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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연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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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원님이 된 연암이 남긴 경세제민의 문장들!
연암 만년의 빛나는 문장들을 낭송으로 만난다!

동아시아의 산문 고전을 낭송에 적합하게 엮어, 그 빛나는 문장과 사유를 맛볼 수 있도록 기획된 ‘낭송Q시리즈 산문편’의 첫번째 책. 이 책 『낭송 연암집』은 조선 후기 가장 뛰어난 문장가였던 연암 박지원의 글 중, 특히 ‘생계형 벼슬길’에 나아간 50세 이후의 글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만년에 벼슬을 시작한 연암은 안의 현감, 면천 군수, 양양 부사 등 주로 지방의 수령직을 거쳤는데, 이 시기 동안 평소 가지고 있었던 경세제민의 포부를 마음껏 펼치면서, 그 세세한 사정을 특유의 빛나는 문장들로 써내려가고 있다. 흉년으로 고통 받는 백성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구휼하고, 살인사건에 얽힌 억울함을 풀어주고, 천주학에 빠진 백성들을 따뜻하게 품는 등, 연암은 백성과 세상에 대한 공감능력으로 많은 일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이루어나갔다. 『낭송 연암집』을 통해 만년의 연암이 쓴 문장들을 읽고 낭송하면서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잃지 않았던 연암의 자유와 여유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낭송 연암집』 풀어읽은이 인터뷰

1. 연암 박지원의 문장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연암의 글이 읽히고 사랑받는 것은 어떤 매력이 있어서일까요?

개성을 그렇게 주장하고, 창의성과 단독성을 그렇게 갈구하지만, 우리들이 추구하는 건 집단화된 개성과 보편화된 창의성과 사회화된 단독성입니다. 이것을 자신의 정체성이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갇힌 줄도 모른 채 갇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이상하게도 뭔가 답답한 듯 울체를 자주 경험합니다. 보편타당이라는 규정력 안에서, 주체적이라는 착각 속에서 관성대로 살고 있는 듯하지만, 내 몸 어디엔가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해명되지 않는 혼란스러움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욕망을 나도 모르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나도 모르니, 몸이 반응해 버린 것입니다.
저는 연암의 글을 읽었을 때, 이 뚫리지도 풀리지도 않던 울체가 해소된 듯 시원했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은 일종의 해방구였습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작품에서 예상되는 바, 저의 선입견일 수 있지만, 그 무거움, 보수성, 엄격함, 고루함, 규칙성, 위계성, 당위성, 보편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을 매우 경쾌하게, 아주 유연하게 표현했습니다. 연암의 글은 어떤 법에도, 어떤 스타일에도, 어떤 가치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대담하고 독창적이고 예리하지만, 또한 따뜻하고 유머가 넘칩니다. 연암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이치와 삶의 방향을 표현했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문장을 구성했습니다. 연암은 글을 통해 지금-여기-나에게 필요한 ‘삶의 출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읽는 이들에게 말을 겁니다. 연암의 글은 세상의 모든 권위,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 앞에 펼쳐진 하늘과 땅, 삼라만상과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정기에 접속하여 새로운 관계와 길을 만드는 경지를 보여 줍니다.
연암은 말했습니다. 우주만물이 책이라고. 하늘과 땅 사이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이 책의 정기라고. 그런데 하늘과 땅이 비록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만물을 낳고, 해와 달이 오래되었으나 그 빛은 날로 새롭습니다. 하늘과 땅, 해와 달. 삼라만상은 한순간도 똑같지 않으므로, 연암의 글은 매번 다르게 구성되었습니다. 하여, 연암의 글은 접속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리고 그 접속으로 우리들은 새로운 삶과 새로운 스타일을 구상하게 됩니다. 연암의 글은 투명하고 통쾌하게 우리들의 갈 길을 열어 줍니다. 연암의 글이 200여 년의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여전히 매력적인 건, 이 때문이 아닐까요?

