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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 도정일 문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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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도정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1년 02월 22일
  • 쪽수 : 35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7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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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으로 온 시대를 살아낸 세기의 인문학자 도정일의 궁극적 질문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문학에세이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가 출간되었다. 그간 문학동네에서 펴내온 ‘도정일 문학선’의 4권으로, [시인은 숲으로 가지 않는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간이다. 도정일은 문학평론가이자 문화운동가, 전 경희대 영문과 교수이자 번역가, 인간·사회·역사·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학적 가치의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교육자이기도 한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이다. 1994년 출간된 첫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가 평론집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후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등 산문집이 스테디셀러가 되며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 올해로 여든하나의 나이가 된 그가 온 생애를 투신해 연구해온 문학에 대해, 그리고 온몸으로 살아낸 시대에 대해 단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지금 이 시대에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가 20년간 써온 글들을 모아 주제에 따라 세 권으로 묶었다. 3월 문학에세이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4월 문학이론집 [이야기의 바깥은 없다], 5월 문화에세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가제)로 연이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출판사 서평

이야기가 끝나는 날 인간은 최종적으로 소멸하고 이야기의 세상도 끝난다.
이야기의 세상이 끝나면 인간의 역사도 끝난다.
이야기의 종언이 역사의 종언이다.


이야기는 의미 없는 세계에 의미를, 희망이 없는 세계에 희망을, 정의가 없는 세계에 정의를 집어넣으려는 인간의 노력을 대표한다. 오래된 경험들이 인간에게 제기하는 도전치고 이보다 더 큰 것이 있는가? 인간이 이 세계에서 하는 일 중에 그 세 가지 작업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는가?
_15쪽, 「오래된 것들의 도전」

1부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론으로 부 제목으로 삼은 중요한 화두에 대답을 제시한다. 문학의 근본적인 속성과 그것이 내재한 힘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그에게 문학이란 유한성과 무한성이 교전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빛과 같은 것이다. “유한성의 경험에 모순이라는 주사약을 찔러넣는 순간 그 경험에는 드라마가 도입된다. 인간은 자신의 목숨, 자원, 능력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한성에 보복하려는 충동과 욕망을 갖고 있다. 그 욕망은 무한하다. 인간은 무한한 생명, 무한한 능력, 무한한 권력, 무한한 지식처럼 무한한 것을 찾고 무한한 것을 그리워한다.” 유한한 존재이면서 무한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문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언어 형식이라는 말이다.
혹자는 지금이 문학하기 어려운 시대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영상시대란 인간이 ‘세계를 이미지로 바꾸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는 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 시대는 시각 쾌락의 시대, 시각에 의한 세계 소유의 시대, 시각의 권력화 시대이다. 영상시대의 문학은 시각의 노예가 아니라 시각 쾌락의 시대에 대한 반역이다.” 문학이 시각의 노예가 아니라 시각 쾌락의 시대에 대한 반역이라는 그의 선언이 자못 신선하다. 이와 같은 논의는 오천 년이 넘게 이어져온 텍스트 예술이 디지털과 영상시대, 그리고 뉴미디어시대에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또한 그는 이러한 시대에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 효용과 가치를 역설하고, 그와 같은 사유는 21세기의 통합학문적 문학교육과 인문학교육에 대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2부 ‘이론은 문학을 죽이는가?’는 동 제목의 영문학회 발제문으로 시작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말한 시인으로서의 ‘환희와 절망’을 빌려 문학을 읽고 향유하고 비평하는 이의 ‘환희와 절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는, 그 두 가지 감정의 기원을 깊이 탐구한다. 그리고 문학예술의 가장 큰 힘이 ‘존재의 확장’에 있으며 이론이란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구조 분석이 아니라 작품의 이해를 확장함으로써 독자를 새로운 지평으로 안내하는 일이라 역설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후에는 ‘뉴욕 테러로 생각해보는 정치와 문학’ ‘오바마의 스토리텔링’ ‘문화예술의 번역 문제’ 등 현실세계의 원리가 구동하고 있는 장 안에서 문학이 변모하는 모습을 흥미로운 주제들을 통해 구체화한다.

