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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쫓는 아이들

원제 : The dog 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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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붉은곰팡이가 곡식을 깡그리 멸종시킨 시대,
목초가 말라 죽자 버터도, 치즈도, 고기도 바닥났다!
지상의 마지막 희망, 씨앗을 지켜라!

“이렇게 있다간 굶어 죽어. 떠나려면 바로 지금이야.”
“엄마 아빠도 없이 어떻게?”
조금만 경계심을 풀어도 목숨을 빼앗기는 세상.
피부색이 다른 남매 엘라와 에머리는 개 썰매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들은 과연 생명이 자라는 땅에 무사히 가 닿을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역사상 최악의 식량 위기가 펼쳐진다면?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까? 공장에서 자란 녹색 채소? 하루치 영양분이 듬뿍 든 알약?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 물론 풍요와 낙관에 취한 나머지 간과하기 쉬운 가능성도 있다. 그 모든 신기하고 놀라운 먹을거리 대신 먼저 끔찍한 식량난이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것.
《씨앗을 쫓는 아이들》은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대기근이 찾아온 미래 세상에서 두 남매가 개 썰매를 타고 생명의 땅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부모님이 사라진 뒤, 극한 상황에 남겨진 어린 남매는 통제된 도시를 탈출해 푸른빛이 사라진 황무지를 가로지른다. 그러는 가운데 잔인한 악당과 굶주림, 그리고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짜릿한 액션 영화처럼 긴장과 재미를 선사하는 모험담인 한편, 벌거벗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며 성숙해 가는 아이들의 강렬한 성장담이자, 지구에 당면한 절박한 문제에 대해 경고하는 환경 소설이다.
모험을 떠난 남매의 시선은 사막이나 달처럼 황량한 땅으로 비유되는 대지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비춘다. 그리고 마침내 작품의 대단원에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보존되어야 할 옛 지혜와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뉴질랜드 북어워드 에스터 글렌 상, 호주의 SF문학상인 오렐리스 최고의 어린이 도서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 카네기 메달과 CBCA 올해의 책 후보로 선정되어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무정부 상태의 도시를 탈출해 생명의 땅으로 떠나는 모험
‘붉은곰팡이’가 창궐한 뒤, 전 세계 농작물과 목초가 말라 죽어 가축들도 떼죽음 당한다. 돈과 권력으로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시대에 10살짜리 여자아이 엘라는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밤톨처럼 머리를 깎고 집에만 갇혀 지낸다. 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남장을 시킨 것은 다름 아닌 아빠다. 아빠 말에 따르면 문밖은 “무너진 사회”(10쪽)다.
정부는 재난 지원 대책을 실행할 능력이 없고, 치안 경비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생존을 위해서는 남을 약탈하거나, 문과 창문에 못을 박아 스스로 집 안에 갇혀야 할 상황. 흉흉한 소식만 쏟아내던 뉴스는 전기가 끊기면서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었고, 밤마다 통행금지 사이렌과 비명이 어둑한 거리를 울린다.
엘라네 엄마는 재난 필수 인력으로 차출된 태양광 기술자로 수개월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엄마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길을 나선 아빠마저 행방불명되고 식량은 동이 난다. 엘라의 배다른 오빠 에머리는 도시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에머리의 계획은 자신의 친엄마와 조부모가 살고 있는 시골 버섯 농장으로 엘라를 데려가겠다는 것이다. 균류에 속하는 버섯이라면, 곰팡이균에 맞설 수 있을 테니, 그곳에서는 최소한 굶주리지 않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이동 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다섯 마리 썰매견이 이끄는 머싱 카트!
하지만 엘라는 탈출에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빠가 가져간 비스킷 통이 못내 아쉬운 철부지 소녀다. 오빠와 달리, 개 썰매를 직접 끌어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는 아직 선량한 사람들이 남아 있을 거라는 순박한 믿음을 마음속 깊이 품고 있다.
그런 엘라를 향해 에머리는 다그친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연민이나 동정 같은 건 남아 있지 않다고. 살아남고 싶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그러한 경고는 곧 처절한 실제 상황으로 두 남매를 덮친다. 과연 두 아이는 냉혈 악당들이 따라붙는 머나먼 모험 끝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지구를 ‘새로 고침’해 줄 중요한 키워드 ‘종자(씨앗)’
‘붉은곰팡이’라는 소설 속 재해는 과연 자연재해일까? 인재일까? 불가항력적인 재난이라는 점에서는 자연재해가 확실해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전 지구를 뒤흔든 병충해라는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풍요를 위해 인류가 저버린 ‘종 다양성’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먹거리 생태계는 소수의 대량 생산 품종들이 꽉 주름잡고 있다. 수확량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기업 생산 방식에 맞추어 품종을 획일화한 까닭이다. 그래서 전 세계 7,000여 종의 작물 가운데 우리의 식탁에 주로 오르는 것은 12종 안팎에 지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소설 속에서 엘라의 아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계란을 전부 한 바구니에 담는 실수”(52쪽)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획일화된 곡물 품종은 기후 위기, 병충해, 전쟁 등 특수한 외부 요인에는 너무나 취약해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직격탄을 맞는다. 그를 주식으로 삼는 동물과 인간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바나나겟돈’이라고까지 불리는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이다. 대량 생산되는 주요 바나나 품종이 멸종 위기에 놓이면서, 미래에는 바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거나, 희귀 품종의 값비싼 바나나를 부자들만 즐기게 될지 모를 상황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우리의 주식이 되는 쌀, 밀, 감자 같은 농작물에 벌어진다면? 그럴 때 전개될 최악의 식량난을 그린 작품이 바로 《씨앗을 쫓는 아이들》이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두 아이는 “미친 영감” 취급을 받던 에머리의 할아버지가 남긴 씨앗 창고를 찾아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자를 모으기 위해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녔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씨앗의 방주로 불리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처럼 이 땅과 식물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지금 지구라는 대지에 주어진 지상과제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보다 다양한 씨앗을, 보다 다양한 가치를 끌어안는 존재가 되라는 것 말이다.