2. 이번 『낭송 연암집』에서는 연암이 중년 이후에 쓴 글들을 중심으로 엮었다고 하셨는데요. 가장 자유롭고 빛나던 젊은 시절이 아닌 벼슬하던 만년의 글들을 모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암집』을 읽으면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연암 박지원이 수령 생활을 했을 때 썼던 글이었습니다. 연암이 40대까지 썼던 글들은 많이 알고 있었지만, 50대 이후 벼슬살이 하던 시절의 글들은 낯설었던 터라,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낯설음 때문에 50대 이후 만년의 글에 주목한 것은 아닙니다. 연암이 백수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갈고 닦았던 바 그 ‘자유로운’ 삶의 방향과 철학이 수령의 직무를 수행할 때도 변함없이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독서에 매진하는 선비는 천하를 경륜할 수 있다’는 연암의 존재론적 확신이 실제 수령 생활을 통해 너무나 창발적으로 현실화되었음을, 그 만년의 글들은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연암의 지행합일에 대한 경탄, 자기 확신에 대한 감동이 만년의 글을 읽으며 몰려왔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집안은 18세기 당대의 명문가였습니다. 반남 박씨 연암 집안은 선비 집안답게 청렴하고 빈한했지만 영·정조시대 사대부들의 여론을 이끌 정도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주류의 길로 나아간다면 연암의 앞날은 탄탄대로였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연암 박지원은 권력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에 알러지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명령에 순종하고 틀에 맞추는 생활이 체질적으로 안 맞았던 것 같습니다. 연암은 자유롭게 살고 싶은 대로 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사대부의 표준적인 욕망에서 도주하여, 뜻이 맞는 벗이자 스승들과 공부하고 글 쓰며 18세기 사대부의 삶의 방향과 지성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젊은 시절 연암은 빛나는 문장으로, 자유로운 백수로 지행합일의 삶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50대의 연암에게 신분상의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벼슬살이를 시작한 것이지요. 연암은 지방 관아의 현감으로 재직합니다. 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궁벽한 지역의 말단 관리지만 벼슬은 벼슬인지라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간의 미심쩍은 생각으로 50대 이후의 글을 읽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연암도 자유를 포기하고 굴복한 것인가? 혹시 변절? 제 의심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요 의무가 아닌가요? 연암은 이런 차원에서 직업 전선에 뛰어든 것이지 가치관이 바뀌어서 관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건, 연암이 수령직에 너무나 성실했으며, 너무나 창발적으로 일했다는 사실입니다. 연암의 생각과 행동은 벼슬살이하면서도 독창적이고 생기발랄했으며 유연했습니다. 관료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사심이나 욕심 하나 없이 성실하게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황에 딱 맞게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 시절의 글 또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제게 연암 만년의 글들은 백수 시절에 쓴 글 이상의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반백세를 넘는 나이의 제게는 연암 만년의 삶의 태도가 GPS와 같았습니다. 어떤 지위에 있든, 어디서 살든, 그 현장에서 성의와 성심을 다해, 사심도 탐욕도 부리지 않으면서, 생기발랄하게 능동적으로 창발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낭송 연암집』을 기획할 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삶의 좌표를 제시해 준 연암 만년의 글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 연암이 지역의 수령을 하면서 쓴 글들을 보면, 다른 벼슬아치들과의 갈등으로 수령 생활이 편치 않았던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암이 수령 관직에 나아가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연암은 젊은 시절에도 그랬지만, 만년에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관직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 때문에 벼슬길에 들어섰지만, 권력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영남의 작은 고을, 안의에서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것, 뜻으로 간직했던 바를 정말 신나게 정성껏 실천했을 뿐입니다. 관아의 환경을 바꾸고, 젖먹이 어미의 마음으로 백성의 삶을 돌봤습니다. 체질적으로 게을렀던(?) 연암에게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바빴습니다. 그래서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권력 구도를 저울질하며 이름을 내거나 돈을 모으거나 상관의 눈치를 보며 아첨하는 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습니다. 연암은 정말 유능하고 좋은 태수였습니다.
연암은 1791년 충청도의 면천 군수로 부임합니다. 안의 현감 시절, 연암은 의옥에 관한 소견서를 잘 썼습니다. 이때 충청감사 한용화는 도내의 흉년으로 조세감면 혜택을 청하는 장계를 조정에 올려야 했습니다. 연암의 친구였던 공주 판관 김기응은 공문서에서도 뛰어난 글솜씨를 보였던 연암을 추천합니다. 연암의 장계로 조정의 윤허를 받자, 충청감사는 연암을 자기 측근으로 끌어들이려고 심리관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는 도내 수령들의 고과를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합니다.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감사의 편애와 꼼수를 연암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구속받기 싫어하고 아첨을 싫어했던 성정의 소유자 연암은 이를 거절합니다. 충청감사는 이를 괘씸하게 여겨 연암의 고과를 깎아내립니다. 참 치졸하지만, 상명하복의 관료사회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런 정도로 연암의 패기를 꺾을 수는 없었지요. 연암은 이를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병을 핑계로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연암에겐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책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첨하거나 타협하면서까지 관직을 유지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다행인지 이 일로 연암의 관직 생활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1800년 8월 양양 부사로 임명되거든요. 양양에 가서도 신흥사의 중들을 징계하는데, 강원 감사의 미온적인 처리에 불만을 가졌던 연암은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병을 핑계로 사직서를 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연암의 관직 생활은 여기서 끝납니다. 연암은 관료로서 임무에 충실했지만, 그렇다고 벼슬살이에 안주한 적은 없습니다. 연암은 수령의 임무가 주어지면 아주 기껍게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을 때는 단호하게 떠났습니다. 막힘없이 떠나고 막힘없이 부임했던 연암. 이것이야말로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의 모습이 아닐까요?