마지막으로 3부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에서는 현재 사회의 쟁점으로 부각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이 문학이라는 형식과 어떤 방식으로 유기적으로 관계 맺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외의 화두는 ‘문학성’이다. 그는 “문학은 정치 선언문도, 팸플릿도, 구호나 성명도 아니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이 당대의 역사적 세력들과 맺는 관계는 정치적 입장의 직접 표현을 통한 관계 맺기일 수도 있지만(이 방식은 대부분 비효율적이고 비예술적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한편 “문학예술 생산자가 반드시 자기 시대의 곤혹과 딜레마에 대한 인식 혹은 통찰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비평적 견해는 좌우 살필 것 없이(사실은 살피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이다”라고도 말한다. 그에게 문학성은 ‘가치이면서 문제’이다. 문학은 시대에 영합하지 않지만 시대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그에 따르면 문학성이 이 시대의 문학에 요구하는 것은 오직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소리내고 웃고 울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끝나는 날 인간은 최종적으로 소멸하고 이야기의 세상도 끝난다. 이야기의 세상이 끝나면 인간의 역사도 끝난다. 이야기의 종언이 역사의 종언이다”라고 말하는 도정일에게 문학이란 신앙에 가깝다. 따라서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회의가 아닌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가, 혹은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평생을 문학에 몸담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대답을 제시한다. 다소 대담해 보일 수 있는 제목(‘시대’가 세 번이나 들어간)을 단 이 책을 믿음을 가지고 따라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문학에 대한 진실한 애정을 가지고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무엇보다 그의 글이 지닌 미덕은 어려운 글도 쉽게 읽히도록 하는 탄력적인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문장을 마음놓고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책 속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담겨 있던 구절이다. 나에겐 문학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요약해주는 말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문학과 관계 맺은 사람치고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예컨대 이 책에 수록된 어떤 글에서 시인 오든은 그가 아폴론의 시대라 부른 자기 당대에 문학이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장난스럽게, 그러나 진지하게 충고한 적이 있다. 그 충고는 당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당대를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문학은 당대에 뿌리를 두고서 당대가 넘으려다 넘지 못한 불완전성, 뚫고자 했으나 다 뚫지 못한 한계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당대와 소통하면서 당대를 넘어선다. 한계는 그저 한계가 아니라 다음 시대의 잠재성으로 남는다. 문학에 대한 나의 믿음은 그곳에 있다.

목차

1부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래된 것들의 도전―이야기는 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가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디지털 시대의 독서론
영상시대 문학의 힘과 가능성―서사문학의 입장에서
문학전집, 왜 읽는가
왜 고전을 뽑고 고전을 읽는가
비평은 무슨 일을 하는가
비평의 위기와 비평의 활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통합학문적 문학교육을 위한 제언
문학과 문화연구의 미래―21세기 인문학교육의 방향을 생각하기

2부 이론은 문학을 죽이는가?

이론은 문학을 죽이는가?
퇴행문화시대의 예술―최근 예술의 문제적 성격: 그 이론적 근거와 시대적 의미
종결의 정치담론과 문학적 상상력―뉴욕 테러로 생각해보는 정치와 문학
오바마의 스토리텔링
반쪽의 것들에 대한 이 치명적 매혹―노벨상 수상 작가 나이폴의 글 쓰는 방법
문화예술의 번역문제
두꺼비의 헌집과 새집―언어, 문학, 문화: 21세기 영문학교육의 방향 모색

3부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문학성 문제와 이 시대의 문학
문민시대와 민족문학
지구화 문맥 속에서의 민족 개념과 민족문학
생태문학의 딜레마
사회적 백치를 양산한 문학
한국 문학, 오르한 파묵에게 배워라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전망
망각의 오디세우스

본문중에서

이야기는 의미 없는 세계에 의미를, 희망이 없는 세계에 희망을, 정의가 없는 세계에 정의를 집어넣으려는 인간의 노력을 대표한다. 오래된 경험들이 인간에게 제기하는 도전치고 이보다 더 큰 것이 있는가? 인간이 이 세계에서 하는 일 중에 그 세 가지 작업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는가?

