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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달콤한 직업 :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 | 천운영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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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천운영
  • 출판사 : 마음산책
  • 발행 : 2021년 03월 20일
  • 쪽수 : 300
  • ISBN : 9788960906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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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천운영의 첫 산문집, 스페인 식당 운영기
“‘돈키호테의 식탁’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애틋한 경험들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삶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문장의 소설가 천운영의 첫 산문집 『쓰고 달콤한 직업』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천운영은 소설집 『바늘』 『명랑』 『그녀의 눈물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을 통해 동물적인 대상 등 개성 있는 소재와 이를 다루는 생생한 묘사, 날 선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이다. 그런 그가 2000년 등단 이후 21년 만에 첫 산문집을 내놓았다.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운 천운영 작가가 서울 연남동에 스페인 가정식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차리고 운영했던 이야기와 직접 요리를 하며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담았다.

식당 오픈 전날, 동료 작가들이 모여 와인 잔에 붙은 라벨을 떼고, 냅킨을 접고, 부족한 도구를 사러 나가느라 좌충우돌했던 에피소드부터 근처 식당 셰프들과의 모임 후기, 식당 마지막 영업 날 찾아온 가족 손님 이야기까지 자영업자이자 요리사로서 뭉클하면서도 고달팠던 추억들이 애틋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또한 식당 운영뿐 아니라 어린 시절 맛에 얽힌 추억, 음식과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소설을 전혀 쓰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제목처럼 이 책은 ‘쓰고 달콤한’ 삶의 궤적들로 촘촘하다.

출판사 서평

사람과 음식에 얽힌 기억,
소설가의 입담으로 풀어놓는 독창적인 이야기들

한국문학번역원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에 갔던 천운영 작가는 그곳에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빠져 소설에 등장한 음식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레지던스를 마친 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 유학을 감행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한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지만, 막상 오픈하기까지 주변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빵집을 하던 친구는 자영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반대하고, 박찬일 셰프 역시 오픈 직전까지 반대하다가 개업식 날 식당에 와서 업무를 도와주고 앞치마를 선물하고 갔다. 저자는 식당을 연 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근처의 셰프들과 ‘연남동 앞치마들’을 결성한다. 이들과 식당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고, 같은 자영업자로서 애환을 나눈다. 그러나 작가는 이익을 남겨야 하는 사장으로서의 자질은 한참 부족했던 모양이다. 한 파스타집의 셰프는 저자에게 원가관리에 대한 충고를 하다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제가 장담하는데요, 사장님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 남아요, 정신 좀 차리세요, 제발. 결국 그는 정색하고 내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그 후로도 계속 정신을 못 차렸다. _47쪽

문어를 삶느라 혼신의 힘을 다하고, 파에야는 하루 전에 예약을 받아 4인분 이상을 만든다는 원칙을 세우고, 엄마와 함께 요리를 준비한 저자는, 식당 이야기뿐 아니라 음식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들도 다채롭게 풀어놓는다. 스페인에서 음식을 배우던 시절, 하몽 기술자에게 하몽 자르는 법을 배우며 그 돼지가 먹었던 도토리의 맛과 누비던 숲과 바람을 상상하기도 하고, 대학 시절 풋사랑의 ‘산오징어 먹어봤나’라는 한마디를 마음에 담고 있다가 드디어 산오징어 맛을 본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저자에게는 산오징어가 풋사랑의 맛, 첫사랑의 맛이었다. 어느덧 그 시절로부터 멀리 와버렸음을 깨닫지만 맛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독자들을 옛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아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책의 4부에는 ‘돈키호테의 식탁’에서 진행했던 인터뷰들이 실려 있다. 천운영 작가는 인터뷰이들의 특징을 면밀히 살핀 후, 그들에게 걸맞은 음식을 준비한다. 유현준 건축가에게는 해물죽, 노라노 패션 디자이너에게는 파에야와 초리조를 준비하는 식이다. 유현준 건축가가 해물죽을 먹으며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먹었던 김치죽을 떠올리는 장면은, 보편적인 유년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음식에 개인적인 서사를 불어넣는 감각은, 과연 그가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임을 깨닫게 한다.