4. 이 책에서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들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낭송집은 연암의 슬기로운 수령 생활을 보여 주는 글들을 많이 실었습니다. 편편이 모두 훌륭하고 흥미롭지만, 제가 처음 『연암집』을 읽었을 때 새로운 발견인 것처럼 눈에 번쩍 뜨이고 신기했던 글 두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한 편은 연암이 친구였던 대구판관 이단형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이 당시 영남 일대는 극심한 흉년으로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려 대대적인 진휼이 시행되었습니다. 진휼 시행의 주체는 수령들인데, 진휼이 쉽지 않았습니다. 굶주리는 백성을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아야 하고, 나눠주는 곡식을 모자라지 않게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대구판관 이단형은 연암에게 편지를 보내 진휼의 고단함을 하소연합니다. 연암이 이 편지에 답장을 합니다.
연암의 답장은 반전 그 자체입니다. 연암은 친구를 위로하고 달래지 않습니다. 진휼에 관한 태도를 바꾸라고 제안합니다. 백수였던 그대와 내가 갑자기 임금의 은혜를 입어 부자 영감이 되어, 뜰에 수십 개의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1,400여 명의 부황들어 굶주린 동포들을 한 달에 세 번씩 먹이는 즐거움을 만끽하니, 즐거움 중에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느냐고 말합니다. 이렇게 상황을 다르게 보고, 다른 마음으로 대처하면, 무수한 웃음 소(笑)자가 뒤따를 것이라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연암에게 진휼은, 동포들에게 밥을 먹이는 행운이자 천재일우의 기회였던 것이지요. 이런 마음으로 진휼을 한다면 받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어떻겠습니까? 상식의 전복! 놀랍지 않습니까?
또 한 편은 안의 현감 시절, 살인 사건을 심의하고 올린 보고서입니다. 연암은 셜록 홈즈처럼 살인 사건의 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연암은 함양 마을에 사는 한조롱이라는 처녀가 물에 빠져 죽은 사건의 재심을 맡았습니다. 조사한 관리들은 자살이라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연암은 원한에 의한 자살이라고 보았습니다. 한조롱이가 곁방살이를 했는데, 집주인 장수원이 한조롱이를 평소에 유린하고 폭행한 것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추리했습니다. 한조롱이가 자신의 머리털 한 줌을 간직하고 죽었기 때문입니다. 연암은 이 한 줌의 머리털을 단서로 삼아 장수원에게 강간미수의 형률을 내립니다. 연암은 이렇게 보고합니다. “조롱이 목숨을 걸고 저항한 자취도 오직 이 머리털뿐입니다. 몸은 비록 골백번 문드러지더라도 이 머리털이 남아 있는 한, 이 한줌의 적디적은 머리털로도 옥사의 전체를 판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암은 한조롱이의 마음을 읽고, 남겨 놓은 단서를 간과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두 편만 보아도, 연암이 수령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만년의 글들에 면면히 담겨 있습니다. 이 만년의 글을 읽으면, 틀림없이 연암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목차

차례

머리말 _ 연암의 ‘슬기로운’ 수령 생활 그리고 글쓰기 8

1부 | 선비란 글을 읽는 사람이다! 21

1-1. 우리는 본래 선비로소이다 22
1-2. 선비란 글 읽는 사람 24
1-3. 왜 글을 읽는가? 26
1-4. 책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31
1-5. 어버이 상을 치를 때, 더더욱 공부하라! 34
1-6. 샛길로 가는 것은 사심(私心)이 앞섰기 때문이다! 39