목차

엄마는 어디에 7
어 둠의 도시 15
뜻밖의 불청객 26
탈출 37
아무도 믿지 마 45
머리로 걷는 법 64
붉 은 먼지 81
한 발, 또 한 발 97
추 격자들 114
나 를 이루는 사람들 122
엄마의 그림자 129
서 툰 사냥꾼 159
무덤의 주인 183
내 곁을 떠나지 마 194
종자 은행 207

본문중에서

〈어둠의 도시〉 중에서
_ 만인이 만인의 늑대가 되어 버린 무정부 상태의 도시……. 부자 동네에서조차 물자와 에너지를 독점한 악당들이 활개를 친다. 생선 통조림 세 개가 2천 달러짜리 반지에 거래될 정도. 이 끔찍한 식량난은 어느 날 갑자기 붉은곰팡이의 습격으로 시작되었다.

그 못된 붉은곰팡이가 밀가루를 만들 밀도 죽이고, 귀리도 죽이고, 설탕과 시럽을 만들 사탕수수도 죽였다. 게다가 소들이 먹을 목초마저 죽여 버터까지 바닥났다. 아빠랑 내가 앤잭 비스킷을 만들 때 쓰던 재료는 아예 씨가 말랐다. 앞으로 사는 동안 앤잭 비스킷은 구경도 못 하겠지. (중략)
붉은곰팡이 때문에 목초가 시들자 소와 양이 굶주려 떼죽음을 당했다. 아마도 마루키에게는 행복한 시절이었을 거다. 고기를 실컷 먹어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검은 털은 까마귀처럼 윤기가 흘렀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고갈되었다. 우리는 몸속 지방과 얼마 남지 않은 식량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오빠는 어디로 떠나는 게 쉬운 일인 양 말했다.
“여기 있으면 우린 굶어 죽을 거야. 지금 떠나는 게 최선이야.”
_ 본문 18~19쪽

〈탈출〉 중에서
_ 작품의 무대는 대륙 자체가 하나의 나라를 이룬 호주. 어디를 가나, 어디를 보나 더 이상 초록빛을 찾을 수 없는 황무지를 바라보던 엘라는 가슴속에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시시각각 하늘이 밝아졌다. 이윽고 대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었다. 온 세상이 너무나 황량했다.
메마른 땅에 삐죽 튀어나온 앙상한 나무 몇 그루와 초라한 잡초. 초록빛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잔디가 시들고 공원이 황폐해진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시 밖까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장면은 과장이 아니었다. 밀알이 빨개지다 까맣게 타 들어가듯 죽어 버리는 모습. 이 나라 전부가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붉은 땅이 언덕 너머에도 계속 펼쳐져 있다니. 마치 사막이나 달 표면에 서 있는 듯했다.
_본문 40~41쪽

〈나를 이루는 사람들〉 중에서
_ 앞으로 남은 길은 200킬로미터. 가진 건 생감자뿐이고, 개들한테 먹일 고기는 떨어졌다. 유독 힘이 좋아 썰매를 잘 끌던 개 울프는 부상을 당해 겁쟁이가 되었고, 오빠 에머리는 총격으로 부상을 당한 상황이다. 게다가 오토바이를 탄 악당들은 두 남매를 쉬지 않고 쫓아온다.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던 에머리는 엘라의 엄마를 ‘남’이라고 선 긋고 반항할 수밖에 없던 지난날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늘 양쪽 세계의 장점을 모두 받아들이려고 애썼어. 맨 처음 엄마가 아빠한테 가라고 했을 때는 왜 내가 집을 떠나야 하나 싶었고, 할아버지한테 나 좀 그냥 있게 해 달라고, 엄마랑 할머니한테 말 좀 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애원도 했지. 나는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게 걱정스러웠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 적어도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아빠랑 지내 보라고. 그 또한 내 일부가 될 거라고, 내가 그걸 무시한다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지. 내가 나를 이루는 내 사람들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할아버지는 그러질 못했대. 할머니의 아프간 음식과 관습을 알듯,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우리 땅과 우리 부족, 우리 농법을 알듯, 아빠 쪽 방식도 알아야 한댔어. 몸 하나에 여러 가지 문화를 담으려니 쉽지 않아. 나는 그저 우리 할아버지를 닮고 싶을 뿐인데.”
_본문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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