인께도 이 땅의 여성들께도 언제나 맑은 하늘의 한 송이 별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시인이 되시기 바란다,

(본문 내용 중에서)
꿈을 가지고 살았더니
영원한 꿈
별꽃이 되었다
하루를 살더라도
꿈을 가진 이
별이 되고 싶었네
천 년을 산다 해도
사랑도 꿈도 없으면
죽음에 난바다 헤매 도는
사별死別 이라네

〈별꽃을 꿈꾸는 여자 일부〉

별꽃이 되고 싶어
날마다 별 꿈을 꾼다
한 발 다가서면 열 발짝 달아나도
나는 별을 쫓아 밤을 기다린다
오늘도
내일도
별 꿈을 꾸고 있다
별꽃이 되고 싶어

〈별꽃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