멸치를 기다리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맛과,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맛을, 어떻게든 기억해내는 일. 그러면서 침샘을 여는 일. 멸치 비린내가 진동하겠구나. 그 비린내 속에서 행복하겠구나. 미리미리 즐거워하는 일. _115쪽

식당 문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어떤 문’이었다
소설 쓰기와 요리하기의 사이에서

『쓰고 달콤한 직업』에서 인상 깊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천운영 작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하던 고학생 미순 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작가가 잘 따랐던 미순 언니, 공장 일을 재빠르게 해내던 미순 언니. 저자는 어느 날 미순 언니의 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식사로 계란프라이를 대접받는다.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찰나, 언니의 말이 들려온다. “넌 사장 딸이잖아.” 그 말이 뜻하는 계급 차이를 실감한 작가는 서글프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느꼈고, 그 후 계란프라이가 지닌 복잡한 맛의 비밀을 안고 살았다.
비록 식당을 하는 동안에는 소설을 쓰지 못했다고 괴로워했지만, 음식을 차리고 글을 쓰는 셰프 겸 작가로서 저자는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우고 익히고 소화했다. 교도소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편지를 받기도 하고, 이웃과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사소한 분쟁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소설가에게 이 모든 경험은 소설 쓰기의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연남동 ‘돈키호테의 식탁’은 더 이상 가볼 수 없지만, 천운영 작가에게 식당 운영의 경험이 어떤 문학적 자양분으로 남았을지, 산문집을 읽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글이 주는 힘에 대해서도. 내 어깨를 두드려준 누군가의 편지를 생각했다. 내가 계속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 사람들. _74쪽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이제 더 이상 이런 식탁은 차릴 수 없겠구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차리는 식탁. 겨우 음식을 차린 대가로 들을 수 있었던 거대한 감사 인사. 그와 더불어 듣게 되었던 수많은 사연들. 오늘 내가 소진한 것은 냉장고에 든 음식 재료들이 아니었구나. 어떤 기회, 어떤 위안, 어떤 고마움, 어떤 감동. 내가 닫는 것은 그저 식당 문이 아니었구나. 하나의 세상, 그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어떤 문이었구나. _184~185쪽

목차

책머리에 - 마지막 날의 계란프라이

1부

나와 산초와 잿빛 당나귀
엄마의 정육점 단골 비법
‘겁대가리’ 없는 년의 개업식
영자의 전성시대
우리들의 앞치마
칼 가는 오후
일수 명함을 집어 들며
봄날의 고양이들
교도소에서 온 편지
꽃보다 예쁜 명자 씨
사촌이 땅을 사면
내 꿈의 주인은
돼지의 보복
소설 쓰기와 사람 쓰기의 사이에서

2부

요로코롬 문어 삶기
멸치가 오고 있다
내 사랑 오징어
아스파라거스와 파슬리
이 계란 요리가 특별히 귀한 이유
파에야는 왜 안 됩니까?
파는 좀 더 우쭐해질 필요가 있다
알멘드라의 추억

3부

쓰레기 전쟁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번데기와 다시다 반 스푼
구두장이처럼
돈키호테의 죽음
특별한 계란의 복잡한 맛
멜로디언을 부는 밤
마지막 영업일의 2인 식사권

4부

유현준을 건축가로 만든 일요일 오후의 김치죽
배우 문소리는 무얼 먹고 사는가
슈거·카페인·리퀴드·클라우드ㆍ편도·햄버거·뮤지션·이이언
멸치식초절임과 승효상의 알리오올리오
노라노와 함께한 매혹의 식탁
정지영이라는 캐릭터 혹은 브랜드
소설가 김훈을 이루는 맛

본문중에서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있고, 산초에게는 루시오가 있듯, 나에게도 지푸라기 당나귀가 있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리라. _26쪽

나는 궁극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셰프님인가 사장님인가 작가 셰프인가 셰프 작가인가 업주님인가. 멋지고 근사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지금 어떤 피를 흘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 _42쪽

내가 입고 잔 앞치마는 어떤 복장이 아니라, 긴장한 내 몸의 일부였다. _44쪽

그냥 그러고 싶었다. 소설가적 상상력으로 그의 인생을 가늠해보거나 드라마틱하게 각색하지 않고, 그냥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노인의 칼 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_51~52쪽

하몽 자르는 법도 배웠다. 하몽 기술자는 하몽에 칼을 꽂아 넣기 전에, 그 흑돼지가 살았던 평야와 도토리나무를 먼저 보여주었고, 하몽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꽤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 그 자부심. 이것이 바로 도토리고 바람이고 바다고 들판이라는 선언. 껍데기를 벗겨내고 복숭앗빛의 지방을 매만지고, 한 장 한 장 얇게 살을 발라내는 동안, 결과 무늬와 감촉과 향에 대한 긴 설명을 하는 그는, 어쩐지 엄숙하고 어쩐지 경건했다. _55쪽