이야기는 인간의 에로스적 활동이다. 이야기가 끝나는 날 인간은 최종적으로 소멸하고 이야기의 세상도 끝난다. 이야기의 세상이 끝나면 인간의 역사도 끝난다. 이야기의 종언이 역사의 종언이다. 그 종언의 시간을 늦추고 연기하기 위해 오늘도 이야기꾼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오래된 것들의 도전' 중에서/ p.15)

유한성의 경험에 모순이라는 주사약을 찔러넣는 순간 그 경험에는 드라마가 도입된다. 인간은 자신의 목숨, 자원, 능력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한성에 보복하려는 충동과 욕망을 갖고 있다. 그 욕망은 무한하다. 인간은 무한한 생명, 무한한 능력, 무한한 권력, 무한한 지식처럼 무한한 것을 찾고 무한한 것을 그리워한다. 유한한 존재의 내부에 무한한 욕망이 들어 있다는 것은 기이한 모순이다. 이 모순 때문에 인간은 내부로부터 쪼개어져 있다. 섹스와 죽음에 대한 인간의 경험이 특이해지는 것은 이런 모순과 분열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섹스하는 존재여서 유별난 것이 아니라 섹스에서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의 모순적 동시 공존을 경험한다는 사실 때문에 유별나다. 그는 죽는 존재여서 유별난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유한성과 무한성의 모순적 동시 공존을 경험하기 때문에 유별나다. 이 유별난 특성을 이야기 만드는 데 도입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드라마의 주입이다. 섹스와 죽음처럼 오래된 것들이 이야기꾼에게 제기하는 도전은 이런 것이다.
“너는 진부한 것에서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오래된 것들의 도전' 중에서/ p.14)

문학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문화 형식이 아니고 대중의 문화적 삶에서도 중심적인 향유 대상이 아니다. 문학의 이 같은 위상 약화는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무력감을 안겨주고 ‘지금은 문학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곤경을 호소하게 한다. 그러나 너무 기운 빠지기 전에 미리 좀 말하자면, ‘기업하기 좋은 시대’라고 말할 때와 같은 의미에서의 ‘문학하기 좋은 시대’라는 것이 있겠는가? 사실 역사상 어느 시대에도 문학은, 한국에서건 어디 다른 곳에서건 간에, 문학 그 자체의 행복을 위해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나팔 불어주고 꽃을 뿌려주는 축복의 계절을 가진 적이 없다. 문학하기 좋은 시대라는 것 따로 있고 문학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것이 또 따로 있어서 시절이 좋으면 번성하고 시절이 나빠지면 말라비틀어져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그런 문학에 ‘문학’이라는 명칭을 붙여줄 수 있겠는가? 지금은 문학이 축복받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문학이 불가능한 시대도 아니다. 문학이 어려운 시대에 문학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역설적 화두를 생각해보는 것이 지금 문학의 할일 가운데 하나이다.
(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에서/ pp.20~21)

다른 예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학도 작가라는 존재의 정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일탈과 도전의 창조적 자유가 생명인 예술 분야이다. 그러나 시장시대에 문화콘텐츠로 생산되어야 하는 문학은 그런 자유를 반납해야 한다. 문화산업에, 대중 소비자들에게 시장시대의 행복과 만족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의 제1법칙은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라’이다. 문화산업은 오늘날 대중의 행복천사가 되어 있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문학이 행복천사의 나팔수가 되고 하수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인간의 삶을 왜곡해야 하고 삶의 진실을 희생해야 한다. 이것은 문학이 견딜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든 시장의 신을 숭배하고 그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번영과 안전을 얻을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시장시대의 행복신화이다.
(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에서/ pp.24~25)