2부 | 연암의 목민심서(牧民心書) 45

2-1. 거취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 엄중하라! 46
2-2. 작은 고을의 수령이 된다는 것 51
2-3. 비 맞은 도롱이를 잊지 마시오 54
2-4. ‘돈 많이 버는’ 좋은 태수를 바라지 마오 58
2-5. 정성 ‘성’(誠) 한 글자에 힘써라! 63
2-6. 오행, 이용·후생·정덕(利用ㆍ厚生ㆍ正德)의 도구! 67

3부 | ‘슬기로운’ 수령 생활 75

3-1. 구휼,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76
3-2. 구휼에도 예법이 필요 81
3-3. 구휼의 어려움, 공진이냐 사진이냐? 89
3-4. 은의가 넘치면 받는 이의 마음이 구차해진다! 94
3-5. 연암은 셜록 홈즈 : 주범과 종범을 가려라! 97
3-6. 처녀 한조롱의 주검, ‘한 줌의 머리털’이 말하는 것! 100

4부 | 연암이 여가를 즐기는 법 : 함께 즐겨라! 103

4-1. 버려진 관사를 살린 연암의 손길 104
4-2. 주변을 바꾸면 새롭게 보인다! 107
4-3. 연암이 하풍죽로당을 세운 까닭은? 111
4-4. 신선 놀음도 친구가 있어야! 115
4-5. 혼자 즐기기보다 여럿이 함께 즐기기 바라오! 120

5부 | 공감의 정치,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라! 125

5-1. 과부의 닳고 닳은 엽전에 숨겨진 사연 126
5-2. 함양의 박씨 여인이 죽은 까닭은? 131
5-3. 젖먹이 어미의 마음으로 도망노비 문제를 건의하다! 135
5-4. 서얼의 벼슬길을 허하소서! 140
5-5. 뉘우친 자에게는 선처를 허하소서! 154
5-6. 죄지은 자의 진의도 성실하게 파악하라! 166

6부 | 벼슬살이의 어려움, 그럼에도 해학이 넘치는 연암! 171

6-1. 연암이 받은 봉변, 되놈의 옷을 입었대! 172
6-2. 남을 해치는 말, 부풀린 말! 175
6-3. 탐욕을 없애는 해독약은 어디에? 182
6-4. 귀양살이하는 이서구에게 보내는 편지 187
6-5. 연암이 사직서를 낸 이유 192
6-6. 이미 엎지러진 물은 닦아서 말끔하게! 197
6-7. 연암의 인사고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200

7부 | 세상살이에 대한 연암의 랩소디 205

7-1. 한 해가 다 가도록 무엇을 하고 있느냐? 206
7-2. 할아버지가 된 연암의 기쁨! 209
7-3.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알려다오! 211
7-4. 공책을 보내노니, 글로 가득 채우길 213
7-5. 과거 공부에나 매달리는 시시한 선비는 되지 마라! 215
7-6. 평생 가난했던 선비를 슬퍼하며 218
7-7. 내 뉘와 함께 보고 듣고 냄새 맡고 깨우치리오! 223
7-8. 눈으로 보지 않고 먼저 마음으로 정하지 말라! 226
7-9. 참모습을 모르는 이명과 코골이 230
7-10. 양양 원님 연암의 탄식 233

연암 박지원 연보 237

본문중에서

“군자의 아름다운 말에도 혹 뉘우칠 말이 없을 수 없고, 착한 행실 속에도 혹 허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글 읽기에 있어서는 일 년 내내 읽어도 뉘우칠 말이 없으며, 백 사람이 따라 행해도 허물이 없다. … 명분과 법률이 좋아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기고, 쇠고기 돼지고기가 맛있어도 많이 먹으면 해가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유익하고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폐단이 없는 것은 오직 글 읽는 일뿐이로다.”(29쪽)

“지금 자네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은 나이에 잇따라 상을 치렀네. 돌아보건대 한 몸 의탁하고 도움 받을 데조차 없으니, 혈혈단신 외롭고 쓸쓸함에 천지가 텅 빈 것 같을 것일세. 애달프고 괴롭고 걱정스러움에 자네의 속마음이 과연 어떻겠는가. 이는 인간 세상의 더할 수 없이 궁핍한 사람이 된 것이요, 또한 일생일대의 변화의 순간에 처해 있다고 할 것이네.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은 혹 심기가 허약하여 놀라고 다치고 시름하고 쇠약해져 그 때문에 목숨을 잃는 자도 있다네. … 군자인 경우라면 예(禮)로써 자신을 지켜서 마음을 일깨우고 참을성을 길러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을 더욱 많이 해내기도 한다네. 비유하자면 초목이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더욱 굳세고 단단해지며, 바람과 서리가 사납게 몰아치는 즈음 열매를 거두는 이치와 같은 것이라네.” (36~37쪽)

