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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 내가 사랑하는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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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허윤선
  • 출판사 : 세미콜론
  • 발행 : 2021년 03월 05일
  • 쪽수 : 192
  • ISBN : 979119118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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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좋아하는 음식으로 별명까지 생기기란 보통의 일은 아니다. 보통 별명이란 것은 이름을 변형하거나 생김새와 같은 특징에서 유래되기 마련이라서, 음식으로 만든 별명을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어지간히 좋아해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러나 여기, ‘훠선생’이라 불리는 자가 있다. 바로 《얼루어》 매거진 피처 디렉터 허윤선 기자. 그리고 쉽게 예상할 수 있듯 ‘훠’는 그녀의 성인 ‘허’를 대신해 붙은 ‘훠궈’의 앞글자다.
훠궈란 음식은 본디 물결 무늬로 반반 나뉘어진 커다란 냄비에 두 가지 육수를 선택하고 각종 야채와 고기 및 해산물을 담가 익혀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다. 세 가지 혹은 그 이상 나뉘어진 냄비도 보기는 보았다. 이 흔하지 않고 간단하지 않은 음식을 언제고 어디서고 혼자라도 먹으러 가는 사람. 그도 모자라 이 범상치 않은 냄비를 집에도 구비해두고 언제든 ‘홈궈’를 즐기는 사람. 건대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자재 마트를 집 앞 슈퍼처럼 드나드는 사람. 베란다에 고수를 키우며 이탈리안 셰프가 허브를 끊듯 고수 이파리를 끊어 온갖 음식에 넣어 먹는 사람. 서울은 물론이고 중국과 홍콩의 웬만한 훠궈집을 모두 섭렵한 사람. 그녀가 그렇다.

출판사 서평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훠궈는 늘 끓고 있다
패션지 에디터이자 ‘훠궈 러버’ 허윤선이 뜨거운 냄비에서 건져올린 글들

조금 과장을 보태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시작했던 나이 때부터 훠궈를 좋아하기 시작한 그녀의 훠궈 역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에 유례없는 마라 열풍이 불어 거리에는 흔하디흔한 커피 체인점보다 마라탕집이 더 많아졌을 정도이지만, ‘훠궈’는 물론이고 ‘마라’라는 단어조차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던 그 시절부터 훠궈 탐방은 시작된 것이다.
조금 덧붙여 설명하자면,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사천 지방 향신료로 저릴?마(麻),?매울?랄(辣)를 쓴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라는 뜻이다. 마라는 훠궈의 바탕이 되는 사천식 홍탕 육수의 재료이니, 훠궈는 마라의 상위개념쯤 되는 셈이다. 홍탕 외에도 사골이나 생선 등을 이용해 맑은 국물을 내는 백탕, 그 밖의 버섯탕, 토마토탕, 후추탕 등이 있다. 그녀는 마라의 선구자가 되어 대한민국에 갓 시작한 훠궈 가게들을 찾아 다녔다. 이제는 꽤나 현지식에 가깝게 재현해내는 가게도 많아지고 아예 중국 유명 훠궈 체인의 한국 분점들도 속속 생겨났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주 가벼운 마라로 만든 훠궈였으나 그조차도 먹기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간을 거쳐 지금은 ‘훠선생’이라 불리며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훠궈 전도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녀에게는 ‘훠선생’ 말고도 ‘훠궈 프린세스’라는 별명도 있다. 훠궈는 본래 우아하게 먹기란 어려운 음식이고, 먹다 보면 그 얼얼하게 매운맛에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는 콧물과 땀과 눈물이 줄줄 흐르고, 목구멍을 찌르는 기침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별명이 어쩐지 너무나 어울리는 것은 그만큼 그녀만큼은 훠궈를 먹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한마디로 느껴지는 고수의 포스.

월간지 기자라는 직업 탓인지, 숱한 시간 훠궈를 먹으며 즐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취재하고 또 새로운 식경험을 추가해나간다. 좋아하는 만큼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 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해외 출장길에서 조금 남은 여유 시간을 쪼개 영화 〈무간도〉 속 질그릇 화로 훠궈집을 찾아가고, 여행이든 휴가든 낯선 곳에서도 훠궈집은 여지없이 필수다. 여기에 중국 음식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와 전문책들도 열심히 찾아보고 여러 식당을 돌며 각각의 특색과 차이점을 몸소 익혔다. 덕분에 이 책에는 훠궈의 유래와 역사, 그 종류에 대한 지식이 빼곡하다. 지금은 가격도 그리 저렴하지 않고 푸짐하게 먹는 고급음식이 되었지만 그 시작은 저렴한 재료들로 노동자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음식이었다는 사실도 그리하여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기이한 재료들에 대한 소개까지, 이 책은 훠궈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월간지 마감을 끝내고 홀로 훠궈를 끓이던 새벽 4시 45분. 미루고 미루다 겨우 떠난 휴가지 북유럽에서 만난 지옥탕 같았던 마라탕. 큰 수술을 마치고 집에서 요양하는 와중에도 지사제와 소화제를 품에 안고 훠궈를 먹으러 가던 길. 훠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꾸려진 훠궈 원정대의 추억. 중요한 셀러브리티를 인터뷰하는 긴장되는 순간에도 훠궈를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로 일순 화기애애해지던 촬영장….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인생 순간순간마다에는 언제나 훠궈가 있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도. 먹는 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따뜻한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이 훠궈라는 음식에 이 책의 작가 허윤선이 어떻게 위안받고 또 몸과 마음을 데워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마음에 찬바람이 불고 유독 고단하고 지치는 날, 내가 확실하게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그 음식에 몸을 푹 담그고 무아지경으로 먹다 보면 조금은 또 기운이 난다는 것. 그런 음식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든 순간을 버티고 지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 새삼 든든하다.
훠궈의 도시 중국 청두에는 당분간 갈 수 없겠지만 여기 대한민국 분점에서 현지에 가까운 훠궈를 먹으며, 오늘치 고단함을 털어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사