지금은 문학이 축복받는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문학이 통째로 지옥에 빠진 시대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어정쩡한 진술은 두 극단을 피한 중간쯤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고 말하기 위한 절충의 수사가 아니라 시대와 문학 사이의 교섭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존중하려는 비평적 판단의 표현이다. 문학은, 문학이라는 형태의 글쓰기가 몹시 어려운 시대에도 마치 지옥의 지붕을 뚫고 나오는 꽃대처럼 솟아난다. 문학의 이런 힘과 생명력은 시대와의 편안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곧 불편한 관계에서 나온다.
( '지금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에서/ pp.29~30)

기억과 경험은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하고, 이야기로 전달되고 표현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사람은 이야기 속에 태어나 이야기로 성장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다가 이야기를 남기고 죽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이야기로 만들어진다’입니다. 이야기가 사람을 만듭니다. 어떤 이야기 속에 태어나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고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사는가, 그것이 인간의 모습입니다.
( '디지털시대의 독서론' 중에서/ p.41)

영상시대란 인간이 ‘세계를 이미지로 바꾸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는 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 시대는 시각 쾌락의 시대, 시각에 의한 세계 소유의 시대, 시각의 권력화 시대이다. 영상시대의 문학은 시각의 노예가 아니라 시각 쾌락의 시대에 대한 반역이다. 그 반역이 아니고서는 인간존재의 확장과 심화가 불가능하고 존재의 부단한 확장과 심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문학은 어디에서도 그 심미적 차원을 확보하고 유지할 길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영상시대의 문학의 힘과 가능성' 중에서/ p.63)

문학공동체 사람들은 함께, 그러나 서로 다른 눈으로, 문학 읽기에 참여한다는 것이 인생 경험을 심화하고 인간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삶을 기쁘고 즐거운 것이게 하는 비결의 하나는 바로 이런 종류의 심화와 확장의 경험이다. 읽는다는 것은 삶 그 자체이고 우리네 인생이며 이 지상에 살아 숨쉬는 동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짧은 영광의 순간이 아닌가.
( '문학전집, 왜 읽는가' 중에서/ p.70)

문학성은 지금 가치이면서 문제이다. 가치이자 문제로서의 문학성이 이 시대의 문학에 요구하는 것은, 뚫린 귀로 듣고 잘 해석해보면,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소리내고 웃고 울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중에서/ p.270)

시장가치란 ‘그 (시장)가치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가치나 규범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일 가치’이다. 유일 가치는 유일 권력과 마찬가지로 폭력이다. 이 시대의 문학은 조지 소로스 같은 자본가를 두려움에 빠뜨리고 있는 몰가치·무규범 시대에 ‘문학’의 이름으로 존재해야 하는 문학이다. 그 문학은 불가피하게 ‘시장문학’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문학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는 열망을 그 문학은 자신의 내부 명령으로 갖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문학의 딜레마이며 이 딜레마는 아주 정확히 이 시대 인간의 딜레마(‘살자니 이래야 하고 이러자니 죽겠고’)와 일치한다. 문학의 이 딜레마는 역사적인 것이고 그 딜레마를 뚫으려는 문학의 싸움은 정치적인 것이며, 문학이 지키고 실현해보려는 시장가치 이상의 가치는 물건 아닌 인간을 지켜내려는 예술적 가치이다. 이것이 오늘날 문학의 모습, 일, 꿈이고 문학의 문제의식이다. 이 문제의식이 구성해낼 수 있는 문학적 소재와 주제는 사실상 무한이다.
(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중에서/ pp.269~27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1~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10,602권

문학평론가, 문화운동가, 전 경희대학교 영문과 교수, 인간·사회·역사·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적 가치의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 2011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을 주도하여 초대 대학장을 역임했다. 2001년 시민운동 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어린이 전문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을 전국 14개 도시에 건립하였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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