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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시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방창록의 신작 수필집. 14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영혼을 달래는 아버지의 진혼곡.

저물어 가는 들녘에서 되새기는 자연과 세월, 일상과 추억 계절이 바뀌듯 그저 순리대로 흘러온 삶 고적한 듯 청아한 그 흔적을 찾아서 뼈끝 시리는 고통도, 가슴 미어지는 아픔도… 그저 세월이 흐르면 스스로 무뎌지고 아무는 걸까. 마음의 굳은살이 되어버린 기억을 찬찬히 되짚는 저자의 손길이 다만 고요할 뿐이다. 또한 꾸밈없이 담백하게 써내려간 문체는 마치 저자의 인생 자체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아무에게도 향하지 않는 듯, 모두를 향한 저자의 눈길과 손짓. 어디선가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그가 조용히 읊조리는 맑은 독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방창록의 첫 수필집, 〈고별〉 │머리말│ 나는 글꾼이 아닌 것 같다. 요즘 글 한 줄 쓰는데 이렇게 어려우니 말이다. 나 자신이 글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때는 작가의 꿈도 꾸었지만 평범한 독자로 남기로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펜을 들었다. 쓰지 않고는 미쳐 버릴 것 같은 절망의 독백을……. 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진혼하기 위해서다. 그 영혼을 달래는데 많은 세월이 걸렸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문득 뒤돌아보니 습작 수십 편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중 몇 편이 나를 문단으로 끌고 나왔다. 아니 그 간절한 기도와 아픔이 문학으로 승화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식같이 소중한 것들이 불러달라고 손짓한다. 책갈피에서 책상 서랍에서 덮어지고 가리어진 곳에서 아우성이다. 이것들을 찾아내어 한데 묶어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잠시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나의 수필 모두가 내 영혼이 머물고 간 흔적들이다. 이 책을 내면서 나를 가리고 있는 의식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가 되어 버렸다. 체면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벌려 놓았다. 이 부끄러운 내 삶의 체험이 한 편의 수필이 되어 누구인가의 가슴에 조그마한 감동으로 자리했으면 한다. 한가한 시간이면 우리의 육신은 쉬고 있지만 영혼은 산책을 한다. 현실에서 과거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가 하면, 앉아서 미국도 가고 중국도 간다. 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시공의 여행도 한다. 그러나 나는 가까운 소풍을 좋아한다. 내 영혼이 머물다 간 곳에 얼굴도 모르는 또 다른 영혼이 쉬어 간다면 공감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내 영혼의 산책로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1 그리운 그때 그 얼굴
가난한 겨울밤
가을의 문턱에서
가야산을 오르면서
가을의 상념想念
강촌역
겁 많은 참새
말 한마디
겨울 바다
그리운 그때 그 얼굴
낙엽 위에 띄운다
아라리에 한을 싣고
내 것과 우리 것
내 고향 와운리臥雲里
눈 그리고 어제와 오늘
네 얼굴은 항상 봄날이기를
다 버리고 가는 것을
동갑내기의 죽음


2 백목련이 피고 지면
동토의 봄
국사봉
마음의 고향
마지막 달력 한 장
머리와 꼬리
먼 훗날 우리 옛이야기 하자
모유예찬母乳禮讚
사진첩
산이 주는 교훈
밥값
사랑과 미움의 역학
백목련이 피고 지면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벌초
봄
빈자와 부자





3 운문사 범종 소리
산사山寺의 여름밤
선인장 꽃
시간 여행
어느 무명용사의 묘지
애국심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어느 조각상 앞에서(불행의 씨앗)
엄마 바위
연대보증
영하전선에서 만난 사람들
오해誤解
수석壽石을 보는 눈
우리의 만남
운문사 범종 소리
인명재차人命在車?
어느 약사의 죽음을 보고


4 팔공산 갓바위
자생란自生蘭과 나
고별告別
자연의 분노
잔인한 4월
재연 없는 연극
방안이 궁금한 나팔꽃
종달새
죽음의 집행유예
지리산 휴게소
DMZ는 누구의 땅인가
풀밭에는 잡초들이
천칭天秤과 양심
청개구리
팔공산 갓바위
포물선
황혼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