하몽 칼은 칼의 위엄을 넘어서 어떤 우아함까지 가지고 있다. 길고 가늘고 위태로운, 날렵한 아름다움. _57쪽

기회와 선택에 대해 생각한다. 기회와 선택은 대단한 성공이나 출세나 특별한 변화의 순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궁지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와 선택. 그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므로. _69쪽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글이 주는 힘에 대해서도. 내 어깨를 두드려준 누군가의 편지를 생각했다. 내가 계속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 사람들. _74쪽

소설이란 것은 세상에 토해놓는 토사물이 아니라, 세상을 먹고 제 몸에서 소화시킨 다음 가까스로 싸놓은 똥 덩어리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_90~91쪽

아무 생각 없이 써온 이 문장들에는 확실히 입장과 위치가 내포되어 있다. _101쪽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해야 한다. 먹거리 이전에 한 생명체였으므로. _109쪽

멸치를 기다리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맛과,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맛을, 어떻게든 기억해내는 일. 그러면서 침샘을 여는 일. 멸치 비린내가 진동하겠구나. 그 비린내 속에서 행복하겠구나. 미리미리 즐거워하는 일. _115쪽

홍원항에서 갑오징어가 올라오는 날은, 사랑해와 미안해 사이에서, 단맛과 쓴맛 사이에서, 왔다리 갔다리 오고 가고 돌아가고 멈춰 서는 날. 영원히 첫사랑의 날. _120쪽

아스파라거스는 연필 두께 정도에 진한 초록색이었다. 쌉싸름하면서 고소했다. 눈물 나게 맛있는 맛이었다.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오늘 아침에 산에서 꺾어오셨단 말이지 하다가, 어느 숲에서 고사리를 꺾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고, 그 고사리를 널어 말리던 손길의 나긋함이 그리워졌고, 고사리에서 두릅으로 원추리로 오가피로, 따사로운 햇살을 등지고 무언가를 툭툭 끊어 바구니에 담는 어느 봄날의 풍경이 휙 지나가면서, 당장 엄마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엄마가 그리워졌다. _123쪽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짜장면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온몸으로 먹어주기. 지금도 그렇다. 사랑하는 건 온몸으로 먹어줘야 한다. 그게 뭐든. 후루룩 쩝쩝. _156쪽

나는 종종,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오래전 먹었던 미순 언니의 계란프라이의 맛을 떠올리곤 한다. 그 맛을 기억하기 위해, 그 복잡한 맛의 비밀에 닿기 위해, 소설이라는 다른 도구를 선택한 것이라고. 또 어쩌다 식당을 차렸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에는, 그저 누군가에게 밥을 해 먹이고 싶다거나, 다른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하곤 했다. _176쪽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이제 더 이상 이런 식탁은 차릴 수 없겠구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차리는 식탁. 겨우 음식을 차린 대가로 들을 수 있었던 거대한 감사 인사. 그와 더불어 듣게 되었던 수많은 사연들. 오늘 내가 소진한 것은 냉장고에 든 음식 재료들이 아니었구나. 어떤 기회, 어떤 위안, 어떤 고마움, 어떤 감동. 내가 닫는 것은 그저 식당 문이 아니었구나. 하나의 세상, 그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어떤 문이었구나. _184~185쪽

사랑받았죠. 맞아요, 사랑받았어요. 무대가 그런 역할을 해요. 회복이나 치료. 인간에 대한 온도가 높아지는 것 같고, 치료받은 것 같고, 그래서 회복한 것 같고. _209~210쪽

그렇지 배우는 사랑을 먹고 살지. 무대의 사랑, 관객의 사랑, 연출의 사랑,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 _210쪽

세상은 더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안 돼. 완벽주의자들은 머릿속으로 완벽한 계획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이루거든. 불완전한 대로 실행에 옮기고 해가면서 또 고치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거야. _223쪽

삶이란 게 뭘까. 무슨 의미가 있어서 삶은 계속되는 걸까.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거야. 반짝이는 순간들이 너무 예뻐서 그걸 보려고 이어지는 거라고. _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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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저자 천운영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바늘'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바늘』,『명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을 냈다. 신동엽창작상(2003), 올해의 예술상(2004)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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