실전을 위한 비기가 곳곳에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반짝인다. 나름대로는 스스로를 마라 중독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크게 반성하며 새로운 도전을 마음먹게 되었다. 훠궈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허윤선 기자의 추억을 따라 읽다 보면 여럿이 훠궈 냄비에 둘러앉아 있는 듯한 훈기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엔 누구라도 이렇게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역시 훠선생이다!”

목차

프롤로그 태초에 마라가 있었다

롸잇 타임, 롸잇 띵
소스가 먼저다
새벽 4시 45분의 훠궈
코펜하겐에서 만난 지옥
연말엔 다이어리
훠궈라니, 베이비
‘홈궈’의 기쁨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렇게 단골이 된다
금지된 것을 소망하다
마카오의 조개무덤
꼬치꼬치 훠궈
빠르게 정확하게 맛있게
중경신선로를 추억하며
닭이 먼저냐, 훠궈가 먼저냐
선생님, 제가 위염이라니요!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
훠궈라는 이름의 우정
파티원 구합니다
단추로 끓인 백탕
로맨스냐, 비장미냐
기이한 재료를 위한 변명
언제나 마음까지 데워주는 것
일시적인 식욕부진
3교시 훠궈 한자 능력시험
건대에 가면
베란다에서 자라는 고수
오늘 꼭 먹어야 하는 이유

에필로그 지금은 갈 수 없는 청두를 위하여

본문중에서

그런 마감을 하고 나면 몹시 피곤해서 어서 눕고 싶기도 하지만, 이미 저녁을 먹은 지 오래된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내고, 마감이 끝났다는 기쁨과 희열에 집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그럴 때는 마감 동지들을 모아서 간다. 훠궈 식당으로. 아무래도 가장 맛있는 건 최후의 마감이 끝난 날의 훠궈다. 그때만큼은 훠궈가 정말 시원하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술을 즐기는 동료들은 맥주 주문을 잊지 않는다. 마감은 끝났고 배불리 먹은 후에는 그저 침대에 쓰러지면 되니까.
30-31쪽 새벽 4시 45분의 훠궈 중에서

“훠궈가 먹고 싶어.”
그러자 남자, 편의상 H라고 하자. H가 웃음을 터트렸다.
“훠궈라니, 베이비.”
그에게 훠궈는 요리도 아니었고, 데이트하는 여자와 먹을 음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훠궈는 겨울에나 먹는 거라고.”
51쪽 훠궈라니, 베이비 중에서

이 훠궈 냄비가 우리 집에도 생겼다. 집에서 먹는 훠궈를 나는 내 멋대로 ‘홈궈’라고 부르고 있다. 마라 중독자이자 훠궈 중독자인 나 역시 홈궈를 시도해보았다. 다들 즐기기만 한다면야 훠궈는 홈파티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모여서 도란도란 먹는 동안 시간도 잘 가거니와 다양한 재료를 마련한 보람도 있으니까.
59쪽 ‘홈궈’의 기쁨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위로가 있다면 그건 “밥 사줄게.”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통스럽고 슬플 때 위로가 된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전부는 아니어도 반쯤은 “밥 사줄게. 밥 먹자.” 하던 순간이었다. 나도 누군가가 슬프고 힘든 시기를 겪으면 그렇게 말해왔다. “밥 사줄게. 밥을 먹자.” 그렇게 해서 마주 앉아 뭔가 따스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실제로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더라도 마음의 단단한 응어리 같은 게 풀리곤 했다.
81쪽 금지된 것을 소망하다 중에서

다음 날, 검진이 끝난 후 의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여기 보세요. 위염입니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시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세요.” 의사의 말에 나는 고해성사하듯 검사 전날 훠궈를 먹었음을 고백했다. “훠궈…? 마라탕 같은 건가요?”라는 말과 함께 의사는 내게 조언했다. 아무튼 그걸 먹지 말라고.
125-126쪽 선생님, 제가 위염이라니요! 중에서

나는 훠궈의 온도가 좋다. 데일 듯 뜨거운 음식이라서, 늘 끓고 있는 음식이라서 좋다. 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식지 않는다. 그 뜨거움이 나의 추위를 녹인다. 피부에 닿는 차가움도, 왠지 모를 마음의 시림도 그 온기 앞에서는 다 사라지는 것 같다. 마음이 추울 때 찬 음식만큼 서러운 것은 없다. 그렇게 해서 나는 혼자든 여럿이든 훠궈를 끓일 때면 조금 따스해진다. 따스해진다는 건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161쪽 언제나 마음까지 데워주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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