“옛날의 범중엄(范仲淹)과 부필(富弼)은 세상 물정 모르는 유학자요 보잘것없는 선비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이들이 평소에 어찌 스스로 경세제민(經世濟民)할 수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겠습니까. 다만 이들은 평상시에는 진실한 마음으로 옛사람의 글을 읽었으며, 벼슬에 나가 당세의 직무를 맡게 되어서는 쉬운 일이든 위태로운 일이든 가리지 않고 옛사람의 글 가운데서 그 해결 방법을 찾았을 따름입니다. 이들이 스스로 힘쓴 바는 정성 ‘성’(誠) 한 글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63쪽)

“나와 그대는 크게는 대과 급제를 하지 못했고 작게는 진사(進士)가 되지 못하여, 둘 다 일 없는 백수요 민가의 하찮은 백성으로서 농담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우리 딴에는 선비의 옷차림을 하고 잘난 척했지만 남루해진 지 이미 오래며, 임기응변으로 양반이라 칭했지만 분수에 안 맞는 부끄러운 짓에 불과했습니다.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은 누렇게 되어 이번 생에 대한 기대를 버렸는데, 늘그막에 관직에 임명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료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운이 좋은 겁니까. 옛사람들은 마흔 살에 벼슬에 나아갔다는데 그 나이는 넘었지만 직무를 다하기로 한다면야 아직도 남은 날들이 많습니다. 오륙 년이 못 되어 그대는 중요한 고을을 두 번이나 맡았고 나 또한 현감 자리를 얻었습니다. 큰 흉년이 든 때, 백성을 구제하고 은혜를 베풀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이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씀바귀를 냉이처럼 달게 여기듯 백성을 이끄는 일에 기꺼이 정성과 힘을 다 쏟아야 할 터, 어찌하여 신세를 한탄하며 고달픈 처지에 놓인 것처럼 자신을 몰아간단 말입니까?”(78~79쪽)

“동산을 거닐며 수만 줄기 대나무에 영롱하게 맺힌 구슬을 마주할 때는 맑은 이슬 내린 새벽이다. 난간에 기대어 수천 줄기 연꽃들이 보내는 향기를 음미할 때는 햇살이 부드럽고 바람이 시원한 아침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정신이 산란하여 탕건이 점차 숙여지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다가 파초 잎 투둑 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깨어날 때는 한줄기 소낙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한 낮이다. 아름다운 손님과 함께 누대에 올라 아름다운 나무들이 자랑하는 정결함을 즐길 때는 비가 갠 날의 달 밝은 저녁이다. 주인이 휘장을 내리고 매화와 함께 여위어 가는 때는 싸락눈 소리 없이 내리는 한밤이다.”(113~114쪽)

“아, 인정으로 보아 어느 누가 흔쾌히 마음으로 즐기면서 생을 마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천자의 존귀함과 사해의 부유함을 갖추었으면서도 항상 매일의 즐거움을 구하는 데 급급하여 마음에 흡족하고 자신에게 만족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빈천하여 그 근심을 이기지 못하는 필부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이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좋음과 싫음이 외물에 좌우되고 이해득실의 계산이 마음속에 교차하며, 속으로 아득바득 구하고 항상 정신을 다 쏟아도 부족함을 느끼니 어느 겨를에 즐거움에 뜻을 두겠는가.”(121쪽)

“아, 까마귀를 검은색이라 고정시키는 것만도 이미 충분하거늘, 다시 까마귀를 기준으로 천하의 모든 색을 고정시키려 한다. 까마귀가 과연 검기는 하지만, 이른바 푸른빛과 붉은빛이 그 검은색 안에 들어 있는 빛인 줄 누가 또 알겠는가. 검은 것을 일러 ‘어둡다’고 하는 것은 까마귀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검은색조차 모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은 검기에 비출 수가 있고, 옻칠은 검기에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색이 있는 것 중에 빛이 없는 것이 없고, 형체[形]가 있는 것 중에 자태(姿態)가 없는 것이 없다.”(227쪽)

저자소개

박지원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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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숙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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